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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ㄹㅇㄱㄹㅇㄱ 하는구나 -->
팀 게임이라는 건 여러가지가 중요하다.
내가 설명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아무튼 여러가지 중요한 게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마음이 맞는 동료다.
'아무리 팀워크 잘 맞고, 게임을 잘해봤자 사이가 안 좋으면 결국 그 팀은 파탄 나게 돼있어.'
실제로 역대 프로게임단들 중에 그런 식으로 무너진 전설의 팀들이 적지 않다.
이번 멸망전에서 가장 불안했던 요소가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티어가 높은 애들은 자존심이 장난 아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챌린저 카드로 나온 원딜러와 이야기가 잘 통한다.
〈유리야 쟤, 사람 아니야. 1레벨에 라인 안 밀고 뒤에서 쭈구리 마냥 있는데 진짜 PC방이었으면 뒤통수 때릴 뻔했다니까?!〉
"쟤랑 1년 동안 아옹다옹했던 나는 그럼 어떻겠니."
〈그래서 형님이 대단하신 겁니다~. 저였으면 마우스 집어던지고 그대로 쌩깠어요.〉
現챌린저 원딜러라는 엉덩국 인성제로.
아이디에 걸맞게 나와 달리 인성이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유리야에 대해서는 마음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스가 여혐국 인성제로ㄷㄷ
-둘이 유리야 뒷담으로 엄청 친해졌네!
-뒷담 아닌데? 앞담인데?
-이러다 유리야 울겠다 울겠어ㅋㅋㅋ
지금 유리야가 어떤 심정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보나 마나 눈물이 잔뜩 고여 가지고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근데 꼬우면.
'좀 사람 같이 하던가!'
누누이 말하지만 롤은 못하면 욕 먹는 게임이다.
고작 게임 가지고 욕하면 안되죠!
그러면 롤을 하지 말던가.
애초에 그런 게임인 거 알고서 하는 거 아니야?
'롤이라는 게임은 태생부터가 어쩔 수 없어.'
부처님도 키보드 때려 부순다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유리야는 브론즈&실버고 못하는 게 당연하다.
못하는 거 알고 있어도 정작 못하면 짜증 난다.
저 서폿 못하는데 뒤에서 적당히 힐만 줘도 되죠?
어쩔 수 없죠. 라인 양보해주셨으니 제가 캐리해볼게요!
게임 들어가면 서폿 사람 새끼 아니네~ 서폿이 사람 아니라서 지네~.
그런 훈훈한 광경이 솔로랭크에서는 늘상 나온다.
〈제가 지금 미드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한타 가면 사람 노릇합니다.〉
"터지지만 않고 버텨봐. 미아핑만 제 때 찍어주고."
〈이래 봬도 버스 기가 막히게 잘 탑니다. 오죽하면 제 별명이 인또버겠습니까?〉
인성제로 또 버스 탄다의 줄임말라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가 있어 내가 원딜러를 하게 됐다.
저 엉덩국 인성제로라는 애가 빡쳐서 때려 쳤다.
지금 나 대신 미드 이즈레알을 하고 있다.
'나도 어이가 없지만 상대는 아예 어처구니가 없겠지.'
딱히 규정을 어기거나 한 것은 아니다.
원딜 카드로 출전했다고 꼭 원딜만 해야 할까.
그렇게 따지면 대회에서 라인 스왑도 나오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미드와 원딜이 바꾸는 것도 자신들끼리 협의할 문제다.
그래서 합의를 봤고 현재 도라이븐을 플레이하고 있다.
나비 효과로 원딜 밴 카드가 전부 열렸다.
파앙!
내리 찍은 도끼가 튕겨 오른다.
이전에 나에게 한 번 호되게 당했던 도인디 듀오.
내가 원딜을 한다는 걸 알면 필사적으로 밴 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아군이 팡우(위웍)한테 위험 신호를 보냄!
〈거기 위웍 간다잉. 나 안 가도 되지? 이길 수 있지?〉
안타까운 사람은 아군에도 있었다.
정글을 돌던 러이갓이 위험 핑을 찍는다.
진작에 상대 정글이 어디 있다고 말을 해주던가.
'살다살다 브론즈 정글 동선도 못 읽어주네…….'
만약 미드가 나였다면 같이 봐줬겠지만 현재 원딜을 하고 있다.
심지어 물아일체 피지컬을 극한으로 뽑아 써야 하는 도라이븐.
카이팅 도중 맵리딩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 정글러 위웍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점멸이 없는데 전부 스펠이 온.
정상적으로는 절대 도망 못 간다.
'근데 도라이븐은 원래 정상적으로 하는 챔피언이 아니야.'
악으로 깡으로 밀어붙이는 챔피언이다.
안될 각을 강제로 되게 만든다.
3, 2, 1…… 타이밍을 맞춰 내던진다.
카라락!
도라이븐의 E스킬 밀쳐내라.
이론적으로 위웍의 궁을 스스로 끊을 수 있다.
입롤에 가까운 행위이기는 하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움직임에서 의지가 느껴지잖아.'
'나 궁극기 쓸 거야!' 브론즈의 의사가 강력하게 배어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궁극기를 써왔고 끊었다.
가장 까다로운 제압을 무로 돌렸으니 나머지는 일사천리.
타라랑~♬
이어진 쏘냐의 점멸 센도는 정화로 즉시 푼다.
제압은 정화로 풀 수 없지만 스턴은 가능하다.
한나의 궁극기 장판 위에서 살육쇼가 시작된다.
파앙!
파앙!
도라이븐의 카이팅은 맵리딩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이트하다.
하지만 잃은 만큼 얻는 것도 있다.
완벽한 카이팅을 재현해냈을 때 도라이븐의 파괴력은 일반 원딜의 두 배.
마침 아이템도 이즈레알의 두 배 정도 잘 나온 상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노린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상대의 갱킹은 필킬에 가까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가까울 뿐 확실한 건 아니다.
실력의 격차는 불가능도 가능케 만든다.
포탑까지 깔끔하게 깨자 약 2천 골드가 손에 들어온다.
〈이겼어? 그걸 이겼어? 적당히 밸런스 조절 해도 형이 캐리해줄 수 있는데.〉
"브론즈 상대로 쪽팔리게 제가 왜 죽어요."
큰 틀에서 보자면 스타크래프트의 컴까기.
인공지능 이용해서 이기는 것과 별 차이 없다.
까놓고 말해 브론즈5 팡우는 컴퓨터보다 못한다.
-뭐지? 위웍 궁 왜 끊김?
-밀쳐내라로 끊은 듯? 의도한 거면 소름 돋는데……
-남절이 피지컬이면 진짜 해도 이상하지 않다ㄷㄷ
그다지 별 일도 아니고 자랑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터진 게임이 더욱 가속화된다.
귀환을 하자 1코어 피를 마시는 칼.
고작 9분에 공격력200이 넘어간다.
'그리고 도라이븐은 도끼만 받으면 데미지가 두 배로 터지지.'
이제부터는 한 대 맞을 때마다 머리통이 쪼개지는 기분이다.
직접 선사해주기 위해 찾아간다.
일단 간식부터 먹고.
─BJ러이갓스마트컴님(탈리반 3세)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도라이븐이 잘 크면 순회공연.
각 라인 돌아다니면서 터트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잘 크면, 그리고 대회 무대면 그보다 더 신박한 게 있다.
* * *
멸망전 개막식, 첫 번째 경기의 컨셉은 팽팽한 긴장감이었다.
롤챔스 경력까지 있는 양 팀의 주장.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며 자신들이 어떤 색깔의 팀인지 과시했다.
〈해설자로서 최소한의 사명만 다해서 설명하자면…… 다크팀은 아마추어 팀 치고는 잘해요. 점수대가 높은 만큼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습니다.〉
팀다크 사건으로 가장 많은 스플래쉬 데미지를 입은 장본인이다.
클끼리는 해당 경기를 직접 해설했으며, 반쯤 놀림감까지 되었다.
스캐너·아모모·나무카이·쇈·트롤킹의 조합.
-클끼리 ㅂㄷㅂㄷ?
-저건 부들부들이 아니라 그냥 빡친 거지
-팀다크 개새끼들이 롤챔스에 먹칠했잖아
5클끼리픽으로 대회에서 트롤을 하며 E-스포츠 팬들을 우롱했다.
BJ다크팀은 반쯤 그 후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팀원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골드&플래 카드로 참가한 탑라이너.
브론즈&실버 카드로 참가한 서포터.
이 둘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클끼리가 최대한 이성적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크하하팀은 전형적인 원딜 캐리 느낌이 나는 팀입니다. 롤챔스에서도 확실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죠.〉
색깔이 있다는 건 그만큼 제대로 기초가 잡힌 팀이라는 반증하다.
다소 논란은 있었어도 경기력은 이견의 여지가 없이 대단했다.
그렇게 첫 번째 경기가 워낙 수준이 높다 보니 걱정이 된다.
멸망전 두 번째 경기인 도인디팀 대 러이갓팀.
흔히 말하는 쩌리 대전이 될 수도 있다.
그 예측은 정확히 반만 맞았다.
파앙!
파앙!
도라이븐의 도끼가 무섭게 튕긴다.
단 한 대 맞았을 뿐인데 근거리 미니언이 으스러진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낮은 원거리가 아닌 근거리가 말이다.
〈제가 지금까지 여러 경기를 해설도 해보고, 직접 겪어도 봤지만…… 이 정도로 잘 큰 원딜러는 처음이네요.〉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도라이븐이거든요! 데미지가 감당이 되겠습니까?〉
이게 참 보고도 믿기가 힘든 광경이다.
그도 그럴게 대회 게임에서는 절대 안 나온다.
게임 시간 고작 10분에 전설을 찍어버린다던지.
만에 하나 찍는다고 해도 성장력이 어느 정도다.
그런데 하필이면 도라이븐.
킬을 먹을수록 한 꺼풀 벗는 생태계 파괴자다.
파앙!
그 도라이븐이 가볍게 달려가 내려 찍는다.
대상은 봇라인 커버를 온 정글러.
지웍이라는 애칭이 있는 팡우의 위웍이다.
〈이 녀석 한 대만 맞어. 안되겠어 두 대! 좋았어, 세 대, 네 대, 다섯 대를 치기도 전에 죽었습니다. 세도 너무 세요!〉
-말죽거리 잔혹사ㅋㅋㅋㅋ
-지웍 햄버거행ㅋㅋㅋㅋㅋㅋ
-햄버거는 그래도 꽤 많이 버텼어!
-와, 그냥 복날 개처럼 두들겨 맞네
물론 맞는 각을 준 지웍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세도 너무 세다.
클끼리의 말대로 세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성장 차이가 너무 나서 라인 커버조차 불가능하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운영이고 나발이고 그냥 봇라인에 쭉 고속도로를 내버린다.
전라인 포탑이 건재한 와중에 봇라인만 휑~하다.
도라이븐의 폭주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막으려고 하면 아까 지웍처럼 되는 겁니다. 네 대 맞고 머리통 쪼개지는 거에요.〉
〈도라이븐이 정말 폭발력 있는 챔피언긴 하지만…… 그만큼 쓰기가 힘들다는 게 일반 상식이거든요? 차원을 달리하는 압도적인 캐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전 경기 크하하의 배인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현재 유리야남친절대아님의 도라이븐은 아예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차원이 다른 캐리력과 임팩트를 선사하고 있다.
〈집에 갈 때마다 코어템이 당연한 듯 뽑히네요. 11분에 유령의 영혼검까지 나오면…… 소환자의 전장에서 액션 드라마 한 편 찍을 수 있겠는데요?〉
굴다리에서 17대1이 씹가능한 부분이다.
게임 캐스터 김의정이 장난스레 말한다.
위엄 있는 대회가 아니다 보니 진행이 굉장히 자유롭다.
진행되고 있는 게임 또한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다.
파앙!
파앙!
또다시 집착스럽게 도라이븐이 봇라인에 도착했다.
억제 포탑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나를 막던가, 아니면 뚫리던가?
더 밀리면 게임 진행이 안된다.
탑라이너를 제외한 전 팀원이 빠르게 모인다.
괴물 같이 성장한 도라이븐을 잡기 위한 레이드다.
〈리니지에서는 약칭 보탐, 보스 타임이라고 부릅니다.〉
〈리니지를 좀…… 해보셨나 봐요?〉
〈제 나이대 분들은 다 한 번씩 해보지 않았겠습니까?〉
RPG게임에서 보스를 잡는다는 느낌.
AOS게임에서는 흔하지가 않은 광경이다.
만에 하나 한다고 해도 보통은 성공한다.
그도 그럴게 AOS는 성장 기대치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결국 한 손이 열 손 막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런 한계치를 깨부술 있는 유일무이한 챔피언.
호롱! 콰드득!
위웍이 점멸 궁극기로 순식간에 파고 들었다.
이어진 코리아나의 궁극기 연계도 훌륭했다.
아직 금은 장식 머리띠가 안 나온 타이밍.
순간적인 대처는 불가능했어야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다.
사라랑~!
한나의 궁극기 산들바람이 위웍을 밀어낸다.
제압 상태가 풀리자마자 도라이븐의 앞점멸!
체력을 채워주는 따듯한 장판 위에서 도끼를 굴린다.
안 그래도 괴물 같은 도라이븐의 회복력에 날개가 달리자 불사신이다.
〈시청자분들도 같이 세보시죠.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
-싹 다 머리통 터진닼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어떻게 대회야ㅋㅋㅋㅋㅋㅋㅋ
-양 팀 수준 차이 실화냐?
-도인디팀 다 브론즈&실버임? 왜케 못함???
결코 도인디팀의 판단이 틀렸던 게 아니다.
만약 한나가 궁극기를 못 썼다면.
코리아나의 궁이 작렬하며 피흡도 하기 전에 도라이븐을 퍼엉-!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맞히지 못하자 죽일 딜이 안 나온다.
그리고 도라이븐은 혼자 싹 다 죽일 딜이 나온다.
무자비한 살육쇼는 마지막 관객까지 살려두지 않았다.
〈양쪽 탑라이너는 봇라인만 구경하다가 게임이 끝났네요.〉
〈KFC 선수가 챌린저라서 한타 캐리하려고 열심히 디나이도 하고 솔킬도 땄는데…… 아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양쪽 탑 입장에서는 이긴 쪽도, 진 쪽도 허탈하기 그지없다.
고작 15분 만에 쌍둥이 포탑이 밀렸다.
그리고 20분이 채 되기 전에 넥서스가 뚝딱!
보는 이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든 도라이븐이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 작품 후기 ==========
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