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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65화 (6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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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BJ를 자처하기로 한 이상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는 없다.

소위 말하는 시청자들의 의견 반영을 해야 한다.

어제 하루 어느 팀에 들어갈지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오늘 그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보황은 어때요?

-보이루!

-여기도 가조쿠 있네ㅋㅋ 나도 가조쿠임!

멸망전 대표BJ 중 한 명이 보황님이시다.

하도 유명해서 일반인인 내 귀에도 들린다.

게임 실력은 정말 팡우보다 가까스로 난 정도지만…… 인성 관련해서는 가히 대인배 그 자체이다.

방송 제목부터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생]「특급 기밀」레골라스의 숨겨둔 막내딸 애씨〉

반지의 제왕 레골라스에게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이쯤 되니 슬슬 내 방제에 너무 무심했던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전문BJ들은 확실히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근데 안타깝게도 보황님 팀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팀원이 가득 찬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다.

여러가지 고민을 해본 결과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

우려가 있음에도 나는 이 팀에 들어가려고 한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간에 한 번 러이갓님께……."

-아니, 진짜 러이갓식 운영 배우면 골드 된다니까?

-사스가 챌린저BJ 러이갓!

-러빡이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당연히 배우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나랑 러이갓님의 상황이 맞아 떨어져서다.

러이갓님의 팀은 가성비가 끝장났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초상집 분위기, 열혈들이 멸망전에 회의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

그도 그럴게 열혈팬은 BJ의 분신이다.

나야 뭐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고정 팬층이 없지만…….

BJ러이갓님 같은 경우는 시즌2부터 2년 가까이 입지를 다졌다.

그만큼 팬층도 두텁고 열혈들의 단합심은 끈끈하다.

그런 그들의 입장에서 러이갓이 묻히는 걸 어찌 좋아하겠는가.

사실 그 모든 것이 다름 아닌 러이갓 본인의 잘못이긴 하다.

-러이갓 실력은 골드, 플래인데 다이아 카드ㅋㅋ

-그러게 왜 버스 받아서 다이아 찍었냐

-골드급 다이아 실화?

채팅창에 올라오는 말 그대로다.

일단은 다이아 2티어 유저시라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실력이 다이아 2티어가 아니라는 것.

그래도 설마 골드나 플래급까지 될까 싶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다.

'다른 팀들 다이아 카드들은 죄다 잘한다며?'

편의점만 가도 유통기한 1주일 남은 우유랑 3일 남은 우유 있으면 전자를 고르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다이아 카드라면 다이아5보다 다이아1이 선호되기 마련이다.

다이아1유저들이 은근히 많아서 뽑기도 쉽다.

그런데 하필 러이갓팀은 팀장이 다이아 카드.

시청자들이 가성비가 끝장났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다른 카드를 신경 써서 뽑아도 전체적으로 팀에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군…… 아니, 내가 출동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거지.'

위기에 빠진 러이갓팀을 구출해낸다.

그쪽 열혈들이 어디 한두 푼 가지고 계신 분들일까?

큰손을 내 방송으로 유입시키며 멸망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큰 그림이다.

물론 교섭이 잘 진행된다는 전제 하.

나 정도면 충분히 조건을 제시할 만한 입장이라 생각한다.

생생한 녹방이 아닌 진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러이갓님의 방송을 찾아갔다.

-이리오너라~!

가자마자 당당하게 외쳐준다.

내 방송 채팅창은 당연히 어리둥절.

바로 어그로가 끌리진 않았지만 이내 알아본다.

-헐,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이다!

-뭐지? 러이갓 방송 와서 어그로 끄는 거?

-하꼬 주제에 주제 파악 못하네ㅋㅋㅋㅋ

다소의 욕과 관심은 감안을 하고 저질렀다.

예로부터 교섭이라는 건 갑과 을.

어느 입장으로 서는 지가 중요하다.

〈누구라고?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 그런 BJ도 있어? 진짜로?〉

특유의 높은 하이톤으로 갸우뚱한 눈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모르시나 보다.

일단 채팅창의 반응을 쭉 살펴본다.

드디어 알아챘는지 말을 이어온다.

〈아~ 그 도인디 잡았다는 그 사람? 근데 왜 내 방송에 와서 어그로를 끌고 있냐 이 슈발 새끼가.〉

격한 환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거칠다.

시작을 조금 산뜻하게 연 만큼 서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오해라는 건 바로 풀고 넘어가야 한다.

단 세 마디면 충분하다.

-왔다. 미드. 원탑.

-당당한 거 보소ㄷㄷㄷ

-러이갓팀 들어오고 싶다는 거야?

-근데 왜 저렇게 당당하냐

당연히 당당하지.

내가 바로 갑이다.

원탑 미드가 왔으니 알아서 잡아라.

〈진짜 BJ였어? 진짜 BJ가 대가리에 총 맞았나…… 그러니까 저 분은 우리팀에 들어오고 싶다는 소리 아니야?〉

혹시 강퇴 당하진 않겠지 살짝 쫄렸는데 일단 위기는 넘겼다.

역시 탑급의 BJ답게 센스 있게 알아 듣는다.

한 가지 넘어야 할 벽이 있었다.

〈우리팀이 우승 후보라는 걸 어떻게 또 듣고 찾아왔나 보네. 파프리카TV에서 러이갓 모르면 간첩이라니까? 근데 이미 챌린저랑 마스터 카드가 있어서~.〉

굉장히 쿨하게 받아친다.

각 팀이 가질 수 있는 챌린저 혹은 마스터 카드는 둘이다.

챌린저 마스터로 팀을 꽉꽉 채울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 모든 사정을 다 알고 온 거다.

-티어 골드. 실력 챌린저. 이거 리얼.

사실 마지막 말은 안 해도 됐는데 라임 맞추기 위해서 했다.

현재 내 티어는 골드 2티어.

하지만 실력은 챌린저급이라고 인정을 받았다.

지난 팡우&도인디와의 사투를 통해 널리 알려진 마당이다.

〈티어가 골드인데 실력이 챌린저라고? 난 또 내 얘기 하는 줄 알았네! 거짓말 아니라 내가 방송 컨텐츠 때문에 골드에서 양학하는 거지 마음만 먹으면 챌린저 제트기 타고 이틀이면…….〉

갑자기 되도 않는 자기 자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5분이 지났는데 도저히 끊길 기미가 안 보인다.

어처구니 없어서 그냥 다이렉트로 설명한다.

-골드&플래 카드로 저 뽑으면 우승이니까 빨리 뽑으라고요. 뽑을 기회 한 번만 드릴게요.

-ㅁㅊ ㅈㄴ 당당하네ㅋㅋㅋㅋ

-저분 진짜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 맞음?

-ㅇㅇ방송국 보니까 찐이네 심지어 방송 중!

박찬호도 아니고 말 진짜 조온나게 많다.

다이렉트로 설명을 하길 잘했다.

그제서야 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듯하다.

〈자기가 골드&플래인데 챌린저급 실력이니까 뽑아 달라는 거야?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제2의 러이갓을 꿈꾸는 BJ계의 꿈나무다 이거네. 내가 처음 BJ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실력이…….〉

드디어 끝나나 했는데 또다시 투 머치 토커가 빙의한다.

너무 빡쳐서 욕을 다다닥 쳤다가 가까스로 지웠다.

일단 나에게도 러이갓팀에 속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근데 진짜로? 진짜로 골드 티어야? 채팅창에 도인디 꺾었다고 이야기 나오는 건 뭔데?〉

-네 저 골드 2티어입니다. 도인디 좆밥 맞고요.

-퍼질러 자던 도인디 의문의 1패ㅋㅋㅋㅋ

-저게 말이 되나? 저 사람 프로라며?

-진짜 프로 아니고 순수한 챌린저급 골드입니다.

파프리카TV에서 채팅창에 으레 올라오는.

내가 골드인데 마음만 먹으면 챌린저 간다!

그게 바로 나다.

따질 것도 없이 전부 사실이다.

정말로 순수하게 챌린저급 골드.

물론 의혹이 생길지도 모르는 부분이다.

-방장 리얼 개뻔뻔;;;

-멸망전 게임사 후원이라 사용자 계정 조사 들어가는 거 모르나 보네

-운영자가 다 조사할 텐데 방장 뒷감당 가능?

-본캐까지 싹 다 조사함!

내 방송의 시청자들이 걱정을 해준다.

마음은 고맙지만 전혀 지장이 없다.

참고로 내 본캐.

시즌2 이후로 솔로랭크를 돌린 적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돌리긴 돌렸지만 배치고사 9승 0패 상태다.

'지금 내 명의 계정 중에 가장 높은 게 골드 2티어거든.'

털어봤자 전혀 나올 것이 없다는 소리다.

만에 하나 레전설이라 밝혀져도 문제 없다.

난 누구처럼 대리도 패드립도 한 적이 없어서 떳떳하다.

-근데 저를 받아들이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교섭이다.

* * *

교섭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다.

내가 보황님의 팀에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던 이유.

보황님이 현재 실버 티어라고 들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브론즈&실버는 자리가 안 빈다는 소리지.'

당연하게도 나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꼽아주고 싶은 사람.

이래 봬도 받은 것은 확실하게 갚는 성격이다.

유리야도 같이 데려가려고 한다.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상관 없이.'

한 번 정한 것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왜냐하면 그 편이 재밌을 것 같으니까!

어차피 브론즈&실버를 껴야 한다면 아는 사람이 낫다는 이유다.

처음에는 장난스레 받아들였던 러이갓님.

이야기가 진지해지자 고민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게 도인디를 꺾었다며?

아무리 낮게 잡아도 다이아 이상일 텐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증명해주는 거야 어렵지 않다.

뭣하면 내가 과거에 이렇게나 잘 나갔던 사람이다.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예상 외의 결론이 났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리심 음파 알파로 피해주고 점멸 바로 따라가죠? 아 잠시만 빵테반칙 빵테반칙 빵테반칙 슈발럼들아! 방플 뭔데 이거?〉

맵도 안 보고 혼자 카정 들어갔다가 적 탑솔러 빵테온의 빽업에 따인다.

시원하게 선취점과 함께 쌍버프를 헌납.

아군 정글러가 그 유명한 러이갓이다.

〈탑&정글 슈발 새끼들 단체로 방플 하고 앉았네……. 정글 말려서 RPG만 해야 하는데 괜찮지?〉

"아, 예 뭐. 기대도 안 했으니 괜찮습니다."

〈좀 세네? 아무튼 챌린저 캐리력 기대해도 되는 거 맞지?〉

결론이란 다름 아닌 러이갓 버스 태워주기!

멸망전 참가하러 갔다가 듀오를 하게 됐다.

명분이 내가 정말 챌린저인지 확인을 하겠다.

'거절을 할 수도 없고 참…….'

졸지에 러이갓의 본캐랑 듀오를 하게 됐다.

같이 게임을 해보니 알 것 같다는 기분이다.

어째서 이분이 방플과 남탓으로 유명하게 됐는지.

─진격에 섰다!

자신의 주챔프 마이를 보여주겠다며 꺼내셨다.

처음에 선취점을 내주고 그 이후로 RPG.

나름대로 성장을 한 마이가 돌격한다.

적 원딜러 부시안에에게 알파 슬래쉬가 그어진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원딜러다.

얼핏 쉽게 마무리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캬랑~♩

적 서포터 쏘냐가 회복의 선율을 연주한다.

부시안 본인이 힐까지 쓰자 체력이 쭉 찬다.

결정타는 부쉬에 숨어있던 리심이었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결국 또다시 갱승으로 끝이 났다.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한 러이갓의 피셜은.

〈상대팀에 방플을 안 하는 새끼가 없다니까? 진짜로 지금 적 다섯 명이 다~ 방플 중이야. 이 타이밍에 리심이 부쉬에서 튀어나오는 게 말이 돼? 부시안 쏘냐도 무빙부터 방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계신다.

내가 차마 하나하나 반박은 하지 않겠다.

설사 방플이라고 해도 방금은 그냥 던진 거다.

몸니시를 하는 마이가 대체 어디 있어.

'근데 정말로 기대도 하지 않아서 괜찮아.'

러이갓님의 풍문은 내 방송에서도 많이 들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의 점수대.

다이아3인 러이갓님과 골드2인 내 중간 지점인 플래티넘 1티어에 잡혔다.

양학을 하는데 거칠 게 없다는 소리다.

파앗!

점멸과 함께 짓밟는다.

마이를 잡고 봇라인을 압박하던 상대.

적 세 명이 뭉쳐있는 지점을 정확히 노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르풀랑의 W스킬 뒤틀림은 이동기임과 동시에 광역기다.

순간적인 점멸로 아예 반응을 못하게 만들었다.

궁극기로 한 번 더 밟으니 두 명이 전사.

하지만 러이갓을 죽였던 리심은 아직 살아있다.

터억!

치지직……!

곧바로 점멸로 도망갈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누구랑 달리 스펠 계산은 기본이다.

타겟팅으로 던져진 표식과 발화에 의해 마무리된다.

─트리플 킬!

유리야남친절대아님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고작 플래티넘에서 짐덩이 하나 있다고 캐리를 못할 내가 아니다.

미드 라인을 가볍게 압도하며 로밍까지 쓸어 먹는다.

하지만 입담에서는 도저히 이기지 못하겠다.

〈설계 씹오졌다고 생각되시면 추천 따봉 부탁드립니다. 알파로 3어시 달달~하게 다 들어왔잖아. 그치? 인정하지 행님들?〉

실제로 어시스트가 다 들어갔기 때문에 부정을 하기가 살짝 애매하다.

그리고 일단은 서로 상부상조.

캐리를 해주고 유리야를 팀에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팩폭은 지양한다.

〈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챌린저가 맞네. 다이아 현지인 새끼들은 이 각을 줘도 못 받아 먹는다니까?〉

"정말…… 모를 만하긴 한 것 같습니다. 설계가 너무 고차원이시네요."

〈음~ 내가 이래서 못 올라가는 거야. 얼른 챌린저까지 올라가서 예전에 AP마이 하던 그 시절처럼 펜타킬 밥 먹듯이 해야 하는데 진짜로.〉

설마 이 듀오를 챌린저까지 하자는 건 아니겠지.

세상사, 설마는 좋은 쪽으로 맞아 떨어진 적이 없다.

========== 작품 후기 ==========

백수의 제왕과 달리 BJ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멸망전은 빠른 템포로 진행됩니다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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