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64화 (6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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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샤샥-!

알파 슬래쉬로 적의 품에 파고든다.

순식간에 들어가는 3연격!

명상 캔슬에 의한 콤보야 말로 마이의 묘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한 명, 잡은 이후로는 도미노다.

적을 더블 킬! 트리플 킬! 쓸어담는다.

그 광경을 본 시청자들을 당연히 찬사…….

-이러다 진짜 플래 갈 수 있겠는데~

-골드면 러이갓 방송 보면 도움 좀 될 거에요^^

-방장님 골드 치고는 잘하시는 듯?

'…….'

내가 아무리 현재 보이는 티어가 낮기로서니 저런 소리를 듣다니.

드립이라는 걸 알면서도 은근하게 뒷골이 땡긴다.

물론 적당히 즐겜을 하고 있기 때문도 있다.

'빨리빨리 연승 안 하는 내 잘못이지.'

몸을 사리고 있어야 하는 타이밍인 지금.

티어를 너무 막무가내 올리기는 뭣하다.

즐겜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다.

이번 기회에 챔피언을 많이 연습해둘 생각이다.

연습을 한다는 게 숙련도를 올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나한테 맞는 챔피언을 찾는다는 표현이 맞다.

아무리 숙련도가 맥스라도 안 맞는 챔피언이라는 게 있다.

반대로 숙련도가 떨어져도 연습하면 잘할 거 같은데

그런 느낌이 오는 챔피언들이 찾아보면 존재한다.

'마이는 나한테 맞는다는 느낌이야.'

다만 챔피언 자체가…… 활용할 구석이 한정된 녀석이다.

그 점이 매우 아쉽기는 하다.

옛날처럼 AP템트리가 가능하면 좋을 텐데 리메이크가 됐다.

확실히 근 2년 사이에 로드 오브 로드가 적지 않게 변해버렸다.

전부 따라잡는 것은 며칠이나 몇 주 정도로는 힘들 듯하다.

하지만 언젠가 가능할 시간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방장님 그래서 본 티어 어디에요?

-언제까지 양학 방송만 함?

-정체 너무 숨기기만 하면 재미없는데~

진짜 문제는 내 방송의 흥행이 위태위태하다는 것.

그도 그럴게 본래 계획이 틀어지자 이후의 방송도 애매해졌다.

양학 방송도 아니고 즐겜 방송도 아닌 이도 저도 정체성이 사라졌다는 느낌.

무엇보다 한 건 터트릴 타이밍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당장은 연습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방송 흥행이란 관점으로 보면 썩 좋지가 않다.

얼음 다 녹은 밍밍한 아이스 카페라떼를 마시는 것처럼 찝찝하던 그때 채팅창이 눈에 띄었다.

-방장님은 멸망전 참가 안 하세요?

-대표BJ들이 지금 팀 꾸린던데 어필ㄱㄱ

'멸망전?'

어떤 이야기인지는 공지사항을 통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BJ들의 리그.

롤챔스도 아니고 고만저만한 수준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러고 보면 나도 BJ다.

'일단 참가 자격은 있다는 소리인데…….'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참가할 지다.

참가를 하고 싶다고 꼭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네 마을 잔치도 동네 주민이 아니면 참가할 수 없다.

파프리카TV는 흔히 말하는 친목 라인이라는 게 있다.

대표BJ란 말하자면 그 라인들의 주축.

이전에 만났던 팡우라는 사람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때 라인을 탔어야 했나?'

썩은 동아줄이라는 직감이 들어 따지지도 않고 손절했다.

그때 탔다면 멸망전 참가가 확실하게 결정이 났겠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다소 아쉽기도 하다.

당장이라도 팡우의 방송에 가서 통 큰 팬가입.

한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성추행이나 하는 늙은 대머리의 비위를 맞춰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시청자님들은 제가 어느 팀에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팡우 형님이 챌린저를 목 빠지게 구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팡우를 아십니까?

-나 같으면 보황쪽 라인 탐

-러이갓팀은 어떰?

-그쪽은 가성비가 꾸리잖아ㅋㅋㅋ

.

.

.

여러 의견들이 채팅창에 주르륵 도배되듯 올라온다.

이야기를 대충 조합해 보니 상황이 파악된다.

나 같이 참가하고 싶은 쪽도 애달프지만 구하는 쪽에서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게 소위 가성비를 신경 써야 한다.

'가격 대비 성능…… 아니 티어 대비 실력이란 표현이 옳겠지.'

만약 멸망전이 순수하게 실력 경쟁이 돼버린다면 대표BJ가 잘하는 쪽이 너무 유리하지 않겠는가?

파프리카TV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적인 대회라는 취지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팀을 뽑는데 한 가지 룰을 붙였다고 한다.

마스터 혹은 챌린저 두 명.

그리고 다이아몬드 한 명.

골드 혹은 플래티넘 한 명.

마지막으로 브실 찌끄레기 한 명.

한 마디로 각 티어 유저들을 고루 섞는다는 느낌이다.

실력이 떨어지는 BJ라고 소외되지 않도록 말이다.

확실히 룰 자체는 그럴 듯하지만 문제가 하나.

대표BJ들의 가성비는 참가 시점에서 결정돼있다.

-멸망전 그냥 BJ다크 띄워주기라니까?

-참가하면 그냥 쩌리 되는 거지ㅋㅋㅋ

-이미 우승팀은 결정됐어. 2,3위 경쟁임

BJ다크가 어둠이 맞다는 전제 하.

다름 아닌 챌린저 1위 출신 유저다.

팀원들을 정색 빨고 엘리트만 채우면 대적할 팀이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현재 논란이 인다고 한다.

너무 우승이 확정된 팀이 있는 거 아니냐?

파프리카TV측은 시청자가 많은 BJ들을 대표로 세운 거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드라군…… 아니 내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드!

-라!

-군!

-방장 틀딱 드립 오지네ㅋㅋㅋ

한 가지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BJ다크씨처럼 대표BJ는 아니다.

하지만 참가를 한다면 그 가성비가 조금 심각히 좋다.

"님들, 러이갓팀 제가 우승시켜 드릴까요?"

-우승 선언ㄷㄷ

-러이갓팀은 안돼! 그 팀은 가성비 끝장났음

-다른 팀들 알아보고 천천히 정하세요!

총 여섯 명의 대표BJ가 존재한다고 한다.

BJ다크급은 아니더라도 괘찮은 팀들이 있다.

시청자 말대로 천천히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게 정석이긴 한데.

"아니, 님들이 골드면 러이갓 방송 보고 배우라면서요!"

-진짜 배우면 님 평생 골드;

-다이아도 골드로 하향평준화시키는 신개념 강의 방송……

-드립을 진짜 믿으면 어떡함ㅋㅋ

-러이갓식 운영 꿀잼이자너~

러이갓은 현재 파프리카TV 게임 방송 1,2위를 다투는 대기업이다.

유명한 만큼 나도 들은 바가 없지 않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실력 방송이라기 보다는 예능에 가깝다고.

실력과 예능을 섞었더니 남탓과 방플이 나왔다는 신기한 컨셉의 방송이란다.

'근데 BJ라면 남탓이든 방플이든 다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일 텐데?'

대체 얼마나 심하길래 채팅창에 상세한 방송 컨셉이 올라오는 건지.

궁금해서라도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굳이 검색할 필요도 없이 현재 시청자 수가 높은 방송을 찾아보니 있었다.

〈[생]『러이갓』말카림"ㅁㅊ패치"☞이속3000"템트리"최초 공개OP빽도……〉

"뭐야, 말카림 상향 먹었어? 이속 3천이나 된다고? 그러면 진짜 스플릿 개쩔겠는데?"

-그걸 속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쥐톨 만큼 상향됐을 걸? 방어력 3증가

-신입BJ라 방제 어그로를 모르나 봐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단순히 과대 포장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말카림이 이동 속도 특화 챔피언이라고 해도 3천은 개오바지.

'의병대 신어도 1천을 겨우 넘을 정도니까.'

내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버린 모양이다.

원래 방송이라는 게 위트, 허세 그런 게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배울 점이 많은 BJ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지금 러이갓 방송 안 할 텐데?

-피크 시간이 저녁 8시부터 생방함

-내가 러빡이라서 잘 알고 있다

그럴 리가 있나.

내가 확실하게 보고 들어왔다.

방제 앞에 [생]이라는 글자가 확실히 있었다.

한 가지 지나친 글자도 있어버렸다.

-마! 생생한 녹방 모르나?

-러이갓 방송 처음 보면 저거 다 속음!

-이래서 ㄹㅇㄱㄹㅇㄱ 하는구나……

-방제 마지막까지 잘 읽어봐요ㅋㅋㅋ

제목 끄트머리에 『녹』이라고 한 글자 써놓았네?

시청자 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

대기업 BJ의 노하우에 두 번 연속으로 낚이고 말았다.

* * *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형 컨텐츠!

파프리카TV의 멸망전은 급속도로 입소문을 탄다.

그도 그럴게 멤버가 이토록 화려할 수가 없다.

최근에는 기세가 죽었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평균 시청자 수 1만 명에 육박하던 아재BJ 팡우.

내 키는 땅에서 재면 가장 작아도 인기와 파급력 하나는 손가락에 꼽는 BJ러이갓.

멸망전 이전의 파프리카TV를 주름 잡던 러너리그의 창시자 러너맨.

특유의 유행어와 진심 어린 인간성이 매력 덩어리인 보황.

알파고에 준하는 피지컬로 프로 원딜러들 싸대기를 후려치고 있다는 원딜BJ 크하하.

마지막으로 최근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음에도 압도적인 인기를 끌어모은 BJ다크까지.

한 명, 한 명이 거를 타선이 없는 현재 롤판을 이끌고 있는 유명인들이다.

그들 각자가 팀장이 되어 멸망전의 팀을 꾸린다.

BJ들 사이에서도,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멸망전에 대한 화제가 떠들썩하다.

"전체적으로 반응은 상당히 좋습니다. 그런데 좀 편파적이라는 이야기가……."

"적당히 대응해서 무마해.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따지다가는 대회 진행도 못하는 거 모르나?"

"아, 알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파프리카TV의 본사.

국대 최대 규모의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답게 바쁘지 않을 때가 없다.

특히 이곳 멸망전 기획팀은 최근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다.

이 정도로 대규모 컨텐츠, 그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도박수를 둬본 적이 있을까?

그럼에도 리스크와 리턴을 고려했을 때 해볼 만하다는 판단.

무엇보다 사장이 적극 밀어붙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래 사원들이 어찌 토를 달 수 있겠는가.

"팀장님. 대표BJ 한 명에게서 건의 사항이 올라왔습니다."

"누군데?"

"BJ다크입니다."

"하, 다크?"

멸망전 기획팀의 팀장 이승재는 대놓고 혀를 찼다.

한 마디로 그는 굴러온 돌.

BJ로서 인지도도 없고 애초에 데뷔한 시기도 극단적으로 짧다.

그저 이해 못할 사장님의 추천으로 대표BJ 6인에 가까스로 끼었다.

가만히 숨 죽이고 있어도 모자를 마당에 귀찮게 건의 사항이라니.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BJ다크가 결승전 우승팀의 특별 매치를 제안하고 싶다고 합니다."

"지가 뭔데? 정규 매치만 진행해도 바빠 죽겠는데 이래라저래라야?"

"저도 이벤트 매치는 오버가 될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일단은 좀 들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로드 오브 로드 프로 리그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익히 알려진 1부 리그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다른 하나는 2부 리그 로드 오브 로드 마스터즈 리그.

BJ다크의 제안은 다름이 아니었다.

2부 리그의 프로팀을 초청해서 BJ우승팀과 이벤트 매치를 열자.

프로게임단과 BJ와의 경기는 확실히 화제가 될 여지가 높다.

군침이 뚝뚝 떨어질 만한 건의이기는 하나.

"프로 초청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 그럴 경비도 없고, 투자할 인력도 없어. 니 선에서 알아서 흘려 넘겨."

프로게임단이라는 게 동네 아저씨들의 조기 축구회가 아니다.

아무리 2부 팀이라고 해도 초청 경기를 따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BJ다크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성사시켰다고 한다?

"혹시 그리핀도르라는 팀 아십니까?"

"알지. 지금 마스터즈 리그를 완전히 휩쓸고 있는 게임단이잖아?"

"마스터즈 리그가 끝나면 일정을 한 번 빌 수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뭐?"

심지어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그리핀도르.

마스터즈 리그의 패황이라 불리며 다음 시즌 롤챔스 진출이 확정되다시피 한 신흥 강자다.

1부 리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현재 커뮤니티 유저들 사이에서 엄청난 고평가를 받는 추세다.

그런 그리핀도르와 BJ팀의 이벤트 매치를 잡을 수 있다?

설사 야근을 하더라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이번 멸망전을 만약 롤챔스에 비견되게 만든다면…… 다음 년도 과장 승진은 확실하겠지.'

이승재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이 굴러간다.

다크에 대해 너무 저평가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

그가 정말로 어둠이고, 롤판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면 사장님이 특별 대우를 한 것도 이해가 간다.

태도가 돌변한 이승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크에게 걸었다.

정말 어둠의 뒷사정이 숨어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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