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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다크 -->
그러니까 다 이 녀석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설계해서!
그렇게 열심히 빡캐리해서…….
짜놓은 BJ데뷔의 완벽한 판이 이 미꾸라지 같은 녀석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아무고또 모타죠? 리심 음파 빗나가고 폐지 줍고 있죠?〉
앞궁극기로 야무지게 잡은 킬각.
파사딘이 적 코리아나를 혼자 잡아버렸다.
반 타이밍 늦게 도착한 리심의 음파는 무빙으로 피했다.
따라붙지만 특유의 기동성을 발휘해 가뿐히 뿌리친다.
그리고 하는 소리가 저 소리.
-와, 어둠 진짜 잘하긴 한다ㄷㄷ
-어둠이 아니라 다크라니까?
-어둠이나 다크나 그놈이 그놈인데
-어둠이라고 밝히면 정지 먹자너ㅋㅋㅋㅋ
100%는 아니고 120%쯤 된다.
얼마 전, 1000년 정지를 당한 어둠이라는 유저.
공교롭게도 나 때는 없던 녀석이라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채팅창에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
온갖 깽판은 다 치고 다닌 최악의 쓰레기라고 한다.
정지를 당하고 더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이게 웬걸?
-어둠=다크 뜻이 같으니 빼박이지
-설마 그렇게 간단하게 지을까?
-실력이랑 말투 봐봐. 누가 봐도 어둠 맞잖아
현재 개인 방송을 진행 중이다.
잠깐 BJ다크라는 사람의 방송을 훔쳐봤다.
본지 얼마나 됐다고 채팅창에 이러저러 의혹들이 가득하다.
유명한 악성 유저가 정지를 먹었는데 아이디를 바꿔서 복귀했다?
마치 눈 밑에 점 찍고 돌아온 아내의 유혹처럼 말이다.
현실에서는 당연히 믿을 리가 없다.
벌써부터 BJ다크는 어둠이 확실하다!
본인이 부임을 함에도 기정사실화가 되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게임사에서는 골머리를 썩는다고 한다.
"참 별별 쓰레기가 다 있네. 내가 보기엔 실력도 썩 없어 보이는데."
-방장 골드 아님?
-ㄴㄴ본캐 있는 건 확실한데 본인이 안 밝혀
-나는 방장이 어둠인가 의심했는데……
-어둠을 실력으로 까는 패기 무엇ㄷㄷ
대리, 패드립 등 온갖 패악을 일삼는 쓰레기 같은 유저지만 실력 하나는 기똥차다.
챌린저 1위를 밥 먹듯이 찍을 정도라고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 유저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할 만하다.
당연히 나에게는 하잘 것도 없는 일이다.
내가 있었으면 1위를 찍지도 못했을 테니.
이 녀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 마디다.
야, 니가 게임을 그렇게 잘해?
옥땅으로 올라와!
어둠이고 다크고 나발이고 간에 후려치고 싶다.
그럴 수 없는 처지라는 게 문제다.
'어떻게 아다리가 맞아도 이렇게 안 맞냐…….'
내 본래 계획은 이러했다.
관심이 쏠려있을 때 BJ로 데뷔해 뽕을 뽑는다.
빠르게 부캐 점수를 올리며 폼을 끌어올리고 적당한 때 밝힌다.
이렇게 착하고, 인성 좋은 BJ유리야남친절대아님이 레전설이다!
레전설에 대한 일부 악소문들이 전부 루머였구나~.
자연스럽게 연결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진짜 이제 롤판은 레전설만 잡으면 클린해질 듯
-레전설 그 새끼 잠수 탔다며?ㅋㅋ
-걸즈데이한테 사고 치고 게임 접은 거?
-그러고 보니 방장이 레전설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항상 클린한 방송을 지향합니다. 제 방송 보시는 분들은 아시잖아요?"
현재 흐름을 봤을 때 E-스포츠판에서 악성 유저들을 배척하고 있다.
지금 이 시국에 쓸데없이 화제를 일으키는 건 자충수다.
군대에 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눈치인 낄껴다.
사람이 낄 때가 있고, 안 낄 때가 있는데 지금은 끼면 안될 때다.
한동안 조용히, 최대한 조용히 있어야 할 듯싶다.
양학 방송이나 하면서 멘탈 정화나 하고 싶은데.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충신지빡이 어서 오고~
-캬 1억 터졌다!
-님들도 1개로 팬갑 하셈ㅋㅋ
-파프리카TV는 건빵이 제맛 ㅇㅈ?
1개든 몇 개든 간에 준 건 고마운데 왜 이렇게 살짝 빡이 치지?
어쩌면 방송 시작이 유리야였던 게 잘못일지도 모른다.
걔가 워낙 잘 받다 보니 상대적인 상실감이 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런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지!
-방장 이번 판 캐리하면 통 큰 추천 간다!
-통 큰 추천 오져버리네ㄷㄷ
-나는 통 큰 즐겨찾기 감!
방송을 한다는 게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구나…….
저런 놈들을 바퀴벌레 밟듯 하나하나 강퇴를 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날이 갈수록 시청자들을 빼앗기고 있어서 문제다.
'다크라는 자식한테 어그로를 지고 있다니.'
화제의 중심을 BJ다크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일으킨 사건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긴 한데 내가 이렇게 당하고 사는 타입은 아니다.
이 부캐를 챌린저까지 찍고 복수를 해야 하나.
그것 자체는 당연히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역시 낄껴가 걸릴 수밖에 없다.
일부 악성 루머를 믿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이제이.
비슷한 놈들끼리 싸운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최소한 화제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한동안은 분을 삭히며 즐겜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즐겜만 해도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만족하나 보다.
그냥 적당한 양학 자체를 좋아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게 또 자존심 문제다.
내가 이래 봬도 겜존심이 강한 편이다.
딴 건 몰라도 게임은 지고 살지 않는다.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채팅 하나가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 * *
게임사와 E-스포츠 협회의 칼 같은 대응!
천만다행 사건의 화재 진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 징계 시점부터 해당 리그 참가 불가 및 실격 처리
- 해당 경기 및 잔여 경기 몰수패
- 상금 수여 자격 박탈
롤챔스에 참여한 선수들에게는 당연하게도 상금이 배분된다.
본선까지 진출한 이상 설사 떨어지더라도 16강 상금이 있다.
그리고 매판 게임마다 소정의 금액을 수고비로 전달한다.
전부 몰수하며 공식적인 경기 기록까지 없던 게 된다.
이후 리그 참가 불가, 그리고 불이익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조금 지나친 중징계라는 우려도 있으나 워낙 죄질이 무겁다.
공식 경기 기록을 삭제한다는 건 나가버린 광고도 취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받은 광고비를 돌려줘야 함은 물론 이미지 저하로도 이어진다.
대회 규정에 의거한 것이기에 문제가 될 소지도 없다.
─마음에 안 들던 놈들 하나하나 정의구현 되네ㅋㅋㅋ
스타크래프트 때는 협회 마음에 안 들었는데
요즘 협회하는 것 보니 정말 속시원하다
누가 봐도 어둠인 BJ다크도 빨리 정리해줬으면^^
└요즘 협회 일 잘함ㅋㅋ
└BJ다크는 진짜 어이 없더라. 낯짝도 두꺼워
└요즘 사건 너무 많이 터져서 정신 없다 정신 없어
협회의 발 빠른 대응 덕에 롤챔스 윈터 시즌은 금세 다시 정상화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성황 리에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승팀이 워낙 뻔하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무적함대라고 불리고 있는 SKY T1 K의 독주.
섬머 시즌, 롤드컵에 이어 또다시 왕관을 차지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직 대회가 진행 중임에도 하도 압도적인 기세를 뽐내고 있어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윈터 시즌은 그냥 또 SKY T1 K이 씹어 먹겠다
테이커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전라인이 다 잘해!
얼밤이랑 불밤은 완전 쩌리 취급 됐고
이 기세면 그냥 전승 우승 찍어도 이상하지 않겠다
└ㄹㅇ진짜로 경기력이 말이 안됨;;
└최소 비등비등한 경기는 나와야 되는데 라인전부터 압살하니까
└SKY T1 K 잡을 수 있는 팀이 나오기는 할까?
SKY T1 팬들에게는 가장 신났었던 2013년의 윈터 시즌이다.
하지만 타 게임단들의 팬들, 순수하게 롤챔스를 즐기는 팬들.
너무 지나칠 정도로 한 팀이 우세해버리니 보는 맛이 살짝 떨어진다.
어차피 결국 SKY T1 K가 이길 거잖아?
다소 뜬금이 없긴 하나 나올 만도 한 말이다.
만약 어둠이 사고를 안 치고 롤챔스에 참전했다면…….
─진짜 테이커VS어둠 구도 나오면서 꿀잼각 됐을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어둠이 쓰레기인 건 맞지만 실력은…… 좋잖아?
괜히 테이커의 영원한 라이벌이라 불리는 게 아니고
솔로랭크 1위를 밥 먹듯이 찍는 것도 아닌데
└네 다음 어둠충
└여기 어둠충 한 명 검거요!
└그런 쓰레기가 대회에 나오면 더 망하지
└솔직하게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ㅋㅋ
최근의 사건으로 이미지는 극한까지 떨어졌지만 실력은 아직도 부정할 수 없다.
새로 만든 아이디인 다크도 어느새 챌린저에 입성해 1위 자리를 노린다.
프로게이머들이 대회에 바쁜 지금 빈집털이를 제대로 하고 있다.
그런 그 인간을 누군가 끌어내줄 사람이 없을까.
그리고 결말이 정해진 대회가 아닌 피 튀기는 혈투!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파프리카TV가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총상금 2000만원! 파프리카TV배 로드 오브 로드 멸망전!〉
2013년의 말, 한국 최대 규모의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 파프리카TV가 이색적인 대회를 발표했다.
한 마디로 프로게이머가 아닌 BJ들이 주인공이 되는 게임 대회.
여섯 명의 유명한 대표BJ가 주축이 되어 팀을 꾸린다.
그런데 그 여섯 중 한 명이 다름 아닌 다크라는 소식에 롤 관련 커뮤니티들이 또다시 들썩인다.
* * *
인생사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아무리 옳은 선택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최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얼핏 틀려 보이는 선택도 최선의 선택이 되는 타이밍이 있다.
자신은 살면서 그 타이밍을 한 번도 어긋낸 적이 없다.
'자퇴는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확실히 옳은 선택이었어.'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한 고급 오피스텔.
금수저가 아닌 이상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턱도 없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다크는 여유롭게 살고 있다.
과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대한 결정을 내린 덕분이다.
고생 끝에 들어간 대학교의 자퇴를 결정.
더 이상 학력과 전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롤이라는 새로운 E스포츠가 자신의 평생 직업이 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도 무조건 잡아야 하는 타이밍이야.'
1000년 정지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징계.
프로게이머로의 데뷔는 커녕 아예 게임 자체를 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프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평생 대리 게임으로 먹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자질구레한 짓이 언제까지 먹힐까.
다음 직업은 이미 정해두었다.
스트리머, 흔히 BJ라 알려진 개인 방송인이 바로 그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플랫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다행히……라기 보다는 처음부터 전부 예상하고 들어갔다.
파프리카TV의 사장, 그리고 회사의 성향이 좋게 말하면 자유롭다.
나쁜 쪽으로 말하면 이득을 위해서는 다소의 부정 행위는 눈감아준다.
자신의 보금자리로는 딱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이해타산적이다.
최근 불거지는 이야기들을 묵인해주겠다며 한 가지 조건을 요구해왔다.
'멸망전이라…….'
멸망전의 대표BJ 중 한 명으로 참가해 달라.
파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기로 한 이상 거절하기는 찝찝하다.
그러한 뒷사정이 있어 결정을 하게 됐으나 개인적으로도 관심은 갔다.
그도 그럴게 지인들과 오랜 연습 끝에 참가한 롤챔스.
다크는 실력의 증명을 위해 언제나 노력해왔다.
대리랭크로 돈을 버는 와중에도 솔로랭크 1위 자리를 과시한 이유다.
그래봤자 솔로랭크는 결국 솔로랭크다.
다크 너는 대회에 나오면 묵사발이 난다.
롤 커뮤니티에서는 실력에 대한 비하가 항상 끊이지 않았다.
논란이 일어날 걸 알고 있었음에도 작정하고 참가한 이유다.
그 결과가 제법 안타깝기는 하나 후회는 없다.
애초에 정지는 언젠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른바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셈이지.'
롤챔스에서 한 차례 깽판을 친 것도 참으로 유쾌했다.
그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지만 뭐 알 바인가.
지인들도 어차피 프로에는 미련이 없다.
전부 BJ로 전향하기로 마음을 맞췄다.
이번 멸망전은 자신들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
전업BJ로서 자리를 굳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우승은 당연한 거고…… 조금 더 이슈가 될 거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자신들이 진심전력을 다한다면 일방적인 학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서야 목표의 크기가 아쉬워진다.
컨텐츠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제시해 달라.
파프리카TV의 운영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 작품 후기 ==========
제 소설에서 다크가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오는데
무협 소설로 따지면 딱 마교교주 같은 겁니다
쓰기 좋은 캐릭터라서 나오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