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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다크 -->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BJ란 직업에 대한 환상.
편하게 방송하면서 꿀 쪽쪽 빨면서 별풍선을 받는, 딱 그런 느낌이 아닐까?
기회가 된다면,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만 한 게 아닐 것이다.
쉬는 동안 파프리카TV 업계의 사정을 대강 알아봤다.
유리야의 방송을 통해 진행한 적도 있어서 실전 경험도 있다.
게다가 마침 데뷔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지난 팡우&도인디 듀오와의 사투 이후 어그로가 상당히 끌렸다.
파프리카TV, 여러 커뮤니티들에서 언급이 나온다.
이 관심들을 그대로 잠재우면 아쉽지 않겠는가?
'정직하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건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짓이지.'
미리 언급을 하고, 관심을 끌어모아서 자연스럽게 방송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내 방송의 시청자가 무려 1200명.
본래 유리야 방송의 평균 시청자 수 10배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쪽 업계에서 하루이틀 굴러 먹은 게 아닌 만큼 관심 이용하는 법은 빠삭하다.
물론 힘껏 쥔 쌀 한 줌처럼 손가락 틈 사이사이로 금세 다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끌어모은 시청자들에게 내 매력을 어필해서 붙잡아 두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지극히 간단한 일이다.
파앙!
유리야가 서포터라는 건 발목에 모래 주머니 채우고, 손은 뒷짐 지고, 혓바닥으로 키보드를 누르는 꼴이다.
그 봉인에서 해방되어 순수 현지인들과 솔로랭크.
도라이븐으로 가볍게 양학을 진행 중이다.
카라락!
대형 도끼를 던져 밀치며 카이팅.
상대 서포터 인어의 물방울을 피해버린다.
바로 탈진을 걸어오지만 맞정화로 칼 같이 풀어낸다.
-?? 뭐지 탈진 0.1초만에 푸네
-캡잭 치비르 보는 줄ㄷㄷㄷ
-도라이븐 숙련도 실화?
포인트가 다소 아깝기는 해도 어필이다.
도인디를 하도 후려팬 덕에 여유가 있기도 하다.
1대2 같은 느낌의 봇라인 2대2 교전을 승리로 이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유리야남친절대아님님이 학살 중입니다!
논란이라는 게 한 번 일어나면 은근히 계속 퍼진다.
아무리 해명을 해도 완전히 잠재우긴 힘들다.
방송을 시작하고 똑같은 질문을 한 120번쯤 들어서 아이디를 개명했다.
"이 정도 슈퍼 플레이면 팬가입 정도는 해주는 게 BJ와 시청자간의 예의 같은데~."
-ㅇㅈ
-방장님 클라스 개지리시네. 본캐 대체 어디세요?
-프로 맞음? 프로 맞냐구요!
살짝 유도 느낌은 있지만 이 정도는 허용 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팬가입들이 올라온다.
신규 방송이라 그런지 확실히 초반 기세가 무섭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충신지빡이님이 50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한손에힘들고님, 별풍선 2개 감사합니다!
한손에힘들고님이 51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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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언질만 줘도 팬클럽 가입은 상당히 잘 터진다.
이 정도쯤 되면 처음 방송하는 나라도 방송할 맛이 나지.
이어진 게임은 유리야라는 족쇄가 없는 만큼 너무 간단하다.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5만큼 획득했습니다.]
[슈퍼 플레이가 승리의 열쇠가 되며 14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시청자들이 당신의 플레이에 놀라움을 표하며 71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얻는 포인트 자체는 짭쪼름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건 언젠가 해결이 될 문제다.
내 현재 티어가 실버 1티어.
이런 심해 말고, 고랭크에 가면 훨씬 더 많은 양을 얻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청자 수에 비례한 추가 포인트가 꽤나 쏠쏠하다.
더 이상 유리야 방송에 빌붙어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실버도 아니다.
─골드 5티어로 승격하였습니다!
정의의 전장에서 소환자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실버 2티어에서 실버 1티어로 가는 걸 승급이라고 한다.
실버 1티어에서 골드 5티어로 가는 걸 승격이라고 한다.
아예 광물의 제질이 달라진 만큼 의미도 깊다.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골드 티어가 돼버렸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리야가 실버 티어가 됐을 때.
별풍선이 미친 듯이 터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내 방송 시청자가 지금 천 명이 넘네?
그리고 마침 소고기가 먹고 싶은 기분이네?
물론 내가 유리야의 10배씩이나 원하는 건 아니다.
'적당히 성심성의 마음만 보여주면 되는 거지 이런 건.'
더블 킬을 땄을 때 이상으로 채팅창이 가득 메워진다.
방송한지 겨우 이틀 째인데 너무 부담스럽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귀여운송아지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귀여운송아지님이 61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팡우는못말려님, 별풍선 2개 감사합니다!
팡우는못말려님이 62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오늘만산다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오늘만산다님이 63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커피중독자님, 별풍선 1개 감사합니다!
커피중독자님이 64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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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터지기는 하는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질보다 양이라는 느낌이다.
진짜로 정확하게 마음만 보여줄 줄이야.
'소고기는 무슨 하루 두 끼로 줄여야 될 거 같은데……?'
현재까지 선물 받은 별풍선 수 89개.
유리야가 받았던 5천 개는 커녕이다.
채팅창이 풍족한 듯 보이는 건 기분 탓이다.
'짤짤이만 오지게 많이 터지네 진짜!'
므음을 즈는 긋드 그믑긴 흔드 그끔은 트슨즉은 긋드 근츦은드.
내 인생 처음으로 어금니를 꽉 깨문 것 같다.
거짓말 안 치고 10개만 터져도 채팅창 반응이 폭발한다.
─메롱메렁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메롱메렁님이 열혈팬이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세상에 10억ㄷㄷㄷ
-애들아~ 큰손 오셨다!
-30개도 안 쐈는데 열혈이네;;
-이 방 어제 처음 방송 시작했어요ㅋㅋㅋ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기는 했다.
그래도 사람인 이상 당연히 욕심이 있지.
10개 쐈다고 10억ㅇㅈㄹ하고 난리가 났다.
약속된 별풍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지만.
─리야바라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리야바라기님이 67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리야바라기님이 열혈팬이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미쳤다 100억ㄷㄷㄷㄷ
-리야방 열혈이 신경 써주네ㅋㅋ
-최저시급은 받고 일하자너~
유리야 방에서 본 분들이 한손 보태고 가셨다.
그릇된 애정을 가진 빡대가리야♡님도 왔다 가셨다.
덕분에 한동안 편의점 도시락은 사먹을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유리야 방은 엄청 잘 터지던데 걔는 원래 시청자 대비 잘 터지는 편이에요?"
-유리야는 여자잖아요……
-그 성별 특!
-원래 여캠은 잘 터져
-파프리카TV는 여자면 반은 먹고 들어야지ㅋㅋ
시청자 수는 10배가 많은데 별풍선 수는 10배가 적네?
가성비가 무려 100배나 차이 난다.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게 죄다.
다음에 유리야를 만나면 일단 이유 없이 한 대 때릴 것 같다.
'그 빡대가리야는 가만히 앉아서 히익히익 헐헐 이러고만 있어도 대기업 연봉을 후려치잖아! 그럼 한 대 정도 맞을 수도 있지.'
대한민국 사회가 예쁜 여자에게 굉장히 관대한 건 맞지만 이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닐까?
기대한 게 많았던 만큼 실망도 크다.
사실 이건 내 계획이 빗나갔기 때문도 있다.
그도 그럴게 생각보다 어그로가, 화제가 덜 끌린다.
'그놈의 어둠 새끼만 아니었어도……'
사건은 사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 *
롤판은 크고 작은 이슈거리 항상 터진다.
그래서 한 번 맛 보면 끊을 수 없는 마약이다.
다른 고인물들과 달리 사건사고의 레퍼토리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챌린저와 브론즈의 듀오는 확실하게 흥미를 모았다.
그 듀오를 깨부수는 역사이다도 탄산이 톡톡 터졌다.
갑작스레 나타난 대형 신인의 정체도 궁금증이 인다.
아예 스케일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사건이란, 사고란 어떻게 터트려야 하는지 제시해준다.
롤판 최고의 악동이자 최악의 문제아로 악명 높은 그 인간.
─살다살다 어둠이 롤챔스 나가는 걸 다 보네……
지금 16강 본선까지 정말 올라온 거 맞지?
계속 이겨서 올라가다 보면……
혹시 테이커랑도 붙을 수 있는 건가?
└그야 뭐 같은 대회에 출전했으니;
└그런 새끼는 규정으로 못 나가게 어케 안되나
글쓴이-그러게. 근데 한 켠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솔직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지. 어둠VS테이커!
아마추어 최고수이자 테이커의 라이벌로 불리는 어둠이 무려 롤챔스에 참가했다.
프로급 아마추어와 진짜 前프로 지인들과 팀을 꾸렸다.
치열한 예선전을 뚫고 롤챔스 16강 자리에 올라왔다.
과연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그의 실력이 대회 무대에서 먹힐지.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던 찰나에 터져버린 초특급 대형 사고다.
─어둠이 직접 말한 오피셜 총정리.txt
롤챔스 프로게이머 중 대리 매물 받는 사람 꽤 있다
파프리카TV BJ들이나 천상계 네임드들도 많다
자신한테 대리 받은 사람도 적지 않다
내가 이거 터트리는 순간 롤판은 스타판 따라간다
핵폭탄 보유 선언ㄷㄷㄷ
└어둠 친가 북조선이야??
└에이, 그냥 뻥카겠지 설마
└갠방에서 목소리 깔고 엄근진 잡던데
└어둠 그 새끼 어그로 끄는 거 한두 번도 아니고 흘려들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롤챔스 16강 본선을 치르기 며칠 앞두고 폭탄 발언을 터트렸다.
그 내용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대회 관계자들과 게임사로서는 심히 거슬린다.
거슬리는 녀석을 잘라버릴 건수 하나.
어떤 여성 롤유저에게 물소짓을 하다 딱 걸렸다.
그로 인해 어둠은 1000년 정지의 처분을 받는다.
3013년 11월까지 사용자의 모든 계정이 정지된다.
당연하게도 롤챔스 참가 자격 또한 박탈 당한다.
진짜 문제는 웃지 못할 복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팀어둠 이 새끼들 미친 거 아니야??
스캐너·아모모·나무카이·쇈·트롤킹
대회에서 5클끼리픽 실화냐고
심지어 게임도 제대로 안 하고 오픈하네
└혼모노 미친놈들ㄷㄷ
└방금 TV켰다가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했는데 진짜였어;
└저거 일부러 항의하는 거지, 그치?
└경기는 안 하고 어둠 추모식을 열고 있네…
다시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어둠.
어둠이 빠진 어둠팀은 비공식적인 항의를 하기에 이른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롤챔스 본선 16강에서 트롤링을 해버렸다.
스타판에서 조작 게임 논란이 터졌을 때처럼 롤판 자체가 엎어질 뻔한 스캔들이다.
발 빠른 조치로 어떻게 유야무야 처리가 됐으나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
관련된 사고로 커뮤니티들이 발칵 뒤집어지는데 이른다.
─이 모든걸 전부 어둠이 뒤에서 지시한 거면 미친;
자기 정지 당했다고 화풀이를 이렇게 하는 거야?
최악의 쓰레기답게 트롤도 스케일이 남다르네
뒤처리 어떻게 하려고 저지르냐
└이미 정지 당해서 더 당할 것도 없잖아
└원래 잃을 거 없는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움ㅇㅇ
└프로게이머 대리 사건은 어케 됐지? 그것도 터트렸나?
글쓴이-그래서 요즘 프로게이머들 전부 사리고 있다던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듯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이전에 터졌던 사소한 의혹들?
그딴 거 따질 때가 아니다.
여러가지 사고들이 연쇄적으로, 복합적으로 터지며 쑥대밭이 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얼마 지나지 않아 복귀를 해버렸다?
─파프리카TV 실력파 방송 BJ다크 아시는 분 계신가요?
실력이 정말 어둠 뺨치게 잘하네요!
이 정도로 잘하는 BJ는 어둠 말고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혹시 어둠이 다크인 거 아닐까요?!
└세상에 그런 충격적인 비밀이……
└혹시 CIA에서 오셨나? 수사력 기똥차시네요!
└개뻔하잖아~ 어둠=다크부터가 뜻 같은데
└진짜 잡초 마냥 질긴 자식이다;;
프로 부캐, 테이커 부캐, 애로우즈 부캐, 레전설 부캐 기타 등등.
그런 의혹을 가진 정체불명의 인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미 까맣게 잊고 새로운 화젯거리에 유저들의 이목이 몰린다.
엘리트 가도와도 같았던 BJ데뷔 코스가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 정체불명의 본인으로서는 화가 나겠지만 어쩌라고?
진정 사람을 잘못 건든 게 어느 쪽인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