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61화 (61/443)

###61

<-- 어둠의 다크 -->

BJ대전은 시청자 대리전이기도 하다.

양쪽 시청자들 사이에서 은은한 신경전이 오간다.

라이벌 관계가 아니라 할 지라도 부추김이 있다.

야, 다음 판 가서 설욕하자!

이대로 질 수는 없잖아!

벌써 일곱 번째 만남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현재 스코어 2승 4패.

이번 판까지 진다면 2승 5패다.

심지어 1승이 충신의 트롤링으로 가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는 무참하다.

현재는 진행되는 게임에서조차 팡우는 열렬하게 당하는 처지다.

"아~ 시부레! 여기서 어떻게 저런 귀신 같은 갱킹이 다 오냐……."

-타이밍 뻔했습니다 형님;

-슬슬 구차해지려고 합니다

-근데 상대가 워낙 잘하긴 잘한다ㅋㅋ

도라이븐에 이어 리픈까지 밴 당하자 아예 라인을 바꿨다.

원딜과 미드에 이어 정글.

리심으로 게임을 멱살 잡고 캐리 중이다.

믿고 있었던 도인디조차 이제는 슬슬 못 미더워진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빡대가리야님이 항암치료사도인디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팽팽했던 긴장감은 어디에 가고 이제는 먹잇감 신세로 전락했다.

일곱 번째 게임까지 내주게 되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채로 금일 팡우와 도인디 듀오는 종료.

-도인디 부관참시 제대로 당하네ㅋㅋㅋㅋ

-이건 그냥 유리야 남친이 도인디보다 잘하는데?

-누구지? 챌린저 부계정인가?

-챔프폭도 넓고 미친 거 같은데……

현자 타임이 와버린 팡우 방송의 채팅창에서 온갖 추측들이 오간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도인디는 챌린저란 자식이 왜 캐리를 못하는지.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은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아니, 챌린저란 자식이! 챌린저란 자식이! 왜! 캐리를 못해. 어어!!?!"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던 만큼 그 반동도 크다.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홧김에 내려친 키보드 샷건!

샷건으로 유명한 팡우의 방송 인생에서도 세 손가락에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키보드 알 다튀김ㅋㅋㅋㅋㅋㅋㅋ

-팡우 레전드 하나 추가요!

-극대노ㄷㄷㄷㄷㄷ 애들 사려 무빙해!

-응, 키보드 터져서 블랙도 못함ㅋㅋㅋ

사실 마우스만으로도 블랙리스트는 추가할 수 있지만 그럴 정신머리가 없다.

안 그래도 정신도, 머리도 없는 팡우가 멘탈이 제대로 승천했다.

없는 멘탈 열심히 부여잡고 게임을 했음에도 불구.

완전히 개망신을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대체 왜! 왜! 왜! 챌린저가 지냔 말이야! 세상에 믿을 놈이 하나 없어 정말……."

키보드를 박살내고도 분이 안 풀려서 빠따를 든다.

애꿎은 의자를 야구 방망이로 뻥! 뻥! 뻥!

딱 세 대 치고 숨이 차서 헉헉거린다.

일단 화는 풀린 듯하지만 방구석이 난장판이다.

"키보드 이거 왜 이래? 키보드가 왜 이리 약해!"

-그 정도로 치면 나무 판자도 부러집니다 형님!

-갑분싸잼ㅋㅋㅋㅋㅋㅋ

-키보드 저거 20만원 짜리 기계식 아니냐?

-형님 의자도 상태가 맛이 간 것 같습니닼ㅋㅋㅋ

뒤늦게 후회를 한다고 고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아예 반으로 쪼개져서 하얀 회로까지 보인다.

의자도 등받이의 각도가 살짝 휘어졌다.

이성을 찾은 팡우가 대책 없는 토로를 시작한다.

"쟤 BJ야? 아니야? 어디 사는 몇 살이야?"

-어디 사는 몇 살인지 아시면 바로 담그러 출발하십니까?

-일단 BJ는 아닌 것 같습니다 형님

-그냥 유리야 남친이라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나이가 드신 분들이 화가 나면 신상을 묻는 경향이 있다.

물론 물어본다고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누군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꼭 나쁘게만 생각할 건 아니었다.

-형님, 이참에 도인디 버리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 자식 실실 거리면서 은근히 형님 비하하는 게 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새로운 듀오로 갈아탈 때가 됐습니다

채팅창에서 물타기가 이루어진다.

정작 장본인이 들으면 오열을 할 만큼 억울하겠지만 워낙 실력 차이가 나기도 했다.

화가 난다고 키보드, 의자 때려 부술 때가 아니었다.

"그놈 아이디가 빡대가리야…… 였나?"

-맞습니다 형님. 형님 치고는 대견한 기억력이네요

-그놈도 여자 후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잠깐 방송봤는데 유리야한테 막말하고 난리도 아닙니다ㅋㅋ

"그래? 고놈 하는 짓은 마음에 안 들어도 여성관은 좀 일치하는 점이 있네. 자고로 여자들은 삼일에 한 번씩……."

-형님!!! 그 이상 말하시면 또 정지입니다!

-슬슬 사람답게 좀 사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혹시 형님 인간의 탈을 쓴 개새끼 아니십니까?

BJ팡우의 개인적인 여성관은 그렇다 치고.

아주 조금은 마음에 드는 점을 찾은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친해지려고 마음 먹으면 금세 또 좋은 점만 보인다.

"그놈 어? 롤 잘하면 또 방송하고 서로 도움 좀 받고 그러면 상부상부하고 좋은 거지 크흠……. 생각 있으면 한 번 연락하라고 해봐."

* * *

가뿐하게 승리를 거머쥐며 이견의 여지를 싹둑 잘랐다.

방송이 끝날 때쯤 되자 시청자가 4500명!

유리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황이 없어 해서 방송은 종료했다.

하지만 여기서 마무리를 짓기에는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식사를 했으면 디저트까지 깔끔하게 먹어야지.'

적진 시찰, 초상집 분위기를 구경하러 갔다.

터는 것도 재밌지만 털린 상대의 깨진 멘탈을 보는 게 더 꿀잼이다.

안타깝게도 장본인인 도인디는 빡종.

BJ팡우는 방송감을 극한으로 살리고 있었다.

〈대체 왜! 왜! 왜! …….〉

키보드와 모니터를 때려 부수고 난리가 났다.

이런 게 바로 예능감 있는 BJ라는 건가.

시청자들의 호응이 장난이 아니다.

확실히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보는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겠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라고.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폭력적인 걸 좋아한다.

잠재적인 무의식 중에 그런 게 다 있다.

그런데 조금 어이없는 소리를 해오신다.

〈크흠……. 생각 있으면 한 번 연락하라고 해봐.〉

이런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저 정도로 헌신짝 버리듯 갈아탈 거라고는 차마 생각을 못했다.

BJ팡우의 애틋한 꿈과는 별개로.

'내가 BJ를 한다라…….'

어쩌면 적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 거라고 관심이 상당히 끌렸다.

무엇보다 더 이상 유리야의 방송에서 신세를 지기는 애매하다.

방금만 해도 시청자가 반만 명 가까이 몰렸다.

그 정도로 몰리니 아예 질겁을 해버린 눈치다.

시청자가 많은 게 얼핏 좋은 것 같이 보여도 그렇지가 않다.

내가 유리야의 성격을 아는데 얘는 오순도순 모여서 수다 떠는 타입이다.

저렇게 시청자가 많으면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많으면 채팅창도 자연스레 더러워진다.

'기존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사는 것도 크고.'

한 마디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느낌.

나 같아도 일 끝나고 맥주 한 캔 때리던 놀이터가 동네 초딩들한테 점거 당하면 살짝 화가 날 것이다.

아무리 내가 유리야를 막 대하는 감이 있어도 나름의 선은 넘지 않는다.

게다가 유리야도 마침 쥐똥 만큼 실력이 상승한 참이다.

'인간조무사를 호모에렉투스까지 진화시켰지.'

기존 시청자들이 정확하게 만족하는 선이다.

이 이상 하려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째는 꼴이다.

영장류가 인간이 되는 광경을 목도하는 것도 보람차겠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어그로가 끌렸을 때 뽕을 뽑는다.

당연히 팡우와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봤을 때 그건 썩은 동아줄이야.'

도인디처럼 버려질 일은 하나도 걱정되지 않는다.

비교를 거부하는 실력이 있는데 어딜 감히.

하지만 엮이기가 싫다.

나도 슬슬 이미지 세탁이 필요하다.

BJ로서의 데뷔가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을 때가 왔다.

'잘하는 사람은 항상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더라고.'

좀 많이 잘하다 보니 이것저것 헛소문이 많이 퍼진다.

특히 군대 갔다온 사이에 이러저러 루머에 시달렸다.

최근 군챔스 사건 이후 완전히 피크를 찍었다.

그런데 나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으니 일이 잘 풀린다.

그게 다 세간의 시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이번 기회를 토대로 나 자신에 대해 어필을 할 생각이다.

* * *

한동안 팡우와 도인디의 양학 듀오로 떠들썩했던 커뮤니티들.

기세가 한풀 꺾여버린 이후로 시들시들해졌다.

물론 그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인디 코인 떡락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영혼까지 탈탈 털렸네ㅋㅋㅋ

아무리 롤이 팀운 게임이라도 이건 아니다

심지어 상대는 라인 세 개 번갈아가며 했는데~

└챌린저 망신살 제대로 뻗침ㅋㅋ

└근데 인디가 못했다기 보다는 상대가 잘했어

└프로 부캐 아니면 설명 안되지 않나……?

└프로 부캐설에 나도 한 표!

평균 시청자수 1만 명을 가뿐하게 넘겼던 컨텐츠다.

최근에 들어서는 그 절반도 가까스로 나올 정도다.

버스 듀오의 캐리력 충돌은 확실하게 여파를 미쳤다.

이후 생긴 도인디의 잦은 실수 또한 시청자 감소의 원인이 됐다.

롤판 최대 화제의 몰락.

이라기 보다는 전환이라는 표현이 맞다.

빙수 전문점, 대만 카스테라 등이 그러했듯 뜨는 시기라는 게 있다.

예고돼있던 몰락이 보다 빠르게 찾아왔을 뿐이다.

도인디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쉽겠지만.

─도인디 진짜 그 암덩어리를 열심히 캐리해줬는데

와, 그렇게 열심히 빨아 재꼈는데 부질없다

팡우가 도인디 버리고 갈아타려고 하네

방송 하고 싶으면 지한테 연락 달래ㅋㅋ

└누구? 유리야 남친?

글쓴이-방송에서 대놓고 어필하던 데요?

└도인디 진짜 한 우물만 팠는데 버림 받나

└지가 브로커도 아니고 무슨 BJ데뷔? 오히려 잘됐어 손절해야지

아무리 게임 쪽이 세대 교체가 잦다고 해도 상도덕이 있는 법이다.

충신을 버린 BJ팡우의 행보는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동시에 또 다른 화제를 낳게 됐다.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챌린저를 버리면서 잡고 싶어할 정도일까?

─유리야를 그렇게 갈굴 때부터 복선이었던 거임ㅋㅋㅋ

어지간히 믿는 구석이 있다는 소리지!

봐봐, 유리야 미모에 남자가 어디 한둘일까?

롤 배우고 싶다고 하면 마스터, 챌린저가 줄을 설 텐데

그 경쟁률을 가볍게 무시해버릴 정도면 프로밖에 더 있음?

└ㅇㅈ(엄근진)

└프로 부캐면 문제되는 거 아님?

글쓴이-대법관 납셨네;; 본인 계정이면 문제될 거 하나 없지

└프로면 누굴까…… 그것도 미드, 원딜, 정글을 챌린저급으로 다 잘하는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는 한참 추측들이 오가고 있다.

일단 프로는 맞는 거 같은데 대체 누구일까?

질문이 던져지자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미드 리픈인 것 보니 테이커 아닐까?

-테이커는 오바고ㅋ 도라이븐 하는 것 보면 애로우즈잖아

-어쩌면 허를 찔러서 어둠?

-어둠은 지금 롤챔스 출전했는데 무슨ㅋㅋㅋㅋ

시기가 좋다면 참 좋다.

안 그래도 떠들썩하던 이 와중.

롤챔스도 아직 예선전이라 흥미로운 화젯거리가 없을 때.

현재 한창 이야기가 많은 그 장본인이 출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빡대가리야로 이름이 알려진 유리야의 지인이 BJ데뷔를 선언했다.

모든 것이 설계였다고 한다면 소름이 돋을 정도.

이 이상이 없을 정도의 완벽한 엘리트 코스다.

-진짜 BJ데뷔를 한다고? 그럼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란 소린가?

-아직 모르지. 프로라서 해명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고

-목소리 레전설이랑 비슷하던데…… 혹시 레전설 아닐까

-나도 요즘 흐름 타고 있는 레전설 같다는 생각했었어!

삽시간에 엄청난 관심이 모이며 꿀잼 컨텐츠를 도출한다.

만약 정말로 아마추어라면 대형 신인BJ가 탄생하겠구나.

아니, 싹수가 파란 프로지망생의 탄생일 수도 있다!

여러가지 긍정적인 인식들이 오가던 와중이다.

신인BJ의 데뷔일이 고작 하루 남았을 때다.

그 직전에 터지고 말았다.

롤판의 존망을 뒤흔들어버린 역대급의 사건이.

#빡종- 빡쳐서 방송을 갑자기 종료함

========== 작품 후기 ==========

ㅎㅇㅇ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