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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관참시 -->
인베 단계에서의 1킬은 어느 티어든 심심치 않게 터진다.
오히려 킬을 먹은 쪽이 나대다가 지는 경우도 굉장히 흔하다.
하지만 마스터 상위권 이상의 높은 티어에서는 결정적인 패인으로 연결된다.
높은 수준의 실력자일수록 초반의 유리함.
꿰어진 첫 번째 단추를 잘 이용해내기 때문이다.
하물며 챌린저 유저들에게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항암치료사도인디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 챌린저에서도 상위 점수대에 속하는 실력자 중의 실력자다.
도인디의 구리가스가 궁극기로 시원한 킬 캐치.
적 정글러 마이가 카정을 들어온 순간 낚아 챘다.
-캬 이걸 던져주나요~
-충신지빡이! 적팀으로 가도 영원한 충신!
-블랙을 먹어도 충신이자너ㅋㅋㅋ
어떻게 보면 상대가 무리하다가 던져줬다.
맞는 말이지만 이게 다 미드 주도권이 있었기에 가능한 설계다.
인베에서 점멸이 빠지고 죽고 시작한 리픈.
아군 정글러의 점멸을 쓴 혼신의 갱킹으로 또 잡아 스노우볼을 굴렸다.
누가 봐도 최소 실버급 플레이는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역시.
리심(2/0/2)-형님 진정한 충신 여기에 있습니다
"또 개청자야?! 어쩐지 하는 꼬라지가 사람 같질 않았어."
〈형님, 우리팀에서 리심이 제일 사람입니다.〉
"아, 구래? 갱킹을 안 오길래 못하는 줄 알았지……."
-캐리하고 있던 리심 어리둥절행ㅋㅋㅋㅋ
-자기 라인 갱 안 오면 못한 거임ㅋㅋㅋ
-리심 판단이 옳지. 팡우 키워봤자 의미 없잖아!
-리심이 제일 사람이라는 건 팡우는?ㅋㅋ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도인디를 키우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이전 판에서 팡우 비위 맞추려다가 숙청된 마이.
같은 행보를 걷지 않기 위해서라도 게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하지만 팡우 또한 그렇게 새대가리는 아니다.
낮은 티어 유저들이 정글러한테 징징대는 이유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하나다.
자신이 라인전을 털리고 있기 때문이다.
휘리리리링-!
쏘아진 회오리가 일직선상의 적을 높이 띄운다.
그것도 3초간 충전이 완료가 된 큰 녀석이다.
팡우의 모르피나가 휘말리고 만다.
파바바박!
그 호기를 놓칠 새라 받아먹는다.
상대 원딜러 고르키의 앞부스터!
이어진 폭탄 세례가 종잇장 같은 모르피나를 펑-! 터트린다.
한나의 칼 같은 점멸 호응이 쐐기를 박았다.
"아니, 이게 죽어? 아까는 살짝 뜨더니 이번에는 하늘을 날아갈 기세네……. 버그 아니야?!"
-원래 차징해서 날리면 높이 뜹니다 형님
-제발 대가리에 뇌세포 좀 기르고 사십시오. 한나 한두 번 만나보십니까?
-심지어 전 판에도 만났는데……
-놀랍지도 않습니다. 더 던지십시오 더~
모르피나는 팀파이트에 좋은 대신 몸이 쓰렉귀에 비하면 허약하다.
컨트롤이 좋지 않은 팡우가 잡자 시너지가 안 좋게 튀긴다.
하지만 결정적이었던 건 적 원딜러 고르키의 호응이다.
애매했던 킬각을 귀신 같은 호응으로 잡아먹었다.
리심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개청자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었다.
[전체]고르키(2/0/0)-전판 이즈레알입니다. 『복수』 가겠습니다.
"샹너메거! 개청자 새끼들은 꼭 적팀으로 가면 잘해. 이게 우연이야? 우연이겠어?! 다 저격 트롤하는 새끼들이라니까?"
-전판에 그 앞비전으로 죽어주던 이즈레알ㄷㄷ
-근데 그건 팡우가 먼저 죽어줬잖아
-형님, 솔직히 너무 막 대하긴 했습니다ㅋㅋ
팡우의 귀신 같은 쓰로잉이 균형을 수호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승기가 많이 넘어왔다.
어차피 팡우가 던지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에 반해 상대 서포터 유리야의 한나는 물이 올랐다.
"고뇬 참 견제가 매섭다니까. 성깔 좀 있게 생겼어. 고런 뇬들이 또 침대에선 크흐흐."
-유리야 완전히 순한 양입니다
-형님 그러다 진짜 잡혀갑니다;;
-오늘도 깜방의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괜히 가장 높은 파비에서 일비까지 수직 낙하한 게 아니다.
발언 수위를 잘못 조절하다가는 이제는 영구 정지.
방송을 못하는 수가 있다는 걸 팡우도 안다.
"는 드립이구요~! 확실히 숙련도가 딸리다 보니 조금 힘드네."
〈지금 이 순간에도 승기는 넘어오고 있습니다. 형님이 마스터 키가 되어서 조합이 완성된 덕분입니다.〉
"그러치, 그러치. 롤은 결국 한타고 조합이거든! 라인전 승패 따지는 건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짓이야."
대회든 솔랭이든 라인전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존재감 없는 쓰렉귀보다 모르피나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 판과 달리 한타로 가면 확실하게 유리하다.
도인디의 챔피언은 자드가 아니라 구리가스.
한타에서도, 운영에서도 빛을 발한다.
스플릿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승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넘어온다.
파아아앙-!
무난하게 성장한 도인디의 구리가스.
현재 구리가스는 미드AP로 사용된다.
주문력 계수가 어마어마하게 높기 때문이다.
벌어진 용한타에서 두 개의 술통이 작렬하며 적진을 술통 바다로 만든다.
─더블 킬!
그 광역딜에 휩쓸린 적들이 추풍낙엽.
부랴부랴 도망가는 적들을 추격한다.
물론 승리의 공로는 엉뚱한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모든 액티브 아이템 사용이 흐르는 장강의 물결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한타에 쐐기를 박은 건 형님이십니다.〉
"그러취이-! 이 맛이지. 싹~ 쓸어담는 손맛이 내가 소싯적 30cm짜리 광어를 낚았을 때랑 비슷해."
-팡우가 한 거 1.블랙 실드 2.슈렐리야의 망상 3.빗나간 점멸 속박
-형님 그래도 안 죽은 게 어딥니까? 많이 발전하셨습니다~
-근데 이게 어떻게 실버 게임이야ㅋㅋ
한타의 진형 하며 섣불리 들이대지 않는 모습까지.
용 한타는 분명 쉽게 무너질 것이 아니었다.
도인디의 정확한 스킬샷 활용이 열쇠가 되었다.
사실상 승패가 정해졌다고 확신하고 있던 그때.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진짜 정상급의 실력자일수록 불리한 상황에서 바늘과도 같은 돌파구를 찾아낸다.
롤 유저들이 테이커라면…….
9할 이상 넘어간 경기조차 혹시나를 바라게 되는 이유다.
레전설은 아직 게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 * *
솔로랭크를 많이 하다 보면, 그리고 잘하다 보면 득도를 하게 된다.
있어 보이는 표현을 썼을 뿐 사실 별 거 없다.
그저 상대의 구멍을 후벼 파는 능력.
'정상적으로 가서 이길 게임이 아니야.'
하지만 못 이길 게임도 아니다.
그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좀 비벼버릴 필요성이 있지.'
재료가 이 정도면 웬만큼 비벼서는 안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원래 비빔밥은 뭘 넣어도 대충 맛이 난다.
진짜로 냉장고 반찬 아무거나 5개 뽑아도 요리가 된다.
한국 요리의 신기한 점 중 하나인데 아무튼……
재료의 비율과 손맛을 맛깔나게 가미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요리사, 버스 기사의 역할이다.
'저쪽에서 보조 요리사를 구하면 더 쉬워지는 거고~.'
포탑을 깨고 집에 간 척 대기하고 있었다.
적 탑라이너 파이어뱃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미니언을 먹고 싶을 테니 당연하다.
코앞까지 온 순간 .
쿠웅!
부쉬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스턴.
이어진 평캔의 콤보는 처음 보는 광경일 것이다.
순식간에 파이어뱃의 체력바가 갈려나간다.
[전체]파이어뱃(2/1/3)-헐 리픈 누가 키움?
[전체]고르키(3/2/1)-님이 더 잘 컸는데;;
당황한 파이어뱃이 고스란히 킬을 내준다.
원래 챌린저는 데미지 +50% 추가 버프가 있다.
'대충 비슷한 느낌이 정말로 있긴 해.'
실버 티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콤보의 속도다.
아무리 성장을 잘하지 못했어도 파일럿이 나다.
한 명 자르며 스플릿을 이어나가자.
하아!
상대의 포위망이 좁혀진다.
리심이 음파를 던져 내가 빼지 못하도록 견제.
그리고 뒤에서는 모르피나와 원딜러 부시안이 다가온다.
'점멸로 도망을 가는 것보다야…….'
게임을 비비기 위해서는 일단 시간을 끌어야 한다.
서로 힘이 엇비슷해지는 시점까지 어떻게든.
리스크를 지는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쿠!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실버 게임이 아니다.
파이어뱃처럼 순진하게 당해주지 않겠다.
리심이 와드 방호와 함께 점멸 궁극기.
벽을 향해 차버리며 풀콤보를 때려박는다.
반항의 여지를 주지 않는 날카롭고 정확한 판단이다.
최소 다이아 티어 이상의 실력자.
멀리서 쏟아지는 부시안의 궁극기가 숨통을 조인다.
〈세나찡 복수다!〉
이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은 티어일수록 더욱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상대의 체력이 낮으면 방심을 한다.
노려야 할 대상은 하나.
챠락, 챠작!
멍 때리던 모르피나가 순식간에 썰린다.
스턴 이후 이어진 두 번의 평캔.
뒤늦게 점멸을 쓰지만 타들어 간다.
팡우의 모르피나라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줄 알고 있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2대1의 교환.
숫자 이상의 큰 가치를 가진다.
롤은 실시간 게임임에도 턴제 게임 같은 특성을 지닌다.
상대는 스펠과 궁극기가 너무 많이 빠졌다.
한동안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기 어렵다는 소리다.
물론 구리가스라는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딱 봐도 도박 같은 짓을 할 녀석이 아니야.'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녀석이다.
성향에서 미루어 짐작했을 때 한타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한타로 가는 흐름을 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적에게 당했습니다!
한 번, 두 번 반복될수록 시간은 착실하게 끌린다.
시간은 이쪽의 편.
하지만 상대라고 언제까지 당하지는 않는다.
'모르피나도 파이어뱃도 주의령이 떨어졌겠지.'
물론 주의령이 떨어졌다고 사릴 수 있다면 애초에 그 티어가 아니다.
사리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 실력이 있는 사람.
이~쿠!
역시나 느낌이 있었던 대로 상대 리심이 날카롭다.
내가 떨어진 순간을 노려 이니시를 걸어왔다.
아군 탑라이너 네네톤을 배달해 일단 후려친다.
탱커한테 거는 것은 당연히 최악의 판단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한타를 열어야 한다.
그 취지에서는 옳은 판단이기도 하다.
이니시가 별로더라도 싸우기만 하면 자신들이 이기겠지.
상대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온 패들을 부딪힐 시간이다.
챠락, 차작!
네네톤을 먹이로 던져주고 앞라인을 적당히 갉아먹는다.
그러다가 타이밍을 맞춰 훅 들어간다.
노리는 대상은 당연히 구리가스.
쿠웅!
이에 걸려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차이를 좁혔다고는 하나 여전히 압도적인 열세.
무엇보다 상대가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게 크다.
온갖 스킬이 쏟아지는 와중 역전의 역지를 노린다.
"빡대가리야!"
결코 화 내는 게 아니다.
내가 좀 말이 짧은 감이 있다.
상대가 알아서 알아듣기를 바라는 편이다.
혼잡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용케 알아들었다.
사라랑~!
한나의 궁극기 산들바람에 의해 체력이 차오른다.
그리고 진짜는 구리가스의 배치기를 밀어낸 것.
한 번 더 프리딜을 넣을 시간을 벌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참으로 대견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군 서포터가 드디어 깍두기가 아니다.
적어도 스킬쿨은 돌릴 줄 아는 총각 김치가 됐다.
'그래서 매력이 없는 건가…….'
아무튼 유리야의 힐과 실드를 받고 카이팅한다.
챔피언 한나의 실드는 공격력을 증가시킨다.
AD인 리픈과는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열세를 뒤집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성장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상대의 주도로 열려버린 한타.
내가 잡히자 나머지 아군들도 잡히며 마무리되는 그림이다.
적은 나만 잡으면 이기는데 반해, 나는 너무 할 게 많았다.
아쉽게 죽기는 했으나 치명적인 실수가 한 가지.
상대는 나에게 지나친 과투자를 해버렸다.
[전체]마이(3/5/1)-형님, 이 순간을 기다려왔습니다……
마이라는 챔피언은 가진 바 악명 만큼이나 폭발력이 있다.
활약할 수 있는 판만 깔리며 어마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사샤샤샥-!
나를 잡고 방심해있던 상대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스킬도, 스펠도 전부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 상성으로도 밀린다.
써컹! 써컹!
아무리 파일럿이 잘해도 기본적인 상성은 무시할 수 없다.
궁극기도 점멸도 빠진 구리가스.
둔화 무시인 마이에게는 제주도 흑돼지 만큼이나 맛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마무리……!
[전체]마이(6/5/1)- 형님, 다신 정글 못한다고 개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사람 새끼 아닌 건 언제나 형님이십니다. 그리고…… 저는 형님의 충신답게 이제 물소로 전직하겠습니다
이전 판에 호되게 욕을 먹었다는 마이가 분풀이를 제대로 한다.
그리고 쓸데없이 유리야의 팬으로 전향한다며 당당하게 물소 선언을 해왔다.
아무튼 전혀 예상치 못한 제3방향의 결말…… 은 아니다.
애초에 합류를 했으면 트리플 킬을 하는 건 나였을 테니.
똥 폼 잡는 주인공 자리는 잠시 내줬지만 캐리를 한다는 결과까지 바뀌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