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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관참시 -->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224만큼 획득했습니다.]
[現챌린저 유저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슈퍼 플레이가 승리의 열쇠가 되며 892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도합 2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당신의 플레이에 놀라움을 표하며 2181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겨우 놀라움?'
임팩트가 살짝 부족하긴 했다.
봇라인에서의 두 번의 슈퍼 플레이.
이후 게임이 원 사이드하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과시를 하고 싶어도 할 구석이 없었다.
단순히 대가리 찍는 거라면 많이 했지만!
특히 마이가 주제 파악 못하고 계속 대들다가 죽었다.
'원래 티어 낮은 애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긴 해.'
어? 원딜이면 암살자인 나한테 죽어야 하는 거 아니야?
잘하는 원딜은 상성 따위 타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롤은 결국 원딜러의 세상이다.
크는 과정이 많이 힘들어서 그렇지.
그 과정을 도라이븐이라는 챔피언이 가진 특색으로 뛰어넘었다.
그런데 다시 하기가 힘들어졌다.
-도라이븐 잘렸다ㅋㅋㅋ
-이걸 저격한다고?
-우리 리야의 한나도 저격해주지!
-나도 리야 팬이지만 그건 좀 밴 낭비……
확실하게 캐리력 차이를 찍어누르며 게임을 끝냈다.
그 여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반신반의했다.
로드 오브 로드 고랭크 유저들 특유의 똥고집이라는 게 있다.
'상당히 실리를 추구하는 녀석이네.'
가오가 몸을 지배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면 절대 밴 안 했다.
씩씩 거리면서 어금니 꽉 깨물고 흐느드 은 쁙츴그든요?
머리에 피가 쏠려서 어떻게든 다음 게임 이길 생각만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대가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 세트에서의 압도적인 승리.
심리적으로 활용할 거리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좋을 듯하다.
'뭐, 그런 거 안 해도 이기고도 남지.'
다른 원딜 챔프들도 충분히 숙련도가 있다.
부족하다고 해도 도라이븐처럼 배우면 그만이다.
그럴 수 있는 포인트를 다량 소유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괜찮은 척 하는 타입은 단단한 멘탈을 한 번 깨줘야 제맛이거든.'
이건 단순히 내 개인적인 취향.
성격이 나쁜 거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원래 남자들간의 세계는, 특히 게이머끼리는 그런 게 있다.
기회가 있을 때 서로의 눈높이를 알고 가는 편이 여러모로 속 편하다.
"야, 유리야."
〈네!〉
"나 미드 갈 거니까 리픈 잡고 미드라고 그래."
〈헉 원딜 자드도 해요?〉
"미드라고 내가 분명 말했지. 너 일부러 나 빡치라고 그러냐?"
〈아뇨, 아뇨, 아뇨 아뇨. 갑자기 원딜 간다고 해서…… 그럼 저 혼자 봇 가야 되는데요?〉
혼자 가겠냐?
나 말고 다른 현지인이 원딜을 하겠지.
현지인이라고 해도 너보다 수백 배는 잘하는 실버야.
팩폭을 하려다가 최대한 순화해서 돌려 말했다.
'어차피 뭐 상대 봇듀오도 정상은 아닐 거 아니야.'
그 정신 나간 쓰렉귀가 있는 한 최소 터질 걱정은 없다.
아무리 유리야가 못해도 그 양반보다는 솔직히 낫다.
최소한 얘는 뭐 하라고 하면 말은 들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해서 문제지.
-오~ 리픈도 할 줄 아시네
-피지컬 챔프 장인이신 듯ㄷㄷ
-요즘 리픈 좋긴 하지. 근데 잘해야 좋은데……
-도라이븐 할 피지컬이면 리픈도 미쳐 날뛸 듯?
내가 리픈을 잡은 이상 변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대 미드라이너가 챌린저?
그 챌린저 얼마 전에 한 명 잡고 왔다.
그때보다 훨씬 여유도 있는 상황이다.
질 이유 따위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 * *
〈형님 이번에는 팀파이트가 되는 챔피언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야무지게 지린다조아 한 번 조질까?"
-속보 도인디 표정 썩음!
-에바참치 탐켄치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형님 쓰렉귀는 슬슬 놓아줄 때가 됐습니다.
-지렉귀는 솔직히 인간 아닙니다
이전 판 패배의 MVP라고 할 수 있는 쓰렉귀다.
BJ팡우의 성인 지를 붙여서 지렉귀.
정말 지려버릴 정도로 소름 돋게 못했다.
그런 팡우의 에이스 카드는 지린다조아지만…….
안타깝게도 이곳 실버 티어에서는 씨알도 안 먹힌다.
지금 남은 포지션이 서폿이기 때문에 애초에 할 수도 없다.
〈지린다조아보다는 서포팅이 되는 챔프를 해주시는 게…….〉
"상남자 팡우 보고 치졸하게 뒤에서 버프나 주는 기지배 챔피언을 하라고?!"
〈형님이 마더 테레사처럼 든든하게 저희를 후원을 해주시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버프가 될 것 같습니다〉
"크흠…… 뭐, 요즘 세상에서는 남자도 한 번씩 설거지 같은 걸 해야 하는 거니까."
도인디의 필사적인 권유로 모르피나를 선택.
그리고 본인 또한 안정감이 있는 구리가스로 챔피언을 바꿨다.
자드처럼 완전한 하드 캐리 챔피언은 아니나 전력을 발휘한다면 역시 이쪽이다.
-도인디 개빡겜 선언!
-도리가스 나오나요ㅋㅋㅋ
-이건 『진심』이다
도인디는 성격에 걸맞게 안정적인 게임을 지향하는 미드라이너다.
자드는 현재 1티어이기도 하고, 양학에 좋아서 하고 있을 뿐.
주력은 한타 위주인 전통 AP메이지들이다.
그 중 하나인 구리가스.
현재 천상계에서 가장 핫한 미드 0티어 픽이다.
라인전이 센 대신 한타가 좋다는 전형적인 OP의 특성을 지녔다.
실버 티어에서 진지 빨고 꺼내기는 좀 그렇기는 하나…….
이전 판의 과오를 씻기 위해선 역시 초강수를 두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도 이전 판과는 생각이 달랐다.
게임이 시작하고 나서야 확실히 알게 된다.
-미드 리픈!
-테이커충 ㄷㄷ해
-어? 전판 도라이븐이 리픈인데?
-내가 말했잖아. 유리야 남친 리픈 잡았다고!
몇몇 시청자들이 미리 전했던 속보.
정말로 맞라인전이라는 자존심 매치가 이루어졌다.
티를 내지 않았다고 하나 하나도 신경을 안 썼다면 거짓말이다.
안 그래도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이슈를 만들던 중이다.
흐름이 끊기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도인디의 미간이 움츠러들었다.
'라인전을 하는 편이 훨씬 더 깔끔하게 증명이 되겠지.'
이전 판은 어쩌다 천운이 한 번 맞아 떨어졌을 뿐.
다시 한다면 결코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드 라인은 자신의 앞마당.
주제 파악 못하고 들떠버린 상대를 혼찌검 낼 좋은 기회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정상적인 게임이 시작된다면 자신이 패배할 리 있을까.
그런데 그 정상적인 게임이 아니게 되었다.
그 방향이 자신에게 웃어주는 쪽으로.
철컹-!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
팡우의 롤인생.
먼 훗날 그리 기억될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퍼스트 블러드!
인간인 이상 누구나 실수를 할 수가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굴러 떨어지는 법이다.
1레벨에 스킬 함부로 찍으면 안되는데!
시청자들의 훈수가 채 쳐지기도 전에 사건은 일어나버렸다.
"고러치~ 이게 맞아야지! 왕년에 그냥 확 마 동네 참새란 참새는 다 쓸고 다녔던 몸이야~!"
-와, 저게 맞네
-지르피나 ㅇㅈ합니다;;
-너무 정직하게 던져서 오히려 못 피한 거 같은데?
인베 단계에서 정말 뻔하게 던진 모르피나의 속박 구체.
운이 나쁘게도, 팡우 입장에서는 운이 좋게도 맞았다.
그것도 이전 판 호되게 굴욕을 당했던 도라이븐에게 말이다.
리픈의 점멸이 빠지며 1데스.
게임의 시작은 더없이 좋게 열렸다.
그럼에도.
* * *
생각지도 못한 흥행 대란이 되었린 군챔스.
BJ로서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하지만 BJ가 아닌 리픈 장인 꿀통통으로서는 달랐다.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유야무야 덮히기는 했지만…….'
한 챔피언의 극에 오른 장인.
모든 분야 장인들이 그러하듯 당연히 자존심이 있다.
실시간으로 랭킹이 매겨지며, 화두가 오가는 게이머의 세계에서는 더욱 민감하다.
방송감을 살린다면 형님들, 제가 꿀통통 장인 리픈이지 않습니까?
웃어 넘겼겠지만 당시 자신의 상황은 그럴 수가 없었다.
장인의 긍지를 걸고 진지하게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고민만 하다 대답할 시간이 지나가고 말았다.
그보다 훨씬 더 큰 이슈가 터지며 묻히게 됐다.
가슴 한 켠 아직까지도 찜찜함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다음 중 우주 최고 리픈 장인은? 1.꿀통통 2.테이커 3.레전설
-22222
-글쎄, 3?
-매니저라서 어쩔 수 없이 1번……
그렇다고는 하나 이미 보름이 넘게 지난 이야기다.
원래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풍화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보통은 자기 좋은 쪽으로 각색된다.
"형님들! 꿀통통 장인이 리픈인데…… 게임을 잘하는 건 당연히 테이커 센빠이겠지만~ 리픈 가지고 뭐라 하면 내가 섭섭해?"
-나도 골드 말카림 장인인데 숙련도는 마스터급임
-ㅇㅈ이자너~
-레전설보다도?
-리픈은 테이커 아니면 꿀통통이지!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건 웬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어도 남 잘한다고 말하기 싫어하는 한국인의 특성.
특히 게이머들의 세계에서는 평가가 상당히 박하다.
응~ 다이아 아니면 인정 안 해.
뭐, 다이아라고? 브실골플다 모름?
본캐 마스터?? 응 챌린저 미만잡!
진짜로 챌린저? 대리 받았네ㅋㅋ
어떤 식으로든 폄하할 여지를 남겨둔다.
이견의 여지를 사라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롤챔스 우승.
아니, 롤드컵 우승까지 해야 되는데 그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당연히 몇 없다.
대신 꿀통통은 확실하게 이미지 작업을 다져 놓았다.
최소 자신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이견이 없도록.
그리고 그 본인도 이제 대수롭기 않게 여기게 됐다.
'내가 그 정도쯤 못할 리가 없잖아~.'
사실 대부분의 슈퍼 플레이는 눈에 익을수록 평범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테면 쇈의 도발-점멸을 맞점멸로 피하는 것.
처음 대회 무대에 나왔을 때는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폭파시키는 급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오~ 개쩐다 이상의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같은 장면을 계속 보면 감동이나 당황보다는 이성적인 분석이 이루어진다.
꿀통통은 나름의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고 이제는 논란이 터져도 스무스하게 넘겨버린다.
-통통아, 유리야 남친 봄?
-유리야 졸예인데 남친도 롤 개잘한다ㄷㄷ
-방금 도라이븐으로 도인디 머리 찍어버림ㅋㅋ
"타BJ 어그로 그만 끄세요. 그리고 나도 알아. 그분 남친 아니고 그냥 아는 오빠라며?"
이후로 방송은 다시 정상 진행이 되고 있다.
현재 채팅창에 올라오는 어그로들.
최근 소식들에 대해서도 알 만큼은 안다.
"유리야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이쁘기는 진짜 이쁘시더라. 혹시 정말 남친 없으신가?"
-주제를 아시는 편이?
-ㄴㄴ가능성 있다. 유리야 이상형이 롤 잘하는 남자래
-진짜? 통통이 챌린저잖아!
-에이~ 그냥 방송 멘트겠지
물론 원래 여자들 하는 소리가 열에 아홉은 레퍼토리가 다 비슷하다.
저 외모 안 봐요, 사람은 역시 마음이죠!
개그맨이 이상형이라는 여자 연예인 치고 남편이 안 잘생긴 사람이 없다.
하지만 유리야에 한해서는 진짜가 아닐까 하는 시청자 의견이 유난히 눈에 띈다.
-리야 피셜# 게임 잘하는 오빠라고 들어 소개 받았다
"형님들! 여기 있잖아 여기! 게임 엄청 잘하는 오빠 항시 대기 중이야."
-어딨죠? 시력 2.0인데 안 보임
-항시 대기만 하다 끝나겠다ㅋㅋ
-에이, 통통이 그래도 챌린저전데~
남자인 이상 예쁜 여자에게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특히 BJ라는 직업은 여자를 만나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것은 여자BJ들도 마찬가지다.
BJ끼리 사귀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래서.
꿀통통은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출마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기회가 다가왔으니 어찌 탐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속보! 유리야 남친 리픈 잡음
-도인디랑 맞라인 선다. 미드에서ㄷㄷ
-ㅋㅋㅋ롤드컵에서 미드 리픈 좀 봤나 보네?
"뭐? 리픈을 한다고 감히? 리픈 장인 입장에서 훈수충 한 번 갈까요 형님들?"
꿀통통 입장에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다.
타BJ 방송에 가서 어그로를 끄는 것.
보라쪽 BJ도 아니고 안면몰수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수 식탁이 차려졌으니 남자라면 가서 먹어야지!
시청자 의견을 반영하는 척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유리야의 방송을 간 꿀통통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한다.
'아니, 이 새끼 설마…….'
여기 가오가 몸을 지배하는 부류의 인간이 있었다.
#보라- 보이는 라디오. 캠 키고, 게임 안 하는 개인 방송은 대부분 보라로 취급
========== 작품 후기 ==========
근데 요즘은 원딜러의 세상이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