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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58화 (5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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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인디 입장에서는 연장자고 나발이고 팡우 뒤통수를 겁나 세게 후려쳐도 면죄부를 받을 만한 상황이다.

실제 도인디방 채팅창에서는 그런 의견이 나온다.

-인디야…… 제발 팩폭 좀 후려 갈겨줘라

-사회 생활도 정도껏 잘해야지. 완전 시다바리나 다름없잖아

-그렇게 돈이 좋았냐 인디야!

하꼬BJ.

인지도가 떨어지는 BJ들은 방송을 키우는 게 상당히 힘들다.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인당수에 뛰어든 것처럼 재능을 파는 경우가 있다.

현재 도인디와 팡우의 듀오도 비슷한 맥락이다.

팡우가 도인디에게 버스를 받아 티어를 올린다?

마찬가지로 대기업인 팡우의 시청자들에게 도인디는 홍보할 기회를 갖는다.

평균 2~300명 보던 방송이 아예 자릿수가 달라졌다.

현재 시청자 수가 2500명을 웃돌고 있다.

뼈빠지게 캐리한 만큼 얻은 것이 적지 않다는 소리다.

'진짜 목적은 고작 방송 홍보가 아니지만.'

방송 홍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진정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 팡우가 아닌 자신이다.

도인디는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아마추어 고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잘해봤자 결국 아마추어다.

실상 프로의 세계에서 인정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챌린저 상위권까지 자력으로 찍어봤음에도 불구.

지금까지 받은 프로 제의의 수준은 다 고만고만하다.

마음에 차는 조건을 한 번도 제시 받지 못했다.

'어설프게 프로를 할 바에야 차라리 BJ가 나아.'

유명한 상위권 게임BJ들은 웬만한 직장인들 연봉을 뺨친다.

팡우와 듀오를 하며 방송을 키우면 엿볼 수 있다.

동시에 큰 그림이라 함은 캐리력에 대한 어필.

답이 없는 브론즈조차 다이아에 보내줄 정도의 캐리력이다.

이미 점수는 찍을 수 있는 한계치 만큼 찍었다.

자신의 가치를 보다 인정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단순히 잘한다고 인정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캐릭터성, 그리고 파급력.

의도한 대로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떠들썩하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이런 데서 지체될 수는 없지.'

서걱!

서걱!

천천히 미니언 웨이브를 밀며 봇라인을 압박한다.

듀오인 팡우가 그토록 게임을 던짐에도 불구.

홀로 게임을 이겨버리는 마스터 키가 존재한다.

스플릿이야 말로 저랭크의 필승 카드다.

도인디가 자랑하는 운영까지 얹어진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깔린다.

파앙!

도라이븐의 회전 도끼가 튕겨 오른다.

본래라면 보이자마자 두 다이브.

포탑이 있건 말건 잡고 빠져나왔겠지만.

'너무 잘 크기도 했거니와 실력이…… 있어.'

만약 현지인이었다면 아무리 성장을 잘 했어도 상대가 안된다.

자드라는 챔피언 자체가 대인 암살에 특화돼있다.

문제는 상대가 최소 다이아의 부캐라는 사실.

정체를 알기는 커녕 같이 라인전을 선 적도 없다.

그저 직감에 의해 상당히 잘한다.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경계심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무리를 하기도 뭣하고…….'

신중한 성격인 도인디는 판단을 망설였다.

망설이던 판단을 재고할 기회가 생겼다.

* * *

자드라는 챔피언에 대해 숙련도가 오르면서…….

스스로 연습해서 쌓은 게 아니지만 아무튼 알게 된다.

챔피언이 가진 특유의 플레이 방식에 대해서도 해박해졌다.

'한 마디로 스플릿 쇼부를 보는 챔피언이지.'

스플릿 자체는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 방식인 만큼 잘 알고 있다.

내가 자드를 하려고 마음 먹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막상 적으로 만나게 되니 상당히 찝찝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얼마나 위협적인 챔피언인지.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썰리고 만다.

그럼에도.

파앙!

상대의 노림수에 어울려준다.

포탑 밖으로 나가 1대1을 신청한다.

그 도발에 지금껏 우직했던 자드가 움직인다.

구오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 챌린저급의 실력자라면 오히려 알 것이다.

다른 라인의 지원이 없는, 온다고 해도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

순수하게 서로의 피지컬을 겨루는 일기토다.

화락!

자드가 원딜러의 담당 일찐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챔피언 자체가 워낙 신출귀몰하다.

그조차 지금의 나에게는 전부 보인다.

챠라락!

세 줄기로 쏘아진 표창이 교차하는 지점.

스킬샷의 정확도도, 쏘아내는 타이밍도 완벽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하고 교과서적이다.

콰라라락!

앞점멸로 피하며 궁극기로 갈아버린다.

내가 상대의 표창을 의식하고 있듯.

반대로 자드도 내 궁극기를 의식하고 있었다.

예상의 예상을 뛰어넘어 코앞에 붙어버리자 차마 피하지 못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빡대가리야님이 항암치료사도인디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한 끝 차이.

아니, 원래라면 러브샷이다.

점화에 걸린 채 목숨줄만 간신히 붙어있을 뿐이다.

바람의 나라로 따지면 누리의 기원을 세차게 외우고 있다.

-정신병 걸린 일기토ㄷㄷ

-와, 근데 이걸 이렇게 이기나?

-심지어 죽은 건데 미니언 피흡으로 살았어!

-ㄷㄷ원딜러가 자드를 따고 난리 났네

순간순간 생각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다.

뜨거운 차를 마시다 깜짝 놀라서 혀를 떼듯.

뜨겁다고 인지한 순간에는 이미 혀가 알알할 때다.

내가 이겼다고 확신한 순간은 일기토를 마음 먹었을 때였다.

〈헐, 솔킬 따셨어요? 자드 엄청 무서운데 이기셨네요.〉

"나는 이 와중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니가 제일 무서워. 와드를 박던가, 미드를 견제하던가, 하다 못해 정비라도 하던가. 아무것도 안 하고 봇라인 싸움하는 것만 봤지?"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저 열심히 했어요.〉

-대체 무엇을 열심히 했다는 걸까?

-리야 봇라인 보면서 리액션 열심히 했음!

-들켜서 깜놀한 거 보소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자드 1대1로 딴 거 대박이다. 제압까지 먹었어

상대 기사 운전키를 강제로 빼앗아 내팽겨쳤다는 느낌이다.

스플릿이라는 건 팀이 다 꺾여도 자신만은 꺾이면 안된다.

RPG게임의 라스트 보스가 쓰러지며 아이템을 드롭했다.

제압 골드가 아군에게 배분되며 승기는 사실상 넘어왔다.

물론 이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면 승기 또한 반대.

반쯤 도박 같은 행위였지만 왠지 이길 것 같았다.

'딱히 근거를 대라고 하면 없지.'

근거가 없는 절대적인 확신이다.

설명을 하라고 한다면 이것 밖에 없다.

포식자는 피포식자의 만만함을 알아본다고 해야 하나.

옛날에는 그렇게 말했는데 요즘은 시대가 민감해서 주의해야 할 듯싶다.

* * *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진정한 충신으로 인정 받고 싶다.

그 기상 만큼은 크게 살 만했다.

사샤샤샥-!

마이가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쏘아진다.

그리고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퇴장한다.

정확히 한 대 맞고 뭔가 아닌 거 같으니 도망가다가.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빡대가리야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뒤통수에 도끼가 꽂히며 그대로 승천해버린다.

보고 있던 팀원들의 멘탈 또한 승천한다.

가장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팡우도 정치거리를 얻었다.

"샹너메거! 믿기는 시부레! 니 같은 개청자는 퀵뷰가 아니라 블랙이야!"

-마이 슴만튀 오져버렸다ㄷㄷㄷ

-숙-청!

-그런데 형님이 욕할 처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인디도 못 잡는 걸 현지인 마이가 어떻게 잡아ㅋㅋㅋㅋ

마이가 자기 나름의 암살을 시도하다가 잡혀버렸다.

이미 기울어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소위 말하는 범인 찾기가 시작된다.

"그러고 보면 봇라인에서도 마이가 쳐죽어주니까 이즈레알까지 죽은 거 아니야?"

〈그렇습니다 형님.〉

"개청자 새끼들 치고 믿을 새끼가 하나 없어. 저격하는 팬이라는 자식들이 잘하는 꼬라지를 내가 못 봤다니까……"

-저희들도 형님이 잘하는 꼬라지를 못 봤습니다

-그 BJ에 그 팬인 것 같습니다만

-먼저 퍼블 대주고 도라이븐 괴물 만든 놈부터 족치십시오 형님!

-충신지빡이 여기에 잠들다……

홀로 독무대를 찍고 있는 도라이븐을 이제 막을 사람이 없다.

자드의 궁극기를 풀어주는 금은 장식 머리띠.

옆에서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한나도 인식을 해야 한다.

아무리 못하는 사람이 잡아도 1인분이 쉬운 챔피언이다.

원딜이 잘해준다는 전제 하에.

하도 잘하고, 하도 잘 커서 변수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

개청자 한 명을 빼놓고 나머지 찬성 네 표.

기울어진 게임에 종지부가 찍히고 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건 팡우가 도라이븐을 너무 키워서 답이 없었다!

-그러니까 왜 하필 도라이븐한테……

-형님, 솔직하게 고백하시죠. 도라이븐 패시브 모르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몰랐다.

애초에 브론즈에서 나오는 챔피언이 아니다.

브론즈가 도라이븐 잡으면 도끼가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고 정체성이 사라진다.

"아~ 킬 주면 안되는 거야? 하…… 난 몰랐지. 알았으면 킬 안 줬지!"

-정말 알았다고 죽지 않았을까요? 형님

-너무 기가 차서 변명으로도 안 들립니다

-제발 사람 같이 좀 하십시오. 도인디만 망신 당하지 않았습니까!

도라이븐은 진정한 고수가 잡았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아니, 아예 다른 챔피언이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챔피언 자체가 초하이 리스크 초하이 리턴.

리스크를 넘어서기만 하면 리턴이 말도 안된다.

그 계기를 팡우가 제공한 것이 첫 번째 스노우볼이었다.

하지만 계기가 어찌 됐건 방금 판은 양쪽 기사의 캐리력 차이가 갈렸다.

팡우쪽의 기사라고 할 수 있는 도인디로서는 자존심이 구겨지는 상황이다.

〈형님.〉

"그래, 인디야."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도라이븐만 밴하고, 형님이 조금만 더 사려주시면 제가 캐리를 하기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치, 그러치. 그리고 개청자 새끼들만 없으면 평소처럼 미드&서폿 캐리 각이 달달하게 나오는 거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지금까지 진 판 특징이 전부 개청자가 있었습니다.〉

-당연하지! 개청자가 없는 판이 없으니까ㅋㅋㅋ

-도인디 가까스로 방어했네

-님들 저 저격 큐 잡힘ㅋㅋ

롤 유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국민 컨텐츠다.

매판 저격러가 있으며 저격러는 곧 개청자다.

어떤 유명BJ가 자신이 게임을 지는 이유는 방플 때문이라고 부르짖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패배의 이유는 대충 둘러댔지만 금이 간 자존심까지 다시 붙는 건 또 아니다.

그도 그럴게 임팩트가 워낙 대단했다.

방송에서만 어떻게 화제를 전환했을 뿐.

로드 오브 로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난리가 났다.

─유리야 남친 도라이븐 개미쳤는데 진짜로??

봇 4인갱인데 혼자 세 명 끌고 갔네

심지어 이거 서폿이 잘했으면……

진짜로 다 잡는 각 아니었나?

└한나가 쓰렉귀한테 물리지만 않았어도……

글쓴이-ㄴㄴ그거 말고 한나가 궁으로 자드 밀치고 장판 위에서 카이팅 하면 비빌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에이~ 그건 너무 입롤이지. 헬퍼도 그건 힘들겠다ㅋㅋ

└세 명 딴 것도 아다리가 잘 맞은 거지~

도라이븐을 제대로 하는 유저는 프로를 포함해도 다섯 명이 안된다.

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이 보여주는 임팩트들.

본 사람은 결코 잊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 임팩트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유리야 남친? 다이아가 아니라 마스터 이상 아닐까?

챌린저 2티어인 내가 보기엔 최소 마스터다

마스터 티어 도라이븐 장인 중에 찾아보면 있을 듯?

└내가 보기엔 거의 애로우즈급이던데?

└프로급은 에바 참치고 그냥 킬빨이지~

└도라이븐은 초반 잘 풀리면 원래 무쌍이야

└흠ㅋㅋ 어쩌면 진짜 프로인 걸지도ㅋㅋㅋ

챌린저 티어인 도인디를 확실하게 찍어 눌렀다.

그것이 어쩌다 한 번 뽀록이 터진 건지.

아직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대세 의견.

확인할 수 있는 순간, 부관참시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대기업- 하꼬BJ의 반대말 인기 있는 BJ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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