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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강의 접대 롤 -->
─적에게 당했습니다!
날아온 회전 도끼를 맞고 사망한다.
정작 본인은 전혀 위기감이 없다.
벌써 세 번이나 죽었음에도 영문조차 모르고 있다.
"야, 저게 왜 죽어! 아~ 그래도 쟤 점멸 쓴 거지 애들아?"
-형님, 아무것도 안 썼습니다
-벌써 노안이라도 오신 겁니까?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형님……
사실 팡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어안이 벙벙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임 시간 5분에 4킬을 주워 먹은 도라이븐.
상식을 초월하는 데미지가 펑펑! 터지면 생각지도 못한 킬각으로 연결된다.
적어도 외롭지는 않게 길동무도 신경 써준다.
파앙!
파앙!
도끼를 두 대 맞자 영혼이 빨려나간다.
이즈레알의 체력이 순식간에 반피.
그래도 나는 브론즈가 아니라 실버다!
인증이라도 하듯 비전 반응을 해낸다.
그 자리 위로 밭이 갈리듯 톱날이 콰라락!
─더블 킬!
빡대가리야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도라이븐의 궁극기가 작렬하며 마무리가 된다.
하도 성장 차이가 나니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두 가지 사유가 결정적이다.
-된장 바른 개새끼가 시골에 돌아다녀도 형님보다는 생존률이 높을 겁니다
-된장 바른 개새끼ㅋㅋㅋㅋㅋㅋ
-팡우가 짐승이긴 하지
"쳐내! 쳐내! 샹너메거~ 어디 내 방에서 그런 동물 학대 하는 발언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채팅창에 미친 듯이 폭주하는 지탄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역공을 취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게임의 상황, 그리고 자신의 실수가 변하지는 않는다.
-짐승 그 자체여서 동질감이라도 가지시는 겁니까?
-선비 코스프레 하나도 안 어울립니다 짐승 팡우 형님
-작작 좀 대주십시오. 도라이븐이 지금 형님 마빡 세 대면 쪼갭니다!
보통 킬을 대준다고 게임이 극단적으로 확 기우는 경우는 별로 없다.
팡우가 못하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닌 만큼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상대 원딜이 하필이면 도라이븐.
챔피언 자체가 진짜 또라이 같아서 상대를 죽일수록 강해진다.
킬 획득시 추가 골드를 얻는 패시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벌써 5킬이나 대줬네?
-7분에 VF, 야몽……
-형님이 지금 괴물을 만드셨습니다
-어떻게 킬을 대줘도 하필 도라이븐 같은 녀석한테 대줍니까? 돈을 빌려도 러시 올 캐시에서 빌리실 분입니다 형님은
성장 속도가 기본적인 게임 룰을 위배할 정도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다.
물론 이런 상황 자체가 예삿일이다.
〈형님.〉
"어, 어 인디야. 봇라인이 많이 힘들다. 원딜러가 워낙 꼴통이라……."
〈꼴통은 형님…… 아니, 미드 정글이 캐리하고 있으니 형님은 최대한 버텨주시기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본래 브론즈4이던 팡우가 실버3까지 올라오던 과정.
트롤짓을 했던 게 어디 한두 번일까?
그때마다 도인디가 온갖 생쇼를 하며 열심히 치웠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게임도 그렇게 될 수 있는 양상이다.
봇라인이 싼 만큼 미드에서 멱살을 잡고 있다.
라인전 특화 챔피언 자드로 세 차례 미드 킬.
정글러까지 부리며 소위 미드&정글 격차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일반 실버 정글러였다면 도인디의 오더에 호응을 못했겠지만.
마이(1/0/2)-형님, 저 애청자인 충신지빡이입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어, 우리 충신지빡이 알지 알지! 100개로 팬가입한 충신 아니야?"
시청자가 1만 명이 넘는 팡우의 방송은 특별한 이벤트 매판 준비돼있다.
적팀, 혹은 아군 몇몇은 저격 큐를 돌린 속칭 개청자들이다.
그 개청자 중 한 명이 아군 정글로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물론 개청자는 일반적으로 나쁜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팡우 방송의 시청자들은 태반이 그릇된 애정을 가졌다.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트롤만 아니라면 BJ인 팡우 본인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마이(1/0/2)-저 건빵입니다 형님
"샹너메거-! 아무튼 야무지게만 해봐. 이기면 크흠! 퀵뷰라도 챙겨줄지 누가 알아?"
-세상에 퀵뷰까지ㄷㄷㄷ
-승리가 아주 껄떡껄떡 절실하신가 봅니다 형님?
-평소에도 그렇게 좀 하셨으면 다이아 가셨겠습니다~
퀵뷰라니!
이런 파격적인 대우는 보통 없다.
가깝거나 먼 미래,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해도 김칫국은 잘만 넘어간다.
라인전에서 이미 체면이 구겼으니 게임이라도 이겨서 후일을 기약해야 한다.
〈형님.〉
"어, 인디야. 말해 말해."
〈제가 지금 정글러랑 같이 봇 4인갱 가려고 하는데 연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롤이 미드&정글 게임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봇이 아무리 말려도 강제로 푸는 게 가능하다.
악명 높은 4인 갱킹이 바로 그것.
수 차이가 두 배나 나니 싸우면 질 수가 없다.
만에 하나 상대가 쭉 빼면 타워를 먹는다.
지금껏 팡우와 듀오를 한 횟수만큼 도인디는 지금과 비슷한 양상의 게임을 수도 없이 해왔다.
철썩!
하지만 많이 한다고 꼭 잘해지는 것은 또 아니다.
팡우의 쓰렉귀가 앞으로 나가며 바닥을 쓴다.
심지어 맞히지도 못했다.
이어진 선고도 공기를 잡아 챘다.
누가 봐도 대놓고 갱호응.
이 정도까지 하면 보통 눈치를 채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과가 워낙 화려하다.
이제 와서 이상 행동 한두 개 한다고 티가 나지 않는다.
-역시 타고난 병신이십니다 형님!
-이게 바로 바보 갱호응이라는 겁니까?
-병신 코스프레를 한 게 아니라 그냥 병신 그 자체이시군요!
바보 갱호응이라고 실제로 존재하는 방식의 천상계 갱호응이다.
일부러 상대가 자신을 얕잡아 보게 만든다.
아무리 의심이 되더라도 상대도 사람이다.
킬각을 주면 혹하게 돼있다.
물론 이 연기도 잘하지 않으면 안 속는다.
연기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니 속을 수밖에 없다.
─숨을 곳은 없어!
마지막 점멸 궁극기조차 도라이븐에게 닿지 않았다.
상대가 잘 피했기 때문도 있지만 애초에 스킬샷이 너무 어처구니 없었다.
그래도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이다.
궁극기의 한 각이 상대 서포터 한나에게 스쳤다.
그 대가로 쓰렉귀는 호되게 두들겨 맞는다.
2초도 버티지 못한 채 걸레짝이 되고 만다.
"인디야, 잡아! 저 새끼들 싹 다 잡아!"
〈어떤 게 빠졌습니까 형님?〉
"뭐, 뭐 빠졌더라? 어 그러니까 도끼도 빠지고 평타도 빠지고 아무튼 많이 빠졌어."
〈형님 머리도 좀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캬~ 평타도 빼버리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형님!
-형님 목숨값으로는 충분하지 말입니다
-그래도 다 잡으면 이득 같은데?ㅋㅋ
결과적으로, 정말 결과적으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강가를 따라 내려오던 미드와 정글이 도착했다.
먼저 발 빠른 마이가 궁극기를 타고 진격한다.
─진격에 섰다!
듣도 보도 못한 미친 스피드로 달려들기 시작하면 상대 챔프는 어어? 소리만 연발하다가 순식간에 써컹써컹!
모든 AD계열 챔피언의 기준이자 제작사에서 공인한 가장 밸런스가 잘 잡힌 사기급 챔피언 다운 위용이다.
하지만 그것도 실력이 서로 엇비슷할 때의 이야기다.
사샤샤샥-!
상대에게 파고 들며 순간적으로 무적 상태가 된다.
당황할 만함에도 반응에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오히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그어버린다.
카라락!
대형 도끼를 던져 마이를 일단 밀쳐냈다.
물론 밀쳤다고 해봤자 약간이다.
금세 다시 따라잡을 이동 속도.
그 속도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파앙!
파앙!
회전 도끼를 받을 때마다 쿨타임이 리셋된다.
폭주한 이동 속도가 유지되며 카이팅.
마이는 제대로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한 채 퇴장한다.
구오오…!
아니, 바톤 터치다.
한 타이밍 뒤늦게 따라왔다.
도인디의 자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궁극기를 사용해 도라이븐의 뒤로 순간 접근.
이어진 회전 베기와 표창이 결정타다.
그 결정타가 한 끝 차이로 빗나간다.
콰직!
자드의 궁극기는 3초간 가한 피해량의 일부가 추가로 터진다.
즉, 주력 스킬이 빗나가면 데미지가 시름시름 해진다.
그럼에도 숫자, 정확한 포지션.
킬각까지 엇나가지는 않았으나.
파앙!
콰라라라락!
점멸 판단으로 표창을 피한 도라이븐.
단순히 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려찍는다.
도끼 한 방과 궁극기가 정확하게 한 점을 향한다.
앞서 퇴근각을 잡던 마이가 간 보다가 뒤통수를 쳐맞는다.
─적 더블 킬!
체력이 이렇게 남았으니 안 죽겠지.
도라이븐의 평타 한 방은 어지간한 누킹 수준이다.
진짜 누킹인 궁극기까지 더해지자 글자 그대로 갈려버렸다.
물론 자드가 뒤따라가 마무리한다.
이즈레알도 앞비전을 하며 힘을 더한다.
비슷한 죽음이 닥쳐오리라 생각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항암치료사도인디님이 빡대가리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도라이븐의 궁극기 회전하는 톱날.
이즈레알의 정조준 사격과 비슷한 글로벌 궁극기다.
하지만 한 가지 유별난 특성이 있다.
콰라라락-!
한 번 적을 갈아버리고 되돌아온다.
되돌아오는 위치는 도라이븐의 시체.
이즈레알이 앞비전을 사용한 근처로 말이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트리플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항암치료사도인디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
5초도 안되는 찰나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다.
정리를 하자면 3대2의 교환.
그런데 3을 내준 쪽이 자신들이다.
-개손해입니다 형님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하셨습니다!
-도라이븐 슈퍼 플레이 진짜 지려버리긴 했다ㄷㄷ
도라이븐을 잡기는 했으나 잃은 것이 훨씬 많다.
심지어 미드&정글이 같이 간 4인 갱킹이었다.
모든 것이 팡우의 갱호응으로부터 시작했다.
"아니 시부레 거길 왜 가 거길!! 이즈레알 이 새끼 라인전 때부터 사람 새끼가 아니었다니까?"
-짐승 새끼인 건 형님이십니다
-퍼블도 형님이 내주셨지 말입니다?
-좆같이 못했으면 양심이라도 좀 챙기십시오!
-이건 도인디도 실드 불가능이다ㅋㅋㅋㅋ
4인 갱킹으로 떠들썩했던 봇라인의 분위기가 싸해진다.
누구의 잘못이냐?
일단 내 잘못은 아니다.
팡우가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하지만 이미 범인은 확정됐다.
그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단 한 사람.
〈형님…….〉
"그래, 진기야. 이건 형도 조금 급했던 감이 있었어."
〈어차피 돈도 안 주니까 죽어주면서, 제가 제압킬을 가져가 캐리를 하는 큰 그림. 형님의 설계가 눈부셨습니다.〉
"그러치, 그러치. 역시 챌린저라서 개청자들이랑은 게임 보는 눈이 달라."
-이게 실드가 가능하다고……?
-큰 그림이었자너ㅋㅋㅋㅋㅋ
-진짜로 이제 돈 안 주긴 하니까ㅋㅋㅋ
연속으로 4데스를 해버리면 127골드 밖에 안 준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것보다도 더 안 준다.
가치가 미니언 이하급으로 전락한다.
물론 꿈보다 해몽이지만 확실히 나쁘지 않은 전략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없던 전략의 창조주.
도인디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끊김이 있을 만도 한데 너무 자연스러웠어.'
챔피언이 킬을 잘 먹고 잘 성장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
잘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잘 커서 나온다.
다이아급 도라이븐이라도 판이 짜여지면 해볼 만한 플레이다.
그런 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기세라는 게 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도인디는 상대에게서 꺼림칙한 기운을 느꼈다.
단순한 양학이 아닌 진심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 * *
"야, 내가 궁 바로 쓰라고 했지?"
〈썼어요. 저 듣자마자 바로 썼어요!〉
유리야가 되도 않는 변명을 해온다.
옛날에 우리 본가에서 처음 대형TV를 샀을 때.
전원이 들어오는데 농담이 아니라 한 5초 정도 걸렸다.
딱 그 느낌이다.
한나의 궁극기가 보다 빠르게 분출됐다면.
적을 밀어내고. 힐을 받으며 어떻게 카이팅할 각이 나왔다.
사실 그런 슈퍼 플레이는 기대도 하지 않는 게 타당하긴 하다.
'그래, 유리야한테 거기까지 바라는 건 에바참치긴 한데.'
에바참치긴 한데 죽었다는 사실이 참 묘하게 화가 난다.
봇라인을 터트렸다고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RPG게임에서 라스트 보스를 쓰러뜨려야만 엔딩이 나오는 것처럼, 이번 게임에서는 자드를 찍어 눌러야만 승리를 취할 수 있다.
물러섬 없는 정면 돌파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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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흐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