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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56화 (5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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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강의 접대 롤 -->

운명의 순간.

아니, 당사자들에게는 자그만 이벤트나 다름이 없다.

그도 그럴게 도인디는 당장 프로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챌린저다.

아마추어 고수들 사이에서도 그 전망이 손가락에 꼽힌다.

고작 실버 티어에서 패배할 실력자가 아니다.

물론 족쇄를 달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이 난다.

-챌린저가 잘하는 줄은 알았어도 이 정도라니……

-매판 최소 3인분은 해버리네ㄷㄷ

-브실골플 무시할 만도 하다;;

그리고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도인디를 포함해 날고 기는 고수들과 게임을 한두 판 한 게 아니다.

아재BJ 팡우 또한 나름의 깨달음이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실력의 소유자다.

"크흠…… 상대에 엄청난 실력자가 있다고?"

채팅창, 충신들의 반응을 전해 들은 팡우가 혀를 찬다.

안 그래도 실력이 생각 만큼 안 나와서 욕을 먹던 참이다.

몇몇 시청자들이 매도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저희집 개새끼도 간식을 주면 먹을 줄은 아는데 형님은 어찌 눈앞의 꽁킬도 놓치십니까?

-인디가 판 깔아주면 제발 숟가락 좀 제대로 얹으십시오!

-여캠들 보면서 껄떡댈 시간은 있고 혼자 연습할 시간은 없으신가요?

'거참,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요즘 애들은 인정머리가 없어.'

그래서 최근 진지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요지부동이지만 무릇 BJ이라는 자리가 그렇다.

아무리 잘해도 욕을 먹는 세상에 이보다 더 억울한 직업이 없을 정도다.

도인디라는 걸출한 실력자를 옆에 두는 이유는 버스를 타기 위함…… 이전에 진심 어린 충언을 듣기 위해서다.

"인디야."

〈예, 형님.〉

"형 정도면 그래도 최소 골드급은 되지?"

〈아니 형님…….〉

-인디도 어이 없어서 말 막힘ㅋㅋㅋㅋ

-골드라니…… 자력으로는 실버도 못 가면서

-실버는 커녕 브론즈4도 간당간당합니다. 정신 좀 차리십시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질타가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그도 그럴게 현재 시청자가 무려 1만 2천 명.

2013년의 말, 아직 인터넷 개인 방송이 입지를 다지기 전이다.

아무리 컨텐츠가 괜찮다고 하나 이만한 시청자가 나오는 방송은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다.

그 컨텐츠 양산의 일등공신이자 접대롤의 선구자.

도인디는 역시 뭔가 달라도 달랐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다.

〈골드는 형님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 하시는 겁니다. 형님은 훨씬 더 크게 되실 인물입니다.〉

"허허, 내가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형님의 실력은 이미 챌린저급입니다. 형님에게 부족한 건 단지 호기 뿐입니다.〉

-우리가 인디를 너무 과소평가 했다…… 챌린저는 예상도 못했네

-브실골플다마챌이자너ㅋㅋㅋㅋ

-호기만 있으면 나도 챌린저 가능?

-씹가능!

원래 용기는 본래라면 불가능 여러가지 것들을 가능케 만든다.

적어도 소년 만화에는 그런 장면들이 많다.

당연하게도 현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챌린저의 확답은 용기를 북돋아주기 충분했다.

'크흠! 유리야라고 했었나?'

아재BJ 팡우는 30대 중반의 독신이다.

그렇게 늙은 나이는 아니긴 하나 두 가지.

일단 상판이 한참은 유통기한이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게임판에서 30대는 환갑이나 다름이 없다.

아재는 커녕 반쯤 노친네 이미지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게 아니다.

여캠을 자주 기웃거린다거나.

쓸데없이 여자들한테 껄떡댄다거나.

30대 중반이면 슬슬 혼기를 걱정해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런 팡우의 눈에 비친 20대 초반 여대생 유리야는.

'고뇬 참 파릇파릇하네……. 본인은 아니더라도 젊은 이모 한 명쯤은 있을 거 아니야?'

시청자가 많으면 정보 또한 굳이 검색할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특히 여자 관련해서 관심 많은 것은 팡우만이 아니다.

파프리카TV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BJ랑 여캠을 엮으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형님, 유리야 물건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꼬셔 보십시오!

-김치녀들이 파다한 이 세상에 유리야 만한 진국이 또 없습니다

-소환자의 전장에서 달달~하게 데이트각 한 번 잡아보시지 말입니다

-슬슬 짐승 팡우에서 인간 팡우로 진화할 때가 되었습니다. 호기 한 번 보여줄 시국이 아니겠습니까?

호기.

씩씩하고 호방한 기상.

적어도 남자다움이라면 밀리지 않을 자신이 충만하다.

"거 여자들은 그냥 솔킬 한 번 야무지게 따주면 넘어오게 돼있는 거야. 내 손맛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지 크흐흐."

-역시 형님이십니다. 양심 한 점 찾을 수가 없군요

-여심을 기똥차게 꿰고 있으시지 말입니다

-형님 근데 수위 조절 안 하시면 또 정지 먹을 수 있습니다

-어허! 파비 위의 일비 팡우 형님 말씀하시는데 어딜 감히!

그런 지나친 구혼 활동은 이미 수차례 문제가 되었다.

방송 통신 위원회와 파프리카TV 측에서 경고를 먹었다.

경고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정지 처분까지 받은 전과가 있을 정도다.

그래서 별명이 파비 위의 일비.

파프리카TV에서 가장 대우를 받는 파트너BJ보다 훨씬 잘 나가는 일반BJ다.

팡우 본인이 과거 파트너BJ였으나 정지 처분 이후 휘장을 빼앗겼다.

그럼에도 가장 시청자가 많은 BJ 중 한 명이다 보니 생긴 별명이다.

좋게 말하면 욕망에 충실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글자 그대로다.

하지만 원래 롤판에는 악당이 잘 나간다는 불변의 법칙이 존재한다.

그 법칙에 순응하며 막장 짓을 멈추지 않고 유리야에게까지 손을 뻗으려 하나.

"남친이 있다고? 샹너메거~! 나 때는 말이야. 학생 때 연애는 꿈도 못 꿨는데 요즘 애들은 발랑 까졌어."

-참교육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형님, 요즘은 뺏는 쪽도 있지 말입니다ㅋㅋ

-인생을 젊게 사실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남친 아니라고 밝혀진지 오래입니다. 귓구멍 청소 좀 하고 사십시오 형님

"뭐…… 있다고 해도 그런 기생오라비 같은 자식. 이 팡우의 넓은 가슴에 안기면 다 잊는 거지 안 그래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희 충신들은 언제나 짐승 팡우 형님을 지지합니다

-동네 개새끼 마냥 언제까지 여기저기 껄떡대고 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에 참한 신부감 하나 잡아서 정착하십시오. 형님이라면 가능합니다!

물론 몇몇 개청자들의 과한 부추김 탓도 있을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해도 본인에게 사심이 없으면 나오지 않을 발언이다.

팡우로서는 어쩌면 먼 미래, 행복한 가정까지 바라보는 역겨운 사투를 시작했다.

* * *

언젠가 오리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생각보다 훨씬 우연찮다.

딱히 의도를 한 게 아니었는데 상대팀에 걸리고 말았다.

듀오인 이상 어쩔 수 없는 필연인 것도 맞긴 한데.

'그리고 생각보다 관심이 훨씬 많이 쏠리네.'

-여기가 미래의 안주인 유리야님 방인가요.

-팡우를 아십니까?

-팡우가 미래다☆

-우리 팡우 형님 보기보다 괜찮은 남자입니다. 신랑감으로 부족함밖에 없긴 해도 돈은 많아요!

.

.

.

3~400명을 왔다리갔다리 하던 시청자가 갑자기 자릿수가 달라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이해하고 나발할 것도 없다.

팡우라는 사람의 방송에서 왔겠지.

'듀오라서 무조건 만날 수밖에 없긴 했지만 참 느닷없긴 하다.'

그것도 보통 느닷없는 게 아니다.

팡우의 방에서 넘어온 시청자들이 도배를 시작했다.

팡우업! 거리면서 이해하지 못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해댄다.

〈선배. 팡우가 누구에요? 선배 친구에요?〉

"내 친구가 30대 아저씨겠냐? 다른 BJ."

〈그래요? 30대에요? 30대 아저씨도 BJ해요?〉

-30대 아저씨컷ㅋㅋㅋㅋ

-30대도 BJ합니다! 우리 팡우 무시합니까!

-후퇴하라! 아저씨는 안된댄다!

대체 뭘 바라고 온 건진 모르겠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앞에서 내 실력을 과시할 기회다.

예상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윽고 게임의 시작하며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딘다.

상대와 아군의 조합을 쭉 살펴본 결과.

'도인디라는 녀석은 미드를 갔네.'

확실히 보편적으로 캐리력이 좋은 라인이다.

나도 원래 미드 아니면 정글을 했었다.

하지만 유리야의 조교, 아니 교육 사정으로 인해 교편을 잡아야 했다.

나름대로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대가.

어쩔 수 없이 지금도 원딜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드보다 캐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보편적인 상식의 이야기다.

파앙!

회전 도끼가 쓰렉귀의 머리빡을 찍고 돌아온다.

본래라면 도라이븐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챔피언이다.

챔피언 자체가 CC기가 워낙 많고 맞딜 또한 상위권에 속한다.

'문제는 파일럿이 30대 아저씨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나이가 많다고 게임을 꼭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못하는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더 추해진다…….

아재BJ 팡우는 알아본 바에 의하면 후자.

선고가 빗나가고, 채찍으로 바닥을 쓸고.

차마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대단하시다.

이 정도로 대단한 분을 상대하게 되어 참 어떤 의미로는 영광이다.

파앙!

파앙!

샌드백도 아니고 벽을 치는 것 같다.

샌드백을 때리는 건 의외로 쉽지가 않다.

반동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내지르는 타이밍을 조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초심자들이 잘못 치다가 손목 삐끗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평평한 벽.

살짝 단단하다는 것 외에는 미동도 없다.

지금 내가 때리고 있는 쓰렉귀가 딱 그런 느낌이다.

이윽고 벽에 금이 가며 허물어진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1레벨부터 사정 없이 패버리며 2레벨을 찍자마자 킬각.

유리야의 도움을 받을 것도 혼자서 잡아낸다.

피지컬에 기반한 폭딜이야 말로 도라이븐의 묘미다.

가능하면 원딜러까지 함께 잡고 싶었지만.

'빠르게 버리는 판단을 했구나.'

적 원딜러인 이즈레알은 어이가 없어 혼자 뒤로 내뺐다.

브론즈가 아닌 실버라 그런지 나름 괜찮은 판단이다.

만약 어설프게 응전을 했다면 쓰렉귀와 함께 사요나라.

더블 킬을 헌납하며 묫자리를 세웠을 것이다.

─37스택이 소모되며 122Gold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퍼블 400골드에 패시브가 터지면 122골드를 추가로 얻는다.

원딜임에도 원딜 같지 않은 캐리력.

내가 도라이븐을 선택한 이유다.

물론 이 정도에서 만족할 나도 아니다.

"몸 대."

〈모, 몸이요? 제 몸?!〉

"빡치게 하지 말고…… 타워에 몸 대라고."

유리야를 제물로 더블 킬을 소환한다.

이것이 내가 그동안 찾은 궁극의 해결책이다.

히든 카드고 나발이고 가장 좋은 건 킬 교환이다.

파앙!

타워에 몰아넣고 강제 다이브.

리스크가 전혀 없는 일방적인 이득이다.

유리야는 어차피 깎두기이기 때문에 손해로 안 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53스택이 소모되며 156Gold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원래 세상이 나쁜 놈일수록 더 잘 사는 법이야.'

착한 사람을 천당 가고, 나쁜 사람은 지옥 가고.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그건 죽은 후의 이야기다.

속세에서 일단 잘 사는 게 중요하지 내세는 내세에 가서 생각한다.

〈저…… 저…… 죽었지만 괜찮아요. 그래도 선배가 킬 먹었으니까요.〉

"니가 무슨 비운의 여주인공이냐? 게임에서 죽은 것 가지고 드라마 찍지 말고 아이템이나 빨리 사. 쇼핑을 하루종일 하고 있네."

〈히, 히잉…….〉

-아니야, 방금 잘했어 리야!

-도라이븐 패시브 터졌으니까 이득이지~

-리야 애껴요!

-못된 시누이에게 학대 당하는 유리렐라ㅠ.ㅠ

오해할 수 있는데 내가 절대 유리야를 버림말로 사용한 것만은 또 아니다.

방금의 방식이 정말로 도라이븐을 하는 법이다.

무리를 해서 적을 따면 개이득.

스노우볼을 극한으로 굴리는 챔피언이다.

'그리고 여자들이 게임을 못하는 이유가 있어.'

예로부터 킬각과 무리는 한 끝 차이다.

경험을 해봐야 할 수 있고, 당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하지를 않으니 실력이 제자리 걸음이지.

나와 함께라면 싫어도 강제로 깨닫게 된다.

본인과 시청자들이 원한 대로 실력 상승이 가능하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몸으로 배우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된다.

봇라인을 터트리며 게임을 반쯤 가져왔다 반쯤.

#파비- 파트너BJ의 준말

#일비- 일반BJ의 준말(메이플 표창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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