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55화 (55/443)

###55

<-- 사상 최강의 접대 롤 -->

─실버 5티어로 승격하였습니다!

정의의 전장에서 소환자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네모난 화면의 모니터 건너편.

유리야의 실버 승격이 확정됐다.

나로서는 보기가 한심해질 지경이다.

플래나 다이아도 아니고 실버라니.

가려고 안간힘을 써도 갈 수가 없는 티어다.

하지만 현지인, 만년 브론즈5였던 유리야에게는 감회가 새로웠다.

-리야야 울지 마ㅠ.ㅠ

-드디어 인생 처음으로 실버……

-만년 브론즈에서 탈출했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흐느끼고 있다.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하지만 괜찮다.

기쁨의 눈물까지 싫어할 정도로 망나니는 아니다.

〈저……, 저 진짜 열심히 해서 버스가 아니라 진짜 실버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진짜루 열심히 해서 잘해질게요…….〉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나 보다.

나에게는 그저 어처구니 없을 따름이지만.

적어도 유리야의 방송을 오래본 시청자들끼리는 공감대가 형성되나 보다.

─리야의앵무새님이 별풍선 1004개를 후원하였습니다!

리야야, 앞으로도 좋은 방송 부탁해!

─리야사랑꾼님이 별풍선 1253개를 후원하였습니다!

─리야사랑꾼님이 별풍선 1253개를 후원하였습니다!

리야사랑꾼님이 열혈팬이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약속대로 열혈 들어왔어^^ 약속지켰다~

〈앵무새님~ 별풍선 천사개 너무너무 고마워요. 사랑꾼님…… 제 방송 이전부터 오래 봐주셨죠? 저 사랑꾼님이 열혈 들어오신 오늘을 잊지 않고 실버 유리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별풍선이 미친 듯이 팡팡! 터진다.

하나하나 계산은 못해봤지만 최소 5천 개.

상상도 못한 액수의 별풍선이 실시간으로 터지고 있다.

내가 그때도 생각은 했지만 역시 거짓부렁이 아니었다.

정말로 쏘기로 했던 별풍선을 쏘며 약속을 지킨다.

그 광경을 보고 있기만 해도.

'아, 혈압…….'

나는 군대에서 병장 월급 15만원 받고 개같이 굴렀는데!

심지어 이등병 때는 월급 9만원밖에 못 받았는데!

얘는 앉은 자리에서 5분만에 50만원을 받네?

물론 실버 티어라는 기념비적인 일이 계기가 되었다.

그딴 게 기념비적인 일이라는 게 탄식이 나오지만.

참고로 군대는 허리 빠지는 작업 완료해도 기껏해야 대대장이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하나 돌리는 게 끝이다.

'소규모 작업 같은 경우에는 인솔 간부가 몰래 짜장면이나 패스트푸드 사주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런 꿀작업은 둘 중 하나다.

애초부터 꿀이어서 계산 뿜빠이를 치거나.

진짜 개같이 힘들어서 아무도 안 나가니까 보상으로 사주거나.

그런데 그 보상이 5천원이네?

너는 뒤에 0이 두 개나 더 붙었네?

심지어 힘든 것도 아니고 겨우 실버 티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왜 그 먼 옛날에 남 일 가지고 왈가왈부 하나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냥 이유 없이 꿀밤을 쥐어 박고 싶다.

"야, 유리야."

〈네!〉

"그냥 불러봤어."

〈??? 넹.〉

굉장히 신난 듯한 유리야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고작 실버 티어로 끝을 볼 생각이 없다.

더욱 더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리라.

'애초에 그럴 작정으로 듀오를 한 거니까.'

그런데 하나, 신경 쓰이는 사실이 있다.

사실 나도 BJ에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다.

다만 얼마나 밥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듀오를 하며 이쪽 세계를 약간은 알게 됐다.

'개꿀이었네…….'

맨~날 허구헌날 시도 때도 없이 사먹고 다니는 이유가 있었다.

비단 오늘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엄청 잘 받더라.

물론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을 생각은 없지만…….

BJ를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외국에는 이미 선수 겸 스트리머가 상당히 보편적이다.

나 또한 외국물을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잘될 수 있는 계기가 있을 때의 얘기긴 한데.

'얘 방송이라고 해봤자 고작 3~400명 밖에 안 보지.'

이중에서 내가 방송을 한다고 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갑작스레 노선을 변경하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

일말의 가능성이 엿보게 되었다.

* * *

평균 시청자 1만 여명!

최근 파프리카TV에서 가장 화제가 된 방송이다.

엄청난 시청자 몰이를 하며 1위 자리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도인디와 팡우의 듀오는 현재 롤유저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일 정도다.

아니, 반쯤 국민 컨텐츠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매판 적군과 아군의 절반 이상이 저격일 정도로.

[전체]리심(0/0/0)-형님, 충신입니다. 미드 오십시오. 퍼블 상납갑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전체 채팅이 불이 난다.

여기저기서 자진 신고가 들어온다.

이렇게 어그로를 끄는 경우도 일상다반사.

-ㄱㄱ지금 미드 달리면 꽁킬입니다 형님

-형님 빨리 미드 가십시오

-저거 진짜입니다 제 부캐에요!

"크흠~ 그럼 달달하게 퍼블 먹고 시작해볼까?"

솔로랭크가 솔로랭크가 아니라는 느낌이다.

같은 시간대에 큐를 돌리면 일명 저격이 가능하다.

BJ팡우의 시청자들이 그를 보좌하며 높은 곳으로 이끈다.

그런 훈훈한 이야기는 현실에 없다.

철컥-!

콧노래를 부르며 미드에 간 팡우의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다.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날아온 모르피나의 속박 구체.

보통은 무빙 내지 점멸로 피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브론즈의 수문장.

따라올 수 없는 피지컬의 소유자.

아재BJ 팡우는 설사 알았어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발목이 묵인 팡우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숨어있던 적들이 갑작스레 튀어나온다.

충신으로 위장한 간신, 리심의 음파에 마무리된다.

"시부레 저거 개청자 아니야?!"

-팡우야 또 속냐!!

-아이디부터가 저격러인데ㅋㅋㅋㅋ

-형님 퍼블 달달하게 받아갑니다^^

팡우사냥꾼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뻔하다면 뻔한 속임수지만 실제로 던져주는 사람도 있다.

당연하게도 절대 다수는 따질 것도 없이 낚시.

똥을 2중3중으로 싸고 있음에도 팡우의 연승은 끊기지 않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항암치료사도인디님이 팡우사냥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챌린저 듀오 도인디의 격이 다른 서비스 덕분이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팡우 때문에 학살을 찍어버린 적을 적금 깨듯 수금한다.

현상금을 가져가며 한순간에 게임의 흐름을 역전시킨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팡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마디 불평 없이 묵묵히 캐리한다.

짜증이 날 법한 질문에도 정성껏 대답한다.

"인디야, 미카엘의 그릇을 갈까~ 아니면 슈렐리야의 망상을 먼저 갈까?"

〈슈렐리야를 먼저 가는 편이 한타에는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초간 아군의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한타할 때 콱! 그냥 슈렐리야 쓰면 그제잉?"

〈예, 형님의 슈렐리야의 망상이 전쟁의 끝을 알리는 피날레가 될 것입니다.〉

-저런 드립은 대체 어떻게 떠올리는 거냐ㅋㅋㅋㅋ

-도인디 사회 생활 ㅈㄴ 잘하겠다 진짜……

-군대 가면 이등병 때부터 S급ㅋㅋㅋㅋㅋ

-형님도 슬슬 사람 같이 좀 하십시오!

보는 사람, 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까지 전부 만족시키는 한 차원 다른 접대롤을 선보인다.

브론즈4였던 팡우가 어느새 실버4.

굉장히 사람이라고 자칭할 만한 티어까지 올라왔다.

물론 플레이 자체는 아직 사람과 동떨어져 있지만 도인디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그런데 그 버팀목.

과연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챌린저인 도인디의 캐리력이면 최소 플래티넘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게 대세 의견.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이대로면 정말 레전드 매치 성사되겠는데?

도인디+팡우 VS 유리야+남친?

한 실버 3,4쯤에서 조우하지 않을까?

자존심 강한 두 버스 기사의 숨 막히는 대결……

└빡대가리야 듀오도 벌써 실버까지 올라왔어??

글쓴이-ㅇㅇ오늘 실버 승격함

└에이, 그래도 도인디 챌린저인데 당연히 도인디가 이기지

└브론즈 대결에서 유리야가 이기면 또 몰라ㅋㅋㅋ

조그맣게, 하지만 확실하게 타오르고 있다.

예정된 두 기사의 대결이 서서히 이슈를 모은다.

* * *

그렇게 유별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원래 세상이 다 먹고 먹히는 거야.'

세상사 쌓는 것보다 뺏는 게 더 쉬운 법이다.

당연히 법에 저촉되는 일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법지대.

서부 개척 시대의 아메리카를 떠올리면 된다.

실력이 있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그리고 패배한 자는 빼앗긴다.

유명BJ 혹은, 네임드 유저를 찍어누른다.

그들의 인지도를 강탈…… 아니, 공유한다.

마침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는 했는데.

'이슈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이 기회에 발판을 다져두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프로게이머를 하는 방법.

저요! 저요 저 프로게이머 할게요!

손을 열심히 든다고 될 수 있는 직업은 당연히 아니다.

여느 직업이 그러하듯 커리어가 필요하다.

요즘 시대는 경력직이 우대 받는다.

프로게이머라고 다를 거 없다.

그런데 그 커리어가 내가 생각보다 높은 편이 아니더라.

커뮤니티 반응들을 살펴본 결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안다고 해도 여러가지 입증된 바가 적다.

군대에 있던 2년 동안 많이 죽기는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요즘 애들, 요즘 애들 하는 이유를 한 12%정도 알 것 같아.'

자숙 겸 휴식 기간에 롤판에서의 커리어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요즘 애들을 꺾고서 내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린다.

물론 반대로 패배하는 순간 이만저만 망신이 아니겠지만.

'패배하는 순간 잠수 타야지 별 수 있나.'

유리야랑 연 끊고 다른 사람인 척 세탁해야지.

잠잠해졌을 때 레전설로 복귀하면 된다.

당연히 질 거라고는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야, 유리야."

〈네!〉

"내가 쓸데없이 앞에 나가서 꿈틀꿈틀 대지 말랬지?"

인어를 플레이하는 유리야가 앞에 나서다가 미니언에 길막 당하면서 점멸이 빠지고 돌아왔다.

견제할 줄도 모르면 그냥 뒤에 가만히 있어.

이런 애들을 위해 존재하는 명언이다.

"뭘 하려고 하지 마. 너 뭐 보여줄 거 없어."

〈흐에엥……. 그냥 저는 잘 해보고 싶어서…… 노력한 건데…….〉

-리야야 울지 마ㅠ.ㅠ

-우리 리야 실버에서 적응하기 빡세다……

-확실히 브론즈가 게임할 구간이 아니네ㅋㅋ

실버가 된 이후 유리야가 갑자기 적극적이게 되었다.

내가 집착 심한 여자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견제한다고 나대다가 킬각 다 놓친다.

'아니지……, 아니야.'

카오스 시절부터 확실하게 알고 있다.

못하는 아군, 짐덩어리가 얼마나 족쇄가 되는지.

불리한 게임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만큼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유리야는 분명 변수가 된다.

그것도 안 좋은 쪽,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악재를 나만 가지고 있는 건 또 아니다.

'팡우라는 사람도 어지간히 못하는 것 같던데.'

유리야와 팡우.

어느 쪽이 더 못하는지는 용호상박, 난형난제, 막상막하, 백중지세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렇기는 하나 오히려 못하기 때문에 잘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가능성을 평생 가지기만 한 채 꽃피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유리야."

〈넹…….〉

"그래, 한 번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봐."

〈아뇨, 저 이제 뒤에서 힐이랑 버프만 드릴게요.〉

"그냥 하랄 때 하라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히 지적해줄 테니까."

청개구리도 아니고 하랄 때는 꼭 안 한다.

그래도 내가 시키면 곧잘 또 하는 녀석이다.

'드럽게 못해서 문제지.'

그 부분을 내가 어떻게든 조련시킨다.

일석이조.

장기적으로 본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

유리야 방의 고정 팬층이 유리야의 실력 상승을 원하고 있다.

만족시켜 주면 나중에 내가 방송을 할 때 뭐라도 떡고물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은근히 풍력이 세긴 했어~ 딱히 기대하는 건 아니고…….'

그리고 본 목표.

믿음직스럽지는 못해도 나름 쓸만한 전력으로 키운다.

어쩌면 예상을 벗어난 히든 카드가 될지도 모른다.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개청자- 개+시청자. 질이 나쁜 시청자들을 의미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