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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J유리야 -->
캐리에 강제력을 더해줄 해결책.
언젠가 하려고 마음을 먹어 놓았던 챔피언이다.
생각보다 이르게 잡게 되었다.
파앙!
시원하게 튕기며 올라온다.
출시 년도는 작년 중순.
내가 군대에서 막 일병을 달았을 때다.
챔피언 메커니즘을 봤을 때 딱 감이 왔다.
이건 내 챔피언이구나.
하지만 군인이었기 때문에 별로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패치가 돼버렸더라.
그로 인해 평가도 픽률도 지극히 낮아졌다.
오히려 그 패치 방향이 나랑 똑 맞아 떨어진다.
파앙!
미니언을 내리찍으며 달려나간다.
튕기고 돌아오는 것은 회전 도끼.
붙잡으면 W스킬 광란의 피바다의 쿨타임이 리셋된다.
순간적으로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크게 상승한다.
파앙!
빠르게 달려나가 두 번째 도끼를 내려찍는다.
상대 원딜러 애씨의 머리통에 박힌다.
눈에 띄게 파삭! 가라앉는 체력바.
한 방, 한 방이 강렬한 위용을 자랑한다.
'그만큼 CC기에 약하긴 하지만.'
해결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하나, E스킬 밀쳐내라.
대형 도끼를 던져 상대를 밀친다.
적 서포터 루나의 돌진이 비틀어진다.
파앙!
파앙!
루나가 지킬 수 없게 되자 애씨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내려쳐지는 회전 도끼 세 방에 이윽고.
점멸을 쓰지만 이내 따라잡힌다.
회전 도끼를 서커스처럼 받는 도라이븐.
유체화 이상의 속도가 항시 유지된다.
반 어거지로 따라 잡아 처형식을 집행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동시에 루나의 운명 또한 정해졌다.
이미 템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다.
어설픈 반항은 무의미하다.
방패 치기의 스턴을 정화로 풀며 사요나라.
─더블 킬!
빡대가리야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피지컬만 되면 CC기에 약하다는 단점은 문제가 안된다.
물론 해결이라기 보다는 보완.
명백히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챔피언이 무척 마음에 든다.
─32스택이 소모되며 114Gold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회전 도끼를 받거나 미니언을 처치할 때마다 스택이 적립된다.
말하자면 치킨집 쿠폰 같은 거다.
쌓아 놓으면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몇 달 전 패치가 됐다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본래 출혈 피해를 줬던 패시브가 삭제됐다.
대신 치킨집 쿠폰이 새로 생겼다.
이렇듯 킬만 따면 사은품이 펑펑 들어온다.
-와, 도라이븐 벌써 4킬 먹음
-집 가면 1코어 뜰 듯?
-아무리 브론즈라지만 ㅎㄷㄷ하네
플레이 여하에 따라 성장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원딜러임에도 초중반 솔로 캐리가 가능.
도라이븐이란 챔피언을 선택한 이유다.
〈근데 선배.〉
"잘한다는 말이라면 됐어. 질리도록…… 들어버렸으니까."
〈그게 아니고…… 아이디 좀 바꿔주시면 안돼요?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게 너무 시려요.〉
유리야와 듀오를 하는 계정의 닉은 원래 「전설」이었다.
근데 내가 지금 자숙 기간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 닉네임 변경.
고민 끝에 최근 뜨는 유행어를 선택했다.
채팅창에도 자주 올라온다.
방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됐다.
-빡대가리야 엄청 잘하네요! 물론 BJ 욕한 거 아님ㅎ
-리야 별명이 완전히 정착되고 말았구나……
-유리야 수난 시대 하지마루요!
-빡대가리야~ 입에 착착 붙는다ㅋㅋ
이심전심, 구태여 말을 안 해도 통하는 게 있다.
지난 사흘간 노력해온 성과가 빛을 발한다.
시청자들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찰칵!
그 시청자들의 말대로 1코어가 나온다.
피를 마시는 칼.
아이템 이름대로 피를 마신다.
미니언을 잡으면 공격력이 최대 100까지 증가한다.
하지만 그 진정한 권능은 공격력이 아닌 흡혈에 있다.
파앙!
파앙!
방금 전과 비슷한 구도다.
아군 서포터가 전혀 듬직하지 못하므로 사실상의 2대1.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이제는 리스크 따위 사라졌다.
터엉-!
쏘아지는 루나의 검과 방패 치기를 그냥 맞는다.
아무리 템 차이가 나도 상대의 봇조합이 세다.
체력이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만.
파앙!
파앙!
도끼를 내려치자 뭉텅뭉텅 차오른다.
도라이븐에게 피를 마시는 칼은 딜템이자 방템이다.
억지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무자비한 살육쇼를 가능케 만든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안 그래도 아이템 차이가 현저하던 상황이다.
이제는 코어템 차이로까지 벌어지니 딜교환이 성립이 안된다.
단 2초만에 애씨의 두개골이 쪼개진다.
루나 또한 그 뒤를 따라간다.
한 명 더 지원자가 있었다.
하아!
뒤늦게 온 적 정글러 리심이 음파를 맞히고 들어온다.
브론즈가 던지는 음파 따위 내가 맞을 리가 있나.
일부러 맞아줬다.
브론즈답게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덤벼온다.
파앙!
파앙!
신고식을 제대로 치른다.
회전 도끼 두 대에 반피.
깜짝 놀라 궁극기를 나를 까고 도주한다.
파앙!
바로 점멸로 따라잡으며 가속한다.
W스킬 광란의 피바다는 무한으로 쿨타임이 리셋된다.
물론 리심도 와드 방호를 잘만 썼으면 도주에 성공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와드 방호 1초 딜레이 실화냐?
-브론즈가 쓰려고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줘야……
-캬~ 생태계 파괴 오져버렸다!
누가 브론즈 아니랄까봐 와드 방호는 당연히 실패.
나도 지금까지 이곳 구간에서 한두 판 게임한 게 아니다.
일일이 놀랄 정도로 면역이 없지는 않다.
─트리플 킬!
빡대가리야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유쾌하게 울려 퍼진다.
실력 차이와 더불어 아이템 격차.
하늘과 땅 정도로 나는 만큼 당연한 결과다.
정글이 죽어준 덕분에 포탑까지 수월하게 가져간다.
"야."
〈네!〉
"내가 겸상하지 말랬지?"
〈헉! 바로 뺄게요.〉
상대 포탑을 부수면 주위의 아군이 추가 골드를 얻는다.
근데 두 명 이상이면 어시스트처럼 분산된다.
내가 유리야랑 같이 먹을 짬이 아니다.
홀로 독식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이어진 게임은 그냥 추풍낙엽.
원맨쇼를 찍으며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도라이븐을 잡은 이후 단 한 번의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다.
〈선배!〉
"왜."
〈저 다시 브론즈3됐어요! 승급했어요!〉
"어."
-상남자ㄷㄷ
-대답은 『한 글자』면 충분하다
-리야의 미모조차 무시하는 그는 도덕책……
-그래도 승급인데 축하 좀 해주자~
이따금 오해를 사곤 한다.
내가 절대 유리야를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니다.
유리야가 나로 하여금 함부로 대하게 만드는 거다.
"내가 옛날에 얘를 심해에서 겨우 구출해서 파닥파닥 뛰게 해줬는데……, 지 스스로 다시 시멘트 바닥을 뚫고 내려간 겁니다."
〈선배! 바다에는 시멘트가 없는데요?〉
"뒤질래?"
-그 와중에 현실고증ㅋㅋ
-바다에 시멘트 없는 거 인정이자너~
-승급이 아니라 복구를 한 거니 맞네ㅋㅋ
이미 한 번 올려줬던 걸 지 혼자 미끄러진 거다.
미드에서 캐리를 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짓거리를 하다가.
그걸 다시 복구시켜 준 건데 내 입에서 칭찬이 나올 리가 있을까?
-하긴 승리 당한 건지, 승리한 건 아니니까
-아아 당해버렸다. 『승리』를……
-고생하십니다
-빡대가리야 열심히 하자!
드디어 내가 아는 유리야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채팅창에 흡족한 반응이 올라온다.
물론 그렇지 못한 시청자분들도 계신다.
일부 기존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반감을 사고 있다.
-저기 듀오하시는 분.
"예."
매니저가 나를 지칭해서 말을 건네온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 상당히 고심한 눈치다.
차마 빡대가리야라고 부를 수는 없을 테니까!
-아이디가 놀리는 식인 건 시청자 물타기도 그렇고 조금 안 좋게 비쳐집니다.
"예, 그렇긴 하네요. 인지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도 아이디지만……, 리야가 원래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라 말씀 좀 부드럽게 부탁드릴게요.
나도 인정할 건 인정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 가지 오해가 있는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최선을 다해 부드럽게 하고 있다.
평소 같았으며 진작에 뒤집어엎고도 남을 만한 상황이 셀 수도 없이 있었다.
"일단 오해를 풀고 넘어가자면…… 유리야가 배우고 싶대서 가르치는 거구요. 저도 적당히 못하면 귀찮아서라도 말 안 해요."
단 하나의 거짓도 없는 진실된 마음이다.
얘가 사람 인내심 테스트를 제대로 한다.
그나마 미드나 정글을 할 때는 나았다.
봇듀오를 서게 되니 혈압이 오른다.
도라이븐이 아니었다면 정말 져버렸을지도 모르는 게임.
내가 이곳 브론즈에서 1패라도 할 짬이 아니다.
유리야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물론 스킬을 안 쓰기 때문도 있지만.'
애초에 포인트를 모으고자 하는 거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 마음을 이해하려면 역지사지 해봐야 안다.
그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
"님이 얘랑 한 번 듀오해 보세요."
* * *
─적에게 당했습니다!
〈히잉…… 죄송해요.〉
유리야의 되도 않는 꿈틀꿈틀.
풀리츠크랭커의 뻔한 그랩을 맞고 죽는다.
〈그럴 수도 있죠. 다음 기회를 노려봐요.〉
〈네! 열심히 할게요!〉
듀오를 하시는 매니저분이 괜찮다는 듯 대답한다.
유리야도 해맑게 웃는다.
이윽고 괜찮지 않게 된다.
퍼억!
서포터가 허무하게 죽으면 원딜러도 영향을 받는다.
미니언 웨이브를 몰아서 치는 다이브.
풀리츠크랭커의 주먹이 작렬한다.
연계되는 그랩을 피할 수가 없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 이걸 들어오네…….〉
〈어떡하죠?〉
〈그래도 제가 골드라서 후반 가면 캐리할 수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원딜러의 실력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한타에서는 넣는 딜의 차이가 두 배, 세 배씩 나기도 한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푸슝!
타, 탕!
적팀에게 절대 용을 내주지 않겠다.
이성이 아닌 감으로 열리는 용한타.
적 원딜러 부시안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세나찡 복수다!〉
킬을 먹고 성장을 잘한 만큼 데미지가 무시무시하다.
두다다다다! 쏟아지는 총알의 폭우.
결국 부시안을 막지 못해 한타를 대패하고 말았다.
'나도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는데.'
사실 내 입장에서는 브론즈나 다이아나…….
커피로 따지면 편의점 아메리카노랑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차이다.
솔직하게 맛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근데 이게 또 계속 마셔보면 은근히 나.'
딴 건 모르겠고 씁쓸함이라고 해야 하나.
비싼 커피가 좀 덜 씁쓸하다.
브론즈에서 게임하면서 느낀 건데 나만 부캐인 게 아니었다.
스스로 입을 많이 털기도 한다.
내 본캐가 실버인데~.
내가 골드까지 찍어봤는데~.
실버, 골드 애들이 적지 않게 있는 듯하다.
마침 매니저도 골드 티어.
그리고 유리야라는 해루석급 족쇄.
제대로 된 게임이 성립될 리가 없다.
두 판 연속으로 무참한 패배를 하고 말았다.
-매니저 런ㅋㅋㅋㅋㅋ
-이걸 후퇴한다고?
-그게 아니라…… 한 판 더 지면 강등되실 까봐……
브론즈3 0포인트에서 2연패.
한 번 내지 두 번 더 지면 강등이다.
매니저는 결국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았다.
"매니저님, 아이디는 제가 고민해보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유리야 사람 만들어 놓을 테니."
서로의 입장 차이를 받아들이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인생사 역시 역지사지다.
하지만 한 가지 역지사지를 도저히 못하겠는 게 생겼다.
지금까지 나는 듀오를 한 거지 유리야의 개인 화면은 보지 않았다.
PC방에서 할 때 은근히 보기는 했으나 눈치채기 힘들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져 있었다.
"야, 유리야."
〈네에…….〉
"내가 너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진지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맵리가 왜 이렇게 사람 같지 않은 건지.
말을 해줘도 항상 반응이 한 박자 늦는지.
드디어 그 이유를 반쯤 깨달은 것 같다.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처럼 하고 있었구나~.
"화면을 왜 고정 화면으로 해놨냐?"
〈고정 화면이요? 저 원래 이렇게 게임 해요.〉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그랬어요~. 선배 게임 잘하면서 그것도 몰랐어요? 히히.〉
내 실수를 찾아낸 자신의 대견함에 함박웃음이 나오나 보다.
인정한다.
그리고 반성한다.
내가 유리야라는 인간조무사를 너무 얕봤던 모양이다.
지금껏 해온 이상의 정신 개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의 성격이 안 좋긴 한데
그렇게 엄청 쓰레기는 또 아니에요
재활용은 되는 쓰레기 정도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