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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52화 (5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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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J유리야 -->

규모가 큰 커뮤니티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 한다.

일단 단점.

미꾸라지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운영자가 빠듯하게 관리하지 않는 이상 보통 안 좋은 방향으로 기운다.

인터넷 방송 갤러리의 경우 관리가 거의 없다.

사이트가 개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만큼 장점 또한 명확하다.

정보들이 시시각각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파문이 일었던 BJ유리야의 남친 난입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진짜 이건 남친일 수가 없다……

처음에는 서로 짰나?

의심도 했었는데 이건 아니야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관계네

웬만한 남매 사이보다 더 애틋하다

└상남자여 상남자!

└유리야 불쌍해ㅠ.ㅠ

└근데 방송적으로는 더 날지도

└리야 방송 솔직히 재미는 없었는데 갈구고 나서부터 꿀잼ㅋㅋ

BJ유리야의 남자친구 관련된 속보.

장본인들이 방송을 키고 해명을 했다.

이런 류의 사건은 보통 의혹만 무성한 채 논란이 잘 잠재워지지 않는다.

깔끔하게 결론이 났다.

보면 볼수록 도저히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리야의 합동 방송은 반짝 화제가 되고 있다.

─??? : 어떻게 저렇게 예쁜 여자를 갈궈요?

그럼 반대로 묻겠는데 예쁘면 갈구면 안돼요?

님들이 자꾸 오냐오냐 해주니까 지가 진짜로 잘하는 줄 알잖아!!

형냐 사이다긔ㅋㅋㅋㅋ

└진짜 저렇게 말함?ㄷㄷ

└유리야면 웬만한 여캠 뺨치게 예쁠 텐데……

글쓴이-ㄹㅇ상상 이상이다. 유리야 멘탈 갈리는 중

└물소들 단체로 아봉행ㅋㅋㅋ

사실 게임을 하는 여성BJ들 대부분이 못한다.

조금 많이 심각할 정도로 못한다.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여자는 원래 남자보다 게임 실력이 떨어지는 걸까?

이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틀리기도 하다.

별로 하지도 않고, 잘해질 생각도 없으니까 못하지.

예쁜 캐릭, 아기자기한 스킬들.

그딴 거 하나하나 따지다가 어느 세월에 잘해질래?

인생은, 아니 겜생은 실전이라는 걸 가르치고 있다.

─남자 진짜 순수하게 이기려고 게임하네ㅋㅋ

썸은 커녕 커버쳐주는 것도 없음;

실수하는 순간 칼 같이 갈굼;

유리야 성격에 울지 않는 게 다행ㅋㅋ

└브론즈인데 못할 수도 있지……

└내가 말했지? 유리야는 진성 겜비련이라니까

└그래서 남친은 티어 어디?

└남친 아니라고;

천 명이 넘어가는 시청자들이 몰리며 궁금해 했던 사건.

최소 불미스러웠던 진위 여부는 일단락이 되었다.

인방갤, 그리고 기타 소문을 듣고 온 시청자들이 다시 빠진다.

하지만 한 가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게 있다.

도저히 해결이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빠져나가던 시청자들이 다시 붙들린 이유.

─유리야랑 듀오하는 남자……

생각보다 꽤 잘하는데?

화면에 안 보여서 그렇지 강제 캐리 중ㄷㄷ

1인분도 못하는 유리야 데리고 연전연승 하고 있네

└브론즈 세카이 상당히 혹독할 텐데?

└심지어 유리야 브론즈5ㅋㅋㅋ

글쓴이-유리야 갈구면서 캐리하고 있어ㅋㅋ

└브5는 진짜 혼모노 집합소라 캐리 은근 어려워

단순한 친목 듀오.

해명이 끝나고 빠져나갔던 관심.

예상 이상으로 흥미진진 진행되는 게임에 이목이 쏠린다.

BJ 본인에게는 유감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 * *

가장 놀랐던 사실이 있다.

다름 아닌 유리야가 미드를 한다.

왜 하냐고 물으니 지가 캐리하려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려 했다.

원래 미드를 하기도 했거니와 본인이 한다는데 뭐.

어지간히만 하면 말을 안 하고 싶었다.

"야, 유리야……."

〈네!〉

자신만만한 쾌활하게 대답한다.

현재 유리야의 KDA 1킬 1데스 2어시.

지금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너 미드 대체 왜 하냐?"

〈저 괜찮게 하고 있지 않아요……?〉

KDA만 보면 정상인이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야 한다.

내가 지금 정글을 잡고 있다.

아군 정글러가 혼자 양학하고 있는데 미드가 못하면 그게 사람이냐?

"백업도 안 오고, 딜교도 밀리고, 심지어 블루 먹으러 오는 것도 늦고!"

〈저, 저 그래도 나중에 왕귀해서 한타 캐리할 수 있어요!〉

심기를 건드리지만 영 틀린 말도 아니다.

유리야가 하고 있는 럭키라는 챔피언.

뚜벅이인 데다 로밍도 별로 안 좋다.

한타를 보고 하는 챔피언이 맞다.

그렇기는 한데.

"니 지금 CS 몇 개인지 알아?

〈지금 서른 여덟 개요!〉

"시간은?

〈9분 18초……?〉

나도 웬만하면 방송이니까, 내 목소리가 지금 시청자들에게 나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BJ인 유리야의 체면도 살려주고자 했었다.

개뿔이 체면 이전에 양심이나 좀 챙겨라!

"왕귀는요 니 대신 CS 주워 먹고 있는 포탑이 하겠죠. 한 번만 더 미드 한다고 하는 순간 모가지에 초크슬램 날릴 테니 그렇게 알아라."

〈흐에에엥…….〉

-포탑 왕귀설ㅋㅋㅋㅋㅋ

-포탑이 리야보다 CS 더 잘 먹긴 했어

-나도 진짜 한 마디 하고 싶었는데 컄ㅋㅋㅋ

몇몇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듯 이게 진짜 보는 입장에서 보통 빡치는 게 아니다.

CS 막타를 그냥 톡톡 치면 되는 걸 톡톡 안 치고 툭툭 쳐서 후두둑 흘리는 순간 화가 난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많이 쳐먹으면서 게임에서는 단식 투쟁을 쳐하고 있네."

-유리야 많이 먹어요?

-유리야 43kg라 들었는데

-에이,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어요. 저 호리호리한 몸에

얼마나 먹냐고?

내가 유리야랑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내 군생활 최고의 흑역사를 써내렸던 시절에 밥을 사줬다.

아무리 군인 형편이라도 관심 있는 여자에게 쓸 돈이 아깝지는 않다.

더치 페이도 사귀고 나서지, 사귀기 전에는 한턱 쏴주는 게 예의다.

예의 지키려다가 파산할 뻔했다.

"그 이후로 내가 예의를 안 지켜. 내 성격은 다 니 때문이야."

〈원래부터 그랬다고 선배들이 그랬는데…….〉

아무튼 그때 내가 똥폼 좀 잡냐고 소고기 집을 갔었다.

여자애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

소를 한 마리 해체하는 줄 알았다.

살짝 과장이긴 하지만 기분만 따지면 틀리지 않다.

"그러고 보니 너 체중 관리 대체 어떻게 하냐? 하는 꼬라지를 본 적이 없는데."

〈행복해 하면서 먹으면 살이 안 쪄요!〉

"그래? 앞으로는 좀 찌게 해줄게."

그냥 스트레스 받으라고 하는 소리가 얘는 좀 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떡대가 없으니까 내가 너를 갈구면 학대하는 그림이 그려지잖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부 불편을 갖는 시청자도 있었다.

-우리 리야 그러다 깨져요…. 유리처럼 섬세하게 다뤄주세요.

일반 시청자라면 무시를 하겠지만 열혈이다.

나도 파프리카TV의 방송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대략적으로 안다.

빨간 마크가 박혀있는 열혈 시청자는 별풍선을 많이 후원해주신 분이다.

그만큼 BJ의 입장에서 무시하기 힘든 존재.

나라고 친애하는 후배의 방송을 망치고 싶지 않다.

이미 많이 망쳐 놓은 감은 있지만 최소한의 선은 지킨다.

"열혈님, 제가 유리야를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는 방탄 유리로 개조해 놓을 테니 마음 푹 놓으세요."

-상남자ㄷㄷ

-결국 깨지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ㅋㅋㅋ

-리야님 저런 남자랑 절대 사귀면 안돼요! 진짜 나쁜놈이네

-원래 나쁜 남자가 인기 있는 거임ㅋㅋ

정글을 했던 게임은 이내 마무리가 되었다.

브론즈에서 하는 만큼 당연하다.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217만큼 획득했습니다.]

[시청자들의 통쾌한 반응으로 107포인트를 추가로 얻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게임을 승리로 장식.

유리야의 미드 진출도 확실하게 좌절시켰다.

원했던 목표인 포인트도 적지 않은 만큼 얻었다.

'생각보다 약간 적긴 하지만 이 정도면 뭐…….'

특별히 스킬을 쓴 것도 아니니 나쁘지 않은 성과다.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유리야."

〈네!〉

"내가 방금 니 방송 화면을 봤거든? 왜 티어가 브론즈5야? 부캐……인 거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 브론즈3까지 올려줬던 것 같다.

그리고 실버 5티어까지 자력으로 찍는 게 숙제였고.

솔직히 기대도 안 했으니 숙제는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내려갈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저 말씀드렸다시피 팀운이 너무 없어서…….〉

"없어서?"

〈캐리하려고 미드했어요!〉

'…….'

니가 하려고 했던 캐리가 역캐리는 아니겠지.

브론즈 3티어에서 브론즈 5티어로 수직 하강.

아니, 고향을 찾아갔다는 표현이 옳을 수도 있다.

'왜 포인트를 적게 주나 했더니.'

기껏 사람 만들어 놓은 서포터를 스스로 버렸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미드를 한 거구나.

이번 기회에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도록 똑똑히 알려주지 않으면 안되겠다.

* * *

원래의 계획은 적당한 선에서 포인트를 얻는 것이었다.

나라고 쓸데없이 아끼는 후배의 방송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쩌겠냐?

오히려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정글 내려간다고 내가 분명히 12초 전에 말을 해줬지?"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었다.

뻔한 갱킹에 당해주며 킬을 헌납.

상대 정글러 마이가 무지막지하게 크고 있다.

〈점멸까지 써서 오는 걸 어떡해요……..〉

"그럼 너도 점멸까지 써서 빼면 되잖아. 이 빡대가리야!"

-캬 욕 찰진 거 보소ㅋㅋㅋㅋ

-저거 욕 아님. 유리야 별명임!

-별명이요?

-ㅇㅇ빡대가리+리야인 거임ㅋㅋ

평균 100명 안팎이라고 했던 유리야 방송의 시청자 수.

현재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

합방을 하게 된지 불과 이틀 밖에 안됐음에도 말이다.

'대신 이미지가 다소 상하기는 한 것 같지만.'

알아본 바에 의하면 잔잔한 힐링 방송이었다고 한다.

유리야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고 듣는 치유계 게임 방송.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치유 방식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제는 생존 방송이 되었다.

"한 번만 더 내 말 안 듣고 죽으면 현실의 너도 죽을 줄 알아라."

〈네…….〉

"농담 아니다. 나 니 집 주소 아는 거 알지?"

〈히, 히익!〉

-도쿠자표 현실갱 이쿠요!

-어제부터 봤는데 저분은 진짜 진심임

-이쁘다고 봐주는 거 없는 상남자ㄷㄷ

그나마 지금 PC방이 아닌 랜선이니까 참는 거다.

진짜 한두 번 던지고, 한두 번 말 안 듣는 걸로 화낼 만큼 내가 쫌생이기는 해도 막돼먹은 놈은 또 아니다.

지금 상대 정글러 마이가 무려 8킬을 먹은 상태다.

─적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또다시 봇라인에 가서 킬을 먹었다.

이번에는 유리야는 아니고 그 친구.

원딜러인 미스터 포텐이 마이의 칼날에 사망했다.

아무리 심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대주면 난감하다.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킬을 쓸어담는다.

한 가지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선배가 마이 밴했으면 됐는데…….〉

"너 지금 내 탓 하냐? 정신줄 놨네."

〈아뇨, 아뇨,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구리가스를 밴하셨잖아요.〉

내가 쉬는 기간 동안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다.

현재 천상계 메타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챔피언을 연습해야 하는지.

낱낱이 조사해서 머릿속에 박아두었다.

미드 3대장은 구리가스, 르풀랑, 자드.

르풀랑과 자드는 내가 하니까 살렸다.

고로 남는 OP는 구리가스 뿐이니 밴했다.

설마 치밀했던 조사가 화근이 될 줄이야.

심해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브론즈는 마이 필밴이야? 신세계네…….

-리야 방송 안 보던 애들이 많구나

-여기 마이, 까타레나, 알칼리 킬리셋 챔피언 무조건 필밴임~

팀원이 밑도 끝도 없이 킬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서 말도 안되게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밴카드로 막는 게 보통이라고.

'근데 그 킬을 밑도 끝도 없이 내준 게 너잖아.'

한 소리 하고 싶지만 내 잘못도 있다.

방송을 신경 써서 하다 보니 생각 만큼 캐리를 못했다.

좀 더 여유 있게 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다.

내가 이래 봬도 세심한 편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너무 과하다던가.

아니면 물타기해서 유리야를 갈군다던가.

'나는 갈궈도 되지만 너희들은 안돼.'

그런 일이 없도록 발언의 수위 조절과 채팅창 관리에 힘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캐리력이 반감되는 것도 사실.

브론즈에서 저런 도발까지 듣게 됐다.

[전체]마이(9/1/0)-ㅋㅋㅋ브론즈들 나 부캔데

끽해야 실버나 골드 나부랭이 될 법한 녀석이 신났나 보다.

물론 게임은 결과적으로 이기겠지만 찜찝함이 남는다.

저런 거지 같은 도발을 사전에 차단할 캐리력.

그리고 빡대가리 유리야의 서포터 교육.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하나 뿐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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