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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51화 (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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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J유리야 -->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언비어, 이슈들.

그 초점은 팩트에 맞춰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재미가 있냐, 그리고 없냐다.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인과 관계를 하나하나 따져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리 중요한 사건이라도 흥미 유발이 안되면 안 본다.

반대로 흥미가 생기면 필요 이상으로 집착한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모 군인의 걸그룹 관련 폭언.

사실 그것도 엄격진지하게 따지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일을 처리한 윗사람들이라고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군인 신분, 상대가 하필 걸그룹, 지나치게 몰린 관심.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는다구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만의 처리 방식이 있다.

소위 군대식 일처리라 불리는 그것이다.

보여주기식 매듭짓기.

나중에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 그 정도까지 할 일은 아니었는데.

타진요 사건이 그러했듯 재평가가 나와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ㄹㅇ다시보기 지운 것 보면 빼박 같은데?

욕 찰지게 하는데 다 받아주는 것 보면……

숨겨둔 남친이 아니라 기둥 서방일지도

최소 둘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어 보인다.

└세상에 기둥 서방ㄷㄷ

└만약 그렇다 해도 유리야가 피해자일 거야

└유리야 성격에 찍소리도 못했겠지

└어휴, 그렇게 당하고도 여캠을 믿냐!

요는 정말 남자친구인 게 맞을까?

가 아니라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싶다이다.

왜?

그렇게 되는 쪽이 재미가 있으니까!

인터넷에서 퍼지는 루머의 대부분은 흥미 위주로 힘이 실린다.

특히 이곳 인터넷 방송 갤러리.

그다지 질이 좋은 사이트가 아니다.

저질스러운 대화가 당연한 듯 주제가 된다.

─여친이 유리야처럼 예쁘고 착한데 백치미까지 있으면ㄷㄷ

진짜 나쁜 남자한테 걸리는 순간 다 빨아먹힐 듯

혹시 방송 수익도 다 뺏기고 있는 거면……

세상에 어떻게 그런 쓰레기가 다있지

└당신, 부러워하고 있습니다만?

└유리야 걔 진짜 바보라서 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여캠들 다 원래 그렇고 그렇잖아

└나는 이번 사건 유리야를 응원한다!

그럼에도 불구, 여론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

자기들 재미볼 건 다 보지만 챙겨줄 건 또 챙겨준다.

이곳 인방갤에서는 굉장히 기이한 경우다.

아무리 인격이 밑바닥인 사람도 고평가 하는 존재 한둘은 있다.

그 한둘에 해당했던 BJ.

유리야는 물지 않는 고라니처럼 무해한 생물이라는 이미지였다.

그런 그녀에 대한 논란이 달갑지 않으면서도 관심은 간다.

사실 모든 게 가면이었던 건 아닐까?

소식이 알려지며 관심이 줄어들긴 커녕 더욱 커져가기만 하던 그때.

─[속보]유리야 방송국 공지 올라옴!

『금일 오후 7시 방송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이야기가 나오는 그분과 합동 방송입니다.』

이걸 정면 돌파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

└웬만해서는 해명 안될 텐데……

└이미 사태가 너무 번졌다

└그냥 막 나가면 개웃길 듯ㅋㅋ

└믿는다. 유리야 해명해봐라

해당BJ의 방송국에 공지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외에는 글 작성 금지, 댓글 작성 금지.

하도 억측이 많다 보니 닫아 놓았다.

이례적인 사태에 기름이 부어진다.

인방갤에서는 더욱 화두가 달아오른다.

오후 7시라는 시간은 결국 다가오고 말았다.

* * *

솔직히 설마하는 생각이었다.

아니, 내가 뭐 별 일을 했다고.

그냥 친한 지인의 방송에 가서 인사 좀 할 수도 있는 거지.

사태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물소 새끼들 천국이구만.'

인터넷 방송 갤러리.

대충 한 번 쭉 훑어 살펴보니 질이 안 좋은 사이트다.

악의적 추측으로 온갖 유언비어가 유포돼있었다.

특히 여캠 관련해서 뭐 그리 이야기가 많은지 모르겠다.

검색어를 유리야로 한정해 봐도 글이 수십 개다.

정말이지 한심한 자식들이 아닐 수 없다.

'살다 살다 기둥 서방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인터넷 루머들이 으레 그렇듯 자극적인 걸 원한다.

지들 마음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짜집기한다.

다시보기는 그냥 말이 많으니까 지운 거지.

안 지웠어도 똑같은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걸 듣고 보고 싶은 걸 보고 산다.

그런 자극적인 정보를 보고 싶으니 이런 사이트를 이용하는 거겠지만.

'최근에 진짜 별별 일을 다 당하긴 한다 진짜.'

이 세상 모든 억울함이 나에게 쏟아지기라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억울함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이래 봬도 나름 아끼는 후배.

때문에라도 해명에 적극적이다.

-인방갤에서 왔습니다^^

-기둥 서방 잘 계시나요??

-우리 리야가 그럴 리 없다……

-다른 여캠들 논란도 처음에는 다 그랬어ㅋㅋ

방송을 켜자 5분이 안되어 시청자가 수백 여명.

듣기로 유리야 방송은 평균 100명 전후의 시청자다.

나머지 인원들은 보나마나.

'저 인방갤인지 뭔지 하는 할 거 없는 사이트에서 왔겠지.'

논란도 한 번 겪을 때나 신기한 법이다.

이미 더한 걸 겪어본 마당에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애초에 해명을 하는 건 딱히 문제도 아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방송 시작해볼게요…….〉

유리야가 쥐 죽은 듯한 목소리로 방송의 시작을 연다.

이런 악의에 익숙하지 않다면 힘들 수 있다.

근데 어차피 너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방송 시작 전에 다 말을 해둔 부분이다.

애써서 해명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다 자연스럽게 풀릴 테니까.

-그래서 남친은 ㅇㄷ?

-어디 한 번 해명 해보시죠ㅋㅋ

-뒤에서 백허그로 등장하면 개꿀잼일 듯

'얼어 죽을 백허그야. 백드롭이면 몰라도.'

합동 방송, 유리야와 합방을 하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걔네 집에 찾아가진 않았다.

쓸데없이 얼굴을 팔고 싶지는 않다.

또다시 태풍의 눈이 되는 것은 사양이다.

한동안은 자숙의 기간을 보낼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겨우 빡빡이를 면한 정도라 보는 나도 메스껍다.

"야."

〈네, 네!〉

"들리냐?

〈잘 들려요! 말씀하세요!〉

-??겨우 디스코드? 사실 문 뒤에 있는 거죠?ㅋㅋ

-기둥 서방 등장☆

-몰래 온 손님 각

-겨우 통화한다고 해명이 될 리가ㅋ

보이스 채팅, 전화 통화랑 비슷한 상태다.

딱히 유별난 짓을 할 예정은 없다.

본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해명.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들… 매니저 오빠가 정리해서 쪽지로 보내주셨어요. 제가 한 번 읽어볼게요.〉

간이 콩알만 해진 목소리로 쫑알거린다.

매니저 오빠도 있고 방송 잘하네.

이상하게 화가 나는 건 기분 탓인가…….

〈학교 선배인 오빠고요. 사귀지는 않아요. 근데 친해요. 게임도 같이 하고 그랬어요.〉

-응 안 믿어

-뭐야, 밥 사주는 오빠야?

-어장 관리ㄷㄷㄷ

-같이 사는 게 아니라고요??

〈제 시청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집에서 가족이랑 살구요. 이 오빠는 자취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ㄷㄷㄷ자취!

-자취방에서 둘이 뭘 했을까?

-혹시 자취방에 놀러도 가시고 그러셨나요??

〈네, 몇 번 갔었어요. 가서 막 치킨두 먹고~ 게임도 하고~ 그랬어요.〉

-헐, 대박 사건……

-남녀가 자취방에서 할 일은 하나 뿐이지!

-혹시 안에서 운동도 하고 그랬나요?ㅋㅋ

채팅창에 섹드립이 난무한다.

그리고 유리야는 운동이요? 어떤 운동요?

정말 쓸데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답변을 한다.

'왜 니가 나서서 오해를 만들고 있냐…….'

푹 한숨이 새어 나온다.

참고로 유리야는 정말 모를 것이다.

-이분 순수한 척 오지네

-유리야라면 진짜 모를 수도ㅋㅋ

-근데 아는 선배인 걸 어떻게 한눈에 암?

은근히 날카로운 질문도 올라온다.

삽시간에 화제가 그쪽으로 전환된다.

-원래부터 방송 봤던 거 아님?

-큰 그림 각

-채팅만 보고 안다고?ㅋㅋ 말이 되냐

그러고 보니 그렇긴 하네.

유리야가 나를 알아보는 것.

나한테는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의아할 수 있다.

〈그, 그게요…… 어떻게 알아봤냐면요. 어떻게…… 알아봤을까요?〉

질문을 답해야 할 사람이 물어보면 어쩌냐.

저건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본인조차 모르나 보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빡대가리야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아, 그랬죠! 근데 왜 그렇게 불러요 서럽게…….〉

정말 서러운 듯 훌쩍댄다.

보나마나 똥강아지 같은 눈을 하고 있겠지.

채팅창에서는 다른 해석도 있었다.

-변명 너무 구차한데ㅋㅋ

-애인끼리 부르는 애칭이겠지

-둘이 보통 사이가 아닌 건 알겠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까 별별 소리가 다 나오네.

웬만하면 자숙하려고 했는데 더는 안되겠다.

"빡대가리를 애칭으로 부르는 정신 나간 커플이 있겠냐?"

-???

-헐 남친 말한 거임?

-기둥 서방 화남ㄷㄷ

심기를 건드는 채팅들.

마음 같아서는 죄다 블랙을 때리고 싶다.

하지만 블랙을 때리는 건 해명한 이후다.

"유리야랑 말을 하면 빡대가리 소리가 절로 나와."

〈히잉…….〉

유리야가 굉장히 상처를 입은 것 같지만 계속한다.

해명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저렇게 예쁜데 빡대가리라고 부른다고? 말이 됨?

-남매 사이 아닌 이상 저런 말 쉽게 안 나올 텐데ㄷㄷ

-해명 안되죠? 역겹죠?ㅋㅋㅋ

그걸 진짜 몰라서 묻나.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차마 거기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얼굴 좀 된다고 빡대가리를 안 빡대가리라고 부를 만큼 착하지 않아."

〈흐어엉…….〉

"그리고 니들이 유리야랑 같은 장소에 30분 이상 있어봤어? 숨이 턱턱! 막혀 그냥 턱턱! 모니터 화면 너머로 보니까 참을 만하지? 진짜 실제로 만나 보면……."

더 말하려다가 말하지 못했다.

유리야가 진짜로 울려고 한다.

즙 짜는 건 질색이지만 이건 확실히 내가 말을 심하게 한 감이 있다.

-말이 조금 심하십니다……

-저건 『진심』이다

-형님, 상남자시네요!

-유리야 바보 짓이 컨셉이 아니었어ㄷㄷ

"아무튼 절대 사귀는 사이 아니고 그냥 친한 선후배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일단 가시적인 오해는 전부 풀린 듯싶다.

채팅창에도 의심하는 반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핸드폰으로 슬쩍 본 인터넷 방송 갤러리의 글들.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이 몇몇 남아있다.

본래 흥미 위주로 까내린 만큼 당연하다.

남아있는 불씨 또한 완벽하게 꺼트릴 예정이다.

'사실 말로 이렇게까지 설명할 예정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채팅창 반응이 격해서 나도 모르게 흥분해버렸다.

다소 돌아가는 감은 있지만 첫단추를 잘 뀄다면 나쁘진 않다.

내가 유리야의 방송을 찾아온 이유.

'슬슬 본격적으로 키워야지.'

포인트를 다량 획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 배를 가르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수위 조절을 할 필요성이 있다.

"아직 납득을 못하신 분들도 있을 테니 저랑 유리야의 평소 모습. 같이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드릴게요."

〈여기서…… 더해요?〉

"왜? 싫어?"

〈저…… 침대에서 잠깐 울고 싶어요.〉

울지 마.

무릇 방송인이라면 망가지는 모습까지 방송으로 살려야지.

방송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야 될 거 같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급한 처지다.

본래라면 반깁스를 하고 있어야 할 팔이다.

기연의 힘을 빌어 생활하고 있을 뿐.

떨어진다면 불편한 생활이 반복된다.

다쳐봐야 아는 사실이지만 두 손으로 하던 걸 한 손으로 하면 진짜 답답해 뒤진다.

잠깐이라도 그런 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나의 안락한 미래를 위해 다소의 희생을 요구한다.

유리야의 의사를 깡그리 무시한 합동 방송이 시작된다.

#합방- 합동 방송의 준말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꿈을 꾸었습니다

꿈의 내용은 정말 하잘 것 없는……

메이플스토리에서 혼테일을 잡는 꿈이었습니다

상당히 지난 옛날 일임에도 제 잠재 기억은 아직도 그 시절을 잊지 못했나 봅니다

사쿠라카츠미, 자리삽니다, 싸비, 이런 분들이랑 같은 세대였는데 새록새록하네요

아직도 메이플을 하나 모르겠지만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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