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44화 (4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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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 당한 걸그룹 -->

결승전의 보상.

당연한 말이지만 있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있었다.

1세트 승리 보상.

[포인트를 352만큼 획득했습니다.]

[관람객들의 진심 어린 환호에 의해 1281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2세트 승리 보상.

[포인트를 421만큼 획득했습니다.]

[관람객들의 진심 어린 환호에 의해 2927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3세트 승리 보상.

[포인트를 236만큼 획득했습니다.]

아무래도 포인트 획득량은 경기의 난이도에 비례하나 보다.

임팩트 있었던 3세트보다 오히려 1,2세트의 획득량이 높았다.

하지만 진짜배기는 추가로 획득하는 포인트.

[깔끔한 3승으로 다전제의 승리로 거머쥐었습니다!]

[다전제 최종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782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관람객들의 진심 어린 환호에 의해 5711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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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챔스 우승에 의한 특별 보상으로 10027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내가 게임 도중 포인트를 팍팍 사용했던 이유가 있다.

아무리 써도 모자를 일이 없으니까!

결승전은 상상 이상으로 포인트 노다지였다.

뜨거웠던 현장의 반응 만큼이나 엄청난 포인트를 얻었다.

내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경험이 된 것 같다.

문제는 그 후폭풍.

"짐 싸라."

"……잘 못 들었습니다?"

자대에 돌아오자마자 들어버린 한 마디다.

화단 보러 다닐 때 빼면 행정실에 항상 짱박혀 계시는 행정보급관님이 마중을 나왔을 때 수상한 공기가 흐르긴 했다.

"설마 저…… 영창 갑니까?

"마, 니 뭐 사고 친나?"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찔리는 부분이 수도 없이 있는 입장이다.

다행스럽게도 직접적인 건 아니었다.

간접적인 부분은 무려 있었다고 한다.

"인나면 신고 안 해도 되니께 퍼뜩 끄지라."

"……."

이래 봬도 말년 병장.

행보관 얼굴 살피는 능력은 진작에 만렙 찍은지 오래다.

실실 웃고 계신 게 이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면에는 짜증 또한 엿보인다.

'뭔가 일이 좀 귀찮게 돼버린 것 같은데.'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우승을 한 부상으로 따내 TV가 곧 도착한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 더 반갑지 않은 속보가 같이 도착했다.

걸즈데이 폭언 파문.

"조용~히 휴가 갔다 오면 잠잠해질 끼다. 그리고 전역하면 되재?"

"……."

반론은 허용치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흘러 들어온다.

그러니까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있다 가라.

솔직하게 억울하다.

"저 딱히 문제가 될 말한 적 없습니다."

"행보관은 믿재. 우리 최성후이 행보관이 아니면 누가 알아 주겠나?"

이미 확신범의 취급이다.

하지만 별다른 말이 없는 것 보면 큰 문제도 아닌 듯싶다.

한 마디로 소란이 조금 크게 번진 정도.

생활관에 들어가자 알 수 있었다.

"인류의 적이 나타났다."

"모두 무기를 들라!"

소대원들이 빗자루를 들고 반갑게 맞이해온다.

이유는 따질 것도 없이 하나다.

"어떻게 말년에 사고를 쳐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셨습니까?"

"감히 걸즈데이를 건들다니 형이고 나발이고 끝장을 봅시다."

"……."

예로부터 군대와 걸그룹은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가 없는 관계다.

아이돌에 하나도 관심 없는 사람도 전역할 때쯤 되면 달달 외운다.

그런 이야기를 밖에서 나도 듣고 왔지만 당연히 오바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다름 아닌 내가 그 당사자다.

마찬가지로 생활관의 전우들.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한 녀석은 없다.

"아니, 그냥 친밀하게 대한 거지 방송 살릴 겸해가지고."

"우리 여신님들한테 친한 척을 했다고? 얘들아, 말아."

일병 둘이 좌우에서 모포를 들고 슬금슬금 접근해온다.

눈동자에 비쳐지는 표정은 망설임.

아무리 내가 죽을 죄를 지었어도 병장이다.

하지만 이빨 빠진 호랑이, 실권은 후임들에게 넘어간 것도 사실이다.

"나한테 이러면 안될 텐데?"

"우리 피차 구질구질해지지 맙시다. 죗값은 치르고 그 다음에 얘기해요."

"이번에 내가 포상을 받아왔거든?"

"그깟 TV에 영혼 안 팝니다."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내비쳐온다.

사실 TV를 받는다고 해도 행정실에 배치될 것이기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말한 건 부상이 아니라 포상이다 포상 휴가.

"5박 6일 이거 나한테는 있으나 마나고 기분 좋으실 행보관님께 쇼부 잘 치면 소대 외박이나 외출로 바꿔줄지도 모르는데……."

"형님."

"그래, 아우야."

"저희가 기필코 다른 소대로부터 형님을 지키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다른 소대도 이미 난리가 난 모양이다.

당분간 몸을 많이 사려야 할 듯싶다.

그래도 외박으로 실드도 쳤으니 별 일 없겠지.

그 여파는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 * *

인터넷에 보면 그날의 화제, 그주의 화제 그런 느낌의 이슈거리가 있다.

그러니까 이거 모르면 남향살이에 푹 빠진 개꿀 빠는 간첩.

각 사이트들의 유머 게시판에 못 보고 넘어가기 힘들 정도로 계속 중복 업로드가 된다.

─걸그룹 파괴하는 전설의 레전드……

엽기떡볶이

힐 넣는 자판기

직모 누나

버섯 농사꾼

걸즈데이 별명 제조기 실화냐?ㅋㅋㅋ

└아이돌 이미지 파괴해버리기~!

└레전설 정말 예나 지금이나 실망 하나 안 시키고 여전하다

└인성 어디 안 간 것으로 판결……

└아, 이걸 생방으로 봤어야 하는데!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육군참모총장배 로드 오브 로드 토너먼트 리그.

군챔스는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단순히 롤 판에서만 이야기가 나오는 거라면 모른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레전설에 대한 화제가 한창이다.

아는 사람들은 신이 나서 타자를 두들기고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번지던 불씨가 더욱 더 크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진짜 대단한 새끼긴 하다 레전설

걸즈데이면 탑급 걸그룹인데 그걸 건드네

오늘만 사는 녀석인가?

어떻게 그런 깡이 나오지?ㅋㅋ

└걸즈데이 면전에서 핼덕아웃ㅋㅋ

└나도 핼로우비너스 빠돌이라 ㅇㅈ

└게임 내내 은근히 돌려 까더라

└복귀를 이렇게 레전설로 찍어버리네ㅋㅋㅋㅋ

군챔스, 일단 정의 자체는 군인들의 롤 리그가 맞다.

하지만 마지막 코너에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돼있었다.

다름 아닌 군인들이 껌뻑 죽는 걸그룹 걸즈데이와 게임을 진행.

이따금 소리가 나왔던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게 증명됐다.

와, 걸어 다니는 인형들이 롤을 한다고?

기존 롤 유저들은 물론 롤을 듣기만 했거나 잘 모르는 일반인들 사이에도 파다하게 퍼졌다.

사실 롤을 모를 뿐이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나 그에 준하는 다른 게임들 하나씩은 안다.

모르면 현실에서 연애 게임 즐기는 씹인싸겠지.

─걸즈데이 다시는 롤 안 하고 싶겠다ㅋㅋ

편하게 즐기려고 딱 소환장의 전장에 들어섰는데

개빡겜러 한 명이 수족처럼 부리면서 오더하고 있어

마지막에 징징대긴 했지만 울지 않은 게 용하다

└또 한 명의 여자를 울렸나 레전설?

글쓴이-한 명이 아니고 네 명잼ㅋ

└나를 이렇게 막 대하는 남자…… 처음이야!

└그래도 게임 이기고 나서 재밌어 하긴 하더라ㅋㅋ

사실 세상에 있는 모든 게임들 중 가장 재밌는 건 이기는 게임이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도 계속 지면 재미없고 빡치기만 한다.

반대로 롤도 스타도 좆망겜 좆망겜 거려도 이겼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했기 때문에 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숱한 역경을 넘어 승리를 쟁취했을 때의 카타르시스!

어쩌면 걸그룹 인생 처음 느껴봤을지도 모를 감정이다.

게임이 끝나고 진심으로 기쁜 표정이 카메라에 비쳤으나 잠시였다.

이후로 오지게 밀려오는 현자 타임은 웬만한 멘탈로는 감당하지 못했다.

〈사실 즐기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벤트 매치에 참가했었어요.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프로게이머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하시는지 그 편린을 엿본 기분이었고요……. 앞으로 다시 게임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 다시 게임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는 몸으로 타락해버렸다.

안타까운 희생자의 출현에 묵념.

과거 레전설은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는 대단한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인간을 정말 이대로 놔둬도 되는 건가.

레전설, 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닐까?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또다시 강호에 피바람이 불어 닥치겠구나

아직 전역도 안 했는데 이 모양 이 꼴인 거 보면 뭐

민간인 신분되는 순간 각도기 깨부수겠는데

정말로 프로게이머 하는 건 아니겠지……?

└레전설이 프로를? 진심으로 하는 소리니?

└롤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전부 어두운 흑역사가 하나씩은 있긴 하지

└젠부샤쓰도 해설하는데 못할 게 뭐 있냐

└야 일로 와! 죽여 이 간나 새끼들아~!

롤챔스의 가장 유명한 해설자 중 한 명이 걸걸한 욕설로 유명하시다.

그 외에도 1세대 프로게이머들 대다수가 하나씩은 거하게 저질렀다.

꺼라위키에 보면 자세하게 등재돼있다.

꺼라위키 레전설/논란 항목이 워낙 좀 빼곡히 써있기는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은 의외로 저지른 적이 없다.

고로 프로게이머로서의 길이 안타깝게도 열려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두고만 보고 있을지.

─걸즈데이 팬카페에서는 말 없나?

진짜 난리 났을 것 같은데

누구 한 명 칼 들고 찾아가도 이상하지 않잖아 솔직히

걸즈데이 이상한 별명 생기고, 멤버들도 고생했고

└이상하게 잠잠하더라~

└걔네들 지들끼리 싸우고 있음ㅋㅋ

글쓴이-왜 싸워??? 혹시 레전설 팬이 그렇게 많나

└아니, 찬성파 반대파 나뉘어서 난리 남. 딴데 신경 쓸 겨를이 없음

이유를 막론하고 능지처참이 시급하다는 강경파.

새로운 별명이 E-스포츠와 가요계라는 새 시대의 화합을 이룰 수도 있으니 지켜 보자는 온건파.

한 마디로 새로운 캐릭터성이 생긴 게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대한 논쟁이다.

걸그룹 팬층이 대부분 10대에서 20대고, 그 10대에서 20대의 다수가 E-스포츠의 팬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양측의 주장은 팽팽.

무언가 계기로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 이상 쉽게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롤 커뮤니티들은 딴판이다.

─솔직히 삼충일체는 면죄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솔랭이었으면 리바텔포 들고 미드 꼴아박아도 되는 각 ㅇㅈ?

티몽, 마이, 배인은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솔킬 계속 따이는데 보기만 해도 혈압 오르더라

└그래도 아이돌들인데 그냥 같이 즐기면 안되나

글쓴이-그래서 님은 랭겜에서 팀탓 한 번도 안 해보셨겠죠?

└면죄부는 모르겠고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을지도

└팀탓 한 번 해본 적 없는 자, 레전설에게 돌을 던져라!

롤이라는 게임 자체가 좀 잘못 만든 감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탓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한다.

아무리 성악설이라는 말이 있어도 RPG나 스타가 주류 게임이었던 옛날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언행 자체가 거칠었다고는 하나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이해가 된다.

롤 유저들 사이에서 동정의 여론이 도는 것도 이상하진 않은 일이다.

그리고 애초에 적당한 사건이면 그러려니 할 텐데 아예 어이를 상실하게 만드니까 도저히 진지할 수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그냥 좀 귀엽게 봐주지ㅋㅋㅋㅋㅋㅋㅋㅋ

말도 제대로 걸기 힘든 여신급 아이돌들한테 할 말 다 하네

보통 그렇게 예쁘면 봐주지 않나?

게임 가지고 화내는 것도 진짜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빡돌기 전에도 은근히 계속 갈굼ㅋㅋㅋㅋ

└티아라, 핼로우비너스가 왜 나오는 거야 대체ㅋㅋㅋㅋㅋㅋ

└반전 호감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드러나는 인성!

└여자라고 봐주면 오히려 실망할 뻔했자너ㅋㅋㅋㅋ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단순히 웃고 넘어갈 말이 아니듯 잘생긴 남자, 예쁜 여자들에게는 실제 범접할 수 없는 오오라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절대 함부로 대할 수가 없는 특권 계층.

그렇게까지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가볍게 깨부수며 진성 겜돌이의 위엄을 보여줬다.

반쯤 국민 화제가 되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진지하게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소대 외박 가본 적이 없어서 포상이랑 바꿀 수 있나 모르겠네요

분대 외박은 확실히 가능한데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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