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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븐의 神 -->
〈더 이상 리픈을 막을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찬성 5표 반대 0표 항복으로 결승전의 우승팀, 아니 우승 사단이 정해졌습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과정에 비해 결말은 살짝 허무한 감정도 든다.
펜타 킬 헌납 이후 게임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
다섯 표의 항복으로 3세트의 패배를 시인했다.
-매너 없게 항복하네ㅅㅂ 펜타 킬 한 번 더 봐야 하는데
-솔직히 멘탈 나갈 만했어ㅋㅋㅋ
-결승전 양학 지렸다
물론 항복을 해버린 데는 그들 나름의 뒷사정이 있다.
캐릭터를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다거나.
당장이 아닌 나중에야 확인이 될 사실이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30사단 장병 여러분들 만나보겠습니다! 여러분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준결승전이 끝나고 콩샐러드 팬들이 빠져나가 제법 한가했던 경기장.
오히려 더욱 가득 차 서서 보는 입석 관중들까지 생겼을 정도다.
규정 수 이상의 관중들이 몰려든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의 슈퍼 플레이에 매료됐기에.
가족 단위 관중들도 오순도순 모여 담소를 나눈다.
혼자서 깽판을 치고 다니는 레전설은 모르고 봐도 시원했다.
엄마! 나도 나중에 커서 저렇게 깽판 치고 다닐 수 있는 군인이 될게요!
호호호, 벌써부터 못 돼쳐먹은 짓만 배우려고 하는구나.
적어도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만은 확실하다.
〈육군 장병 여러분이 나라를 지키는 건지 게임을 하고 있는 건지 염려가 될 정도로 경기력이 엄청 좋았어요! 물론 농담인데 미드를 맡은 이 선수 만큼은 정말 활약상이 프로 뺨치도록 대단했습니다!〉
당사자, 당사자들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가장 먼저 결승전 소감이 진행된 대상.
따질 것도 없이 미드라이너다.
레전설이라는 광오한 이름을 가진 소문의 남자.
본래라면 인터뷰는 캐스터인 진용준의 담당이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번호 빼고 다 물어보세요.〉
〈느닷없이 번호는 왜?〉
〈남자 좋아하신다는 소문이 있길래…….〉
실제로 있는 소문이긴 하다.
신체 건장한, 그것도 나름 와꾸도 되고, 몸도 좋고, 안정적인 직업, 높은 연봉.
모아 놓은 재산도 은근히 알부자라는 소문이 있는 그가 왜 결혼할 생각이 없을까.
성정체성에 대한 루머가 살짝 퍼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심증이 있다.
ㅇㄹ포비아.
이상하게 여성 챔피언만 싫어하는 게 우연이 아니라고 카더라.
〈장난하지 마시고요.〉
〈장난 아닌데.〉
〈아무튼 경기 내용으로 넘어가자면…… 아링과 이랠리야의 픽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관중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아뇨, 님밖에 없는데;;
-자연스러운 화제 전환……
-[속보]김은준 게이설 힘 실려
시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인터뷰 진행을 빨리 해야 하는 것도 틀리진 않다.
내심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기도 한 정보다.
의외로 대답은 간단.
〈2년 전에 하던 챔프가 그거밖에 안 남았는데 어쩌라고요. 상대가 양심 없게 미드 3밴 때리는데.〉
〈아, 네…….〉
-ㅋㅋㅋㅋㅋㅋㅋㅋ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거임 ㄹㅇ루다가ㅋㅋㅋ
-연습도 안 했는데 이 실력이라는 건가?
-ㄷㄷ사스가 레전설
가히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프로게임단들.
영입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군침이 뚝뚝 떨어진다.
〈그럼 아직 현재 메타에 완전히 적응을 못하셨다?〉
〈이제부터 차차 해봐야죠. 참고로 3할 정도 됩니다.〉
〈3할이요?〉
〈제가 10할의 힘을 내면 전 우주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최대한 참았습니다.〉
되도 않는 개소리로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 내리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줬던 건 사실이다.
게임을 혼자 한다는 이야기.
솔로랭크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기는 한다.
낮은 티어 뿐만 아니라 높은 티어에서도 균형이 무너지면 홀로 무쌍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대회 무대, 무엇보다 정도가 심했다.
밸런스 자체를 아예 무너뜨렸다.
〈이랠리야, 리픈으로 보여줬던 스플릿은 수비수 네 명을 돌파하는 메시 같았습니다!〉
〈제가 원래 좀 그런 소리 자주 듣습니다. 많이 닮았다고.〉
〈아니, 외모 말고요.〉
다소 깝치기는 하나 스타성, 캐릭터성은 훌륭했다.
마지막 리픈은 쇈의 궁극기가 있었다고는 해도 사실상 1대5나 다름이 없었다.
혼자 상대를 찍어 누르는 압도적인 피지컬.
궁금증이 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과감한 판단, 소름이 끼치는 순간 피지컬을 뽐낼 수 있는 건가요? 롤 유저라면 누구나 가지는 궁금증이거든요?〉
〈QWER 빨리 누르면 이기는 게임이잖아요. 제가 상대보다 빨리 눌렀을 뿐입니다.〉
〈그건 좀……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킬 듯한 발언이네요.〉
테이커가 알려주는 롤 잘하는 꿀팁!
죽지 않고, CS를 잘 먹고, 컨디션을 좋게 유지한다~.
비슷한 류의 대답이 나온 것도 어쩌면 그들 사이 나름의 공감대일지도 모른다.
차례차례 나머지 선수들의 인터뷰도 진행된다.
정글러로서 팀의 중심을 지켜줬던 박준규.
진정한 배인충이 무엇인지 보여준 윤병철.
보직도 게임도 힐러로서 충실했던 민찬우.
두드러진 활약은 없었으나 듬직했던 탑라이너 정상호까지.
이런 자리에 올라올 일이 흔치 않은 만큼 저마다 할 말이 없을 리가 없다.
딱히 궁금하지 않아서 문제지.
인터뷰 시간이 지나가며 이윽고 대미를 장식하는 수상의 순간이 찾아온다.
〈대한민국 육군 최고 사령관! 육군참모총장님은 현재 다른 업무로 바쁘시기 때문에……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 기획 참모장님이신 김병길 대령님이 대리 시상하겠습니다. 여러분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괜히 육군참모총장이 스폰하는 대회가 아니다.
우승팀은 무려 육군참모총장상을 받게 된다.
딱히 가산점은 없고 자소서에 몇 줄 더 성실성과 건강함을 인정해 주는 플러스 요인이 되는 정도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렇게 우승팀에게는 상장과 우승 상금!
당연히 없고, 포상 휴가와 약속된 부상이 주어진다.
사실 군대가 으레 그렇듯 참가한 장병들은 재능 기부하는 포지션이다.
대령께서 내미는 악수를 차마 거부하지 못하고 병장 최성훈!
군인은 영관급 장교에 대한 예우가 패시브처럼 나온다.
마지막 정상호 상병까지 한 명씩 수여식이 진행된다.
쏟아부은 노력에 비하면 보람이 살짝 눈물 나오려 하지만 한 가지.
지금이 아닌 이상 평생 해볼 수 없을 판타스틱한 경험이 가능하다.
육군참모총장배 로드 오브 로드 토너먼트 리그, 통칭 군챔스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이제 시작할 차례다.
〈정규 순서는 마무리가 됐지만 가장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을지도 모를…… 파격적인 매치업이 준비돼 있죠?〉
마이크를 든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현장의 일부 관중들이 함성과 함께 손을 미친 듯이 흔든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도 다수.
소문만 무성했던 이야기다.
〈스페셜 매치! 아름답고 신비로운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걸그룹~ 걸즈데이입니다!〉
팜플렛 한 구석에 자그마한 글자로 적혀 있었다.
독특한 귀여움이 통통 튀는 스페셜 매치.
대체 무슨 소리인지 소문이 퍼지지 않았다면 추측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걸그룹 걸즈데이의 멤버들이 로드 오브 로드에 푹 빠졌다고 카더라.
돈으로는 어떻게 성사가 되기 힘든 스페셜 이벤트다.
그 소문이 정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와, 형님들 이건 진짜 상상도 못했네. 여기서 걸즈데이가 나온다고? 갑자기?"
-찌라시라던 애들 다 어디 갔냐?
-내가 말했잖아 진짜라고. 현장인데 걸스데이 봉고차 온 거 봤다니까
-근데 통통아 왜 갑자기 말 돌려ㅋㅋ
결승전이 끝나고 순간 빠졌던 시청자들.
그 배가 넘는 숫자가 갑작스레 몰려든다.
걸그룹 직캠을 영접할 수 있는 순간이니 엄청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군챔스 중계 방송을 진행하던 꿀통통에게는 때 아닌 특수였지만.
-꿀통통 리픈이었으면 팀탓 하고 죽었다 ㅇㅈ?
-어리버리 까다 1~2킬 했을 듯ㅋ
-아니야. 통통이형도 펜타 킬 했을 거야!
다른 특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그도 그럴게 파프리카TV.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컨텐츠가 강 건너 불구경이다.
BJ들 간에 싸움이 나면 없던 시청자도 자릿수가 다르게 올라간다.
"군챔스는 봤다시피 수준이 그렇게 막 높지가 않잖아? 나는 챌린저 리픈 장인인데 거기서는 테이커도 혼자 무쌍 못 찍어."
물론 BJ는 아니고 방금 전 군챔스에 나온 선수다.
자신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왠지 잘 아는 듯한 레전설.
리픈을 꺼내 들더니 어처구니 없는 깽판을 치며 혼자 게임을 끝냈다.
비교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난리가 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챌린저(턱걸이) 리픈 장인
-근데 통통이 말이 맞지. 챌린저는 진짜 용담호혈인데
-그래서 님은 다이아에서 저렇게 양학 가능하시죠?
-방금 펜타 킬 각 봤어, 안 봤어? 딱 이것만 대답해봐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 채팅창 상황.
당연히 봤지, 나 꿀통통이야 꿀통통!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리플레이까지 총 두 번.
눈을 부릅뜨고 펜타 킬의 상황을 분석했다.
대체 무슨 확신을 가지고 뛰어든 건지 잘 모르겠다.
'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자존심이라고 쓰고 똥고집이라고 읽는다.
BJ로서라면 그냥 질러주는 게 예의다.
그 편이 시청자들도 재미가 있다.
하지만 BJ기 이전에 한 명의 랭커, 그리고 리픈 장인.
긴가 민가 하는 걸 말한다는 게 마음속 깊이 걸린다.
잠시 입을 다문 채 말을 고르던 그때.
-와 ㅈㄴ 예쁘다……
-나 현장인데 미쳤다. 진짜 여신 강림함
-레전설이고 나발이고 걸즈데이한테 집적대면 죽는다ㅡㅡ
파프리카TV는 결국 물소들의 천국이다.
화제를 몰고 온 장본인들, 걸즈데이가 출현하자 채팅창에는 다른 이야기가 쏙 들어간다.
감탄사와 함께 미모에 대한 격찬들만이 글자를 확인하기가 힘들 속도로 도배가 된다.
그리고 이는 현장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순수하게 장병들과 이벤트 매치를 하고 싶다! 지나친 혼란이 있을까봐 일부러 홍보를 안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분위기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영광을 차지할 수 있는 이는 한 명 뿐이라죠?〉
대한민국 남녀노소까지는 아니도 육해공군 장병이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걸그룹이다.
귀엽고 섹시한 아이돌 걸즈데이는 안타깝게도 4인조.
로드 오브 로드는 다섯 명이 할 수 있는 팀 게임이다.
〈오늘 결승전 우승을 차지한 30사단의 MVP와 일반 게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MVP는 걸즈데이의 멤버들이 직접 뽑도록…….〉
네 명의 상큼발랄한 아이돌들과 소환자의 전장을 누빈다.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하렘이 아닐 수 없다.
그 영광의 대상은 따질 것도 없이 한 사람.
〈저희가 일정이 너무 바빠서 모든 경기를 보지는 못했어요. 마지막 경기만 보고 선정해도 될까요?〉
〈당연히 괜찮죠! 게임 캐스터인 제 눈으로 봤을 때도 사실 1경기부터 3경기까지 전부 MVP는 한 명이었거든요!〉
롤챔스 등 정식 프로 리그에서 선정되는 MVP는 꼭 민심을 따르지 않는다.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고 무조건 MVP.
뒷받침 했던 탱커, 정글러들은 얼마나 서럽겠는가.
이외에도 여러 이유로 예상에서 벗어날 때가 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롤을 대체 얼마나 알지 궁금한 걸즈데이의 멤버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윽고 그 대상자가 무대 위로 불려 나온다.
제어할 수 없는 폭탄의 위험성을 인지해버린 순간이었다.
#물소-〉버팔러(영어로)-〉보팔러-〉보…… 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