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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6화 (3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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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울 좋은 팀워크 -->

분명 승리를 확신했던 게임이다.

여기서 설마 뒤집어질 일이 있을까.

한 번, 두 번, 이윽고 설마가 현실로 다가온다.

제3사단, NEX클랜의 선수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대체 몇 번을 대주는 거야 미쳤어?"

"아니……, 거기서 튀어나올 줄 몰랐지."

한 명이 던진 거면 모른다.

리심에 이어 테러스티나까지.

킬을 먹고 성장한 아군이 잘리자 다른 팀원들도 빨려 들어간다.

마치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진다.

7할, 8할 이상 넘어갔던 경기가 어느새 반반.

이제는 불리하다고 할 수 있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아직 할 만해. 정면 한타 하면 우리가 이긴다니까?"

"딜러진이 유혹만 안 맞게 방어해봐. 점멸 써서라도!"

그럼에도 승산이 없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

정면 한타를 통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도 그럴게 조합이 좋다.

미드라이너 카서트, 비록 성장을 잘 못했을지 언정 한타는 정말 괜찮다.

원딜러 테러스티나, 전형적인 후반 왕귀캐로 시간이 지날수록 좋다.

나머지 챔프들이 받쳐주기만 해도 캐리 가능.

그에 반해 상대팀은 조합이 어정쩡하다.

네네톤은 후반 가면 유통기한 오고.

배인은 용케 살아만 있는 벌레고.

팀원들의 피드백은 분명 틀리지 않다.

하지만 한 번 가버린 금.

쉽게 다시 붙을 리 없다.

슈웅~!

게임이 말리면 가장 먼저 장악 당하는 게 시야다.

그리고 멘탈이 나간 상황에서 가장 잘 당하는 게 낚시다.

부쉬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하트.

아링의 유혹에 말화이트가 맞아버렸다.

물론 탱커인 만큼 웬만하면 버틴다.

그런데 데미지가 웬만하지가 않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 비싼 2코어를 뽑았다.

죽음의 붙타는 손길, 라둔의 죽음 투구.

주문력이 무려 400에 육박한다.

탱커가 무슨 딜러처럼 녹아버린다.

말화이트는 궁극기를 썼지만 그 뒤를 가볍게 추노.

아링의 3단 질주는 한 번 물어버린 상대를 놓아주지 않는다.

"대체 얼마나 키운 거야. 내가 녹는 게 말이 돼?"

"그러게 위험한 곳을 왜 가냐?"

"아니, 지가 제일 많이 잘려 놓고 내 탓을 하네……."

평소 집중한 상태였다면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실수.

멘탈이 흔들리면 판단력이 급속히 흐려진다.

그런 상황에서 결정타로 작용했다.

아링의 유혹은 단순한 스턴기와 다르다.

글자 그대로 유혹, 피격된 상대가 홀리게끔 만든다.

그만큼 맞히기 힘든 스킬이지만 맞히기만 거의 필킬.

조그만 방심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가벼웠던 마음이 어느새 무거워진다.

한타에 대한 확신이 점점 사라져간다.

부스 바깥 아링혐오좌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 * *

후웅!

물방울이 미니언을 스치며 돌아온다.

아링의 성장 척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깔끔하게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허벌판이 증명한다.

〈아링이 얼마나 잘 컸으면 근거리 미니언이 녹아버려요!〉

Q스킬 한 번에 라인 클리어.

모든 아링 유저들의 꿈과 희망이다.

한 번에 쭉 라인 클리어가 되면 개비스콘을 먹은 것처럼 묵은 속이 쑥 내려간다.

그리고 이는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용준 캐스터도 어지간히 시원했나 보다.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 의미로.

〈아링이 캐리가 안된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아니, 이게…… 너무 기초적인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게임이 좀 많이 비벼져 버렸네요.〉

김은준 해설에게는 안타깝게도 경기의 향방이 갑자기 산으로 간다.

분명 중반까진 예측했던 대로 3사단이 압도했다.

리심의 빠른 스노우볼과 탄탄한 조합 덕에 변수는 없어 보였다.

아링이 제법 성장하긴 했으나 어쩌라고?

어차피 한타는 카서트가 훨씬 좋다.

뻔하게 잘려주지만 않으면 이대로 굳힐 수 있다.

〈그런데 자꾸 무리하다 잘려주니까 글로벌 골드를 벌써 다 따라잡혔어요. 주도권도 완전히 뺏겼습니다.〉

강민수 소령이 전체적인 구도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단순히 성장 정도를 따라잡았다.

그 정도면 모를까 시야 등 주도권의 고삐가 넘어갔다.

30사단이 바론 근처에 와드밭을 일구고 있다.

이를 뚫고 들어가려면 협조성.

그런데 그 단합이 전혀 안되고 있어서 문제다.

쿠! 챠앙!

부쉬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탈리반 3세.

시야를 먼저 잡고 낚시를 하는 측의 이점이다.

물론 대비하는 쪽도 정신만 차리면 불발로 끝날 수 있었겠지만.

〈테러스티나가 궁을 좀 써주고 빠져야 하는데 이러면 리심이 끊기는…… 그림이네요.〉

〈생존성이 좋은 조합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분명 맞아 떨어졌던 팀워크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 거리감이 생겼다.

눈치 빠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야기가 오간다.

-ㅋㅋ지들끼리 MVP 받으려고 난리 났네

-궁극기 아껴서 엿 바꿔 먹는 센스

-바론도 막을 수 있는 건데 그냥 내주고 노답이다

정글러가 끊기자 바로 바론을 시도한다.

하지만 충분히 막고도 남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게 한타 조합이 아닌가.

카서트와 말화이트의 궁극기는 위협적이다.

문제가 있다면 쓰기도 전에 녹았다.

쏘아진 아링의 유혹-점멸.

쿠! 챠앙!

그 위로 탈리반 3세의 깃창까지 연계된다.

단단한 탱커인 말화이트도 별 수가 없다.

대인 화력은 오히려 30사단이 막강하다.

〈잘 큰 아링은 당연하고 배인은 말려도 센 챔피언이에요!〉

〈3타 터지는 순간 억소리 나오거든요! 테러스티나 체력도 없는 상황이라 말화이트 끊기면 이건…… 내주는 게 맞습니다.〉

아무리 못하고, 아무리 못 커도 배인은 배인이다.

탱커 잡는 킬러 그 자체.

말화이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죽는다.

그 탓에 바론을 허무하게 공짜로 내주고 말았다.

크롸라라라-!

울려퍼지는 바론의 단말마와 함께 정적.

이 자리에서 가장 게임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현직 육군 소령보다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말투를 가다듬은 김은준 해설이 이거 아직 모른다를 시전한다.

〈3사단이 너~무 조급한 나머지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저질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면 한타는 아직 우위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이기면 다시 체면이 선다.

쪽이 팔려서 편파 해설을 하는 것만도 아니다.

조합의 이점, 그리고 한타의 난이도.

30사단은 아링이 슈퍼 플레이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3사단은 대놓고 던지지만 않으면 한타가 너무 간단하다.

〈말화이트가 앞에서 그냥 한 5초만 버텨주면 돼요! 물론 아링을 박아주는 것만큼 이상적인 구도는 없겠지만…….〉

〈아링을 박아준다는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네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무 말 대잔치가 열리고 만다.

여튼 김은준 해설의 말은 분명 정론이다.

다른 게임 전문가들이 이 자리에 있었어도 비슷한 예상을 토해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꼭 예상대로 굴러가진 않는다.

정말 바보 같은 실수, 예상을 비틀어내는 슈퍼 플레이!

같은 게 아니더라도 그냥 아다리가 안 맞을 때가 있다.

─레드팀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바론 버프를 두른 30사단이 진격한다.

그리고 3사단은 몸을 움츠리고 맞받아친다.

2차 포탑 두 개를 내주긴 했으나 결정적인 손해를 보진 않았다.

바론을 먹히고 정신을 차렸는지 3사단의 움직임이 치밀해졌다.

오히려 한 수 앞을 보고 큰 그림을 그린다.

말화이트가 홀로 기지 밖을 나가 빙 둘러 뒤를 잡았다.

〈30사단 정비 못했거든요? 지금 한타 걸리면 진짜 위험합니다!〉

〈진형도 너~무 안 좋습니다! 이거 설마…… 눈치 못 채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정면 한타는 3사단이 유리하다.

문제는 타이밍, 그리고 구도.

정말로 딱 맞아 떨어지는 완벽한 이니시 각이다.

말화이트가 점멸 궁극기로 들이박는다.

예상을 하고 있어도 반응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30사단은 3인궁 각을 그대로 내준다.

〈아링 점멸 없기 때문에 말화이트 궁……???〉

바론에서 말화이트를 자르기 위해 사용했다.

설사 궁극기로 반응을 해도 터져버린 한타다.

분명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을 만한 슈퍼 플레이였는데.

헬렐레~

몸에서 하트가 솟구치며 아링의 꽁무니를 쫓고 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시작되어버린 한타가 게임의 종지부를 찍는다.

* * *

'와, 이 버그 아직도 있네?'

혹시 하고 쏴봤는데 아직도 있으니 뻘쭘하다.

말화이트의 궁극기 막을 수 없는 돌격.

그런데 아링의 유혹에는 막힌다.

'결국 네놈도 한낱 발정난 수컷에 불과했다는 거겠지.'

라고 정리할 말은 아니겠지만 버그를 못 잡은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이런 개그나 치고 있을 때도 아니다.

미끄러지며 앞으로 질주한다.

후웅!

타랑탕!

유혹이 빠졌다고는 하나 워낙 잘 컸다.

쏘아진 물방울과 푸른 도깨비 불.

대상은 말화이트를 뒤따라온 리심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대체 뭘 믿고 딜템만 둘둘 두른 걸까.

주제 파악 못하는 리심이 녹아내린다.

그 사이 말화이트는 아군이 정리했다.

궁극기가 없는 말화이트는 냉동 없는 PX다.

배인의 말뚝딜에 반항도 못하고 죽는다.

도망가는 적들을 탈리반이 추격한다.

〈버거킹!〉

개인적으로는 롯데리아를 좀 더 선호한다.

우리 동네 지점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너무 짜다.

한타가 너무 일방적이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나네.

모 패스트푸드 체인점 같은 이름 같은 함성이 울려퍼지며 탈리반 3세의 궁극기가 적을 가둔다.

테러스티나는 도망쳤지만 카서트는 그러지 못했다.

적 세 명이 허무하게 끊기며 게임의 끝이 보인다.

"솔라리."

"늬에~ 늬에~."

카서트가 발악을 하며 궁극기를 외우지만 한데 모여 청동의 솔라리 펜던트.

광역 실드가 종말곡의 데미지를 상쇄하며 막는다.

넥서스로 진격하자 오늘의 일과가 반쯤 끝난다.

"수고했다! 정말 난 믿었다. 믿었어! 아링이 아무리 안 좋아도 니가 하면 다르지!"

"당연한 과정이고 당연한 결과라 감흥은 하나도 없지만요."

내 우승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소대장형이 의자를 부둥켜 안고 난리가 났다.

그렇게까지 격하게 응원 안 해도 애초부터 승패가 정해진 게임이다.

팀워크가 장점인 팀만큼 깨부시기 쉬운 팀이 없다

'이래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건가.'

게임을 하는 도중에 떠올랐다.

5대 명문, 그리고 NEX클랜.

이전에 한 번 얽힌 적이 있었다.

그렇고 그런 복잡한 이야기 아니라 그냥 단순히 대회 무대에서 상대로 만났다.

그때도 결승전이었고 결과 또한 마찬가지.

비슷한 레퍼토리에 당해줬던 걸로 안다.

'정말 발전이 없다 얘네들은.'

한 번 호구는 영원한 호구인 것인가.

하지만 얘네도 철이 들었을 수 있다.

군대랑 철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연속으로는 안 당해주겠지.

그런 거에 당해주는 사람은 콩밖에 없다.

"근데 왜 아링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준규도 아니고."

다 생각이 있어서 픽을 한 거라니까 믿지를 못한다.

경기의 결과로 가볍게 증명해줬다.

그런데 준규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게 한 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은준 해설 알지? 롤챔스."

"알죠. 그 터릭 닮은 양반."

"아링이 미스픽이라고, 리심은 왜 줬냐고 밴픽 지적을 하더라고."

그 양반이 확실히 겜잘알이긴 하다.

일반론으로 따지자면 그 말이 맞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문제지.

'그러고 보니 그 양반이 아링을 싫어했었나?'

고백하다 차였던 상대가 아링과 똑 닮았다는 루머가 있지만 사실 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남의 연애사는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한 번이 아니라면 묵념을 표한다.

아링과 함께 김은준 해설이 치를 떤다는 그 챔피언.

내 전략의 실현을 위한 키카드로 상정해 두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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