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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참모총장배…… -->
2013 지상군 페스티벌 군챔스.
사실 대부분의 관중들 목적은 하나다.
우리 콩샐러드 잘 지내나, 그 스타성은 여전한가 확인하고 싶다.
그런데 이미 3, 4위전이 치러졌다.
한 마디로 볼장다봤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이미 적지 않은 관중이 축제의 다른 부분은 관람하기 위해 떠났지만.
-ㄴㄴㄴㄴ결승전은 보고 가자
-어차피 안 보면 방종각인 거 ㅇㅈ?
-ㅆㅇㅈ 토깔 생각 마라
-들켰고, 오지고, 레릿고, 스무디~
아직 현장에는 수많은 관중들이 남아있다.
그중 하나.
자신의 시청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결론은 따질 것도 없이 남자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아니, 형님들! 지상군 페스티벌에 볼 게 얼마나 많은데 방종각을 잡는다고 그래~. 내가 형님들 보여주려고 팜플렛을 아주 달달달……."
─빡통시브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닥치고 결승전 보자
"달달달 외웠지만 형님들이 하라면 해야지. 내가 언제 형님들 하라는 대로 안 한 적이 있어?"
-너무 많아서 기억을 못하겠다……
-역시 별풍이 갑인가
-별풍 타이밍 ㅇㅈ이자너ㅋㅋ
-열혈 성님 방송 감 좀 아시는 듯?
최근 롤 유저들 사이에서 달달하게 달아오르고 있는 화젯거리다.
당연하게도 군챔스를 보고 싶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한가한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혹은 여건이 안돼서.
군챔스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트리머가 나섰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파프리카TV의 BJ인 쿨통통이 이 자리에 온 이유다.
"근데 형님들, 콩샐러드 마이 진짜 잘하긴 한다. 거의 내 리픈급?"
-오 하느님 맙소사
-콩샐은 마이, 꿀통통은 리픈 인정이자너ㅋㅋㅋ
-제발 비빌 걸 비비자 통통아……
BJ가 아무리 잘해봤자 아마추어 레벨에서다.
프로게이머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의 없을 뿐 따지고 보면 없지는 않다.
이를 테면 알파고급 피지컬로 세계 원딜러 최정상에 우뚝 선 BJ웃음이라던가.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은 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외의 존재였다.
-제가 진짜 몰라서 묻는 건데…… 레전설이 누구에요?"
-그걸 모른다고???
-통통아 실망이다.
-모를 수도 있지ㅋㅋ 옛날 사람인데
BJ쿨통통의 물음은 달리 유별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지금 채팅창에서 아는 채 하는 사람.
꺼라위키나 잉벤 등 커뮤니티에서 요약글 보고 왔을 가능성이 90%다.
그만큼 2년이란 시간은 E-스포츠에 있어 엄청난 세월이다.
한 마디로 강산이 변해버린 수준.
1년만 지나도 전 시즌의 흔적이 안 남는 롤이다.
2년이면 강산에 강원랜드가 세워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전 지식은 가지고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ㄹㅇ루다가 레전설이 나왔다는데
-근데 솔직히 확실한 것도 아니었잖아?
-지금은 확실하지. 바로 그 콩샐러드가 보증했으니까
장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된 마당이다.
어째서 예선전 결승에서 탈락하게 됐나?
팀운이 좋지 않았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상대가 좋지 않았다.
물론 겸손의 미덕일 수도 있다.
쓸데없이 이유 주렁주렁 달면 오히려 더 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다.
단념, 후련하게 느껴진다.
확실하게 패배를 받아들인 모습이었다.
"아~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전 세대의 테이커였네? 물론 그래봤자 내가 리픈 잡으면 안되겠지만."
-리픈은 그래도 꿀통통이지
-옛날 사람이라 패치 메타도 적응 못했을 걸?
-그래도 원래 부자는 망해도 3년 가ㅇㅇ
옛날에 한 따까리 했다고는 해봤자 와 닿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잘한 거 인정.
그래서 뭐 어쩌라고?
보지 않은 시청자, 그리고 봐버린 시청자.
현재까지는 당연히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2년 전의 롤 유저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목도할 수 있는 순간이다.
드디어 결승전 진출 팀……, 아니 사단이 올라왔다.
진용준 캐스터가 우렁찬 목소리로 부르짖는다.
〈제3보병사단…… 백골 부대, 훈련병들이 기피하는 제1순위 부대죠? 사지를 헤쳐왔을 강인한 장병들을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작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진용준 캐스터의 얼굴이 잡힌다.
무대 위로 올라온 장병들이 나란히 서 시작한다.
〈전방을 향하여 경례!〉
〈〈백골!!〉〉
-ㅁㅊ 대회에서 경례하고 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야 군챔스지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충성이 아니라 백골이야?
-미필 하나 걸렀죠?
일단 군대의 이름으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빼놓을 수 없다.
전방을 향해 힘찬 함성 3초간 발사!
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인 경례, 군인 정신은 필수적이다.
물론 진짜 진행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확실히 백골 부대……, 군기가 바짝 잡혀 있어요.〉
〈저도 군대 훈련병 시절에 제발 이곳 만큼은 걸리지 마라. 바라고 또 바랬던 기억이 있거든요!〉
〈진용준 캐스터 군대 갔을 때면 대체 언제적이죠……?〉
일반인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악명 높은 부대다.
부대 마크부터가 해골.
군생활 내내 지옥을 맛볼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 지옥을 뚫고 이 자리에 섰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3사단을 대표해서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 씩씩하게 한 마디 해~~ 주세요~!〉
가히 부담스러운 떠넘김이다.
마이크를 움켜쥔 장병이 말을 더듬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입을 연다는 건 할 말을 준비해왔다는 소리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3사단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동시에 前NEX클랜 소속으로서 오늘 이후 프로를 지망할 예정이니 관심 있는 관계자분들 계신다면 주저 없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폭탄 발언이라면 폭탄 발언이다.
만약 생방송이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영입 권유 같은 말을 해봤자 누가 본다고?
보고 있다.
-NEX클랜? 설마 그 카오스의 NEX클랜?
-뭐야 뭔 말임?
-ㄷㄷ해체된 거 아니었나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다.
기억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불을 불일 도화선은 충분하다는 소리다.
* * *
내가 기억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들.
일일이 기억하고 있지 않다.
물론 콩샐러드는 듣자마자 까무러칠 뻔했지만.
'그건 그 사람이 너무 특수했던 거고.'
대부분의 경우는 기억해줄 가치가 없다.
뇌세포를 쓸데없이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들이 나를 잊지 못할지 언정 나는 그들을 깔끔하게 잊었다.
하지만 일부 어쩔 수 없이 기억에 남는 이들도 있다.
말하자면 기억의 연관성.
사과는 애플.
애플은 아이폰.
아이폰은 스티븐 잡스.
이런 식으로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5대 명문이라…….'
그런 떨거지들이 있었던 것도 같다.
방금 전까지 잊고 있었는데 떠올랐다.
그도 그럴게 본인의 입으로 대놓고 말했다.
'콜라……, 펩시 콜라……, 펩시NEX…….'
마지막으로 NEX클랜.
분명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마침 콜라가 마시고 싶던 참이었는데 연상되어 떠올랐다.
과거에 한 번 얽힌 적이 있었다.
자세한 사건은 기억나지 않는다.
거기까지 뇌세포를 할당할 만한 가치.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상대를 알았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승부의 세계에서는 정말 승률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왜 이렇게 시건방지지?'
마치 우승을 할 것처럼 말하네?
살짝 이마에 힘줄이 올라오려고 그런다.
때마침 내 차례가 도래했다.
〈저희가 30사단 장병분들의 자료를 쭉 살펴봤는데…… 정말 깜짝 놀랐죠?〉
〈콩샐러드 선수가 왜 떨어졌는지 이해가 갑니다. 무려 전 시즌의 랭킹 1위! 레전드급의 선수가 있더라구요!〉
이미 무대 위로 올라와 발언을 대기 중이다.
마이크가 누구에게 건네질지는 따질 것도 없다.
이미 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마당이니까.
〈……저 아닙니다.〉
〈아니에요?〉
〈예, 예. 저 말고 저짝에 그분.〉
준규에게 먼저 마이크가 가고 말았다.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
〈정정하자면 레전드가 아니라 레전설입니다.〉
〈아! 실례, 분명 그런 아이디네요. 그런데…… 시즌2 이후로 랭크 게임을 거의 안 하셨어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제 한 몸 불사른다는 정신으로…….〉
〈그럼 지금은 퇴물이라는 소리 아닙니까?〉
〈…….〉
인터뷰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모양이다.
프로게이머들이 단상에서 말문이 막히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이런 실례를, 퇴물이면 콩샐러드 선수가 그렇게 격찬을 했을 리가 없겠죠!〉
〈아, 예…….〉
〈기계화보병사단이라 그런지 확실히 세련된 것 같기도 하고 제 때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지만 진용준 캐스터 군시절이면 없을 만도 하다.
기계화보병사단은 근래에 들어 생긴 거니까.
이 농담도 근래에 들어 생긴 농담이다.
〈그래서 제가 기계화보병으로서 팔을 오토메일로 교체했습니다. 알파고급 피지컬이라는 게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기계화보병이라는 게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인지는 처음 알았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다른 사단들이 기계화보병이 대체 무엇인지.
하도 궁금해 하니까 이런 농담이 생겼다.
물론 실상은 일반 보병들보다 차량을 많이 이용하는 정도밖에 없다.
'정말 오토메일로 교체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인생사 하루 앞날을 알 수가 없더라.
어쩌다 보니 정말로 그렇게 됐다.
아무튼 진정 하고자 하는 본론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앞서 3사단 장병들이 붙어볼 것도 없다, 이미 우승이다. 우승을 계기로 프로를 지망하겠다고까지 얘기했는데 여기에 대한 반박, 혹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본론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다.
너무 건방지잖아?
왜 이렇게 까불어?
그런 하잘 데 없는 자존심 싸움 따위 관심 없다.
〈프로를 지망하는 건 좋은데……, 현실을 하나도 직시하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 사는 것 같아요. 랭킹 1위였던 저도 지금 취업 걱정이 막막합니다. 그런데 어중이떠중이 클랜분들이 단체로 프로를 지망하고 난리가 나셨네요?〉
단순한 현실 직시의 조언이다.
팩트 폭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박을 하고 싶어도 저쪽에 마이크가 건네질 일은 없다.
여기는 100분 토론도, 썰전도 아니니까.
〈유망한 아마추어 팀도 프로로 스카웃되는 사람은 많아봤자 두세 명이에요. 근데 무슨 전우애를 다지고,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라는 사실을 하나도 몰라. 그런 애송이들이 대체 무슨 프로를…….〉
〈저도 아는 입장에서 틀린 말이라고는 안 하겠는데! 너무 흥분해서 오바하시면 전역에 지장 생길 수도 있어요?〉
〈아, 그건 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선택지다.
얼마 남지 않은 내 군생활.
모쪼록 아무 일 없이 순탄하게 흘러가길 바란다.
그렇기에 던진 승부수다.
'전쟁은 이미 시작했어.'
주사위는 굴러간지 오래다.
팀 게임이라는 건, 사람이 게임을 한다는 건 경기 시작 전부터 좌우되기 마련이다.
멘탈, 팀워크, 협조성.
제아무리 철벽의 성도 문지기를 매수시키면 별 수 없다.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 양들.
손에 손을 마주 잡는다고 꼭 파워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깨닫고 가게 될 것이다.
〈육군참모총장배 로드 오브 로드 토너먼트 리그, 그 결승전!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TV에서나 들어봤던 목청 찢어지는 익숙한 고함과 함께 막을 올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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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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