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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참모총장배…… -->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대한민국 육군 10대 군가 중 하나.
듣는다고 없던 애국심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왠지 전투력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선을 간다가 울려 퍼지며 대회의 막이 오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게임 대회라고는 해도 일단은 군인들의 축제다.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어찌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높은 산 깊은 골을 뚫고 본선 무대까지 올라온 것 아니겠습니까? 눈 내린 전선이 소환자의 전장이 될 수도 있는 거에요!〉
끼워 맞추기도 이 정도면 감탄스러울 지경이지만 일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진용준 캐스터가 필사적으로 부르짖는다.
윗사람이 부르짖는데 어찌 아래 사람이 놀겠는가?
〈로드 오브 로드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전쟁 게임이잖아요? 실제로 국군 전투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가기 마련이다.
군챔스의 중계를 위해 게임 전문가 김은준 해설이 파견됐다.
물론 따질 것도 없이 그럴 듯한 개소리다.
실제 전쟁에서 눈 먼 수도승이 갱킹을 온다던가, 3킬 먹은 적 탑라이너가 왕귀를 하는 일은 보통 없기 때문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적어도 육군 관계자들.
높으신 분들은 대충 전쟁 게임이구나.
흐뭇하게 알아들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중요한 건 명분이니까.
〈확실히 전쟁의 긴장감이라는 측면에서 와 닿는 이야기 같습니다. 제가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GOP는 언제 어느 때 사건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위험 지대였…….〉
이렇듯 포장을 잘하면 어떤 개소리도 있어 보인다.
그 명분을 실현시키기 위한 말하자면 구색 갖추기다.
오프게임넷에서 특별히 초청한 게임 캐스터, 게임 전문가와 더불어 군대에서도 한 명 해설의 입장으로 나왔다.
계룡대 강민수 소령이 묻지도 않은 과거 이야기를 떠든다.
〈로드 오브 로드도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만큼 공통점이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모의 전투라고 봐도 되지 않나…… 현직 국군 소령께서 말씀을 해주시니 설득력이 붙지 않습니까?〉
물론 별들의 고향, 계룡대에서는 짬찌나 다름 없는 소령이다.
어쩌면 롤도 잘 모르는데 짬에서 밀려 나온 걸 수도 있다.
거기까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윽고 시작되는 첫 번째 경기.
제9보병사단 대 제27보병사단의 3, 4위 전이다.
이미 게임 시간이 8분 가량 흘러갔다.
어느 정도 사이즈가 나온다는 소리다.
사실 게임 시작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호롱!
콰드득!
콩샐러드의 코리아나가 궁극기를 시전한다.
상대 르풀랑이 반항도 못하고 터져나간다.
〈그냥 라인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분위기죠?〉
〈시야도, CS도 완전히 압살! 역시 콩샐러드 선수입니다.〉
〈어, 강민수 해설도 콩샐러드 선수를 아시나 봐요?〉
〈당연히 알죠~. 제가 이래 봬도 골드 티어입니다.〉
〈캬~ 어쩐지!〉
진용준 캐스터가 감탄할 만도 하다.
골드 티어면 낮은 거 아니야?
결코 그렇지가 않다.
대한민국 육군 소령의 진급 연령은 30대 중반 전후다.
계룡대 출신, 엘리트인 강민수 소령.
빠르게 진급해 서른 셋의 나이에 소령을 달았다.
E-스포츠에서 30대는 환갑이다.
정말 어지간히 잘하고, 관심이 있지 않으면 골드 티어는 보통 못 단다.
게임을 보는 눈이 웬만큼은 있다는 소리다.
〈나이대가 있으셔서 상상도 못했는데 대단하십니다!〉
〈연세는 진용준 캐스터님이 훨씬 더 있으신 걸로 아는데…….〉
연로하신 E-스포츠 원로분들의 친목회는 그렇다 치고.
진행되는 경기의 향방은 원 사이드 하게 흘러간다.
생초보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일방적이다.
그도 그럴게 콩샐러드다.
원래라면 이런 장소에 있을 만한 레베루의 양반이 아니다.
라인전을 버티는 게 용하다.
툭!
툭!
툭툭 평타만 때려도 뭔가 다르다.
움직임에서 우아함이 느껴진다.
말하자면 부드러운 비단결.
사앗…!
쏘아지는 르풀랑의 금빛 사슬이 그냥 당연한 듯 비껴나간다.
애초에 안 맞을 걸 알은 듯한 앞무빙이다.
구슬이 무거운 느낌으로 직격한다
〈차이가 워낙 나서 그냥 분신 채로 터졌습니다!〉
〈이런 걸 보고 양민 학살이라고 하는 거죠~. 다른 라인이 못해주는 것도 아니라 무난한 미드 캐리 그림이 그려집니다.〉
기대했던 콩샐러드의 학살 소식에 경기장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진다.
사실상 홈 그라운드.
제27보병사단 이기자 부대에게는 안타까운 편파지만 어쩔 수 없다.
현장의 관중들 과반수 이상이 콩샐러드를 보기 위해 먼 걸음 했다.
과거 전성기 시절 롤챔스를 쓸어담았던 선수다.
그의 팬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를 응원한다.
〈열기가 워낙 뜨거워서 착각할 수 있는데 3, 4위전입니다. 아직 결승전이 아니에요?〉
〈하지만 4등은 복귀 행군이라는 루머가 있죠? 장병들 열심히 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 올림픽에서도 동메달 밑으로는 없다.
군챔스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4등은 포상 휴가가 없습니다! 막말로 추억만 남기고 가는 거에요~.〉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4등은 포상 휴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3등은 3박 4일, 2등은 4박 5일, 1등은 5박 6일.
이외에도 상과 부상이 따로 주어진다.
현역 장병이라면 승리에 목을 매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럼에도 팬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잊지 않는다.
첫 번째 세트의 당연한 승리.
이어진 두 번째 세트에서 꺼내고 말았다.
〈나왔네요. 나왔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미. 드. 마. 이!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콩샐러드의 선수의 시그니쳐 픽으로…….〉
유명한 선수라면 누구나 시그니쳐 픽이 존재한다.
말하자면 그 선수의 상징과도 같은 챔피언.
아웃섹 하며 리심이지!
사이는 역시 잭트 아니야?
마찬가지로 콩샐러드 하면 마이가 떠오른다.
과거 솔로랭크를 폭파시켰던 주범이다.
물론 현재는 리메이크가 이루어졌다.
〈아이템을 AP에서 AD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챔피언의 기본적인 스킬 구조는 변한 게 없단 말이죠!〉
중계진들이 포장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미드 챔피언이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대회에서 꺼낼 픽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꺼낸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신을 보러와준 팬들을 위함이다.
그리고 상대가 만만하기 때문도 있다.
마이라는 챔피언은 상대가 만만할수록 위력이 배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사샤샤샥-!
마이의 Q스킬 알파 슬래쉬.
맵에서 일순간 사라지며 네 명의 적을 가른다.
그 사기적인 판정은 리메이크가 된 이후에도 여전하다.
시작된 용한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콩샐러드의 마이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첫 번째 희생양은 원딜러.
써컹!
써컹!
헤이클린이 칼질 세 번에 썰려나간다.
실제로는 영락한 기사의 검, 그리고 점화.
순간적인 폭딜이 들어간 탓이지만 적어도 보는 입장에서는 다를 게 없다.
한 명, 쓰러지자 나머지는 도미노다.
〈진형이 너~~~~~무 안 좋았어요!! 원딜러가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녹아버렸죠?〉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27사단의 진형이 안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프로 레벨의 기준에서다.
상대가 어중이떠중이였다면 찔리지 않았을 틈.
가차 없이 파고들어 휘젓는다.
〈살인전차입니다 살인전차!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펜타 킬까지!!!〉
〈미쳤어요! 콩샐러드의 미드 마이 누가 막습니까?!〉
경기장이 미친 듯이 들썩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 나와버렸다.
아무리 아다리가 잘 맞아 떨어졌다지만 펜타킬이라니?
그의 미친 캐리력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마이가 리메이크가 되고 미드로 쓰기 애매해졌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원조 장인은 어디 가지 않나 봅니다.〉
〈예능을 하려고 뽑은 픽이 아니라는 거죠! 미드 마이! 가능성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해설자들의 격찬.
이어지는 경기의 향방은 따질 것도 없다.
안 그래도 잘 큰 마이가 펜타 킬을 쓸어담았다.
두 번째 세트가 마무리 지어지며 3, 4위전의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다.
〈한 마디로 정리가 되죠? 콩샐러드가 혼자 다했어요. 혼자 다했습니다! 그렇기에 의문이 안 들 수가 없는데…….〉
이런 선수가 대체 왜 떨어졌을까요?
김은준 해설의 의문은 비단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남말 귓등으로 안 듣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이게 결승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크게 위화감이 있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캐리력을 선보였다.
3, 4위 전은 제9보병사단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윽고 승자 인터뷰의 시간.
〈깔끔한 승리! 명불허전 쇼맨쉽! 승리 축하드립니다 콩샐러드 선수!〉
다른 장병들은 각자의 이름으로 부르지만 역시 콩샐러드는 콩샐러드다.
따질 것도 없는 MVP, 그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 박수 갈채가 끊어질 줄 모른다.
한 때 롤챔스를 평정했던 콩샐러드 선수가 대체 어쩌다가 결승전을 탈락했는지…….
진용준 캐스터가 마이크를 건넨다.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장본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운이 나빴습니다.〉
〈아~ 팀운이! 롤이 사실 팀운 게임 아니겠습니까? 솔로랭크 하시는 시청자분들은 공감을 분명 하실 거에요!〉
챌린저라고, 프로게이머라고 브론즈, 실버, 골드에서 안 지는 게 아니다.
팀이 너무 못하거나, 팀 때문에 말리면 질 수도 있다.
롤 유저라면 누구나 있는 흔한 경험이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한다.
* * *
"진짜 씹새끼 아니에요?"
"그, 그러게나 말입니다."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경기장에서는 사실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특히 같은 공감대가 있는 팬층끼리는 더더욱.
'이상하게 그런 공기가 있기는 해.'
종종 인터넷 짤방, TV등에서 나오지 않는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부둥켜 안고 난리 나고.
이게 절대 드문 일이 아니라 평범한 반응이다.
그 절정을 찍었던 게 2002 한일 월드컵이다.
당시가 그렇게 여자 사귀기 좋았다던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때 초딩이었다.
아무튼 술이 들어갔을 때 만큼 말을 쉽게 틀 수 있는 환경이란 건 사실이긴 하다.
"레전설만 아니었어도 콩샐러드 결승 진출하고! 군챔스 대박 치고! 씹새끼도 이런 씹새끼가 없다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주시네요. 마음속 깊이 격감합니다."
격투도 하고 싶다.
왜 나한테 현피 신청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선배."
"왜?"
"선배가 레전…… 읍!"
"닥. 쳐.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유리야의 주둥이를 틀어 막는다.
따로 틀어 막지 않아도 될 만큼 수선스러운 경기장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레전설이 대체 누구길래 진 거야?"
"퇴물이잖아 퇴물. 보나마나 팀빨로 이겼겠지."
'…….'
그 장본인이 바로 옆에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성난 관중들에게 둘러 쌓여있다.
맞장구를 치며 그래도 소신 발언을 해본다.
"그래도 나름 실력이 있으니 이긴 게 아닐까요……?"
"실력은 무슨. 님이 레전설을 몰라서 그래요. 얼마나 얍삽하고 꼼수란 꼼수는 다 쓰는 쓰레기 같은 놈인데."
"허허……,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나도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정말 신이 나서 떠드는데 듣고 있기가 민망하다.
그놈의 콩샐러드는 왜 이렇게 평가가 높은지 모르겠다.
"콩샐러드 봐요. 팀탓도 안 하고, 상대가 잘했다고 띄워주고. 저런 게 바로 스포츠 정신이지."
"그렇군요……. 내가 그건 몰랐네."
끄덕끄덕 듣고 있던 사이 시간이 왔다.
언제까지 관중석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에 대한 잘못된 사실도 더 이상 듣고 있기 괴롭다.
'내가 군대에 있었던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원래 세상사, 악성 루머는 퍼지기 쉬운 게 사실이다.
MSG가 잔뜩 묻은 칼칼함에 길들여지기 쉽다.
당사자가 바로 잡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2년간 나라를 지키는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나의 애국심이 불러온 안타까운 참사다.
잘못된 루머를 바로 잡을 시간이다.
그 상대.
누구인지 막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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