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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8화 (2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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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의 장점은 일단 종류다.

면, 고기, 온갖 가공식품들!

종류가 은근히 다채롭다.

한 번에 여러가지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엄청나다.

전자레인지에 데워온 냉동들을 쭉 늘여 놓으면 이런 장관이 또 없다.

'여기에 병영식당에서 쌤쳐온 쌀밥까지 있으면 딱인데.'

냉동 싸게 먹는 꿀팁이다.

반찬만 사고 밥은 식당밥.

하지만 오늘은 아낄 생각이 없으니 밥까지는 필요 없다.

"이런 진수성찬이 또 없어. 많이 먹어라."

"……선배 솔직히 저 싫어하죠?"

진수성찬을 눈앞에 두고 뭔 소리래.

PX근처에 위치한 면회실 내부.

전자레인지로 손수 하나하나 데워다 줬다니 입을 뾰로통 내밀고 있다.

"야."

"……."

"삐졌냐?"

"안 삐졌어요."

'안 삐지긴 개뿔이.'

악센트 딱 주고 발음하는데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냐

애초에 표정부터가 대박 삐진 표정이다.

왜 그러는지는 짐작이 간다.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내가 너무 막 대하는 것 같다.

일부러 까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의도가 아니다.

언제 한 번 먹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게 정말로 경험이 된다.

"복학생들이 군대 얘기 엄청 하지? 술자리에서."

"음…… 가끔 들어요."

"그치? 아주 질리도록 하지? 근데 하나도 이해 안되잖아."

"네."

"공감대 하나 생기는 거야. 이런 걸로."

"저 근데 별로 복학생 오빠들이랑 엮이기 싫은데……."

'내가 바로 그 복학생이거든?'

정확히는 예정이지만 지금도 별 다를 건 없다.

물론 프로 데뷔 상황에 따라서는 안 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상처 받는데.

'복학생 생활이 힘들기는 한가 보구나.'

엮이기 싫을 정도의 취급이라니.

아무튼 정말로 경험이 되는 건 맞다.

냉동이 어떤 맛인지 솔직히 나도 입대 전에는 많이 궁금했다.

"너랑 나 사이에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곱게 쳐먹자."

"헉, 알았어요."

납득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하나 포장을 뜯는다.

'냄새 한 번 맡으면 돌이킬 수 없다니까.'

일단 처음은 메인 메뉴.

냉동이라는 게 정식 코스가 있다.

프랑스 요리 만큼 복잡하진 않아도 나름의 식사법이 존재한다.

"이거 너 저번에도 식당에서 맛있다고 잘 먹은 스파게티잖아 그치?"

"……."

일단 여자들이 환장하는 까르보나라.

익숙한 느낌의 요리부터 대접한다.

메인 디쉬로 선택한 이유다.

"그냥 우동 아니에요?"

"그래, 크림 우동. 까르보나라!"

"그거랑 이거랑 전혀 다른 건데……."

볼따구 빡친 복어 마냥 터질 듯이 나왔다.

내가 보기엔 저번에 니가 사준 거랑 별 차이도 없구만.

그리고 다음 음식, 곁들임은 빕스에도 분명 있던 거다.

"이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거든? 진짜 구하기 힘든 건데 내가 냉동고 밑바닥을 까뒤져서 겨우 찾은 거야. 빕스에서도 있었지? 치킨."

"씨이……."

"씨이?"

"저 놀리는 거 재밌어요?!"

그래, 재밌다.

재밌긴 한데 절대 놀리는 것만은 아니라니까.

'이게 진짜 얼마나 구하기 힘든 건데 뭘 모르네.'

한국인이라면 싫어할 수가 없는 치킨.

냉동에도 치킨 종류가 꽤나 많다.

그중에서도 최고 존엄이다.

슈넬치킨.

진짜 없어서 못 먹는 냉동 중의 냉동이다.

가격대비 양이 적어서 평소에는 잘 안 사는데 오늘은 무리 좀 했다.

"치킨이랑 떡갈비, 곁들여서 먹는 거야 알겠어?"

"말 안 해도 알 거 같아요."

튀어 나온 입술을 호치키스 마냥 꾹 잡아 땡겨서 비틀어버리고 싶지만 일단은 참는다.

누구나 선입견은 가질 수 있다.

솔직히 냉동이 겉보기는 별로다.

하지만 맛까지 별로인 건 절대 아니다.

특히 나만의 레시피로 어레인지 한다면 더더욱.

PX에서 냉동과 같이 사온 비밀무기를 끼얹는다.

"그리고 여자들이 치즈 뿌려먹는 거 좋아하잖아. 그치? 나도 좋아하거든?"

"그렇긴…… 해요."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부숴서 살짝 뿌려주면."

"어, 어! 어! 흐아아앙……."

애가 갑자기 또 울라고 한다.

나의 행동을 채 말리지 못한 것처럼.

진짜 즙 짜는 순간 절교이니 그런 줄 알아라.

'부먹 같은 몰상식한 행위가 아니야.'

프레첼 체다치즈.

냉동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씹는 맛을 더해준다.

중독성 있는 짭짤함이 크림 우동의 느끼함에 악센트를 가한다.

상승 효과를 낳는 두 치즈의 하모니라고 보면 된다.

위에 살짝 뿌려주면 기가 막힌다.

"이걸로 끝이니까 이제 함 잡숴봐."

"……정말 끝이 나긴 한 것 같아요."

애가 막 부들부들 떨면서 숨을 막 몰아쉬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터질 것 같다

놀리려고 깐 상이 아닌데 정말 누가 보면 놀리는 걸로 보이겠지.

하지만 다시 한 번 단언컨대 맛을 보면 달라진다.

나무 젓가락을 쩌억 반으로 갈라 일단 치킨 한 점.

가장 익숙한 음식부터 먹으리란 건 예상한 바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생각보다 먹을 만은 하네요."

"그렇게 서서히 냉동의 맛을 알아가는 거야."

"별로 알아가고 싶지 않아요 흐으으응……."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

움직이는 젓가락에 점점 망설임이 없어진다.

한창 울어재껴서 배도 고플 텐데 맛도 있으니 술술 넘어가겠지.

그리고 대망의 크림 우동.

"음식에 왜 장난을 쳐요……."

"장난이 아니라니까, 너는 지금 동서고금 퓨전 음식을 향한 모든 요리사들의 열정을 매도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

"씨이……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뒤적뒤적 콕콕 젓가락으로 크림 우동을 찌르고 있다.

영 마음에 안 드는 음식을 직면했을 때의 반응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거 먹을 바에 그냥 라면이나 먹지.

PX에 라면도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과거 우둔했던 나를 반성한다.

유리야가 한 젓가락 굵은 면발 하나를 마지못해 들어 쪽 빤다.

"씹는 맛 하나도 없어. 떡같에……."

"그래도 맛은 까르보나라랑 똑같지?"

"선배 싫어요. 미워할래요."

자존심이 있는지 이제 와서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젓가락은 부지런히 놀리고 있다.

씹고 있는 턱에도 거부감이 없다.

'크크…… 입으로는 싫다고 해도 혀는 착실하게 음미하고 있군. 사실은 즐기는 것 아닌가?'

냉동을 처음 먹으면 보통 이런 반응이 나온다.

진짜 많이 떨떠름하긴 하다.

당연히 군인들도 처음부터 군인인 게 아니다.

이런 식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어디 흔하겠는가.

선임들이 사주니까 마지 못해 먹는데 어?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게 엄청난 별미다.

"그리고 말이야. 군대에서 냉동을 사준다는 건 한 가지 의미가 있어."

"어떤…… 의미요?"

"싫어하는 후임한테는 절대 냉동 안 사줘. 그것만 알아."

군인이 영내에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외식 활동 중 하나.

가장 가격대가 비싸다.

게다가 귀찮다.

슈넬치킨만 해도 냉동고 안을 까뒤져서 겨우 찾았다.

손가락 떨어지는 줄 알았다.

심지어 준비 과정.

데우면 뚝딱인 음식이 아니다.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

신경을 안 쓰면 물기가 생기는 등 맛이 현저히 없어진다.

전자레인지 돌리기 전에 꽝꽝 얼은 면을 까서 뒤집어 넣는다 거나.

노하우도 필요하고 시간도 소비된다.

음식 하나에 평균 3분 이상 데운다.

'줄이라도 서있으면 저녁 시간 다 날아가지.'

보통 냉동을 저녁에 먹기 때문이다.

줄이 쭈욱 서있으면 진짜 한숨부터 나온다.

과거 상병부터 냉동을 먹을 수 있게 통제했던 것이 꼭 부조리 만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런 냉동이기 때문에 보통 후임한테 잘 안 사준다.

이러저러 신경 써주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그 귀찮음을 감수해도 될 만한 녀석.

"생각보다 나쁘지 않지?"

"……선배."

"왜?"

"여자애들한테 보통 이런 거 사줘요?"

그럴 리가 있나.

민간인한테 냉동을 사준다는 획기적인 발상은 보통 안 한다.

나도 오늘 막 떠올랐다.

"니가 처음이야. 그리고 마지막이겠지."

곧 전역을 할 테니까.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유리야로선 상당히 의미가 있었나 보다.

"먹어보니 나쁘진 않았어요."

"그치?"

"저 말고 이런 거 먹어본 여자 없겠죠?"

"그래. 어쩌면 니가 국내 최초일지도 몰라."

이렇게 본격적으로 냉동을 먹는 건.

물론 직업 군인을 제외하고 말이다.

웃고 싶지만 웃을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유리야가 해맑게 웃으며 크림 우동을 돌돌 말아 먹는다.

"야, 반 줘."

"선배꺼 먹으면 되잖아요."

"내껀 볶은짬뽕이야. 자, 나도 줄 테니 너도 줘."

"싫어요. 혼자 다 먹을 거에요."

얹혀진 홍합을 두 개나 준다는데 딜을 안 한다.

꾸역꾸역 볼따구가 햄스터 마냥 튀어나오도록 잘도 먹는다.

우여곡절 뾰로통했지만 만족한 듯 보이니 됐다.

"후식도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

"……그것도 냉동이에요?"

"냉동이라면 냉동이지 아이스크림이니까."

내가 괜히 코스라고 한 게 아니다.

냉동의 마지막은 정해져 있다.

그도 그럴게 워낙 짜고 느끼하다.

'엄청 매운 것도 있고 워낙 자극적이니까.'

그래서 맛있기도 하지만 다 먹고 나면 더부룩하다.

그런 더부룩한 속을 달래줄 후식.

따질 것도 없이 그거다.

군대의 베스킨라빈스.

"라보떼라고 죽이는 게 하나 있어."

"선배 그냥 전역 안 해도 여기서 평생 잘 먹고 잘 사는 거 아니에요?"

"악담을 해라 아주."

* * *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간다.

하나둘 증인들이 추가될수록 힘이 실린다.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들은 난리가 났다.

콩샐러드의 난데없는 광탈 소식.

─절친이 계룡대 소대장이다 질문 받는다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일단 사실은 맞대

30사단이 콩샐러드가 있는 9사단 꺾고 결승감

지도 안 믿겨서 애들 시켜 가지고 알아봤다네…….

└와…… 이게 그 유명한 흥행 브레이커냐?

└아니, 콩샐러드가 결승을 못 가면 어떻게 해!

글쓴이-근데 결승을 못 간 거지 3,4위전은 한다고 한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좀 김 빠진다

2013 지상군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는 백미다.

육군참모총장배 로드 오브 로드 토너먼트 리그!

최초로 시도되는 군대의 E-스포츠 대회다.

결승전과 3, 4위전이 일반 공개 하에 정식 진행된다.

그런 만큼 어느 팀이 올라오나 기대를 모았다.

우승팀은 사실 따질 것도 없겠지.

바로 그 콩샐러드가 출전했다고 하니 당연하다.

그런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前프로인 콩샐러드가 탈락을 했다니?

수많은 의견들이 교차하고 있다.

그래도 못 보는 건 아니니 다행이다.

그리고 대체 누가 콩샐러드를 탈락시켰을까.

─어떤 눈치 없는 자식이 트롤했을까……

콩샐러드가 못해서 지진 않았을 테고

상대가 특별히 잘하지도 않았을 텐데

아군이 역캐리 오지게 했을 가능성밖에 없지

진짜 하…… 역적이다 역적

아쉬움이 묻어난 글들이 주를 이룬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군챔스가 이슈가 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근황이 그토록 궁금했던 콩샐러드 때문이 8할이다.

그 8할이 완전히는 아니어도 반쯤 사그라들었다.

한탄 글들이 쏟아져내렸던 것도 잠시였다.

─아니 진짜 확실한 건 아닌데……

친구가 오프게임넷 관계자의 친구거든?

콩샐러드를 꺾은 사람이 레전설이라는 소문이 있다더라

물론 확실한 건 아님

└관계자의 친구의 친구란 소리네. 정성은 갸륵하다

└레전설도 군챔스 참가했다는 말이야?

└진짜면…… 대박이긴 한데 설마

과거 로드 오브 로드를 호령했던 전설의 게이머다.

레전설이라면 납득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콩샐러드를 꺾고 군챔스를 우승한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 흘러나온다.

대체 어떤 격돌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럴 방법이 무려 있었다.

오프게임넷 특집! 3부작

1부 군챔스- 콩샐러드의 역습

2부 대격돌- 전설의 재림!

3부 미정

어째서 2부의 이름이 전설의 재림이었을까?

의문스러웠던 퍼즐의 한 조각이 맞춰진다.

분명 그렇기는 하지만.

─한국대 때도 결국 루머로 밝혀졌잖아

그리고 바로 군챔스에 또 나타났다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우연 아니야?

└심지어 레전설 말년인데 흠ㅋㅋ

└말년에 군챔스라니! 말년에 군챔스를 하게 되다니!

└푸른거탑 말년병장급 수난이잖아ㅋㅋㅋ

진위 여부도, 궁금했던 과정도 한 큐에 확인할 수 있다.

오프게임넷의 색다른 시도가 때 아닌 대회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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