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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0화 (2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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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티 브라자 -->

〈버거킹!〉

탈리반 3세가 맹렬한 기세로 돌진한다.

바로 궁극기를 때려박아 적들을 가뒀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의 날카로운 이니시.

다소 무리한 감은 있지만 원래 팀게임은 기세가 반이다.

애매한 견적도 합심해서 이루어낸다면 결과가 달라진다.

용맹한 맹호 부대는 그 이름대로 후퇴를 모른다.

"와, 진짜 무섭게 들어간다."

"백마도 만만치 않아."

"여기서 대승 하는 쪽이 게임 잡겠는데?"

어느 속옷 사단과 달리 구경꾼들의 관람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그도 그럴게 양 팀 모두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는 사단이다.

맹호 부대와 백마 부대.

몇 사단인지는 몰라도 유명한 사단이라는 건 군인이라면 다 안다.

그런 유명한 사단이 선전을 하며 8강 자리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프로게이머를 동반한 채 말이다.

그 프로게이머가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얼핏 흔들리는 분위기로 보여졌던 전세.

콩샐러드의 파사딘이 종지부를 찍는다.

부왁!

행하는 것은 간단하다.

앞 궁극기 후 스킬 난사.

파사딘의 절묘한 난입이 전세를 뒤집는다.

맹호 부대의 미드 라이너 르풀랑이 타들어간다.

치지직…!

채 얼마 남지 않은 목숨.

하지만 생존력 하나는 알아주는 르풀랑이다.

분신과 본체로 나눠지며 시간을 번다.

그리고 생존기로 대피할 수 있어야 했다.

써컹!

현재 파사딘의 Q스킬 허무의 마격은 침묵이 달려있다.

약 3초에 달하는 스킬과 점멸의 봉인.

느려지기까지 한 르풀랑은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단 한 명.

르풀랑의 죽음은 도화선이 된다.

맹호 부대는 곧장 반격을 시도했지만 붕괴는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마치 도미노와 같다.

하나의 기둥이 무너지자 우르르르!

노려지는 다음 타겟의 죽음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구웅!

파사딘의 궁극기 공간 이동은 연속 사용시 추가 마나를 소비한다.

그만큼 데미지도 강렬해진다.

점멸까지 사용하자 모니터 화면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리를 단숨에 격한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후다.

맹호 부대의 원딜러 고르키가 짓밟힌다.

만약 르풀랑이 살아있었다면 뒤늦게라도 캐치해 파사딘의 발을 묶어둘 수 있었을 테지만.

"포커싱 완벽하다 진짜……."

"프로가 괜히 프로가 아니야."

"혼자 다 잡는다 다 잡아."

딜러진 두 명을 정확하게 순간 삭제.

심지어 추격의 귀재인 파사딘이 건재하다.

오합지졸 마냥 흩어진 맹호 부대는 한 명, 한 명 정리 당한다.

─쿼드라 킬!

콩샐러드님은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콩샐러드 하면 마이 장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前프로게이머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올라운더다.

보편적인 픽은 물론 변칙적인 픽까지 모두 소화해낼 뿐이다.

그냥 평범하게 사기인 챔피언은 더 잘한다.

그중에서도 파사딘은 가히 정점에 손 꼽힌다.

상대의 빈틈을 정확하게 끊어치는 후진입으로 전황을 뒤집어냈다.

쿼드라 킬을 쓸어담은 파사딘의 위력.

이후의 게임은 한타랄 것도 없이 일방적이다.

이목을 모았던 8강의 경기는 백마 부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

통솔 간부가 주도권을 잡은 맹호 부대과 달리 백마 부대, 제9보병사단은 병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있다.

간부 혹은 부대의 분위기가 더 자유롭나?

그런 게 아니라 단순한 상하 관계다.

군대가 계급 사회이듯 롤 또한 계급 사회다.

브론즈부터 챌린저까지.

어느 정도의 격차면 모를까 아예 격이 다르다.

"한 번만 더 이기면 본선이네요. 그리고 또 한 번 이기면 우승입니다!"

"진짜 콩샐 형님 덕분에 부족한 저희들도 승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헤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듯한, 얼핏 아니 대놓고 비굴함까지 느껴진다.

그 정도로 군인들에게는 절실하다.

우승시 부대 내 TV선물은 그렇다 치고 포상 휴가가 정말 목 마르다.

이를 실현 시켜 주고도 남을 프로게이머가 함께 하고 있으니 어찌 충성심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연속된 파격적인 승리가 장병들을 한껏 고취시켰다.

정작 그 장본인은 오히려 떨떠름한 상태다.

'이기는 거야 당연한 승리인데…….'

로드 오브 로드는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의 격차가 크지 않다.

스타크래프트 시절과는 진입 장벽의 단위가 다르다.

하지만 차이가 없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애초에 아마추어도 아니지.'

최소로 잡아도 마스터 상위권은 찍어야 아마추어라고 불릴 수 있다.

그 아래는 아마추어는 커녕 그냥 일반 유저다.

군챔스 출전자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한타든 운영이든 찌를 만한 빈틈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구태여 진지하게 임하지 않아 이긴다.

그러나 이 다음 상대.

팀원 중에 한 명 마스터 티어다.

심지어 진정 신경이 쓰이는 상대는 따로 있다.

'레전설이라…….'

갑작스러워 당황했을 뿐 곱씹어볼수록 승산은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잘했다고는 하나 과거의 실력자.

무엇보다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달라졌어.'

단 한 달만 쉬어도 격변하는 메타를 감당하기 힘든 게임이다.

근 2년에 가까운 공백.

제아무리 레전설, 자신이 인정했던 실력자라 하더라도 무리다.

알고 있음에도 바라게 된다.

그라면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콩샐러드는 전력으로 막아서리라 다짐했다.

* * *

군인은 항상 일과표에 따라 움직인다.

다른 부대 파견을 나가든,대회 출전을 하든, 하다 못해 입실을 하든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다.

아침 6시 기상

조식 식사

오전 일과

중식 식사

오후 일과

석식 식사

대충 이런 느낌으로 일과표가 짜여진다.

참고로 어제는 오전 일과가 부대 이동이었다.

30사단에서 계룡대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리지 않았는가?

도착해서 신고하고, 밥 먹고 두 번의 경기를 치르자 오후 일과가 끝났다.

군대라는 게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방송 협조 등 이런저런 일도 많아서 어제는 고작 두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늘로서 예선전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16강에서 붙은 제22보병사단.

8강에서 붙은 제12보병사단.

콘돔 부대와 슈퍼 그랑죠와의 격전이 바로 오전의 일과였다.

'하, 진짜 진지한 분위기의 경기 좀 치르고 싶은데.'

머리가 지끈지끈하지만 결과가 좋았으니 됐다.

중식 식사, 점심을 먹고 남은 한 경기가 예선전의 끝이다.

3전 2선승제로 치러지는 예선전의 결승전.

사실상의 이번 군챔스 결승전이나 다름이 없는 중요한 자리다.

그도 그럴게 상대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콩샐러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실력자 중 하나다.

상대의 정보를 미리 알아낸 이상 이용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번 점심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내냐가 이번 군챔스의 관건인데.

"헐, 게알찼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게가 알찼다는 언어유희에요."

"그래? 부장님께 들려주면 엄청 재밌어 하시겠구나."

왜 유리야와 보내게 됐는지 모르겠다.

때마침 꽃게철인 간장 게장 정식이 무척 맛있는 듯 흡입하고 있다.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무시를 할 수도 없고.'

상황이 참 얄궂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경기를 치르는 PC방까지 찾아왔더라.

손을 번쩍 들며 아는 채를 하는데 무시를 할 수가 없었다.

꼬추들만 가득한 군인 밭에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주목 받는다.

그런데 얘가 상판때기는 나름대로 먹혀준다.

소프트웨어가 맛이 가서 그렇지.

손을 끌고 내빼는 게 최선이었다.

주목은 둘째 치고 소개해야 할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남에게 보여주기에는 민망하기 그지없는 지인이다.

'모자라지만 착한 아이라는 걸 구태여 설명하기는 싫어;'

계룡대 내부 식당에 데려와서 밥을 먹이고 있다.

꿀떡꿀떡 게알쪽쪽 잘 먹고 있다.

정말 야무지게 잘도 삼킨다.

"……먹고 어여 가라."

"여기 오는 길에 맛있는 거 엄청 많이 팔았어요."

"혼자 사먹어."

"군인 아저씨들 할인해주던데……."

내가 니 할인 셔틀이니?

걸어 다니는 할인 쿠폰이야?

그리고 군인은 아저씨가 아니야.

"군인이면 아저씨 아니에요?"

"니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거든?!"

"그래도 군인은 보통 아저씨라 부르지 않아요?"

그 보통이란 선입견 때문에 대한민국 60만 육해공 군인들이 상처 받는다.

머리 빡빡 깎고, 담배 푹푹 피고, 땡볕 아래에서 일하다 보면 누구라도 늙기 마련이다.

'행보관님이 산증인이시지.'

최소 50대 중반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40대 초반이란 소리 듣고 귀를 의심했다.

마음 같아서는 민증 까보고 싶었을 만큼 어이가 없었다.

군대라는 환경에 노출되면 누구라도 늙어 보인다.

짬 먹고 관리를 좀 해야 사람답게 보이는 거지.

이런 건 민간인들이 이해를 해줘야 한다.

물론 나는 담배를 안 피기 때문도 있다.

"선배, 저 담배 안 피는 남자 좋아해요."

"그래? 난 유리야가 아닌 여자 좋아하는데."

"히잉……."

하잘데 없는 농담 따먹기도 딱 하나 어울려줄 구석이 있다.

다름 아닌 얻어먹을 때.

걸어 다니는 할인 쿠폰 취급은 불쾌하지만 사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군인이 월급을 받아 봐야 얼마나 받겠는가.

아무리 군인 할인을 받는다 해도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싸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지갑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할인 쿠폰이고 얘는 지갑이네.'

이 정도면 양측 공평하니 참아줄 만하다.

그리고 나도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얘가 나를 만나러 왔다는 건 숙제를 다 해왔다는 의미다.

"시버 찌건냐구요?"

"……삼키고 말해."

닭강정을 볼따구 가득히 햄스터 마냥 담은 유리야가 눈치를 본다.

모습을 보아하니 물을 것도 없다.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모양이다.

'사실 바라지도 않았어.'

아직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실버를 찍었다면 내가 더 놀랐을 것이다.

유리야의 잠재력을 무시하고 있었나.

역시 유리야는 무시를 하는 게 맞다.

그래도 다소 성취는 있었으니 왔겠지.

"여,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얼마나 올랐는데?"

내가 이전부터 누누이 말했지만 열심히 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잘하는 거다.

그리고 성과를 내는 거다.

안타깝게도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저 시청자들이 엄청 잘해졌데요! 막 실버 가는 거 아니냐고 난리 났어요!"

"……정말?"

"진짜에요. 믿어주세요."

갈궈서 돌려보낼 만한 꼬투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애매해졌다.

지 입으로는 당연히 잘해졌다고 하겠지.

눈곱 만큼도 믿겨지지 않지만 눈앞에 당당한 성과가 보인다.

[BJ유리야의 변화에 시청자들이 눈물겨운 찬사를 보냈습니다.]

[활약상에 따라 1100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

평소에 얼마나 막장이었으면 눈물겨운 찬사까지 보내는 걸까.

유리야의 플레이에 눈이 썩은 건 나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근데 그런 눈 썩는 플레이를 대체 왜 찾아보는 걸까 진짜.'

아무튼 덕분에 다량의 포인트를 순식간에 획득할 수 있었다.

유리야가 아주 조금은 이쁘게도 보인다.

중식 시간을 허무하게 낭비한 보상이 조금은 주어진 것 같다.

'어차피 콩샐은 진지하게 게임하는 녀석이 아니니까.'

비슷한 급의 다른 네임드였다면 솔직하게 위험했다.

손목도 부실하고, 메타 적응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

상대가 약점을 파고 들면 고전을 면하기 힘들다.

하지만 콩샐러드는 승부욕이 심하게 없는 타입이다.

프로에도 미련이 없는지 쿨하게 관두고 입대를 했다.

힘 빼고 장기전을 노린다면 변수는 딱히 없을 것이다.

'작정한 콩샐 만큼 무서운 인간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 작품 후기 ==========

고인달님//냉동, 글자 글대로 냉동된 식품이죠

편의점 레토르트랑 크게 다를 거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근데 먹을 게 없는 군대서 먹다 보니 훨씬 더 입에 착착 감기죠

주로 사먹는 건 크림 우동, 짬뽕면, 치킨,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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