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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그리스 전역 (216/326)

  < 215. 그리스 전역 >

  215.

  섹스투스는 처음 이민족들이 다키아로 몰려갔을 때만 해도 내심 이 상황을 반기고 있었다.

  그리스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스멀스멀 힘을 키워가고 있는 다키아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정세에서 굳이 다키아와 적대를 할 필요는 없었으나, 혼란스러운 기회를 타고 강국으로 성장하는 나라의 사례는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키아는 부족 개개인들이 워낙 용맹했기에 장차 까다로운 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슬라브와 사르마티아족이 이런 다키아의 전력을 깎아준다면 손뼉을 치고 환호할 일이었다.

  기회를 잘 보다가 개입하면 양쪽을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섹스투스는 주기적으로 정찰병을 보내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를 수집했다.

  그 와중에 난데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분간은 잠잠하리라고 생각했던 흉노군이 움직인 것이다.

  "흉노 기병대를 이끌고 있는 건 적의 수괴로 보인다고 합니다."

  "흉노의 수장이 직접 다키아를 침공했다고?"

  전령의 보고를 되물었을 만큼 의외의 소식이었다.

  흉노가 갈리아에서 대대적인 퇴각을 벌인 게 언제였던가.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군대를 수습해서 다른 나라를 습격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규모는?"

  "확실치는 않지만 10만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당연히 전원 기병일 텐데··· 엄청난 전력이로군."

  원 역사에서 로마의 트라야누스가 다키아 왕국을 침공할 때 동원한 군단의 수는 15만에서 20만 정도였다.

  고작 4만 정도의 군사밖에 동원하지 못했던 다키아는 로마를 상대로 무려 5년을 버텼다.

  물론 로마가 극도로 신중하게 진군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다키아가 저력 있는 국가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원정에 신중을 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다키아는 이제 막 세력을 키우는 중이라 2세기 정도의 국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거기에 한창 슬라브와 사르마티아 난민들과 싸우고 있던 와중에 공격을 받은 것이다.

  당연히 쓸려나가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키아의 현 상황은 어떻지?"

  "사실상 궤멸입니다. 슬라브족을 막으려고 했던 다키아군 1만 5천이 흉노 기병 5만에게 급습당해 전멸했습니다. 남은 병사들은 부랴부랴 수도로 들어가 농성전을 할 것 같은데 함락은 시간문제라고 봐야겠죠."

  "다키아와 싸우던 슬라브와 사르마티아는?"

  "이미 흉노에게 한 번 데인 탓인지 전의를 상실하고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흉노를 피해 도망간 곳에서도 계속 쫓겨났는데, 마지막으로 노린 장소에서마저 자신들을 쫓아낸 자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건 섹스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키아가 함락당하는 건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흉노의 이다음 행보였다.

  흑토 평야와 보스포루스에 비단길까지 차지하고 있는 흉노의 영토는 지금도 충분히 넓었다.

  여기에 다키아까지 수중에 넣으면 흉노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충분히 자급자족이 가능해진다.

  여기에서 만족하고 숨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만족하지 않고 다시 로마를 쳐들어올 것인가.

  물론 흉노를 잘 알고 있는 마르쿠스는 흉노는 무조건 전쟁을 재개할 테니 철저히 방비를 굳히라는 서신을 보냈다.

  섹스투스 역시 그럴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보고 있었다 다키아를 공격하는 것도 그리스 침략을 위한 밑 작업으로 본다면 깔끔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다키아가 최대한 늦게 함락당하는 게 섹스투스의 입장에서는 최선이었다.

  "다키아 쪽에서 별다른 연락은 없었나?"

  "있었습니다. 국왕이 정식으로 요청을 한 건 아니지만 다키아 남부의 유력자들은 로마의 구원을 바란다며 지속적으로 사람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구원군이라······."

  "다키아 남부의 모이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쪽은 다키아가 함락당하면 다음은 자신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모이시아는 다키아 남쪽, 즉 마케도니아 속주의 바로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흉노가 그리스를 치려면 당연히 모이시아를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흉노의 방식을 고려한다면 얌전히 길을 열어달라고 할 리가 없다.

  모이시아는 아직 로마의 속주로 편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섹스투스가 구원군을 파병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그리스가 아니라 더 앞쪽에서 흉노군을 막아내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선택을 하긴 해야 하는데 흉노군의 정확한 전력을 모르니 쉽지가 않군."

  지금까지 흉노족이 보여준 모습은 솔직히 대단하긴 했다.

  북방의 야만족들은 어느 하나 예외 없이 흉노의 말발굽에 짓밟혀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야만족들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당장 슬라브와 사르마티아는 섹스투스가 이끄는 로마군에게 거의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다키아로 쫓겨나지 않았던가.

  게르마니아에서 3개 군단이 전멸당하긴 했으나, 그건 애초에 수적으로 너무 차이가 나는 전투였다.

  이후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포기하고 후퇴한 이유도 결국 수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났기 때문이다.

  갈리아가 흉노 기병에게 일방적으로 유린당한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섹스투스가 이끄는 그리스 지역은 달랐다.

  그는 갈리아가 먼저 흉노에게 침입을 당한 덕분에 충분한 방어선을 꾸릴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북아프리카 속주와 악숨, 쿠시 왕조에서 있는 대로 병력 지원과 식량을 받았다.

  원래부터 부유한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속주에서도 많은 물자를 끌어모았으며 트라키아에서도 병사들을 징집했다.

  그 결과 만약 정말로 흉노가 쳐들어온다면 20만의 정규 군단을 동원해 요격할 준비를 끝마쳤다.

  물론 이건 거의 한계까지 모든 속주를 쥐어짠 결과물이었기에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병력이 아니었다.

  그래도 적들 역시 20만의 기병으로 장기전을 하긴 쉽지 않을 테니 조건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즉, 질 거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문득 섹스투스는 며칠 전 받아보았던 마르쿠스의 서신을 떠올렸다.

  '흉노가 쳐들어오면 무조건 정면에서 싸우지 말고 방어만 철저히 하라고 했었지.'

  공성전에 일가견이 있는 로마가 20만 대군으로 방어만 한다면 기병이 위주인 흉노가 쉽게 뚫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흉노는 당연히 수비군이 적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약탈을 자행할 게 뻔했다.

  섹스투스로서는 체면이 손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리스가 아니라 조금 더 앞에서 방어선을 형성해 흉노의 남진을 막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섹스투스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계산해 보았다.

  상황은 이미 급박하게 물살을 타고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늦어도 며칠 안으로 결단을 내려야 했다.

  흉노의 침공은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었다.

  섹스투스는 싸움을 예감했다.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는 대전략가의 피가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오고 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고 하던가.

  결과적으로 다키아에 지원군을 파병하지 않은 섹스투스의 판단은 옳았다.

  병력을 총동원하고 물자를 비축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급보가 날아들었다.

  다키아가 저항을 포기하고 흉노의 밑으로 들어갔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빼면 거의 대부분이 평야라고 해도 충격적일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만약 섹스투스가 지원군을 보냈다면 빠르게 다키아를 점령한 흉노군에게 공격당해 각개격파를 당했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모이시아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방어선을 위로 올리기에는 허용된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까닭이다.

  섹스투스는 즉각 갈리아와 시리아에 전령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고 폼포니우스와 가비니우스를 불러왔다.

  "소식은 저도 들었습니다. 흉노 놈들이 다키아를 밀어버렸다는 게 사실입니까?"

  두 사람이 들어오기까지는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까지 빠르게 움직일 줄 몰랐다는 심정이 두 사람의 얼굴 위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놀라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섹스투스가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막 들어온 보고인데 놈들은 무서운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남하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간에 모이시아가 있긴 하겠지만 그쪽의 전력을 고려하면 흉노의 발목조차 붙잡지 못하겠지요."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입니다. 갈리아와 동방에서 지원군이 오기 전에 놈들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높겠군요."

  "미리 병력을 동원하라는 명령을 내려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두 분을 부른 이유는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군단을 움직일 시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폼포니우스와 가비니우스가 결연한 표정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설마 야만족들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이번 전쟁에 동원되는 병력의 규모는 이전까지와는 수준이 달랐다.

  여러 전장을 돌아다닌 두 사람도 아직 10만 단위의 군대가 충돌하는 전장에 서본 경험은 없었다.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 섹스투스 님의 계획대로 일단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자연경계선에서 방어선을 치고 버티면 되는 겁니까?"

  "적의 수준이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니 안전하게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마르쿠스 님도 무조건 수비적으로 임하라고 했으니 제 판단이 틀리진 않았을 거라 믿습니다."

  가비니우스가 조금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유목민이라면 북아프리카의 허접한 부족들과 사르마티아와 싸운 게 다인 그는 이런 소극적인 방어가 달갑지 않았다.

  수가 밀리는 것도 아니고 동수 대결을 한다면 로마군이 야만족 따위에게 질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 속마음일 뿐, 이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섹스투스와 마르쿠스의 의견이 같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고 따르는 게 옳았다.

  심복 두 사람의 동의를 받은 섹스투스는 즉각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동원해 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1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섹스투스의 결정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듯 흉노의 대군이 모이시아를 거쳐 그리스 쪽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적의 수는 무려 20만.

  게르마니아를 공격했을 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은 규모였다.

  "절반은 다키아를 침공하고 나머지 절반은 이쪽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나 보군."

  적이 밀고 내려오는 속도를 보면 역시 처음부터 목표는 그리스가 맞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도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맞아 떨어졌다.

  만약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대처를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물론 예상보다 한 발짝 빠른 로마의 대응에 흉노를 이끄는 바야투르 역시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움직임이 빠릿빠릿하군. 남제의 아들은 아직 애송이라고 들었는데 정보가 틀렸던 건가?"

  바트자르갈 역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로마 최고의 장수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그렇게까지 맹탕은 아니었나 봅니다. 아니면 아직 어리다고 하니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많았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어느 쪽이든 적장에 대한 평가를 조금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겠군. 그래 봐야 달라질 건 없겠지만."

  바야투르는 저 멀리 얼핏 보이는 로마군의 웅장한 방어선을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흘렸다.

  여기서 시간이 끌리면 그에게도 좋을 게 없었으나. 그렇다고 성급하게 움직일 마음은 없었다.

  바야투르는 일단 로마군과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일단 단단히 방어를 굳힌 채 먼저 치고 나오지 않는 게 딱 라인강을 끼고 농성을 하던 카이사르의 부대를 생각나게 했다.

  상대방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병력을 들이부어 봐야 아군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단, 이번에는 갈리아 때와는 다르게 바야투르가 공격할 수 있는 장소가 여럿 남아 있었다.

  "두더지가 굴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미끼를 던져줘야지."

  처음부터 로마의 대군과 공성전을 하거나 지형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싸울 마음은 없었다.

  바야투르는 로마군과 대치하는 척하면서 군대를 둘로 나누었다.

  자신은 알탄만을 데리고 10만의 군사로 테살로니카로 방향를 틀었고, 다른 세 명의 선우에게는 에페이로스로 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섹스투스는 흉노의 이런 도발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항구도시인 테살로니카는 견고한 성벽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기병대만으로는 함락이 쉽지 않았다.

  바야투르의 군대가 도시를 삼면으로 포위하긴 했어도 소용이 없었다.

  섹스투스는 자신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제해권을 활용해 테살로니카에 끊임없이 식량을 날라다 주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아예 없진 않았다.

  여기저기서 병력을 끌어모은 건 좋은데 병력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섹스투스가 군단을 완벽히 통제하는 게 점점 불가능해졌다.

  이 정도의 군세가 모였는데 대체 왜 겁쟁이처럼 반도에 틀어박혀 있느냔 말들이 나왔다.

  특히 쿠시나 악숨에서 온 지원군은 자신들을 처참하게 무너뜨린 로마군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데에 좋지 않은 기색을 내비쳤다.

  바야투르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에페이로스와 포위당한 테살로니카에서도 언제까지 이럴 거냐는 불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정타는 테살로니카를 포위하는 바야투르가 내건 깃발이었다.

  그는 게르마니아에서 전멸시킨 로마군단의 아퀼라를 보란 듯이 들고 다녔다.

  검독수리를 형상화한 이 아퀼라는 로마군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상징물이었다.

  과장을 좀 섞자면 로마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로마군단은 이 아퀼라를 빼앗기는 걸 가장 수치로 생각했고, 그런 상황이 올 것 같으면 스스로 부숴버리기까지 했다.

  로마가 참패를 했던 전투에서조차 병사들은 아퀼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런 중요한 물건이 흉노의 손에 있는 건 바야투르가 의도적으로 로마의 군기를 손에 넣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전멸시킨 3개 군단 중 1개 군단은 아퀼라를 자신들이 파괴했으나, 나머지 2개는 그렇게 하기도 전에 흉노군이 빼앗을 수 있었다.

  바야투르는 로마군을 도발해야 하는 결정적인 때가 오기까지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라인강에서 카이사르의 부대를 상대로 도발을 할까 고민해 보았으나, 바야투르는 카이사르라면 이런 도발에 넘어가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 젊은 섹스투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야투르는 로마군이 훤히 볼 수 있도록 2개 군단의 아퀼라를 맨 앞에 세우고 테살로니카 앞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자신의 군대를 절반으로 쪼개 트라키아를 공격하는데 보내버렸다.

  20만 대군이 바로 밑에 있는데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다.

  이 상식을 넘어선 도발에 신중을 지키던 섹스투스의 참모진들이 폭발해버렸다.

  "이 주제도 모르는 야만인 놈들이 감히!"

  "섹스투스 님, 이런 굴욕을 당하고도 계속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하실 겁니까?"

  "놈들은 지금 우리만이 아니라 로마 전체에 모욕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적의 수괴가 이끄는 병력은 겨우 5만입니다! 감히 무적의 로마군을 상대로 저 따위 광오한 모습이라니!"

  참모들의 분노로 가득한 아우성이 연일 총사령관의 막사를 울렸다.

  섹스투스 역시 연이은 부하들의 압박과 바야투르의 도발로 인내심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적들이 대놓고 아퀼라를 모욕하고 있는 시점에서 뭔가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훗날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마저 있었다.

  "···알겠습니다. 확실히 놈들은 계속 두고 볼 수 있는 선을 넘어버렸으니 우리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겠지요."

  결국 섹스투스도 오만방자한 야만족들에게 심판의 철퇴를 내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마침내.

  총사령관의 명령을 받은 로마의 대군이 마침내 테살로니카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 215. 그리스 전역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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