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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개선식 (124/326)

  < 123. 개선식 >

  123.

  개선식이 다가올수록 로마의 분위기는 점점 더 열광적으로 달아올랐다.

  크라수스와 원로원은 이번 개선식을 역대 그 어느 개선식보다도 화려하게 만들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오직 개선식에만 개방되는 트리움팔리스 성문이 활짝 열렸다.

  오로데스에게서 압수하고 추가로 크테시폰에서 가져온 어마어마한 재화가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의 긴 행렬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호화로운 개선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마르쿠스는 확실한 차별점을 두기 위해 행진하는 군단병들의 차림새에 신경을 썼다.

  개선식에 참여하는 병사들은 모두가 투구에 근사한 장식을 달았고, 새로운 튜니카를 제공 받았다.

  가장 앞에서 행진하는 12군단에게는 특별히 은 갑옷이 지급되었으며, 군기를 드는 기수들은 갑옷 위에 비단옷을 추가로 걸쳤다.

  결정적으로 이번 행렬에는 특별히 원로원 의원들도 참가했다.

  귀족파는 이번 승리를 크라수스와 마르쿠스, 그리고 그들을 아낌없이 지원한 원로원이 다 함께 이룬 위업이라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전리품을 실은 수레들 옆에는 이동식 무대장치가 마련되었다.

  무대의 위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파르티아 전쟁의 승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거리가 미어터질 정도로 나온 시민들은 이 대단한 구경거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

  무희들이 춤을 추고 악사들이 흥겨운 곡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개선장군의 마차를 탄 크라수스와 마르쿠스가 지나가자 한껏 달아오른 시민들의 열기가 마침내 정점에 이르렀다.

  "우오오오! 위대한 로마의 영웅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 만세!"

  "임페라토르 크라수스께 영광이 있기를!"

  "메소포타미아를 정복한 자! 마르스의 현신 마르쿠스에게 신들의 축복을!"

  마르쿠스가 미리 앞열에 심어놓은 사람들 덕분에 크라수스의 이름도 마르쿠스만큼이나 많이 연호되었다.

  월계관을 쓴 크라수스가 아낌없이 은화를 뿌리자 시민들은 더 열성적으로 크라수스의 이름을 연호했다.

  크라수스와 마르쿠스의 뒤에서 자주색의 튜니카를 입은 남성이 모든 개선장군에게 건네는 경고의 말을 읊조렸다.

  "호미넴 테 메멘토(그대 역시 필멸의 인간에 지나지 않음을 기억하라.)"

  개선장군이 너무 우쭐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경고였지만, 이런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로마인에게는 크나큰 영광이었다.

  크라수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포로들로 구성된 행렬도 군중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시민들은 화려한 비단과 보석으로 치장된 오로데스와 무타레스에게 조롱과 야유를 보냈다.

  제아무리 강대한 왕이라고 해도 로마에 대적한다면 이렇게 몰락한다는 표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아르시노에와 클레오파트라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었다.

  구경거리로 전락한 오로데스의 비참한 말로에 아르시노에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동방의 최강대국으로 손꼽히던 왕일 텐데···조금 안쓰럽네."

  "그러게. 베레니케는 운이 좋네. 로마인으로 귀화하는 절차를 밟은 덕분에 저런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언니를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사람이 저렇게 구경거리처럼 다뤄졌다면···솔직히 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을 것 같아."

  "동감이야."

  클레오파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개선장군이 탄 마차를 의문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오로데스가 패배했다고 해도 그는 강대한 대국을 호령하던 군주였다.

  심지어 파르티아는 많이 약화되긴 했어도 아직 저력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로마의 영토로 들어온 메소포타미아 지역도 완전히 안정화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오로데스에게 저런 식으로 모욕을 주면 파르티아 귀족들의 여론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클레오파트라는 마르쿠스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개선식의 분위기를 띄우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좀 더 부드러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잘 모르겠네.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 건지 아니면······.'

  상념에 잠겨있던 클레오파트라에게 아르시노에가 불쑥 한 마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언니는 왜 로마에 남겠다는 거야?"

  "응? 우리는 원래 로마에 유학을 온 거였잖아. 로마에 남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운 일 아니니?"

  "거짓말하지 마. 언니도, 나도 유학은 핑계였잖아."

  아르시노에가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눈빛으로 클레오파트라를 응시했다.

  클레오파트라 역시 동생의 얼굴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그녀가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내가 로마에 남으면 오히려 너한테는 더 좋은 게 아닐까 싶은데?"

  "······."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아르시노에가 클레오파트라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언니도 보고 듣고 느꼈잖아. 로마는 엄청나게 강해. 파라오가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날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이집트는···로마가 될 수 없다고."

  클레오파트라의 표정이 잠시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뭐래니? 하지만 너도 알지? 이집트가 로마가 될 수 없듯이 너도 율리아 님이 될 수는 없다는 걸."

  "그거야 나도···아니, 그런데 갑자기 왜 말도 안 되는 화제로 말을 돌리는 거야?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동생을 바라보던 클레오파트라가 안심하라는 듯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렴.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해둔 바가 있어서 로마에 남는 거야."

  "그 생각해둔 바가···아니, 됐어.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겠네."

  아르시노에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속내를 알 수 없게 되어가는 언니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개선식을 마저 구경하기로 했다.

  관행대로 음란한 노래를 부르며 행군하는 군단병들의 노랫가락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았던 그녀의 얼굴이 다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아, 진짜! 왜 저런 가사를 행진하면서 부르는 거야!"

  ※※※※

  기나긴 개선식 행사가 끝나자 한껏 들떴던 로마도 차츰 일상으로 돌아갔다.

  전리품의 분배는 공정하게 이루어졌고, 로마의 국고는 다시 풍족하게 채워졌다.

  크라수스는 자신에게 돌아올 몫의 일부를 로마 시민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소량의 은화와 밀과 기름을 받은 자유민들은 개선식이 끝난 뒤에도 연일 크라수스의 이름을 칭송하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마지막으로 크라수스는 원로원과 함께 모든 로마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규모의 공공연회를 개최했다.

  거리에 차려진 상만 해도 무려 2만 개가 훌쩍 넘었다.

  만 마리에 달하는 생선이 요리되었고, 포도주와 고기의 무게로 상다리가 휘청거렸다.

  일부 사람들이 몰래 음식을 챙겨 집에 가져가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풍족한 연회였다.

  시민들의 민심을 꽉 잡은 원로원은 한숨 돌리고 만족스럽게 상황을 관망할 수 있게 됐다.

  키케로는 잠시 휴식도 취할 겸 당분간은 집필 활동에 전념하며 심신을 달랠 계획이었다.

  크라수스가 돌아왔으니 이제 자신이 할 일이 별로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가 출판사를 경영하는 친우 아티쿠스에게 보낼 편지를 거의 다 작성했을 때였다.

  해방 노예인 티로가 마르쿠스가 보낸 서신을 들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서신을 읽어 내려가던 키케로의 눈이 점점 크게 떠지더니, 이내 자연스러운 웃음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하하하! 내 이래서 그 젊은이를 싫어할 수가 없다니까."

  "마르쿠스 님께서 호화로운 선물을 보낸다고 하시던가요?"

  "그래. 아주 큰 선물을 가지고 내일 오겠다고 하니 손님 맞을 준비를 좀 해주게."

  키케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마르쿠스가 보낸 서신을 읽어보았다.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다.

  편지의 앞부분은 마르쿠스와 크라수스가 로마를 비운 동안 훌륭하게 정계를 이끈 키케로의 노고에 대한 칭송이었다.

  키케로가 로마에 남아준 덕분에 모든 걸 잊고 전쟁에만 집중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말이 그의 기분을 한층 들뜨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서신의 마지막 구절이었다.

  <제 저택에 이집트에서 온 세 명의 왕족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베레니케는 현재 제 동생 푸블리우스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아르시노에 공주는 저와 계속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눈치라 아마 저와 함께 동방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 공주는 아직 로마에서 배우고 싶은 게 많은지 여기에 남고 싶다고 하더군요.

  클레오파트라 공주는 굉장히 총명한 여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보통의 후견인을 붙여서는 오히려 망신만 당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의 왕족이 로마 귀족들의 수준을 얕잡아 보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키케로 님이 꼭 이 중책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키케로 님이라면 클레오파트라 공주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막힘없는 대답을 들려주실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왕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집트의 왕족이 공화정을 이해하는데 키케로님 이상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마르쿠스가 없는 동안 클레오파트라의 후견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키케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콧대 높은 이집트의 왕족에게 공화정의 위대함을 설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까닭이다.

  게다가 이 중책을 맡을만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마르쿠스의 찬사가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는 당장 노예를 시켜 마르쿠스에게 답장을 전하게 하고 클레오파트라에게 소개해줄 적당한 책을 고르기 위해 서재로 향했다.

  책과 그럴싸한 구절을 떠올리며 고민을 거듭하니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다음날이 밝아왔다.

  화려한 마차를 타고 도착한 마르쿠스와 클레오파트라가 티로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로 들어섰다.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을 확인한 키케로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아직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귀엽다고 생각했으나, 몇 년 이내 남성들의 심금을 울릴 미녀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집트나 마케도니아풍의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최근 로마 상류층에 유행하는 하늘하늘한 비단옷을 걸치고 있었다.

  머리 모양이나 화장도 로마 귀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외견만 봐도 로마의 문화를 존중하겠다는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일단 첫인상은 백점 만점에 백점을 줄 수 있을 정도였다.

  대략적으로 관찰을 끝낸 키케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오오, 언제 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네."

  "개선식 때는 길게 인사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제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죄송은 무슨. 생애 처음으로 만끽하는 개선식인데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겨야지. 그리고 그날은 내가 여태껏 본 개선식 중 그야말로 최고였네. 이전에 폼페이우스가 치른 개선식보다도 명백하게 더 호응이 좋았어."

  "의원님들께서 함께 자리를 빛내주신 덕분입니다. 저희가 다 함께 일구어낸 성과인 셈이죠."

  키케로가 기꺼운 미소를 지으며 클레오파트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귀하신 손님을 세워두고 너무 우리끼리 떠들었군. 처음 뵙겠습니다. 툴리우스 키케로라 합니다. 편하실 대로 키케로 불러주십시오."

  "클레오파트라 필로파토르입니다. 이집트에도 소문이 자자한 위대한 석학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 저야말로 소문이 자자한 이집트의 공주님과 대면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입니다. 그런데···정말로 제 이름이 이집트에서 유명합니까?"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키케로의 반응에 클레오파트라 생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이집트에는 언제나 로마에 대한 소문이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폼페이우스 님이나 키케로 님에 대한 소문은 제가 로마로 오기 전부터 익히 듣고 있었어요."

  "너무 허황된 소문은 아니었을지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처음엔 그렇게 여겼는데 직접 만나 뵙게 되니 오히려 소문이 축소된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클레오파트라는 사전에 조사해두었던 키케로의 업적을 줄줄이 읊었다.

  특히 베레스 재판과 반역자 카틸리나와 대치하며 설전을 주고받은 이야기가 거론되자 키케로의 표정은 더없이 만족스러워 보였다.

  "아무래도 공주님께서는 제 얼굴에 금칠을 하러 오신 듯합니다. 모자란 재주를 그토록 좋게 봐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모자란 재주라니요. 여기 마르쿠스 님도 키케로 님이야말로 로마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분이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는걸요."

  크게 감동한 키케로가 마르쿠스 쪽을 잠깐 돌아보았다.

  "허명일 뿐입니다만 공주님께서 그토록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마르쿠스, 자네가 한 부탁은 내 기꺼이 받아들이겠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하, 나도 오랜만에 총기 넘치는 젊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들뜨는군. 마침 이집트에 관해서 궁금한 것도 있었으니 나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네. 그럼 언제부터 공주님을 내 저택에서 머물게 해드리면 되겠나?"

  "늦어도 다음 달 내로는 동방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으니 그때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빠르게 동방으로 돌아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키케로는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브리타니아 원정을 수행중인 카이사르에게서 한 장의 승전 보고서가 도착했던 까닭이다.

  이 승전보는 잠잠해지려던 로마 정계를 다시 한번 들썩이게 만들었다.

  즉각 원로원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번 회의에는 크라수스는 물론 마르쿠스도 참석했다.

  오랜만에 긴장감으로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카토가 자리에서 일어나 폼페이우스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 보고가 정말로 사실입니까? 카이사르가 브리타니아에서 벌어진 첫 회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고요?"

  "물론이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시오. 카이사르가 지금까지 단 한 번으로라도 거짓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었소?"

  "···없지요. 그러니까 지금 브리타니아 원정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말이로군요."

  "갈리아 방어를 위해 4개 군단을 남겨두고 6개 군단만으로 브리타니아를 점령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나도 좀 걱정했던 게 사실이오. 하지만 이번에 3만 5천의 병력으로 적의 6만 대군을 거의 궤멸시켰다고 하지 않소. 거기에 아군의 피해는 천명도 되지 않는다니 믿을 수 없는 대승이지.

  이 기세대로라면 내년이나 늦어도 내후년쯤에는 브리타니아를 완전히 제패하지 않을까 싶소.

  "

  귀족파 의원들의 분위기가 축 처졌다.

  이놈의 카이사르는 대체 어째서 전쟁을 하면 지지를 않는다는 말인가.

  이제 한 번쯤은 패배해줘도 좋을 텐데 그에게서 도착하는 소식은 오직 승리뿐이었다.

  이대로 브리타니아가 완전히 카이사르의 손에 떨어지면 그다음은 게르마니아까지 진군한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로마의 북쪽이 전부 카이사르의 영향력 안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서쪽의 히스파니아와 북아프리카, 그리고 그리스 지역은 이미 폼페이우스의 세력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로원이 믿을 수 있는 건 남쪽의 이집트와 아시아의 동방 속주들뿐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동방에서는 현재 마르쿠스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크라수스가 개선식을 치르기 위해 남은 총독 임기를 포기하고 로마로 귀환한 게 문제였다.

  크라수스의 총독 임기가 끝난 이상 마르쿠스를 총독 대행으로 동방에 파견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결국 귀족파는 초강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카이사르의 업적에 대한 민중파 의원들의 칭송을 잠자코 듣고 있던 카토가 마침내 본론을 꺼내놓았다.

  "카이사르의 승리는 정말 놀라운 위업입니다.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급한 문제를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새롭게 편입된 아르메니아와 메소포타미아 속주는 안정화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누굴 보낸다고 해도 자존심 강한 저 토착 귀족 놈들이 쉽게 허리를 굽히진 않을 겁니다.

  우리 로마는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정복지의 편성을 그 지역을 정복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하지만 크라수스의 임기는 이미 끝났을 텐데요?"

  민중파 의원의 반론에 얼굴을 찌푸린 카토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그러니 저는 여기서,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에게 5년의 임페리움을 부여하고 동방 속주 전역을 관할하는 총독으로 삼는다는 특별법을 발의할 것을 집정관께 제안 드리는 바입니다!"

  < 123. 개선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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