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 >
121.
자그로스산맥을 경계로 하는 로마의 영토를 확정 지은 마르쿠스는 다시 군단을 출격시켰다.
군량을 제공하기로 합의를 해놓고 계약을 위반한 아르메니아를 단죄하기 위해서다.
10개 군단이 넘는 대군이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아르타샤트를 향해 북상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곧바로 아르메니아의 아르타바스데스 2세의 귀에 들어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마르쿠스가 보낸 서신이 왕궁에 도달했다.
서신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르메니아의 왕 아르타바스데스는 들으라. 로마 원로원과 시민의 총의를 받드는 나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가 고한다.
그대들은 로마와 맺은 신의를 저버리는 배신행위를 저질렀다. 이미 명백한 증거가 갖춰진 상황이니 변명할 수도 없을 터. 로마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죄를 그 어떤 잘못보다도 엄중하게 처벌한다.
나 마르쿠스 크라수스는 동방의 질서를 책임지는 총독 대행으로서 그대들의 죄를 물으려 한다. 즉시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순순히 죗값을 치르라. 그렇지 않으면 나 마르쿠스가 군단을 이끌고 직접 아르타샤트를 점령할 것이다.>
서신을 받은 아르메니아 왕궁은 문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아르타바스데스는 분노를 터트리면서도 섣불리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사절의 눈앞에서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으나,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억눌렀다.
서신에 적힌 어투만 보더라도 이건 일국의 왕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었다.
의도는 명백했다.
로마는 아르메니아를 정벌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이놈들이···이 아르메니아를 어떻게 보고 이렇게 오만하게 나온다는 말인가. 전쟁을 벌이면 우리 따위는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다 이 말이렷다?"
아르타바스데스는 이를 갈며 당장에라도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선포하려 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일말의 이성이 발목을 잡았다.
로마와 싸우는 건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았다.
아르메니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파르티아마저 로마의 앞에서는 갓난아기 수준에 불과했다.
사막의 평야에서 벌인 회전에서 로마군의 사망자가 백 단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르메니아에도 전해졌다.
당연히 마르쿠스와 교류를 맺고 있는 귀족들이 퍼트린 소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르타바스데스가 싸우자고 해도 누구도 동조하지 않을 게 뻔했다.
'젠장. 로마와 파르티아를 저울질해보는 게 아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조언을 한 귀족들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후회를 해봐야 이미 때는 늦었다.
게다가 로마와 파르티아의 전쟁이 격화될 거라고 누구보다 확신했던 이는 아르타바스데스 본인이었다.
상식적으로 파르티아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지금 와서 귀족들을 처단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여론만 나빠질 뿐이다.
그걸 모를 정도로 아르타바스데스는 아둔하지 않았다.
"맞서 싸우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단 항복하고 협상으로 풀어나가는 수밖에."
"현명하신 판단이옵니다."
"로마와 대적을 해봐야 무의미한 피해만 늘어났을 것입니다."
귀족들은 노골적으로 아르타바스데스의 의견에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귀족들은 이미 왕이 항전을 주장한다면 똘똘 뭉쳐서 반대하자고 의견을 맞춘 뒤였다.
아르타바스데스가 무리하게 군사를 소집하려고 했다면 반란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싸울 마음이 없다는 걸 확인한 아르타바스데스는 내심 자괴감이 들었다.
타국의 군대가 진군해 오는데 누구도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나 국운이 기울어있는지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아르메니아를 중흥시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르타바스데스는 로마군과 싸우지 말라는 칙령을 내렸다.
사실 그런 명령이 없어도 로마군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수도 아르타샤트를 향해 순조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국경과 주요 거점을 지키던 병사들은 스스로 길을 열어주었다.
아르탸사트를 지키던 방어군마저 알아서 성문을 열었다.
싸우기도 전부터 전의를 상실한 아르메니아군은 로마군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마르쿠스는 이미 사전에 포섭한 귀족들을 통해 여론공작까지 마친 상태였다.
수도와 주요 도시들의 사람들은 이제 로마가 쳐들어온 이유가 자신들의 왕 때문임을 잘 알았다.
"아르타바스데스는 로마와 맺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려 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이번 전쟁은 아르타바스데스의 배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지방의 귀족들은 괜한 벌집을 쑤신 왕을 대놓고 비난했다.
아르탁세스 왕조는 아르메니아 지역의 태수였던 아르탁세스가 반란을 일으켜 세운 왕조였고, 그 역사가 아직 100년이 조금 넘은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귀족들은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 그리 높지 않았다.
루쿨루스와 폼페이우스에게 연달아 당했던 기억도 아직 생생했다.
로마의 분노를 덮어쓸 희생양으로 왕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바칠 수 있었다.
로마 군단의 도착과 동시에 성문이 열렸다.
마르쿠스와 그가 이끄는 로마 군단은 칼 한 번 휘두르지도 않고 아르메니아의 왕궁까지 입성했다.
아르타바스데스 2세는 억지로 태연한 표정을 가장하며 마르쿠스를 맞이했다.
"먼 길을 오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를 바라보는 마르쿠스의 눈은 무심했다.
"어떤 분께서 수고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셨으니 어쩔 수 없지요."
"하, 하하하···그러니까 그건 서로 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일 뿐이오. 내가 어찌 로마를 배반할 생각을 하겠소."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로군요. 이런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의 무엇을 믿고 그대로 놔두겠습니까."
"아, 아니···잠깐 그러니까 이번 건은 몇 가지 오해와 사고가 겹쳤던 일이란 말이오.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거라 내 약속하겠소."
마르쿠스가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해를 못 하시나 봅니다. 전쟁에서 군량 제공을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은 게 얼마나 치명적인 배신행위인지. 그리고 아르메니아가 그런 일을 저지른 의도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는 동안 군량보급관 중 한 명을 포섭했거든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르타바스데스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반 로마파 귀족들이 마음대로 저지른 일이오. 어쨌든 진심으로 사과드리리다. 아르메니아는 앞으로 로마의 충실한 보호국으로 남고, 절대 로마의 이익에 해가 가는 행동을 하지 않겠소. 이 자리에서 협정을 체결해 드리리다."
"뭔가 심각한 착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왕께서 언급하신 것들은 이미 예전에 아르메니아에 지워진 의무입니다. 당연히 하고 있었어야 할 일들을 지금 와서 앞으로 하겠다고 하면 무슨 대답을 들려 드려야 합니까."
"그럼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오. 설마 아르메니아를 속주로 삼겠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닐 테고."
"잘 아시는군요. 바로 그 설마입니다."
순간 알현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르타바스데스의 얼굴에서 표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가 메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르메니아를 속주로 삼는다고? 그 말은···왕가를 폐하겠다는 뜻인가?"
"예. 아르메니아 왕가의 존속은 로마의 이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도 왕가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었죠. 그러니 왕께서 책임을 져주시는 게 가장 모양새가 좋게 마무리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다른 귀족들은 현재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요."
마르쿠스의 입김이 닿지 않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귀족들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로마가 정복한 속주의 현지 귀족들을 중용한다는 건 시리아의 사례로 이미 증명된 바였다.
아르메니아에도 같은 대우를 해준다면 그들로서는 아쉬울 게 없었다.
반대로 속주화는 상상조차 못했던 아르타바스데스 2세는 왕좌에서 벌떡 일어나 목에 핏대를 세웠다.
"웃기지 마라! 고작 이런 일로 나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고작? 보호국으로서의 신의를 저버리고 배신행위를 한 게 고작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로마에서는 한번 맺은 계약을 어기는 걸 무엇보다 큰 중죄로 여긴다고 서신에서 말씀드렸을 텐데요."
"아무리 그래도 속주화라니! 나를 이렇게 억지로 폐위시키고도 이 지역을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귀족들과 백성들이 당장에라도 들고 일어날 텐데?"
"그럴까요? 여기에 있는 아르메니아의 유력 귀족들에게는 로마의 시민권이 수여될 겁니다. 즉, 아르메니아의 귀족들은 이제부터 로마의 귀족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수십 년 동안 시달려온 지긋지긋한 전쟁의 위험에서 마침내 해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과연 폐위된 왕의 편을 들까요?"
마르쿠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알현실에 늘어선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이 중에서 로마 시민권을 거부하고 아르메니아인의 신분을 유지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말해보도록. 그대들의 의사를 존중해 아무런 불이익 없이 영지와 재산은 보존해주겠다."
당연히 앞으로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사전에 바람잡이 역할로 포섭된 귀족 중 한명이 불쑥 물음을 던졌다.
"저희가 로마의 귀족이 된다면 혹시···원로원에 들어갈 수도 있는 겁니까?"
"자네들의 대에서는 확답해주지 못하겠지만, 자네들의 아들이나 손자가 로마로 건너와 공직에 당선된다면 원로원에 들어오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
삽시간에 좌중이 소란스러워졌다.
사실 굳이 원로원까지는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정식으로 로마 시민권을 얻고 로마 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아르메니아의 귀족들은 당연히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 그리 깊지 않았던 귀족들은 은근슬쩍 왕좌에서 멀어져 마르쿠스의 근처로 옮겨갔다.
이 충격적인 광경에 아르타바스데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네놈들! 감히 섬기는 군왕을 배신하고 침략자의 편에 붙겠다는 것이냐!"
귀족들은 슬며시 시선을 피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로마의 보호국이 되었을 때부터 사실상 아르메니아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언제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때가 지금 온 것뿐이다.
이미 한참 전부터 로마에 복속되었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온 자들도 많았다.
역사 속에서 숱하게 반복되어온 망국 귀족들의 생존방식이었다.
자신의 편이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음을 실감한 아르타바스데스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꿈이 그저 허황된 망상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나마 끝까지 왕을 따르기로 맹세한 호위와 시종들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뒤를 지켰다.
마르쿠스는 뒤에 도열하고 있던 군단병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일국의 왕이었던 사람이다. 정중하게 모셔라."
"예."
모든 걸 체념한 아르타바스데스는 반항도 하지 않고 조용히 병사들에게 끌려나갔다.
아르메니아 복속은 이렇게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고 끝났다.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넘어 동쪽으로는 자그로스산맥, 북쪽으로는 카프카스 산맥에 이르는 이 광대한 영토가 2년도 채 되지 않아 로마의 영토로 편입됐다.
이렇게 로마 역사에 전설로 기록될 마르쿠스의 1차 동방원정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
마르쿠스가 일구어낸 경이로운 성과는 즉시 원로원과 민회에 보고되었다.
파르티아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고, 배신한 아르메니아를 복속시킨 전과는 로마 전체를 광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원로원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르쿠스와 크라수스의 승리를 기념해 20일의 감사제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종래에 카이사르가 대승을 거뒀을 때보다 더 늘어난 역대 최장기간의 감사제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승리의 주역이 모두 귀족파의 인물들이다.
잔뜩 신이 난 원로원은 마르쿠스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연일 그의 이름을 칭송했다.
솔직히 원로원은 구세주라도 만난 심정이었다.
마르쿠스의 승전 보고가 도착하기 전만 해도 로마는 사실상 민중파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이사르가 현재의 잉글랜드에 해당하는 브리타니아 원정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마에게 있어서 브리타니아는 거의 미지의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로마인들의 상당수는 브리타니아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이런 신비의 땅을 정복해 나가는 카이사르의 업적에 로마 시민들은 열광했다.
덕분에 얼마 전에 열린 선거에서 귀족파는 쓰디쓴 패배를 맛봐야 했다.
게다가 카이사르의 브리타니아 원정은 원 역사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병력의 온존 상태도 좋았고, 갈리아의 협조도 확실했으며, 무기의 수준도 올라간 까닭이다.
원로원은 이대로 가면 내년의 선거도 참패가 확실하다고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마르쿠스가 동방에서 엄청난 전과를 거둔 것이다.
원로원은 이 기회를 살려 민중파에게 넘어간 주도권을 되찾아올 생각이었다.
카토와 키케로가 감사제 기간 동안 매일 같이 연단에 나가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의 목적은 당연히 마르쿠스가 거둔 위대한 승리를 시민들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파르티아가 어떤 나라인지 아십니까? 동방에 있는 대국이라는 것 외에는 생소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페르시아라는 이름만큼은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익히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예, 그 전설적인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전 세계를 호령한 대제국 페르시아입니다.
파르티아는 그 페르시아의 모든 힘을 이어받은 초강대국이었습니다. 갈리아나 게르만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아니, 한니발의 카르타고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로마가 상대한 그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제국이었습니다.
"
카토는 대중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한니발과 알렉산드로스 등 온갖 유명한 이들의 이름을 전부 끌어왔다.
은근슬쩍 카이사르의 갈리아 평정보다 마르쿠스의 파르티아 정벌을 위에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파르티아는 동방 최대의 곡창지대인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기병력을 보유한 강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동방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한 언젠가 자웅을 겨룰 수밖에 없던 강적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강대한 파르티아도 우리 로마의 수호자인 마르쿠스의 적은 아니었습니다.
마르쿠스는 마치 그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재림처럼, 페르시아의 후계자인 파르티아를 초전에 박살 내버리고 로마군의 위대함을 동방 전역에 떨쳤습니다. 그가 이룩한 업적을 보십시오. 그가 우리 로마에 얼마만큼이나 커다란 공훈을 세웠는지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원로원이 작정하고 밀어주는 파급력은 엄청났다.
로마의 그 어딜 가더라도 마르쿠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타베르나에서 술을 마시는 시민들의 주요 화제도 당연히 마르쿠스의 동방원정이었다.
"정말로 아르메니아까지 우리 로마의 손에 들어온 거야?"
"그렇다니까. 그 고얀 놈들이 우리와 맺은 협정을 어기고 마르쿠스 님의 뒤를 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지 뭔가. 하지만 예상외로 마르쿠스 님이 파르티아를 너무 일방적으로 박살 내버리니까 멍청하게 기회만 보고 있다가 끝나버린 거지."
"듣자하니 이번에 마르쿠스 님이 평정한 땅이 그렇게 곡식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래.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밀값이 더 싸질 거라는데? 배급량도 늘어난다고 하고."
"그게 정말인가? 크으, 역시 그분은 언제나 우리를 생각해주신다니까. 솔직히 영토를 확장하고 보물들을 가지고 오는 것도 나쁘진 않아. 하지만 우리들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나아지게 해주는 걸로는 누구도 그분을 따라가지 못하잖아?"
"암, 당연히 그렇지. 마르쿠스 님이야 말로 진정한 우리 로마의 영웅이지. 앞으로도 그분의 앞길에 위대한 신들의 축복이 있기를!"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 시켜준 마르쿠스가 또 한 번 성과를 냈다는데 누구보다 기뻐하고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키케로는 이 점을 간파하고 마르쿠스의 업적 중 시민들의 실제 생활과 맞닿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마르쿠스가 점령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고대의 신들이 거닐고 있었다는 이집트의 나일강과 비견되는 문명의 요람입니다.
이집트에서 오는 곡물이 우리 로마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기 계신 모두가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이집트와 비견되는 엄청난 곡창지대를 마르쿠스가 손에 넣은 것입니다.
이제는 이집트에 기근이 들었다고 곡물값이 폭등하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마의 전체 곡물 생산량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땅이 추가로 확보되었으니까요.
"
약간의 과장을 섞은 키케로의 설명에 민중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카이사르의 브리타니아 원정이 가져온 흥분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의 광풍이 로마에 몰아쳤다.
키케로는 이 여세를 몰아 원로원에서 마르쿠스의 업적에 걸맞은 호칭을 부여해줄 것을 건의했다.
"아프리카를 평정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나 안티고노스 왕조를 평정한 루키우스 마케도니쿠스처럼 마르쿠스 역시 그의 공적을 기리는 칭호를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원로원이 이 영광스러운 책무를 기꺼운 마음으로 수행하기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키케로의 주장에 따라 원로원은 만장일치로 마르쿠스에게 새로운 칭호를 수여했다.
메소포타미아를 정복한 자.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가 앞으로 그가 불리게 될 새로운 이름이었다.
< 121. 마르쿠스 메소포타미쿠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