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2. 여신의 대행자 (83/326)

  < 82. 여신의 대행자 >

  82.

  원로원은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를 이간질할 계획을 세우려고 했지만, 상대방의 행동이 더 빨랐다.

  카이사르는 민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조항 두 개를 더 추가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하나는 원로원 의원 전원이 민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즉시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었다.

  원래 원로원은 민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기한을 확실히 명시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원로원은 종종 시간을 질질 끌며 통과된 법안을 시행하는 걸 늦춰왔다.

  카이사르는 원로원이 또다시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작업을 끝내놓은 것이다.

  거기에 원래 농지법에서 환수하지 않기로 했던 캄파니아와 카푸아 지역, 거기에 로마에 인접한 라티움 지역까지 재분배 대상에 포함시켰다.

  원로원은 속만 부글부글 끓일 뿐, 섣불리 반대를 표명하지도 못했다.

  그만큼 시민들의 분노는 컸다.

  법안이 통과된 바로 다음 날 성난 시민들은 원로원 회의장을 둘러싸고 그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빨리 맹세를 하라고 다그치자 대다수의 의원들은 결국 서약을 하기 시작했다.

  키케로와 메텔루스, 아프라니우스, 루쿨루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굴복했다.

  완강하게 버티던 비불루스마저 꺾이고, 마지막으로 카토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맹세할 수 없다고 끈질기게 버텼다.

  "저는 이런 일방적인 제안에 절대 따르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이건 우리 원로원의 권위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행위입니다."

  카토의 각오는 대단하긴 했지만 지지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미 원로원은 명분을 잃어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가 요구하는 건 법을 따르겠다는 맹세를 하라는 것뿐이었다.

  이걸 거부한다는 건 '저는 법을 지킬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이사르는 침착하게 그 점을 지적했다.

  "카토, 원로원 의원임에도 로마의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겁니까?"

  "···나는 법을 준수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러면 마땅히 민회에서 가결된 법을 따르겠다고 선언을 하셔야지요. 법으로 명시한 민회의 권한을 어째서 무시하려는 겁니까?"

  "이건 법을 이용해 원로원을 겁박하려는 의도이지 않습니까! 여러분, 저는 설령 추방당하더라도 절대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따르지 않겠습니다."

  카이사르는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카토를 굳이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나서지 않아도 다른 의원들이 카토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키케로가 카토의 곁으로 다가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현명한 벗, 카토. 이성적인 판단을 하십시오. 원래부터 원로원은 민회에서 의결된 법을 공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건 호르텐시우스 법으로 보장된 민회의 권리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거부하면 즉시 포로 로마눔에 발언이 박제될 겁니다. 그러면 시민들에게 대체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난 시민들의 알량한 인기를 얻기 위해 뜻을 굽히지 않을 겁니다."

  "하···카토, 공화정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않습니까."

  "그건 고위직에 선출되고 싶은 사람들만의 이야기겠지요. 저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한 명의 원로원 의원으로 남을 겁니다."

  카토가 도무지 설득을 받아들일 기미가 없자 사태를 관망하던 마르쿠스가 나섰다.

  지금 단계에서 카토가 사라지는 건 곤란하다.

  그는 앞으로도 원로원에서 해줘야 할 일이 많았다.

  "카토 님,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으면 그칠 때까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리하게 배를 타고 나가면 그저 침몰할 뿐입니다."

  "···한 번 숙이고 들어가면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절대 그렇지 않네. 카이사르는 분명 자비 없이 우리를 계속 압박할 거야."

  "그렇다고 한다면 더더욱 계속 남아서 싸우셔야지요. 이대로 카토 님이 정계를 떠난다면 과연 누가 옵티마테스의 선봉에 서겠습니까. 누가 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습니까."

  마르쿠스의 설득까지 더해지자 카토의 완고한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마르쿠스의 말이 옳았던 까닭이다.

  여기서 카토가 퇴장하면 결국 카이사르에게 좋은 일을 시켜줄 뿐이다.

  굴욕적이라고 해도 일단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카토는 결국 민회의 결의를 즉시 존중하겠다는 맹세를 했고, 이로써 모든 의원들의 서약이 완료됐다.

  카이사르는 이 서약을 확실하게 기록으로 남겨 포로 로마눔에 전시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제 원로원은 적어도 농지법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처음에 제출됐던 법안을 그냥 받았어야 한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에 불과할 뿐이었다.

  카이사르가 릭토르를 이끌고 포로 로마눔으로 가버리자, 자리에 남은 의원들은 반쯤 공황에 빠진 채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캄파니아에 이어 카푸아, 라티움 인근의 국유지는 원로원 의원들이 대대로 대규모 라티푼디움을 경영하는 장소였다.

  이런 지역의 농지가 재분배 대상이 되면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누구에게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마르쿠스가 나섰다.

  "제가 카이사르 님과 담판을 지어보겠습니다. 그래도 장인과 사위의 관계니 개인적인 정에 호소해서라도 재분배 대상을 최대한 줄여볼까 합니다."

  "오오, 그래 주겠는가."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도 한숨 덜 수 있을 텐데···정말 가능하겠나?"

  귀족파 의원들이 반색하며 마르쿠스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희망과 절실함이 담긴 시선이 온몸에 집중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만 제가 매달리면 그래도 매정하게 쳐내지는 못하지 않겠습니까."

  비불루스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네에게는 계속해서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군. 만약 양보를 받지 못하더라도 자네를 탓할 사람은 없을 테니 너무 부담은 가지지 말게."

  "예. 그럼 지금이라도 즉시 카이사르 님을 따라가 대화를 청해보겠습니다."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마르쿠스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그를 응원하는 원로원 의원들이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회의장을 나선 마르쿠스는 그대로 카이사르의 관저로 향했다.

  응접실로 안내받은 마르쿠스는 오랜만에 만난 베스타 신녀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희석한 포도주를 두 잔쯤 비우자 포로 로마눔에 의원들의 서약서를 비치한 카이사르가 돌아왔다.

  당연히 폼페이우스도 함께였다.

  농지법을 통과시킬 때 공공연히 동맹을 과시한 두 사람은 이제 거의 언제나 함께 붙어 다녔다.

  베스타 신녀들이 자리를 비켜주자 마르쿠스가 피식 웃으며 잔에 희석한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두 분 사이가 너무 좋으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원로원에서 질투해서 두 분을 갈라놓으려고 하나 봅니다."

  터벅터벅 걸어온 카이사르가 자리에 풀썩 앉으며 잔을 받아들었다.

  "귀족파들이 그러던가? 나와 마그누스를 갈라놓자고?"

  폼페이우스가 잔을 쭉 들이키며 조소를 흘렸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어디 좋을 대로 하라고 해보게."

  "그래도 주의는 해야 합니다. 다른 의원들은 몰라도 카토 님은 꽤 날카로운 책략을 짜낼 것 같으니까요."

  "그는 꽤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하지만 자네가 미리 다 말해줄 텐데 걱정할 게 있겠나. 어떤 수단을 써서 우리를 이간질할지 훤히 알고 있을 텐데."

  "물론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저쪽이 정말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면 걸려주는 척은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첩자가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가끔은 상대방의 술책에 넘어가는 연기를 해줘야 할 것이다.

  너무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면 부자연스럽게 비칠 우려가 있는 까닭이다.

  폼페이우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곤혹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연기 실력엔 그다지 자신이 없는데···어설프게 보이지 않도록 연습을 해둬야겠군."

  "그 점은 제가 잘 봐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죠, 마그누스."

  카이사르가 부드럽게 웃으며 한마디를 한 뒤, 마르쿠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자네가 여기에 온 이유는 원로원의 동향을 말해주기 위해서만은 아니겠지? 역시 그쪽에서 우리와 협상을 해보라고 하던가?"

  "예. 그러니까 제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차를 타고 온 거죠. 귀족파는 지금 완전히 궁지에 몰린 상태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캄파니아와 카푸아, 라티움 인근의 지역을 전부 환수대상으로 삼는 건 너무 나간 거죠."

  "그래. 지금쯤 나와 마그누스를 암살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걸세."

  "저 먼 동양에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는 격언이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퇴로를 막아버리고 막다른 골목에 몰면 결국 그들도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카이사르가 포도주가 담긴 잔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렸다.

  "그래, 자네가 이렇게 직접 와서 필사적으로 설득하는데 나도 들어줘야겠지? 정말로 양보하기 싫지만 자네의 얼굴을 봐서라도 말이야."

  마르쿠스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다 억누르지 못하고 마주 웃었다.

  "그렇죠. 저의 끈질기고 열정적인 설득을 봐서라도 조금 양보해주셨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정교하게 짜인 한 편의 연극이었다.

  당연히 카이사르도, 마르쿠스도 원로원을 단번에 막다른 궁지까지 몰아갈 마음은 없었다.

  카이사르가 깃펜을 가져와 양피지 위에 법안의 수정안을 작성했다.

  "재분배 대상에서 라티움은 완전히 제외하도록 하지. 카푸아와 캄파니아 인근의 토지도 절반 정도로 줄이겠네. 이 정도면 원로원도 납득하겠지."

  "예. 분명 그럴 겁니다. 그들로서는 라티움만 제외해줘도 감지덕지할 테니까요."

  마르쿠스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카이사르에게 농지법의 수정안을 받아간 그는 원로원에서 거의 영웅대접을 받았다.

  캄파니아와 카푸아 지역 일부가 분배대상이 된 것은 뼈아팠지만, 그래도 라티움 지역은 완벽히 지켜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캄파니아의 비옥한 농토도 상당수 재분배 지역에서 제외됐으니 한숨 돌릴만한 상황은 됐다.

  원로원은 또다시 마르쿠스에게 커다란 빚을 진 셈이 된 것이다.

  전부 그의 계획대로였다.

  안찰관직을 훌륭히 수행하고 귀족파가 카이사르에게 아예 잡아먹히지 않도록 중재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제 원로원파에서 마르쿠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열정적으로 나서기는 해도 실제로는 결과를 거의 내지 못한 카토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과였다.

  크라수스가 건강을 핑계로 나오지 않고 있으니 자연스레 마르쿠스가 원로원 파벌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됐다.

  겉으로는 귀족파의 중심이면서 암중으로는 삼두 연합의 중재자.

  이 절묘한 위치를 완성하는 게 마르쿠스가 이번 소란으로 얻고자 했던 진정한 이득이었다.

  노림수는 전부 적중했다.

  이제부터 마르쿠스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었다.

  그 구상이 정확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원로원도, 폼페이우스도, 심지어 카이사르조차 알지 못했다.

  ※※※※

  농지법이 완벽하게 통과된 덕분에 케레스 여신 감사제의 분위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토지를 빌려 농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들뜬 빈민들도 진심으로 축제를 즐겼다.

  폼페이우스의 퇴역병들도 새롭게 시작될 안정된 생활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거기에 각지에서 몰려든 이탈리아 지역의 농민들까지 합세했다.

  마르쿠스는 여기에서 새로운 농법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4윤작법은 본래 현대의 영국과 프랑스, 로마시기로 치면 브리타니아와 갈리아 지역에서 실행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탈리아 지역은 여름에 고온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다.

  서안 해양성 기후에 특화된 영국식 4윤작법을 그대로 도입하는 건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도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중세 초기보다 오히려 더 발전된 로마의 관개 수로라면 여름에도 충분한 양의 물을 끌어올 수 있다.

  이건 이미 크라수스 가문이 가진 농지에서 실험을 끝마친 사항이었다.

  농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생산성이다.

  이 수확량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수확량 대 파종량이었다.

  씨앗 1알을 파종했을 때 몇 개를 수확할 수 있을지를 말하는 것이다.

  시비법이 제대로 발달하기 전에는 4:1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다음 해 농사에 쓸 종자는 따로 보관해야 하니 사실상 씨앗 하나를 뿌리면 3개도 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절망적인 생산성 때문에 라티푼디움 같은 대규모 노예 경영이 성행하는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 식량이 풍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이집트 정도였다.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 덕분에 휴경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로마에서는 제대로 된 시비법을 보급한 뒤에도 수확량이 4:1을 조금 넘기는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서 최대한 물을 끌어와 4윤작법을 실행하니 7:1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식량 생산량이 거의 2배에 가깝게 는 것이다.

  갈리아와 브리타니아 지역에서 4윤작법을 쓴다면 이 비율은 10:1까지 늘어날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식량 생산량이 거의 2.5배가 늘어나게 된다.

  식량이 그 정도로 풍부해지면 자연스럽게 상업과 기술이 발전할 여지가 커진다.

  4윤작법의 확산은 로마를 이전과 다른 나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농업혁명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새로운 농법을 받아들이는데 보수적인 농부들은 마르쿠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르쿠스는 이 축제를 빌려 4윤작법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했다.

  이 새로운 농법으로 놀라운 효과를 본 마르쿠스 휘하의 농민들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니까 진짜로 수확량이 2배가 가깝게 증가한다는 겁니까?"

  "아 그렇다니까요. 저희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물을 줄 수 있는 환경만 된다면 정말 기적처럼 수확량이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휴경을 아예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 작물의 종자는 어디서 구할 수 있습니까? 혹시 조금이라도 얻어갈 수 있을까요? 괜찮다면 그 신농법을 적용했다는 농지도 좀 보고 싶은데요."

  "물론 드릴 수 있죠. 농지 구경도 당연히 시켜 드릴 수 있죠. 우리 주인 어르신께서 신농법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도움을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분께서 하시는 말은 언제나 옳으니 저흰 이제 의심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게 대단하신 분입니까?"

  "그럼요! 이 로마에서 마르쿠스 크라수스 안찰관을 모르는 이는 이제 없습니다. 그분이야말로 케레스 여신님의 지혜와 축복을 받은 분이니까요."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각 지역의 농부들도 직접 자신의 눈으로 결과물을 확인하니 점점 생각이 달라졌다.

  농지법 덕분에 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 농민들은 처음부터 4윤작법을 배웠다.

  이 자들이 로마 전역으로 퍼져 곳곳에 새로운 농법을 전파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도 케레스 여신 감사제 이후 4윤작법은 순식간에 이탈리아 전역으로 전파됐다.

  관개 수로가 충실히 갖춰진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굉장했다.

  농민들은 이 신농법을 신이 내려주신 기적이라 받아들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마르쿠스는 농민들 사이에서 케레스 신의 대행자로 불리게 된다.

  농민들이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마르쿠스의 이름은 로마만이 아니라 이탈리아반도 전역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르쿠스가 신의 축복을 받은 자라는 명성을 쌓아가고 있을 무렵, 왕을 살아있는 신으로 섬기는 국가에서 온 사절단이 로마를 방문했다.

  지중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곡창지이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

  마르쿠스에게는 처음이 될 이집트와의 조우였다.

  < 82. 여신의 대행자 > 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