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 첫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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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등록이 마감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원로원은 카이사르 낙선을 목표로 활동을 개시했으나 초장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삼두 연합이 물밑에서 움직이며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가 동원할 수 있는 민중파, 마르쿠스가 몰래 고용한 바람잡이들, 폼페이우스의 명령을 따르는 군인들.
이들 모두를 합치면 로마 시민들을 구워삶는 건 일도 아니었다.
카이사르가 원로원의 부당한 견제로 개선식을 치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안 그래도 민중들의 인기가 높던 카이사르에게 동정심까지 더해지자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카이사르의 당선은 확정적이었다.
원로원은 그런 간단한 사실조차 판단 못 할 정도로 무능력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카이사르가 집정관이 된다는 걸 전제로 방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카토가 다시 한번 나름의 묘책을 제안했다.
누가 보면 카이사르를 견제하는 게 삶의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아프라니우스는 카토의 제안을 받아들여 원로원 회의를 소집했다.
다룰 안건은 차기 집정관의 속주 배정이었다.
당선이 유력한 카이사르와 비불루스는 당연히 참가가 의무였다.
아프라니우스는 의석을 가득 메운 의원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 여러분. 오늘은 실로 중요한 사안을 처리할 겁니다. 차기 집정관의 속주 할당은 로마만이 아니라 지중해 세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문제입니다. 속주민들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이 안건을 처리해야 합니다."
아프라니우스의 연설에 폼페이우스가 자못 놀랐다는 듯 손뼉을 쳤다.
"세상에 원로원이 속주를 이렇게 배려하고 있었을 줄은 내 미처 몰랐소. 그런데 대체 어째서 내가 요구했던 동방 속주의 편성안은 민회에서 가결할 때까지 처리되지 않았던 것일까. 혹시 소아시아 속주는 로마의 속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 혼자만 모르고 있었던 거요?"
통렬한 비아냥에 카이사르를 비롯한 중립파 의원 몇몇이 웃음을 터트렸다.
마땅한 핑곗거리가 떠오르지 않은 아프라니우스는 그냥 못 들은 척 말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음···그러니까 속주배정을 논하기에 앞서 포르키우스 카토와 칼푸르니우스 비불루스가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견이 있는 분이 없으시다면 두 사람에게 발언을 허가하겠습니다."
카토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와는 정반대로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연설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진정으로 로마를 사랑하는 애국자임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치적인 견해는 다를지라도 이 마음만큼은 귀족파와 민중파 모두가 똑같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카이사르?"
갑작스레 지명 당한 카이사르는 흥미롭다는 기색으로 카토를 빤히 바라보았다.
여태껏 카토가 카이사르에게 이토록 정중한 태도로 질문을 던진 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노림수가 있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애초에 카토 역시 그걸 숨기려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카이사르는 카토가 머리를 쥐어 짜낸 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해보기 위해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물론입니다, 카토. 로마를 향한 제 애정은 육신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겁니다."
"훌륭합니다. 저는 카이사르와 원로원에서 오랫동안 대립해왔지만 로마를 향한 그의 충성을 의심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의 세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잘못된 사고방식을 지닌 젊은 사람들은 소소한 일의 가치를 무시합니다.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바보라는 말을 듣고, 타인을 속이고 정당한 노동을 하지 않는 이들이 현명하다 칭송을 받습니다. 어쩌다가 로마가 이렇게 된 것입니까. 부끄럽지만 귀족들이, 우리 원로원의 의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카토가 잠시 말을 끊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미리 논의가 된 대로 귀족파는 부끄럽다느니, 이제부터라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느니 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이리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니 역시 아직 로마의 양심은 살아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더욱 늦기 전에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사회의 지도층인 귀족들이 솔선수범해 타의 모범이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원로원에 팽배한 물질만능주의를 배격해야 합니다.
이건 차기 집정관의 속주 총독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부유한 속주로 부임하기를 바랐습니다.
가서 거하게 한탕 챙기는 것이야말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거라 믿어왔단 말입니다. 로마의 가장 존경받는 어른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니 젊은이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했겠습니까. 아, 나도 나중에는 출세해서 저렇게 일확천금을 노려야겠다. 자연히 이런 마음이 꿈틀거리지 않을까요? 저라도 그럴 겁니다!
"
카이사르는 피식 웃었다. 이제 대충 카토의 노림수가 뭔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수였다.
뒤를 슬쩍 돌아보니 마르쿠스는 감명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누가 봐도 연설에 집중하는 모양새였으나 카이사르는 마르쿠스에게 들어서 진실을 알고 있었다.
저 표정은 마르쿠스가 최근에 익힌 속임수의 일종이었다.
지루해 죽을 것 같은 속내를 숨기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절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8시간이 넘게 이어지던 카토의 장광설을 견디며 터득한 기술이었다.
물론 카토는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언제나 자리를 지켜줬던 마르쿠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기 위해 저는 차기 집정관이 유력한 비불루스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비불루스는 저의 생각에 깊이 공감해주었습니다. 이다음부터는 제가 아닌 당사자인 비불루스가 직접 그 숭고한 뜻을 밝힐 겁니다."
카토가 과장된 손짓을 보내자 비불루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우아한 자세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포르키우스 카토. 그대의 충고 덕분에 저도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집정관으로 나올 때 저는 소아시아 속주를 가고 싶었습니다. 은화를 갈퀴로 긁어모을 수 있는 장소라는 소문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카토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나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모범이 될 수 있을까.
집정관부터 로마의 국고가 아닌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려고 하는데 누가 과연 로마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행동할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자연스레 보였습니다.
"
연설이 여기까지 흘러오자 귀족파의 일원들은 승리를 직감하고 숨죽여 웃었다.
비불루스는 여유롭게 승리감을 음미하고는 결정타를 날렸다.
"그래서 원로원에 제안합니다. 속주 총독이라는 자리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곳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젊은 정치인들에게 집정관이 귀감이 되는 존재로 보일 수 있도록. 차기 집정관은 속주의 총독이 아닌 이탈리아 전역의 산림과 가도를 살피는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시민들의 생활을 몸으로 느끼고 그들과 접하며 진정한 의미로 로마 인민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해주십시오! 저 비불루스가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타에 모범이 되겠습니다. 군사를 이끌거나 조세를 걷는 방식이 아니라 지극히 소소한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그 가치를 증명해나가겠습니다!
"
비불루스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자 온 의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귀족파에 속한 이들만 아니라 비교적 중립파로 분류되는 이들까지 비불루스의 결정을 칭송했다.
어차피 손해를 보는 건 비불루스지 자신들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아프라니우스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카이사르에게 물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현재 유력한 차기 집정관으로서 이 의견에 이의가 있습니까? 만약 그대가 이 보직을 맡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이 계획을 입안한 카토는 이걸로 카이사르를 외통수에 몰 수 있다고 확신했다.
비불루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카이사르는 집정관직이 끝나고 아무런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가 된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카이사르는 결국 그런 인물이었다고 몰아가면 그만이다.
이번에야말로 카이사르의 분해하는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한 카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카이사르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열렬히 박수를 쳤다.
"당연히 이견이 있을 리가 없지요. 비불루스의 숭고한 결단을 칭송하는 바입니다."
너무나 유유자적한 그 모습에 카토와 귀족파는 어딘가 찝찝했지만, 일단 표결에 들어가기로 했다.
당연히 비불루스가 제안한 안건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심지어 카이사르마저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를 한 사람은 단 한 명, 폼페이우스뿐이었다.
잔뜩 분개한 그가 이건 정치적 횡포라고 소리를 높였으나 귀족파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상반된 태도가 잠깐이나마 불안해했던 귀족파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카토는 마음을 놓지 않았으나, 상당수의 의원들은 카이사르가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결론 내렸다.
원로원의 현재 계획은 누가 봐도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카이사르가 집정관이 된다고 해도 비불루스가 모든 정책에 거부권을 던질 것이다.
시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겠지만, 안찰관직을 수행하는 마르쿠스가 잃어버린 원로원의 인기를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호민관들로 민회를 좌지우지하는 방법도 언제나 계속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 호민관 선거에는 원로원에서 후원하는 평민 귀족들이 대거 참가했다.
그중 3, 4 명만 당선되더라도 충분히 카이사르를 견제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집정관 임기가 끝나면 카이사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직으로 밀려나게 된다.
카이사르가 지고 있는 막대한 빚을 고려하면 채권자들이 그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결국 카이사르가 무슨 수를 쓰든 끝까지 버티기란 무리였다.
늦어도 3년 안에는 패배를 인정하고 원로원의 밑으로 기어들어 오게 되리라.
원로원은 지금까지 카이사르에게 휘둘린 건 자신들이 진지하게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귀족파는 이제 카이사르를 위협적인 상대라고 인식했다.
그러니 질 리가 없다.
대다수의 의원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자신했다.
지금까지 원로원은 항상 이겨왔던 까닭이다.
그라쿠스 형제 때도, 카틸리나의 반란 때도, 그리고 그 위대한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마저 무력화할 수 있었다.
이제 한창 성장 중인 39살의 젊은 정치가에게 밀린다는 게 더 이상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카이사르를 지지하는 민중파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선거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 됐다.
기원전 61년 7월의 이두스(15일)닷새 전, 카이사르는 압도적인 득표수로 집정관에 당선됐다.
비불루스는 의외로 상당한 접전을 벌인 끝에 간신히 두 번째로 당선을 결정지었다.
원로원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든, 턱걸이로 겨우겨우 당선됐든 권한은 동일한 집정관이다.
낙선하지 않고 선출되기만 했으면 되는 것이다.
집정관 선거는 마음 졸였지만, 다른 선거는 원로원의 뜻대로 돌아갔다.
일단 열 두 명의 호민관 중 무려 셋이 원로원에 호의적인 인물들로 꾸려졌다.
바티니우스와 클로디우스가 재선된 건 뼈아팠으나 자신들의 수가 더 많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
게다가 안찰관 선거에서는 마르쿠스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당선을 먼저 확정지었다.
그가 받은 표는 다른 모든 후보가 받은 표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았다.
공화정의 희망의 별이 얼마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확인한 원로원은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해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렇게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결과로 선거가 끝나자 물밑에서의 움직임은 더욱 치열해졌다.
카이사르를 중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한 원로원은 자만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해를 기다리면서도 자신의 파벌들을 독려하고, 틈틈이 여론전을 계속했다.
카이사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집정관에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키케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마르쿠스가 키케로는 카이사르를 적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사전에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와 키케로는 사적으로는 꽤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정치적 신념은 달라도 두 사람 모두 로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난 학식을 가졌다.
서로가 서로를 굉장히 좋은 대화상대로 여기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키케로는 이런 시국에 카이사르와 혼자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다.
혹시나 자신이 카이사르와 내통한다는 의심을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고민한 끝에 키케로는 마르쿠스가 동석하는 걸 조건으로 면담요청을 받아들였다.
카이사르는 그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확히 이틀 뒤, 키케로와 카이사르, 마르쿠스의 삼자대면이 카이사르의 관저에서 이루어졌다.
키케로는 사전에 준비해둔 선물을 건네며 너무 친근하지도, 그렇다고 쌀쌀맞지도 않게 축하를 건넸다.
"집정관에 당선된 걸 진심으로 축하하네."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네. 나는 오늘 자네의 지혜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거니까."
"미안한 말이네만 나는 자네에게 유익한 조언을 해줄 위치가 아닐세. 자네의 편을 들면 옵티마테스는 즉각 나를 배반자로 간주할 테니까."
"아, 그런 걱정은 말게. 자네에게 정국의 주도권을 쥘 묘책을 말해달라고 부탁할 마음은 없네. 굳이 따지자면 반대라고 해야 할까? 마침 이 자리에 믿음직스러운 사위도 있으니 내 확실히 말하지. 나는 원로원을 찍어 누르겠다거나 질서를 파괴하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네. 원만하게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중일세."
키케로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자네는···나와 마르쿠스가 원로원과 중재 역할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건가?"
"정확히 말하면 자네에게 부탁하는 걸세. 마르쿠스는 내 사위이니 아무래도 입장이 한쪽으로 기울 수도 있지 않나. 물론 크라수스 가문은 귀족파에 가깝기는 해도 아직 마르쿠스가 자네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지 못하는 건 사실이니까.
중재역을 부탁할 사람이 있다면 이 로마에 자네 외에는 적임자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일세. 마르쿠스는 자네가 내게 회유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역할을 해주기만 해도 충분하네.
"
"흠흠, 뭐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잠깐 고민 좀 해보겠네."
로마에서 이 중책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뿐이라는 말이 키케로의 심금을 울렸다.
급격히 기분이 좋아진 그는 미소를 숨기기 위해 포도주잔으로 입을 가렸다.
자기 과시욕이라면 폼페이우스 못지않은 키케로다.
포도주를 홀짝이고 있자니 내심 지금 이 상황이 커다란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민중파와 귀족파를 중재하는 데 성공한다면 얼마나 큰 명성을 얻을 수 있겠는가.
혼란스러운 로마를 구해냈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조국의 아버지'라고 칭해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일단 카이사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키케로는 희석한 포도주가 담긴 잔을 쭉 비우고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보이도록 표정관리를 했다.
"대답은 자네의 구상을 듣고 나서 하도록 하지. 내가 어떻게 중재를 해줬으면 좋겠나?"
< 76. 첫걸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