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46. 혼인, 그리고 출정 ──────────────── 아들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크라수스에게 사실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었다.
"카이사르의 딸과 혼인? 그 아이도 총명하고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하니 난 불만 없다. 게다가 네가 그렇게 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면 그게 옳은 것이겠지."
어머니 테우토리아도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율리아는 이미 귀족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재녀였다.
게다가 그리 부유하지 않을 뿐 가문 자체는 로마 왕정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명문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크라수스로서는 혼인의 구도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옵티마테스의 영수인 크라수스의 장남이 민중파의 선봉인 카이사르의 딸과 혼인한다.
여기에서 누가 봐도 무게감의 추는 크라수스 쪽으로 기울었다.
실제로 결혼 소문을 들은 원로원파 의원들은 역시 크라수스라며 그의 판단을 칭송했다.
원로원 의원들에게는 귀족파인 크라수스가 민중파인 카이사르를 제어하려는 시도로 보였던 까닭이다.
시민들에게도 귀족파와 민중파의 결합이라는 의미는 꽤 크게 다가왔다.
항상 치고받고 싸우는 로마 정계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한 것이다.
마르쿠스의 주변인들도 모두 아낌없는 축복을 내려주었다.
동생 푸블리우스는 신부를 데려올 때 연주할 최고의 예술인들을 직접 섭외했다.
"도련님이 드디어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마르쿠스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지켜본 셉티무스는 눈가가 축축해졌다.
셀리니는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요리로 축하의 마음을 표현했다.
스파르타쿠스는 축하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주었다.
"도련님, 다른 부분은 제가 도련님에게 충고할 수준이 아니니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남편의 의무에 충실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가정의 분위기는 자연스레 화목하게 됩니다."
"나도 어디 가서 창피당할 정도는 아니야."
뒤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나에가 환하게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먼저 마르쿠스에게 진심 어린 축복을 해주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우직하긴 해도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도 지금보다 하체를 더 키우셔야 합니다. 결국 모든 힘은 전부 하체에서 나오니까요."
마르쿠스는 스파르타쿠스의 충언을 가슴 깊이 새겼다. 앞으로는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하체 훈련에 열심히 매진하기로 했다.
결혼식은 모두의 예상대로 굉장히 성대하게 진행됐다.
규모로만 보자면 로마의 그 어떤 명문 귀족이 부럽지 않았다.
아들바보인 크라수스는 마르쿠스의 결혼식을 국가 행사급으로 진행하려고 작정한 듯 보였다.
카이사르도 두둑하게 지참금을 마련해왔다.
물론 지참금의 출처는 마르쿠스의 주머니였다는 점이 참으로 카이사르다웠다.
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팔라티노 언덕이 들썩였다.
크라수스 가문의 수많은 클리엔테스들이 마르쿠스의 결혼 소식을 듣고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드넓은 저택이 사람과 선물로 가득 찼다.
크라수스는 축하하기 위해 로마로 상경한 이들이 머물 수 있도록 인술라 한 채를 통째로 대여하기까지 했다.
엄청난 규모의 잔치가 열렸다.
크라수스는 인색하게 돈을 아끼지 않았다.
로마인이라면 누구나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돈을 아낌없이 풀었다.
향긋한 주향과 호화로운 음식 냄새에 시민들은 군침을 흘렸다.
가뜩이나 최근 해적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던 참이다.
시민들은 크라수스의 이름을 찬양하며 신부와 신랑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빌어주었다.
며칠을 끊이지 않고 이어진 잔치에 시내의 분위기는 개선식 때만큼이나 달아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식 당일이 밝았다.
로마의 결혼식은 신부가 신랑의 집으로 인도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기 옵니다!"
신부가 탄 마차를 발견한 누군가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구경꾼들은 이미 열광적인 환호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넓은 대로를 따라 율리아가 탄 마차가 행렬에 둘러싸여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선두에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있었으며, 뒤로는 연주자들이 흥겨운 악곡으로 사위를 울렸다.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에 고조된 시민들이 다산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호두를 공중으로 던졌다.
율리아의 마차가 팔라티노 언덕을 다 올라가자 신랑 측의 들러리가 마중을 나왔다.
그들이 조심스레 율리아를 데리고 크라수스의 저택까지 인도했다.
마침내 저택에 당도한 율리아는 신랑인 마르쿠스와 마주할 수 있었다.
얼굴까지 가리는 팔라를 입고 있어 마르쿠스는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으나. 율리아는 마르쿠스의 얼굴이 확실하게 보였다.
눈앞의 이 사람이 앞으로 평생을 함께할 남자다.
로마 상류층에서 이혼은 꽤 흔히 볼 수 있다지만, 카이사르는 확실히 말했다.
마르쿠스가 평생을 아끼고 사랑해주겠다 했다고.
카이사르가 상황을 몰아간 게 분명하긴 해도 그녀가 아는 마르쿠스는 한입으로 두말을 할 위인은 아니었다.
아무리 총명하고 성숙하다 해도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일에는 마음이 떨리기 마련이다.
율리아가 긴장과 흥분으로 가슴을 졸이는 사이 식은 어느새 막바지까지 진행됐다.
마지막 절차까지 끝나자 이제 두 사람은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
축하연까지 끝나고 하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가자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식의 마지막 절차를 위해 남아있는 신부 측 들러리들이 그녀를 신혼 방으로 안내했다.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마르쿠스가 살짝 긴장된 걸음으로 율리아에게 다가갔다.
그가 팔라를 벗기자 마르쿠스 이상으로 잔뜩 긴장해 있는 율리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신부의 들러리들도 모두 밖으로 물러나 이제 방 안에는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마르쿠스가 율리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약간 흔들리긴 했어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제 이 밤을 같이 보내면 우리는 평생을 함께할 부부가 되는 거요. 그러니까 혹시 아내로서 나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 들려주시오."
율리아는 한숨 돌릴 기회가 와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대답했다.
"우선 말을 편하게 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음···솔직히 말씀드리면 질투가 많은 여인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싶진 않아요. 그러니 마르쿠스 님의 사생활을 옥죌 마음은 없어요. 그래도 한 가지만은 지켜주셨으면 해요. 저희 아버지처럼은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까지는 능력이 되지도 않을 거 같긴 하지만···어쨌든 약속하지."
"그리고 집안의 노예나 다른 여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신다면 최소한 그 이상의 시간을 다시 저와 보내주세요. 이 부분은 확실히 약속을 받고 싶어요."
마르쿠스는 율리아가 누구를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다나에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을 텐데 역시나 촉이 날카로운 사람이다.
사실 로마에서는 상류층일수록 부부가 아닌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게 잦은 편이었다.
상류 귀족들은 아예 아내 외에 따로 육체적인 관계만을 가지는 여인을 두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아니. 많다기보다는 그게 보통이었다.
이건 여자 쪽도 예외가 아니라 남편을 놔두고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귀부인들도 상당했다.
이런 사회적인 배경이 있으니 카이사르가 그렇게나 많은 유부녀와 놀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카이사르는 진즉 아내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누군가에게 칼을 맞았으리라.
물론 마르쿠스는 그런 난봉꾼의 삶을 즐길 마음은 없었다.
아내를 제외하면 다나에가 유일한 예외라고 생각했다.
율리아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약속하지. 다만 나도 당신에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어."
"예, 저는 이제 마르쿠스 님의 아내니 기꺼이 경청하겠습니다."
"당신은 이제 우리 가문의 사람이야.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딸이지만, 동시에 마르쿠스 크라수스의 아내라는 점을 확실히 가슴속에 새겨줬으면 해. 당신의 아버지와 반대되는 선택을 하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나에게 우선순위를 맞춰줘. 나 역시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당신에게 최선을 다할 테니까."
"당연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로서 제 역할을 다할 거라고 유노 여신께 맹세하겠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기로 확실히 약속을 나누자 어린 부부 사이에 분위기도 한층 더 훈훈해졌다.
마르쿠스가 율리아의 몸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이제 긴장으로 떨고 있지 않았다.
마르쿠스의 입술이 천천히 다가왔다.
율리아가 살짝 눈을 감았다.
조금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에 닿자 진정되었던 그녀의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뛰었다.
깊은 입맞춤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신혼 첫날밤을 보냈다.
※※※※
신혼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화기애애했다.
율리아는 흠잡을 구석이 전혀 없는 아내였다.
현명하면서도 이해심 깊은 그녀가 옆에 있으니 여러 가지 일 처리에도 더 탄력이 붙었다.
귀찮았던 손님 응대도 그녀가 전부 해주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율리아 입장에서도 마르쿠스는 훌륭한 남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
율리아가 불편한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고,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교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신혼 생활도 어쩔 수 없이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
드디어 소탕 작전의 준비가 끝나고 출정의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폼페이우스의 막료 자격으로 출병하는 마르쿠스는 이번에도 스파르타쿠스만을 대동했다.
해적 소탕전은 어차피 폼페이우스의 위용을 드러내는 무대가 될 테니 긴장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이 이후의 국면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마르쿠스는 떠나기 전 셉티무스를 불러 밀명을 내렸다.
"타디우스를 시켜서 동방에 거점을 설치해둬. 일단 비티니아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면 될 거야."
"동방에서 무역하실 계획입니까?"
"표면상으로는. 하지만 중요한 건 거길 동쪽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두보로 삼는 거야. 자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상권을 장악하고 현지 상인들을 포섭하라고 해. 그중에서도 제일 우선으로 파르티아와 왕래하는 상인들을 끌어들이라고 하고."
마르쿠스의 의도를 다 파악하지 못한 셉티무스가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파르티아? 그쪽으로 영향력을 넓히기는 꽤 힘들 텐데요. 다른 동방국가들과 달리 파르티아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보유 중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신경을 써야 하는 거야. 파르티아와 자주 왕래하는 상인들, 특히 파르티아 현지 상인이면 가장 좋아. 이들을 포섭하고 파르티아의 귀족들과 연줄을 만들어 놓는 게 최우선 과제야. 자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아낌없이 선물 공세를 퍼부으라고 해. 어차피 몇 달만 있으면 내가 직접 비티니아로 갈 것 같으니 자세한 사항은 그때 하달한다고 하고."
"예? 도련님은 폼페이우스 님을 따라 해적 소탕에 참여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비티니아로···설마 해적들이 그렇게 빨리 소탕될 거라 보십니까?"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자연스레 작아졌다. 마르쿠스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그러니까 타디우스에게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라고 전해줘. 적어도 내가 비티니아에 도착했을 때 기초적인 밑 준비는 끝나있도록."
"예. 곧바로 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율리아한테 각별히 신경 좀 써줘. 집안사람들에게 전부 말했지만 그래도 네가 한 번 더 봐주면 마음이 놓일 것 같아."
"알겠습니다. 아내 걱정이 이렇게 지극하시니 율리아 님은 행복하시겠군요."
마르쿠스는 셉티무스의 칭찬을 모호한 미소로 받아넘겼다.
그가 율리아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혹시라도 그녀가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원래 역사에서 율리아는 산고로 사망한다.
그녀의 죽음으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지고 결국 내전까지 벌어지게 된다.
만약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역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지금은 시기도 다르고, 산모의 상태도 역사와는 다를 테니 일이 잘못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셉티무스에게 일러놓은 것만으로는 마음이 다 놓이지 않아 다나에에게도 부탁했다.
그녀는 지금 귀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한창이었는데 이게 상당한 이윤을 남기고 있었다.
납 성분을 대체한 화장품 덕분이었다. 현재 로마에는 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는데 이 소문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리고 의외로 그녀와 율리아는 꽤 가깝게 지냈다.
다나에가 처신을 굉장히 잘한 덕도 있었고, 율리아도 고등교육을 받은 다나에를 대화상대로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다.
"다나에, 아무래도 둔한 사내들보다는 네가 율리아를 더 잘 챙길 수 있을 것 같아 부탁을 좀 해야겠구나. 집안의 노예들도 있긴 하지만 네가 율리아와 말이 잘 통하니까 신경을 더 써다오."
"예. 어차피 저도 요새 마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거든요. 귀부인들과 접촉할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마님이 큰 힘이 되어주고 계세요. 함께 있을 일이 많으니 제가 마님을 옆에서 잘 모시고 있을게요."
"그래? 여러 가지로 고맙다."
마르쿠스는 마지막으로 직접 갑옷을 입혀주기 위해 다가온 율리아에게도 몇 번이나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녀는 마르쿠스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말씀대로 조심하고 있을 테니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오히려 몸조심하라는 말을 해야 할 사람은 저인데 너무 걱정을 해주시니 조금 무안하기도 하네요."
율리아는 마르쿠스의 옆에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파르타쿠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몸조심하시고 마르쿠스 님을 잘 지켜주세요."
"물론입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털끝 하나 상하시는 일 없을 겁니다."
마르쿠스와 스파르타쿠스는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저택을 나섰다.
이번 작전에는 대규모의 함선이 동원되기 때문에 군단의 진지는 자연스레 바다 근처에 자리했다.
폼페이우스군의 진영은 여태껏 마르쿠스가 본 그 어떤 진지보다도 규모가 거대했다.
수백 척의 군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광경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마르쿠스가 총사령관의 막사로 들어서자 폼페이우스가 반갑게 그를 반겼다.
"오. 왔는가? 즐거운 신혼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괜히 무리해서 전쟁에 나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군."
"폼페이우스 님 밑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 신혼 생활이 문제겠습니까. 게다가 로마의 안정을 위해 싸우는 자리이니 아내도 흔쾌히 이해를 해주었습니다."
"그래, 나도 저번에 봤는데 아주 참한 여인이더군. 자네가 결혼을 참 잘한 듯하단 말이야."
원래 역사대로라면 율리아의 남편이 되었을 사람의 칭찬을 들으니 어딘가 기분이 묘했다.
물론 마르쿠스의 속내를 알 리가 없는 폼페이우스는 껄껄 웃으며 장교들을 소집했다.
20개 군단이나 되다 보니 군단장들과 제 1 백인대장만 소집해도 막사가 가득 들어찼다.
마침내 역사에 길이 남을 해적 소탕 작전의 막이 오른다.
탁자 위에 거대한 지도를 펼친 폼페이우스의 입에서 확신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작전을 입안하기에 앞서 먼저 한 가지 단언해 두도록 하지."
자연스레 막사안의 모두가 이어질 폼페이우스의 말을 기다렸다.
의도적으로 가볍게 숨을 고른 폼페이우스가 천천히 군단장들을 둘러보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 버러지들을 쓸어버리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일 마음이 없네. 모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경청하도록."
"그, 그게 무슨!"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군단장 한 명이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폼페이우스의 선언은 충격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중해 전역에 퍼져 있는 해적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만이 훌쩍 넘고 해적선은 일천 척을 가뿐하게 넘는다.
이 엄청난 규모의 해적들을 지중해에서 모두 쓸어버리는데 고작 1년도 소비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시작부터 터져 나온 폭탄 발언에 군단장과 백인대장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제 무대가 지중해 전역+동방으로 옮겨가고 있으니 지도로 설명드리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번에는 폰투스와 아르메니아의 위치를 대충 보여드린 것 같은데 이번에는 마르쿠스가 언급한 비티니아와 파르티아의 위치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지도는 그냥 위키에서 로마 치면 나오는 영토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저건 로마 최전성기 영토니 아직 마르쿠스의 시대에서는 저 정도 영토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폼페이우스가 해적 소탕을 하는 범위는 로마 영토 안쪽에 있는 지중해 전체입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범위라는게 바로 실감이 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르쿠스가 언급한 비티니아와 파르티아는 검은색 동그라미로 쳐놓은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