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브 어페어-64화 (64/168)

64. 절정

방 안은 어두웠다. 바람도 불지 않는, 후덥지근한 여름의 밤.

입술이 아프게 부풀어 오르는 동안에 선우는 문도의 목을 그러안았다.

깊이 들어온 혀는 노골적으로 움직이며 선우의 안을 엉망으로 휘저었다. 한 번씩은 아프게 깨물며 선우의 입을 벌렸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혀가 감겨들고 얼얼할 정도로 빨렸다. 키스만으로 열이 오르고 숨이 찼다. 발가락이 곱아들고 몸이 엉겨 붙었다.

뜨겁고 낮은 웃음 같은 게 벌어진 잇새 사이로 흘러들었다. 남자의 손이 가슴을 듬뿍 쥐었다.

통증이 섞인 쾌감이 날카롭게 전신으로 퍼진다. 아흣, 터져 나오는 신음은 남자가 그대로 빨아먹었다.

선우의 입술을 엉망으로 씹어 놓은 문도는 그대로 머리를 내렸다. 뜨거운 입안으로 가슴이 삼켜지는 순간, 선우는 신음을 터트리며 남자의 어깨를 세게 쥐었다.

통째로 남자에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선우는 몸을 떨며 다리를 오므렸다.

깨물리고 빨리며 형체 없이 뭉그러진다. 문도가 뜨겁게 빨아들일 때마다 선우의 고개가 꺾어졌다. 아, 아, 소리를 내면서 선우는 남자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문도는 붉게 물든 가슴을 힘 있게 빨았다. 여자가 허리를 휘며 파들파들 떨었다. 짓이기듯이 움켜쥐자 새된 비명 같은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조절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미칠 것처럼 달았다.

기억이 생생해서 미칠 것 같았는데, 그 생생했던 기억은 진짜 이선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에 닿는 촉감, 꺾어지는 신음 소리, 붉어지는 얼굴, 그 모든 것들이 합해진 그냥 이선우.

바지를 다 벗지도 않은 채 아플 정도로 부풀어 오른 분신에 콘돔을 씌웠다. 떨고 있는 선우의 허리를 쥐었다.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가느다란 허리를 아래로 당기며 단번에 몸을 밀어 넣는 순간. 선우가 날카로운 소리를 터트리며 목을 뒤로 꺾었다.

씨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이 문도의 등줄기를 후려쳤다. 문도는 욕을 씹으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끓는 용암 속에 몸을 넣으면 이럴까. 전신이 녹는 느낌이었다.

일시에 터져 나갈 것만 같아 문도는 이를 악물고서 힘을 꽉 주었다. 그 와중에 고개를 비튼 이선우가 보였다.

땀에 붙은 머리카락. 부풀어 오른 입술. 붉게 물든 가슴. 터지겠네. 낮은 웃음을 흘린 문도는 허리를 물렸다가 단숨에 다시 진입을 했다.

아, 높은 소리를 터트리며 선우가 시트를 움켜쥐었다. 뇌가 끓는다. 번쩍번쩍,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이 문도의 등줄기를 후려쳤다.

턱턱 몸이 밀릴 때마다 견디기 힘들다는 듯 몸을 비틀던 이선우가 어느 순간 문도의 목을 안았다. 붉게 흐트러진 얼굴을 하고 간신히 숨만 쉬는 주제에 그와 눈을 맞추어 온다.

층층이 깊은 눈동자가 문도의 영혼을 움켜쥐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게 무서웠다. 이게 그토록 이선우를 꺼려 했던 이유였고, 동시에 끝끝내 도망칠 수 없었던 이유였다.

너는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나를 이렇게 흔들어 댈까. 어떻게 이런 느낌이 가능한가.

이선우는 그저 예쁘게 생긴 여자이고, 이건 단순한 육체의 결합일 뿐이라고 더 이상은 눈속임을 할 수가 없었다.

한 달에 걸친 바보짓을 끝내고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온 이 기분은 대체 무엇인지.

문도는 선우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몸을 밀어 넣었다. 선우의 입이 벌어지면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게 듣기 좋았다. 자신을 받으며 내는 소리가.

꽃봉오리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더 붉어지게, 더 흐드러지게, 마침내는 오로지 그를 향해서만 활짝 피어나게.

문도는 선우의 다리를 팔에 걸었다. 활짝 벌려 더 깊이 들어갔다. 온통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닿을 수 있는 한계까지 채워 넣고 싶었다. 엉망으로 휘저어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싶었다. 그가 좋아 울게 하고 싶었다.

속력을 높이자 견디지 못한 이선우가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다리를 비틀어 그를 조이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아득해지는 기분에 문도는 이를 꽉 물었다.

삽입이 너무 깊고 너무 강해서 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의 몸이 내리꽂힐 때마다 목 끝까지 뜨거운 덩어리가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갈 수 없었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남자의 몸은 선우를 반으로 쪼개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 그만.

무서운 곳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커다란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곳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인 것만 같아서 무섭고 두려웠다. 한편으로는 계속 올라가고 싶었다. 이 끝을 향해서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아, 전무님, 아, 아.”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쿵쿵, 남자의 몸이 밀려들 때마다 뜨거운 덩어리가 울컥울컥 목울대를 쳤다.

몸 안의 모든 것들이 소용돌이를 그리며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쾌감은 빙글빙글 빠르게 돌면서 점점 몸집을 불렸다.

선우는 정신없이 문도에게 매달렸다. 남자의 눈빛을 붙잡으려 눈을 맞추는 순간, 울컥하고 감정이 일었다.

남자의 눈동자에 불꽃이 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남자의 모든 것은 오로지 자신만을 향해서 뜨겁게 타고 있었다.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이제야 다시.

아직은 나를 원하고 있어.

안도감이 밀려오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참아 내려 애쓰는데도 시야가 뿌옇게 변하며 어룽지기 시작했다.

연락 없는 남자를 기다렸던 날들. 다시 밀려나는 건 아닐까 불안에 지샜던 밤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기다렸어야만 했던 시간들.

다시 보았을 때의 마음. 차 안에서의 시간. 데일 듯한 열기와 사납게 몰아치는 쾌감.

모든 것이 뒤섞여 밀려들었다. 숨을 죽여 별채의 계단을 올랐던 순간이, 최지상에게서 민우의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이 선우를 스쳐 갔다.

끝내고 싶다는 남자의 싸늘했던 목소리를 들었을 때도 스쳐 갔고, 좋아한다고 거짓된 고백을 하며 매달렸던 자신의 모습도 스쳤다.

삼키려 애를 쓰는데도 눈물이 자꾸만 고여 들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멈추지 않는 남자의 몸짓과 솟구치는 감정이 하나로 섞이며 선우를 삼켜 갔다. 선우는 남자에게 매달린 채 흐느꼈다.

문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물을 삼키며 그의 목을 안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모든 것이 다 상관없어진다.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가슴이 저린데. 마음이 이렇게 타는데. 어떻게 이 여자를 밀어낼 수 있을까.

이제 이선우가 어떤 사람인지 저울질하기를 그만두기로 한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좋아하는 것인지, 절반쯤은 계획적이었던 것인지, 작정하고 연기를 하는 것인지 이제는 그만 가늠하기로 했다.

그중 무엇이라 해도. 혹은 그 전부라고 해도.

문도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목에 감겼던 선우의 팔이 스륵 풀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이내 선우의 얼굴로 올라갔다.

문도는 눈을 가린 여자의 팔을 치웠다. 붉어진 눈을 마주하고서 선우의 이름을 불렀다.

“이선우.”

낮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선우를 향했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 오로지 서문도만이 보였다. 시선을 뗄 수 없는 남자였다.

처음부터 그랬었다. 그저 서유라의 보호자였을 때조차, 서문도는 등장만으로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남자였다.

“네가 좋아.”

그 말에 선우의 눈에서 울컥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문도의 가슴 깊은 곳까지 뜨거운 물길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욕이 나오게 좋은데 뭘 어쩌라고. 그냥 이렇게 안고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어쩌라고.

문도는 울고 있는 선우의 뺨을 쥐었다. 투명한 눈물이 고여 든 눈매가 왜 이렇게까지 예쁠까 싶은, 눈을 뗄 수 없이 어여쁜 얼굴이다.

“그렇다고 울 것까지야.”

문도가 피식 웃으며 선우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선우를 보고 있는 문도의 눈빛이 깊었다.

선우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름답고도 위험한 남자였다. 감당하기엔 너무나 강한 존재이기도 했다.

사실은 피하고 싶었다. 매달리듯 붙잡았지만 가능하면 거리를 두고 싶었다. 이렇게 깊이까지 발을 들일 생각은 없었다.

짧은 기간 스치는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면 했다. 몸은 섞어도 마음은 섞이지 않는 적당한 관계로, 필요한 만큼만 남자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좋아한다고 말해.”

남자가 오만하게 요구했다. 선우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전화로 몇 번이나 매달리며 뱉었던 말이지만, 그러니 한 번 더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을 테지만 어쩐지 두려워진다.

언젠가 거짓과 진심이 뒤섞이는 날이 오면 어쩌나. 이 남자에게 머물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어쩌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짓말이 영원히 거짓말로 남았으면 좋겠는데.

“말해요, 어서.”

서문도가 재촉을 하며 깊은 곳까지 단번에 몸을 밀어 올렸다. 턱, 숨이 막혀 왔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 오만하고도 위험한 남자가 선우의 마지막 희망이자 유일한 등불이었다. 몸 깊은 곳에 남자를 품은 채 선우는 대답을 했다.

“좋아해요, 전무님.”

그래. 이거면 됐지. 문도는 생각했다. 눈 돌아가게 좋은 걸 어쩔까. 핏줄에 흐르는 호구 유전자를 흔쾌히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호구가 될 거라면 자발적 호구가 되면 된다. 온 세상이 다 아는 호구 중의 호구로 당당하게 거듭나면 될 것 아닌가.

문도는 달콤한 선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눈물맛이 나는 입술이 다디달았다. 이렇게나 간단한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더.”

문도는 선우에게 요구하며 상체를 세웠다.

“좋아해요, 전무님.”

좋아해요. 달콤한 고백을 들으며 문도는 허리를 움직여 깊이 몸을 넣었다.

한 번 더. 요구를 할 때마다 선우가 신음을 터트리며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귀가 달아서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문도는 점점 더 몸짓을 빨리했다.

아, 아아, 선우의 신음 소리가 높아졌다. 숨이 가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겹쳤고, 서로를 갈구하며 타액을 섞고 숨을 섞었다.

조금 더, 더, 나를, 제발.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선우는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싫어, 제발, 안 돼. 터져 나오는 소리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남자는 자비 없이 속력을 올렸다. 열기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순간, 선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번쩍하고 모든 것이 터져 나갔다. 세상이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남자가 힘주어 선우를 안았다. 이마에 화인처럼 찍히는 입술을 느끼며 선우는 문도의 목을 힘껏 안았다.

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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