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Chapter 6 (21/21)

Chapter 6

2100년 5월 30일, 로스트 헤븐은 공식적으로 폐쇄 조치를 밟았다. 낙원의 관리자와 평의원들의 죽음, 위즈덤과의 전쟁. 이 충격적인 사태에 관해 언론의 질문이 쇄도했지만 연맹군은 대부분의 사항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스타시티 아브라함 회장의 실체는 결국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 위즈덤의 대표였던 알렉스 아브라함은 아브라함 회장의 친아들이 아니라 그의 클론이었다는 사실과 아브라함 회장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 기사만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이것만으로도 세상은 큰 충격에 빠졌다.

연맹국은 더욱 강력한 인체 복제 금지법을 의회에 통과시켰다. 이전까지는 의료용 목적이나 예외적인 조항을 둬서 여지를 남겼지만 그마저도 뿌리를 뽑는 법안이었다.

위즈덤이 병기형 안드로이드를 생산해 로스트 헤븐 내에서 테러를 일으킨 사실 또한 밝혀졌다. 이에 안전보장이사회는 전 세계 안드로이드 회사들과 함께 병기형 안드로이드 생산 금지 조약을 맺었다.

로스트 헤븐이 복원 작업을 위해 잠정 폐쇄된 후로 삼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에덴 타워와 기억의 도시는 폐허만 남긴 채 사라졌고, 모래의 도시와 폐쇄 도시는 고스트들과 안드로이드들의 격한 전투로 인해 여기저기 상흔만 남았다. 낙원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모습으로 남은 곳은 바람의 도시뿐이었다.

헤벨로 무사히 대피한 주민들은 남태평양전대 사령 본부로 옮겨진 뒤, 연맹군 수송기로 주변국에 이송 조치되었다. 이후 미들 타운에 남아 있던 고스트들까지 무사히 구출 완료, 탈영한 로스티아벤 병사들까지 색출해 실질적으로 낙원에 남은 사람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낙원이 닫히고 일 년 뒤, 제인 왓슨은 로스트 헤븐 내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던 각종 생체 실험을 언론에 인터뷰 형식으로 고발했다. 왓슨 연구소와 왓슨 제약회사의 이사진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었고, 그 불똥은 물론 제인 자신에게도 튀었다. 다행히도 멜리사와 밀러를 비롯한 이들이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주었다. 무엇보다도 전 입실론이었던 밧세바와 웁실론들이 제인을 위해 입을 열어 준 것이 여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로스트 헤븐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되찾은 제인 왓슨은 낙원을 새로운 곳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듬해 그녀는 로스트 헤븐을 국제 구호 기관으로 등록한 뒤, 로스티아벤을 재정립하기 위해 노아 호크를 총사령관 자리에 앉혔다.

아직도 세계 각국에서는 델타가 속출하고 있었다. 제인은 로스트 헤븐의 설립 목적을 감염자 구제에 두고, 그들의 치료와 보호 관리 과정을 전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선언했다. 용병대 로스티아벤은 국제 구호군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전과 사실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감염자들을 포획한 뒤 낙원까지 무사히 이송시키는 것, 그리고 감염자들로부터 일반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일정】

2103년 6월 15일 오전 9시

신병 훈련

언론 및 각국 정상들에게 새로운 낙원을 공개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모래의 도시 내 신병 훈련소는 아침부터 기합 소리로 활기찼다. 훈련을 받고 있는 이들은 최근 우수한 성적으로 입대 테스트를 통과한 예비 STF 요원들이었다.

“오늘 오전 일정은 사격 훈련이다.”

낭랑한 목소리가 탄약 냄새로 가득한 사격장 내에 울려 퍼졌다.

“마취탄은 조준한 곳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다. 또한 델타는 마취제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마취탄을 맞고 나서도 아군에 공격을 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방아쇠를 당긴 뒤 바로 적습에 방어할 태세를 갖추는 게 아주 중요하다. 알겠나?”

“예, 시게노 교관님!”

병사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나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뒷짐을 진 채 돌아섰다. 교관답게 카리스마 있는 말투로 교육했지만, 오늘 나츠를 처음 본 병사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교관이란 사람이 한 대 치면 넘어갈 듯 가냘픈 몸에, 자그마한 손은 방아쇠나 제대로 당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못 미더워 보였다.

그런 병사들의 시선을 눈치챈 나츠는 곁눈질로 사격대를 응시했다. 장갑을 벗고 사격대에 올라온 나츠는 우측에 위치한 녹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바닥에서 연습용 탄환이 들어 있는 M7 소총이 지문인식용 거치대에 준비된 채 올라왔다.

─ 나츠 시게노 중사님 어서 오십시오. 사격 훈련을 시작합니다. 훈련 프로그램을 선택해 주십시오.

“동체 훈련, 난이도 최상급, 목표물 최대 속도, 종합 방어 훈련 추가.”

총을 쥐자마자 눈초리가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병사들의 표정도 긴장한 채 굳었다. 말로만 듣던 시게노 교관의 사격을 눈앞에서 보게 되는 건가? 현 로스티아벤의 최고 저격수 중 하나라는 그녀는 삼 년 전에 일어난 위즈덤과의 전쟁의 승전 영웅 중 하나로 유명했다.

25미터 간격의 과녁 형태가 흐물흐물하게 변하더니 거대한 짐승처럼 네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간격이 점차 멀어졌다. 30미터, 35미터, 40미터, 45미터……. 놓치지 않고 목표물을 따라 총구를 움직이던 나츠는 호흡을 멈춘 채 버릇처럼 왼쪽 눈초리를 찌푸렸다. 오른쪽 검지가 방아쇠를 단번에 당겼다.

피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명쾌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마취탄은 도망치던 목표물의 목덜미를 정확하게 맞췄다. 네발로 달리던 목표물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털썩 쓰러졌다. 발포하기 무섭게 천장에서는 거센 바람이 불어닥쳤다.

나츠는 몸을 말아 뒤구르기를 하며 바람 공격을 피했다. 흐트러짐 없이 몸을 일으킨 그녀는 곧바로 허벅지에서 총을 꺼내 지면에서 델타의 발톱 모양으로 갈고리처럼 튀어나오는 연쇄 공격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 1차 훈련 완료. 점수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최고 점수 갱신입니다.

인상 깊게 본 병사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츠는 총을 집어넣고 일어서며 차분하게 말했다.

“실제 상황은 훨씬 더 긴박하고 정신없을 거다. 실전에서는 당황하면 목숨을 잃는다. 따라서 평소에 훈련을 통해 최대한 익숙해지도록 한다. 최근 제작된 총기류의 자동조준 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지만 결국 방아쇠를 당기는 건 여러분 자신이다. 여러분의 정신력이 흔들리면 아군의 목숨도 위태롭게 된다는 걸 명심하도록.”

“만약 정말 목숨이 위급할 때는 어떡합니까? 그런 상황에서조차 델타를 죽여서는 안 되는 겁니까?”

손을 든 병사가 서늘한 눈초리로 물었다. 인도에서 왔다는 청년의 얼굴에서는 델타에 대한 증오가 이글이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츠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입대 테스트 때 분노지수 검사를 받았을 텐데…… 재검을 해 보라고 일러야겠군.

곤란한 눈빛을 하던 나츠의 눈동자에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모습이 맺혔다.

“델타를 죽이는 게 말처럼 쉬운 줄 아나? 델타는 생포보다 죽이는 게 더 어렵다. 상대에게서 살기를 느끼면 더 흉포하게 덤비기 때문이지.”

드레이크의 목소리였다. 그를 본 병사들이 긴장한 채 대번 거수 경계를 올렸다.

“앤더슨 상사님!”

STF의 델타 포획조를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드레이크는 현재 병사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지휘관이었다.

“한 시간 동안 자유 훈련이다. 너희들 교관은 잠깐 나와 함께 갈 곳이 있어서 말이야.”

드레이크가 싱긋 웃으며 나츠에게 눈짓을 보내자 병사들이 짓궂은 표정을 그렸다. 그들은 환호성과 휘파람을 던지며 장난 어린 말들로 이죽거렸다.

“어딜 가십니까? 휴게실에 가십니까?”

“거기엔 침대가 없지 말입니다.”

“보건실을 추천하지 말입니다.”

“입 다물고 훈련들이나 해. 돌아왔는데 동체 사격 훈련을 9점 이상으로 통과 못하는 녀석은 정오까지 얼차려다.”

병사들이 원망 어린 표정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 와중에도 실실 쪼개며 “그렇게 금방 돌아오실 겁니까?”라며 키득거렸다. 드레이크가 “이놈들이 빠져 가지고…….”라며 인상을 쓰자, 얼굴이 빨개진 나츠는 뺨을 식히며 손부채질을 했다. 웃음을 꾹 참으며 입을 꽉 다문 병사들을 보니 드레이크의 엄포 따위,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하여간 병사들과 워낙 친하게 지내는 드레이크라 으름장이 먹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너희들 다 죽게 될 거야!”

느닷없이 울려 퍼진 고성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사격장 입구를 쳐다보았다.

“붉은 눈, 그 녀석들이 다 죽이러 올 거라고!”

머리가 하얗게 센 장발의 남자가 미역처럼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 사이로 퀭한 눈을 부릅뜬 채 고래고래 고함을 쳐 댔다. 그는 홍채 인식이 필요한 유리문 밖을 서성이며 불안한 눈초리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꼬깃꼬깃한 옷은 넝마처럼 해지고 너덜너덜했지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분명 전 STF 요원용 전투복이었다.

‘필란 중위님?’

나츠는 그를 알아보고선 눈을 일렁였다. 셰인은 흘끗 뒤를 돌아보다가 갑자기 뛰어나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선형으로 뻥 뚫린 모래의 도시 하늘엔 수송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핏대가 선 그의 눈동자는 충혈된 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겁내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셰인은 온몸이 가려운지 벅벅 긁어 대더니 하늘을 향해 또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누군지 알아! 애덤슨! 네 정체를 안다고!”

병사들은 불쾌한 기색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저 사람이 그 유명한 미들 타운의 유령 장교야?”

“그럴걸? 원래는 군 지휘관이었는데 생체 무기 때문에 실성했다며?”

“생체 무기?”

“위즈덤이 낙원을 공격할 때 사용한 거라던데?”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돌아다니는 거지?”

“하루에 삼십 분인가 모래의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준대. 저렇게 혼자인 것처럼 보여도 안 보이는 곳에 감시관들이 다 붙어 있다고 하더라.”

나츠와 드레이크는 밖으로 나오며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셰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드레이크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양손으로 황급히 눈을 가렸다.

셰인은 병기형 안드로이드들을 지휘하면서 과도하게 사용한 뇌파 명령으로 인해 결국 뇌 손상을 입었다. 그는 치료 및 연구 대상으로 아주 귀중한 사례였다. 고스트 사냥꾼이라 불리던 그가 허깨비 같은 삶을 살게 되다니 참 기구한 운명이었다.

사격장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모래의 도시 명물인 화이트 캡에 올라탔다. 나츠와 마주 앉은 드레이크는 유리 벽을 타고 움직이는 화이트 캡 창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반즈 박사님께서 다음 달까지만 경과를 보고 이제 안 와도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볼을 발그레 적시며 웃는 나츠를 보며 드레이크도 기분 좋게 웃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저렇게 소녀처럼 앉아 있는 그녀가 실상 몇 년 전까지 남자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교관 일은 적성에 맞아?”

“꽤 즐거워요. 그래도…….”

나츠는 빤히 쳐다보는 드레이크를 흘끗거리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드레이크 씨와 같이 있는 게 더 좋긴 해요.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럼 다시 STF로 올래?”

“위험하다고 오지 말라면서요.”

드레이크의 웃음소리와 함께 화이트 캡 문이 열렸다. 도착한 곳은 에어쉽 승강장 앞이었다. 나츠가 궁금한 표정으로 내리며 물었다.

“그런데 저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총사령관님 뵈러.”

짤막하게 대답한 드레이크의 표정이 어두웠다. 나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갸웃거렸다.

* * *

황금의 바벨탑이 사라진 기억의 도시에는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섰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그리스 신전 형상의 구조물은 화려하진 않지만 주변에 심어진 수목들과 함께 신비롭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높이만 몇 미터나 되어 보이는 강화유리 문은 굳게 닫힌 채 위엄을 뽐냈다. 혹시 닫힌 것처럼 보이게 하는 홀로그램인가 싶어 나츠는 손을 뻗어 문이 실체인지 확인했다.

“두 사람 다 오랜만이군.”

묵직하고 걸걸한 목소리가 뒤에서 등장했다. 예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크리스털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던 나츠는 황급히 손을 떼며 뒤를 돌았다. 신전 주변의 잔디를 밟으며 나타난 호크는 긴장한 듯 서 있는 드레이크와 먼저 눈을 마주쳤다.

“총사령관님.”

드레이크가 경례를 하자 호크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우리끼리 있을 땐 편하게 하지.”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신전 안으로 들어선 드레이크는 휑뎅그렁하니 어두컴컴한 내부를 둘러보며 물었다. 축구장만 한 신전 내부는 커다란 조각상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는 기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별처럼 무수히 펼쳐져 있는 듯 신비로운 느낌.

독특한 향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눈을 감고 킁킁거리던 나츠는 발에 차인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구부러진 가지 끝에 사람의 손바닥을 닮은 독특한 잎사귀가 달려 있었다. 나뭇가지를 들어 코에 가져온 나츠는 가지 끝에 붙어 있는 나뭇잎에서 신전 내를 채우고 있는 것과 동일한 향을 느꼈다.

“방주를 고치고 있었다.”

“방주를…….”

드레이크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는 다시 한 바퀴 돌며 주변을 응시했다. 한없이 높은 천장은 밤하늘처럼 어둠이 가득했다. 끝없는 암흑은 우주처럼 드넓고 신비로웠다.

“여기는…… 설마 저희가 방주 안에 들어온 겁니까?”

호크는 어느새 붉은 대리석 의자에 앉아 옅게 웃고 있었다. 그는 성운처럼 아름답게 마블링이 된 테이블 위에 케이크 상자를 꺼냈다.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호크를 보며 드레이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뭡니까?”

“바람의 도시 상점들이 오늘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더군. 거기 빵집 하나가 문을 연 기념이라나? 선물로 주고 갔다. 자네들과 함께 먹으려고 가져왔지.”

싱긋 웃으며 케이크를 꺼낸 그는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영감이었다. 드레이크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나츠의 손을 잡고 걸어왔다. 붉은 대리석 의자가 두 개 더 늘었다.

기억났다. 방주 속은 뭐든지 노아의 뜻대로였다. 방주는 일족의 작은 요람이었고, 노아는 그곳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길잡이였다.

호크는 하얀 생크림 케이크 꼭대기에 장식된 초콜릿 피규어를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 나뭇잎으로 뺨을 간질이던 나츠의 눈이 커졌다. 그는 남녀 한 쌍인 초콜릿 피규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맨발에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쭉 내밀고 있었다. 바람에 입이라도 맞추는 것일까? 남자는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바라보며 도둑키스를 하듯 허리를 비스듬히 숙이고 있었다. 남자의 눈에는 눈가리개가 씌워져 있었는데 한쪽 손으로 눈가리개를 슬쩍 내리고선 몰래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광경이었다.

“폴 아저씨네 케이크네요.”

케이크 한 조각을 손으로 들어서 한 입 먹던 호크는 나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폴?”

그는 케이크 상자 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맨 아래 적혀 있는 이름을 읽었다.

“페트로비치라는데? 덩치가 아주 크더군. 어찌나 덜렁대던지 상자를 두 번이나 떨어뜨렸어.”

그 제빵사 말이야. 그렇게 덧붙인 호크는 피식 웃으며 다시 케이크를 꿀꺽 삼켰다. 나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그녀의 스마트 워치에서 ‘삐’ 하고 긴급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모래의 도시 훈련소의 집무관이 보낸 영상이었다. 드레이크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가 화면을 터치하자 허공에 영상이 재생됐다.

좀 전에 갔던 사격 훈련장에서 찍힌 것이었다. 발가벗겨진 채 과녁에 빨래처럼 걸려 있는 병사들이 살려 달라며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이마에는 불합격을 뜻하는 ‘F’ 표시가 검은 펜으로 진하게 쓰여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심하게 구타를 당했는지 볼이 알사탕처럼 부어 있었다.

그를 본 드레이크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에 익은 녀석이다. 평소 나츠에게도 종종 성희롱적인 발언을 날리고는 해서 한번 손봐 줘야지 했던 놈이었다. 가슴 털을 쫙 밀어 버린 그의 가슴에는 질질 흘린 코피로 ‘나는 고자입니다. 다시는 성녀의 엉덩이를 보지 않습니다.’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황당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드레이크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그는 홱 호크를 쳐다보았다. 태연하게 와인을 따고 있던 호크는 천연덕스럽게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었다.

드레이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옆에서 말없이 앉아 있던 나츠가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나츠는 어디 가냐는 드레이크의 말도 귓등으로 흘려들은 채 뛰어갔다. 어둠과 대조되는 빛으로 가득한 문이 열리자 그녀는 순식간에 그 빛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저 녀석 대체 어딜…….”

나츠를 따라 일어선 드레이크는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호크를 쳐다보았다. 그가 앉아 있는 검은 대리석 테이블 위에는 어느새 붉은 과실이 바구니 안에 주렁주렁 가득 담겨 있었다. 그중 하나는 누가 먹다 남긴 듯 한 입 베어 문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혹시 저희가 오기 전에 누가 있었습니까?”

테이블 밑에는 성목의 가지와 잎사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아스포델로스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이상하리만큼 편안하고 향긋한 정취였다.

드레이크는 일렁이는 눈동자로 불현듯 물었다.

“그 두 사람…… 설마 이곳에 있었던 겁니까?”

호크는 검지로 와인이 묻은 입가를 닦아 내며 그를 쳐다보았다. 붉은 성운이 담긴 눈동자가 말없이 의뭉스럽게 웃었다. 드레이크는 ‘쳇’ 하고 인상을 구겼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 대답해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이곳에서의 내 소임은 끝마쳤다.”

이곳? 소임? 드레이크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콧잔등을 긁었다. 노아의 진정한 능력이 무엇인지는 자신을 비롯해 누구도 알지 못했다. 많은 것이 베일에 휩싸여 있는 부모 세대의 마지막 일족. 그의 심중에 감춰져 있는 진정한 속내는 끝까지 오리무중이었다.

“떠나려는 겁니까?”

호크는 여유로운 미소로 대답을 허물었다. 그는 둥그런 과실을 손안에서 야구공처럼 굴리며 허공에 휙 던지고 받다가 불쑥 제안했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냐?”

“예?”

드레이크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호크는 나츠가 떨어뜨리고 간 성목 가지를 향해 부드러운 눈길을 보내며 잔잔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와 나츠라면 환영이다.”

복잡한 표정을 짓던 드레이크는 나뭇가지를 쳐다보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 반으로 뚝 부러뜨렸다. 그는 바구니 속 붉은 과실을 하나 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호크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채 슬쩍 물었다.

“대답은?”

“안 갑니다. 누가 이딴 방주에 또 탈 줄 알고?”

버럭 성질을 낸 드레이크는 툴툴거리며 나츠가 나간 방향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돌아서서는 인상을 팍 구겼다.

“그 두 사람의 대용품이 되는 건 사절입니다. 소위와 중사가 없으니 저희한테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음, 그건 아닌데…….”

드레이크는 과실을 던져 버릴 듯 높이 들었다가 씨근덕대며 돌아섰다. 억울하다는 듯 대답하던 호크의 말소리도 물론 그의 발소리에 묻혀 버렸다.

드레이크가 열었던 문에 의해 잠시 빛이 쏟아져 들었다. 그 바람에 어둠에 감춰져 있던 신전의 동상 윤곽이 어스름하게 드러났다. 거대한 대리석 동상의 정체는 허름한 옷을 걸친 노인이었다. 그는 한 손에 낫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 서 있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그의 손목에 작은 모래시계가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75)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호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붉은 과실을 챙겨 들고 가던 드레이크의 손을 떠올린 그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몸을 기댔다.

* * *

나발루니예 언덕 위 파란 지붕 저택은 여전히 소나무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알혼 섬의 정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바이칼 호를 굽어보며 석양과 달빛을 받았다.

두터운 구름을 뚫고 나타난 검은 에어쉽이 인사를 하듯 알혼 섬 상공 위를 크게 한 바퀴 배회했다. 여인의 몸처럼 우아한 능선이 옆으로 누워 아늑한 손짓을 했다.

에어쉽에서 내린 사샤는 잠시 정취에 잠긴 눈으로 주변을 응시했다. 검은 레이스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가 거센 언덕 바람에 펄럭였다. 귀 뒤로 넘긴 머리칼이 실핀에 고정된 채 바람에 솔솔 춤을 췄다.

작년까지는 자주 왔지만 한동안 걸음을 하지 못했다. 로스트 헤븐의 개장이 코앞으로 오면서 제인을 돕느라 덩달아 바빠진 탓이었다.

삼 년 전, 사라진 두 사람과 함께 폴도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사샤는 그가 살아 있다고 믿었다.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타이탄이 아직 가동 중이었다. 그리고 살아 있다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제일 컸다.

─ 사샤 씨, 알혼 섬에 가 줘요!.

나츠로부터 갑작스럽게 온 연락이 아니었다면 아마 개장 이후까지 올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한창 신병 훈련 중이었을 그녀가 훈련소에서 영상 통화를 걸어온 건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눈을 감고 잠시 바람 냄새를 맡던 그녀는 코끝을 자극하는 향에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냄새를 쫓던 그녀의 시선이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 현관은 활짝 열려 있었다. 안쪽을 들여다보며 기웃거리던 사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설레던 마음도 잠시,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긴장감이 서렸다.

조심스럽게 안에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타이탄?”

종알거리며 손님맞이를 해야 할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썰렁한 분위기도 잠시, 따뜻한 정적이 그녀를 대신 맞이했다.

슬리퍼를 신고 거실로 향한 사샤는 음식 냄새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하얀 식탁 위에 구수하게 지어진 밥과 난이 있었다. 이제 막 완성된 듯한 카레는 살짝 열린 냄비 뚜껑 사이로 냄새를 솔솔 풍겼고, 푸른 꽃무늬가 새겨진 밥그릇 두 개와 은색 수저가 냄비 옆 조리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거실의 테이블 위에는 연회색 머그잔과 우유 잔 하나가 입 맞추듯 나란히 놓여 있었다. 머그잔 안에는 누군가 먹다 남긴 커피가 온기를 품은 채 남아 있었고, 깨끗하게 마신 우유 잔에는 서리처럼 하얗게 남은 입술 자국이 보였다.

회색 머그잔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진 사샤는 장미가 새겨진 타일을 따라 걸었다. 은색 타일을 따라가다 보니 안방 침실 앞에 다다랐다. 원목으로 된 문틈 사이로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문을 살짝 터치하자 미닫이문이 자동으로 스르르 열렸다.

베개 깃털이 허공에서 날아와 그녀의 뺨에 찰싹 붙었다. 놀라서 이마를 찌푸린 사샤는 허공에 부유하는 깃털들을 바라보며 눈이 커졌다.

커다란 원목 침대엔 하얀 이불이 구겨진 채 돌돌 말려 있었다. 거위 털 베개 하나는 북북 찢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침대 헤드에 걸려 있는 게 누군가 몸싸움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바닥에는 가사로봇인 타이탄이 나사까지 분해된 채 너부러져 있었다. 졸지에 봉변을 당한 게 분명했다. 그래도 조립을 해 주려고 가지런히 준비를 해 뒀던 것 같은데 몸싸움을 하면서 발에 채이고 구른 듯했다. 하나뿐인 집게손은 개조를 당한 건지 웬 국자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장미 꽃잎들이었다. 햇살이 부서져 내린 창틀에도, 나사와 부품이 굴러다니는 바닥 곳곳에도 붉은 향기가 묻어 있었다.

서성이며 구경하던 사샤는 얼른 나와서 문을 닫았다. 그녀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맺혔다. 돌아서자 햇살이 가득 드리워진 통유리 창이 그녀의 미간을 비췄다. 아치형 창밖으로 시베리아의 진주, 바이칼 호가 한눈에 보였다. 하늘 위로 터널처럼 기다란 구름이 사선을 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알혼 섬으로 진입하는 에어쉽 한 기가 남긴 긴 꼬리구름이었다.

‘설마…….’

사샤는 일렁이는 눈으로 현관을 향해 뛰었다.

바람이 부는 언덕 위를 올랐다. 작은 바람개비들이 꽂힌 이곳은 어느새 꽃밭처럼 알록달록한 색색개비들의 천국이었다. 그 사이에 정갈한 묘비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사라 페트로비치, 그녀의 온기와 미소를 추억하며.」

긴 세월 에덴 타워에 갇힌 채 죽어서도 돌아오지 못했던 그녀가 비로소 이곳에 평온하게 잠든 게 보였다. 묘비 앞에는 바람개비들 외에도 아기자기한 들꽃을 묶은 꽃다발들이 주변을 장식했다. 낡은 토끼 인형과 코끼리 담요도 보였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바라보던 사샤의 눈동자가 멈칫하며 굳었다.

금색 섀도우 칩이 목걸이 줄을 단 채 토끼 인형 목에 반짝이며 걸려 있었다. 금속 칩 정면에는 알파벳 ‘M’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등 뒤에서 갑자기 ‘부우웅’ 하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사샤는 어깨 너머를 돌아보았다. 동그스름한 언덕 아래 로스티아벤의 마크가 붙은 에어쉽 한 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꽃다발을 쥐고 있던 그녀의 손에서 꽃송이들이 투두둑 떨어졌다. 특수요원복인 검은색 전투복에 익숙한 군화가 저벅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벌점 50점? 매길 수 있으면 매겨 보라지? 망할 영감탱이가 씨도 안 먹힐 협박을…….”

“그러니까 밥이나 마저 먹자고 했잖아요.”

“갑자기 나 대신 나츠를 벌주겠다잖아!”

“그러든지 말든지 우리랑은 아무 상관이…….”

티격태격하던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흙모래를 밟으며 언덕길을 올랐다.

“자꾸 토 달래?”

“네, 죄송합니다, 소위님.”

발길질을 하던 인영이 등에 덥석 업히자, 그가 고개 돌려 쪽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바라보던 사샤의 눈시울이 시큰거리며 젖었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한달음에 비탈길을 내려갔다.

“어서 와!”

눈물이 하얗게 부서지며 웃었다. 깜짝 놀란 얼굴들이 언덕 위를 올려다보며 멈췄다. 바람처럼 뛰어오던 사샤는 그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얼떨결에 넘어진 군화에 잔디가 누웠다.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하늘로 빙글빙글 날아올랐다. 구름꼬리에 걸린 바람개비가 수평선을 향해 팽이처럼 춤을 추며 멀어졌다. 자신의 몸도 함께 붕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콧등을 스치는 바람에 사샤는 웃으며 눈을 감았다.

삐빅.

스마트 워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던 머릿속이 삽시간에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몸을 일으킨 사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차가운 머리맡에 사라의 묘비가 보였다. 주먹 쥔 그녀의 손안에는 메리의 섀도우 칩이 꼭 쥐여져 있었다.

저수지 둑이라도 터진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녀는 허둥지둥 땅을 짚고 일어섰다.

묘비 옆에는 누가 벗어 놓고 간 듯한 방탄조끼 하나가 너부러져 있었다. 의아한 얼굴로 조끼를 주워들자 안쪽에서 쌍검독수리가 새겨진 금색 배지가 또르르 굴러 나왔다.

언덕을 내려온 사샤는 불 꺼진 저택을 응시했다. 저택의 현관은 아까와 달리 굳게 잠겨 있었다. 다시 찾아가 봤지만 타이탄은 아무 응답도 없었다. 적막에 휩싸인 저택 내부에서는 인기척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었다. 검은 에어쉽에 올라탄 그녀는 비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바탕 쏟아진 폭우를 맞고 온 기분이었다. 아직도 몸이 물에 젖은 것처럼 정신없었다.

옷깃에 금색 배지를 단 그녀는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힘없이 풀어지던 눈동자가 멈칫 굳었다. 주먹 쥔 손바닥 안에는 웬 장미 꽃잎 하나가 달라붙어 있었다.

헛웃음이 들썩들썩 흘러나왔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울먹이다가 고개를 묻고 오열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epilogue

【관리자 로그인】

보안 질문

이브가 좋아하는 음식은?

케이는 너무 쉽다는 듯 낮게 헛기침을 했다. 웃음 밴 목소리가 대답했다.

“카레.”

“땡.”

쯧쯧거리며 틀렸다고 비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응시했다.

“그럴 리가 없는…… 아니, 애당초 이 질문 사항을 내가 만들었는데 땡은 무슨…….”

“정답 바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케이로 시작해.”

“뭔데? 말해 봐.”

“아이, 에스, 에스…….”

목을 휘감은 온기가 ‘촉’ 하고 입을 맞췄다. 몸을 녹일 듯한 요염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 번 더.”

“케이, 아이…….”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가 못 참겠다는 듯 일렁였다. 살짝 벌어진 입술이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입술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그만하라며 몸을 비트는 그녀를 결박한 채 약탈하듯 입술을 삼켰다. 달콤하게 맛본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사악하게 웃었다. 또 다가오려는 입술을 향해 유림은 손가락을 꾹 눌러 막았다.

“그만.”

“어째서?”

“흠, 애덤슨 훈련병, 8분 31초를 원하나?”

“이 상황에 벌칙을 원하냐고 묻는 건…… 좀 이상한데요.”

귓가에 확 다가온 숨결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지금 당장 소위님을 미칠 듯이 원해.”

“뭐?

“이러면 벌칙을 줄 건가요?”

“엉큼하긴.”

“벌칙당하고 싶은데.”

“변케이 같으니.”

“변케이 할 테니까 벌칙 한 번만…….”

유림이 쿡쿡 웃으며 데굴데굴 구르자, 그는 베개 사이로 숨은 그녀를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하얀 거품처럼 출렁거리는 이불 사이로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겹쳐졌다. 매끄러운 움직임이 잘게 부서지는 노을 사이로 유영하듯 스륵거린다.

빗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창가를 톡톡 인사하듯 두들기던 빗줄기는 이내 ‘쏴아아’ 하고 시원한 물소리를 연주했다. 먹장구름이 뒤덮은 하늘이 새근새근 잠든 두 사람의 알몸을 가려 주었다. 구름 새로 숨은 달님은 부끄럽게 웃으며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누군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낭송했다. 시끄럽다며 걷어찬 발길질에 우당탕 넘어진 국자 모양 손은 바닥에서 피핏거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로를 끌어안은 두 그림자는 키득거리며 온기 속을 파고들었다.

창문을 연 유림은 커튼을 젖히고 까치발을 들어 고개를 쭉 내밀었다. 강바람이 얼굴을 차게 적셨다. 간밤에 빗물을 마신 바이칼 호의 수면이 윤색으로 흘렀다. 턱을 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기분 좋게 웃었다. 코로 흡입되는 아침 공기에 커피 향기가 솔솔 묻어왔다.

“뭐지?”

창틀 위에 붉은 꽃잎들이 젖은 채 달라붙어 있었다. 두리번거리는 머리 위로 꽃 한 송이가 툭 떨어졌다. 콧등까지 굴러 내려온 장미꽃을 잡아 떼어내자 꽃받침 안쪽에서 푸른 빔이 쏟아져 나왔다.

─ 휴식은 잘 취했나, 상사.

당황한 유림의 눈이 커졌다. 마침 따뜻한 커피를 들고 침실로 들어오던 케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림은 탄식하며 침대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귀찮아 죽겠다는 그녀의 표정을 읽은 화면 속 밀러가 웃으며 말했다.

─ 복직 임무다.

“복직한다고 한 적 없는데요?”

─ 사진 속 인물이 이번 임무 대상이다. 이름은 길리안 라이트, 나이는 대외적으로 41세지만 실제 나이는 더 많을 거라는 추측이야. 최근 로스트 헤븐의 상임 위원들과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제인 왓슨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정보가 있어.

유림은 자신의 말을 무시한 밀러를 쳐다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창턱에 기대 듣고 있던 케이의 눈빛이 흐려졌다.

“라이트라면…….”

─ 맞아, 죽은 아이작 라이트의 아들이지.

유림은 애벌레처럼 이불로 몸을 감싼 채 끙끙거리며 침대 위에서 좌우로 굴렀다. 데굴데굴 구르는 그녀의 눈동자가 천장을 향했다. 양 볼을 풍선처럼 부풀린 채, 하기 싫어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 데드캣, 그리고 익명의 과학자가 한 팀으로 수행해 줬으면 하는데.

“신혼 생활을 즐기라더니 완전 민폐네, 미카엘.”

─ 그럼 익명의 과학자는 빠지고 다른 팀원을 붙일까?

맨발로 걸어온 케이는 하얀 테이블 위에 놓인 장미꽃을 들더니 손안에서 움켜쥐었다. ‘와작’ 하고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림이 놀라서 쳐다보자 그는 가루가 된 채 떨어진 통신기를 내려다보며 생긋 웃었다.

“케이, 밖에…….”

유림이 멍한 눈으로 손가락질을 하자, 그는 활짝 열린 창밖을 쳐다보았다. 창틀에 장미꽃 수십 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 그럴 줄 알고 여분을 많이 보내 놨지. 칩거 생활은 끝났어. 아니면 저번처럼 내가 두 사람을 꺼내 와야 하나?

인상을 쓴 케이는 손으로 꽃송이들을 확 뿌리쳤다. 바이칼 호를 향해 너울너울 떨어지는 장미꽃들 사이로 영상 속 밀러는 쿡쿡 웃으며 ‘핏’ 통신을 종료했다.

“밀러가 점점 독수리 영감탱이를 닮아 가!”

하얀 티셔츠에 검은 팬티만 입은 유림이 떼를 쓰며 애꿎은 베개를 쥐어뜯었다. 북 찢어져서 터진 베개 속에서 하얀 깃털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성질을 부리던 그녀가 침대에 털썩 누웠다. 그 위로 다가온 케이가 입을 맞추며 쿡쿡 웃었다.

“도망갈까?”

“어디로?”

“다른 별로.”

유림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노아의 방주를 훔쳐서 달아나는 거야.”

“아무도 없는 행성으로?”

케이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거기서 대체 무슨 짓을 하시려고?”

“글쎄, 무슨 짓을 할까?”

호숫가 근처 높다란 언덕 위에 나무를 심고, 바람이 부는 곳에 문을 만들까? 달빛이 우묵하게 고이는 곳에 보금자리를 펴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을 헤면서 그 많은 수만큼 헛헛한 밤, 무엇을 할까?

“아이나 만들까?”

벌떡 일어난 유림이 토끼 눈을 했다. 새침하게 눈을 흘긴 그녀는 침대 밑으로 껑충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려 나갔다. 케이는 텅 빈 옆자리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피식 웃으며 일어선 그는 성큼성큼 거실로 쫓아나갔다. 비명을 지른 유림이 까르르 웃으며 들썩였다. “안 돼! 아이는 안 돼!” 유림을 냉큼 붙잡은 그는 “이제 그만 포기해.”라며 달콤하게 속삭이고선 그녀를 번쩍 어깨에 둘러멨다.

“여보, 살려 줘요.”

침대에 눕혀진 유림이 몸을 웅크린 채 속삭였다. 소녀처럼 복숭앗빛으로 뺨을 붉히면서. 그의 손이 넋을 놓았다. 그 틈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그녀는 욕실로 쏙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샤워기에서 차륵차륵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뜨거워진 몸을 차갑게 적시는 소리였다.

유림이 몸을 가리느라 질질 끌고 간 이불이 욕실 문 앞까지 카펫처럼 쭉 깔려 있었다. 불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비친 욕실 조명이 가슴을 후눅하게 데웠다. 아이처럼 알몸으로 뛰어가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케이는 졌다는 얼굴로 웃었다.

고개를 든 그녀의 이마에 달빛이 번졌다. 유림은 닿을 듯 코앞에 다가와 있는 그의 콧날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팔베개를 해 준 채 잠든 얼굴이 가슴 설레게 아름다웠다. 긴 속눈썹이 들숨날숨을 따라 평온하게 흔들린다. 무방비인 입술을 어루만지던 그녀는 보시시 웃으며 ‘쪽’ 입을 맞췄다. 그러자 감긴 속눈썹이 살며시 눈꺼풀을 들었다. 졸음 묻은 눈동자가 그녀를 나른하게 바라보았다.

“더 자지 않고?”

그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긴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어루만진다. 그녀는 그의 가슴 속으로 고개를 파묻으며 중얼거렸다.

“꿈을 꿨어.”

“무슨 꿈?”

“밀러가 무슨 복직 임무라며 장미를 보내는 꿈.”

그는 팔베개를 하던 손으로 머리를 짚더니 몸을 비스듬히 일으켰다. 흥미롭다는 얼굴을 한 그의 휘우듬한 눈썹이 짓궂게 웃었다.

“그래서?”

“케이가 신혼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며 잔소리했어.”

유림은 고개를 들더니 침실 바닥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찢긴 장미 꽃잎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너부러져 있었다.

“이상해. 어디가 꿈이고 어디가 현실인지 모르겠어.”

인상을 쓴 채 중얼거리는 어깨에 그의 입술이 보드랍게 내려앉았다. 등 뒤에서 끌어안는 온기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전쟁은 다 끝난 거지? 낙원은 무사한 거지? 우리…… 함께 있는 거지?”

유림이 불안한 목소리로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바람이 턱짓을 하며 커튼을 건드렸다.

“조금 더 자요.”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케이가 유림을 번쩍 들어 안았다. 욕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깃털을 밟듯 조심스러웠다.

“요즘 밤마다 왜 이렇게 자주 가지?”

“글쎄…….”

그의 시선이 그녀의 아랫배로 향했다. 달빛을 삼킨 눈초리가 고개 숙여 입을 맞췄다. 하품을 하며 눈을 감는 그녀의 모습 뒤로 그의 입술이 몰래 웃었다.

쏴아아.

하늘이 안개를 벗었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달빛이 묻는다. 다리가 긴 그림자가 바닥을 밟고 아로록아로록한 무늬를 새겼다. 푹신한 담요 위에 세상모르고 잠든 그녀는 아기처럼 숨소리를 내며 꿈을 헤매고 있었다. 그 옆에 비스듬히 누운 케이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고즈넉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배꼽을 조심스레 어루만진 손길로 작은 맥박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어느 시대든 이상향을 꿈꿨다. 현실보다 나은 곳을 필요로 하던 이들은 완벽한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곳만이 낙원은 아니었다. 어디든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이가 있어 준다면 그곳이 바로 당신의 낙원이다.

아무리 서로를 할퀴어도 오롯할 수 없던 밤. 끝나지 않던 밤을 색칠하던 건 어둠이었다. 허기진 위장을 채워 주던 것은 그녀의 가느다란 숨결뿐, 고통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밤을 견뎠다. 그는 비로소 모자람 없이 온전한 존재가 되었다.

여명보다 밝고 석양보다 찬란한 어둠, 두려워할 것 없는 밤. 그런 시간을 기다렸다. 긴 밤, 입술에 맞닿는 연인의 이마에 입 맞추며 우묵한 마음은 터질 듯 가득 차오른다.

감정에 온몸을 산산조각 부서뜨려 본 적 있는가? 나를 허물고 그녀의 안으로 헤엄치는 과정은 용광로 속처럼 혼미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을 견뎌 낸 자만이 알 수 있는 환희가 존재한다.

“으음, 케이…….”

알몸으로 끌어안은 채 겨드랑이 속을 파고들었다. 조그마한 틈새의 온기를 찾아 헤매는 몸짓이 사랑스러워 부러질 것 같은 허리를 바짝 당겨 안았다.

파도가 되어 적셔 주고, 빗물이 되어 채워 주는 그대 없이 어찌 잠들 수 있을까?

엎치락뒤치락 하며 삐져나온 팔다리가 넝쿨처럼 서로를 휘감았다. 푹신한 살결에 고개를 묻었다. 어깨에 부서지는 숨소리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남겼다.

나의 낙원은 이곳에 있다.

내 불안한 영혼이 조각난 곳.

나의 백야, 유일한 세계.

그는 고즈넉한 눈을 내리감았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완결>

후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작품이 종결을 맺을 때의 기분은 첫사랑의 아쉬움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 기억 그대로도 예쁘지만 후회되는 부분도 있고, 이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고. 지금 전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심정이에요.

『로스트 헤븐』은 아주 오래된 작품입니다. 열아홉에 이 소설을 처음 썼을 때에는 ‘위험한 파트너’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었는데, 지금보다 전반적으로 풋풋하고 톡 쏘는 느낌이 강했어요. 여주인공인 유림에게 제 자신을 투영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요. 십 대의 저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난 지금 제가 과연 유림과 닮은 모습인지 생각해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오네요. 하지만 집필 작업은 여전히 즐겁고 행복합니다.

당시 쓴 초고 분량과 출간된 글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 로스트 헤븐을 쓸 무렵에도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액션 로맨스를 그렸어요. 작품 내 세세한 설정은 바뀌었지만 주인공인 두 사람은 특히나 그대로입니다. 대사와 에피소드도 그렇고, 둘 사이의 긴장감도 그래요. 그래서 이 작품이 제게 있어 더 특별하고 애틋한 것 같아요.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들 중, 열아홉의 제 감성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글이거든요.

로스트 헤븐을 보면 ‘아스포델로스’라든지 ‘암브로시아’라든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 있는 단어들이 가끔 나옵니다. 끝까지 의문이 풀리지 않아 아리송하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이유는 개정판으로 출간될 『데메테르의 딸』이 로스트 헤븐의 프리퀄 격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로스트 헤븐을 리메이크하면서 두 작품의 접점을 만들어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리퀄이라고 해서 데메테르의 딸을 반드시 먼저 읽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영화도 본편을 보고 난 후 프리퀄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로스트 헤븐을 먼저 보시고, 데메테르의 딸을 보셔도 아무 문제없답니다.

어쨌든 제가 현재 출간을 그 방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순서로 읽는 게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데메테르의 딸 개정판이 먼저 출간된 상태였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아무래도 내년까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작품을 집필할 당시에는 작품 내에 부여한 상징성이라든지, 집필 의도 같은 것을 후기에서 자세하게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글을 마무리 짓고 보니 실없이 웃게 됩니다. 그냥 독자님들 손에 맡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제가 구구절절 포스트잇 붙이듯 말씀드리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정말 여기서 종결을 맺게 될 테니까요. 연재할 때에는 오히려 저보다 독자님들께서 더 꼼꼼하게 설명과 주석을 붙여 주시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어요. ‘작가인 나는 그렇게까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에 감탄도 무수히 했답니다.

노아의 방주는 결국 무엇이었느냐. 그 답은 데메테르의 딸에서 보여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덧붙여 광장의 성목과 금발의 신관도요. 저는 변덕이 심한 사람이라서 개정판에서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는 아직 전혀 모르겠어요. 평소에도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봐요.

다만 아주 신화적인 분위기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건 확실해요. 읽다 보면 그리스 여신들과 하얀 대리석 신전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에요.

몇 년간 계획만 했던 여행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학부 시절 수강했던 신화학 강의의 교수님도 찾아뵙고, 책도 많이 보려고 해요. 지난 일 년 가장 고통스러웠던 점은 독서를 마음껏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활자의 홍수에 ‘풍덩’ 빠졌다가 오겠습니다.

『로스트 헤븐』이라는 작품을 오랫동안 기억해 주시고 기다려 주신 독자님들이 계셨기에 늦게나마 책으로 찾아뵐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스스로도 시틋해져서 몇 번이고 펜을 내려놨던 작품이지만, 게으르게 쓴 글일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쓰이나 봐요. 막상 내려놓으려니 왜 이리 서운한지요. 거북이처럼 느린 손이지만 꾸준하게 써서 다음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여름 날씨가 치열합니다. 소금바람이 몰고 오는 청량함이 그립네요. 시원한 바다를 따라 걸으며 책 한 권을 읽고 싶은 계절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가슴속에도 여름날 파도 소리가 밀려오시는지요? 유림과 케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런 여운으로 남기를 바라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 7.

박슬기 드림.

1) 로스티아벤Los-Thea-Ven: 낙원의 용병 부대. 로스트 헤븐Lost Heaven과 스펠링이 같다.

2) 브루클린의 성녀: 브루클린 전투에서 압도적인 승전을 거둔 유림의 별명.

3) STFSpecial Task Force: 특수임무부대로 로스티아벤의 최우수 정예 에이전트들이 소속되어 있다.

4) 입실론upsilon, Υ,υ: 웁실론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알파벳 입실론의 대문자Υ는 여자의 국부를 그린 그림이고, 소문자υ는 누워서 두 다리를 올리고 있는 여자의 옆모습을 나타낸다.

5) ESPExtrasensory Perception: 초감각적 지각, 초능력.

6) 슈퍼컴퓨터 왓슨3세: 주민들은 줄여서 ‘왓슨’이라 부른다.

7) “이브의 가호가 있기를”: 평의회와 로스티아벤의 공식 인사말.

8) 고스트Ghost: 모래의 도시에 상주하는 불법 체류자, 범법자 등을 일컫는다.

9) 아레나: 고대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을 일컫던 데에서 비롯되었다. 경기장을 의미한다.

10) 미들 타운: 모래의 도시 중하층부로 고스트들이 거주하는 지역 전체를 일컫는다. 미들 타운 내에서도 화이트 채플은 고스트들이 정보를 교환하거나 거래를 주고받은 곳으로 가장 번화한 장소다.

11) 부유 체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앉는 의자. 공중에 뜰 수 있기에 바퀴로 움직이는 휠체어보다 안정적이다.

12) 서전트Sergent: 한국 군대로 치면 일병 정도를 말한다.

13) 뮤트Mute: 무음 모드

14) 히트맨hitman: 암살자

15) 코어core: 로봇인 안드로이드의 뇌에 해당하는 부분.

16) 베스타: 고대 로마의 화로의 여신. 가정과 국가의 안녕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숭배받았다.

17) 인터코스intercourse: 성행위

18) 아담: 낙원의 관리자의 애칭. 관리자 로그인을 할 때 시스템에 저장된 이름이 아담이란 것에서 파생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19) SSFSpecial Security Force: 특별보안대

20) 평의회 공식 인장: 커다란 게이트 뒤로 아름드리나무가 서 있는 문양. 게이트는 낙원의 입구며, 아름드리나무는 에덴 타워 혹은 선악과가 열리는 나무를 의미한다고 한다.

21) 엑스칼리버: 아서왕의 성검. 신비한 마력을 지닌 검이라고 한다.

22) 밧세바: 성경 신화에서 우리야의 아내로 등장한다. 우리야는 다윗 왕의 충신이었는데 다윗 왕이 목욕하는 밧세바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로부터 아내를 빼앗아 버린다. 이로 인해 우리야와 다윗 왕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다.

23) 프로토타입prototype: 시험 제작 원형

24) 타이탄Taitan: 페트로비치 박사가 연구실에서 쓰는 메인 컴퓨터의 인공지능 이름이다.

25) 페트로비치의 가사용 로봇: 흡사 사마귀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두 다리에는 바퀴가, 양손은 기본형 집게 모양을 하고 있다. 집 청소, 가내 허드렛일, 간단한 요리 등을 도맡아서 한다.

26) ANGEL-1225: 혈액 샘플명은 사라가 지었다. 엔젤Angel은 천사라는 뜻이고 1225는 12월 25일을 뜻한다.

27) SPFspecific pathogen free animals: 무균동물無菌動物의 작성 기술을 응용하여 어미 동물로부터 제왕절개 수술로 새끼를 꺼내어 깨끗한 환경하에서 육성하는 것. 특정한 병원체의 감염이 전혀 없는 동물들을 대량으로 육성하여 실험체로 공급한다.

28)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로부터 65㎞ 떨어져 있는 도시. 이르쿠트와 안가라 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와 몽골의 교역로 역할을 하며 동시베리아의 교통 요지로서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29) Angel Kiss 천사의 입맞춤: 2070년대에 만들어진 환각제로 운석에서 발견된 미생물에서 합성한 물질이다. 무색, 무미, 무취의 백색 분말을 캡슐로 포장하여 복용한다. 일반적으로 효과는 복용 후 5분부터 45분까지 지속되며 반응은 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대개 시각과 촉각 및 청각 등 감각을 왜곡시키며 무의식 상태나 발작, 경련, 근육 조절력 감소, 코피, 호흡 장애 등의 곤란을 겪을 수 있다.

30) 팬서Panther: 검은 표범이란 뜻. 러시아 특공기동대의 콜사인 중 하나다.

31) 레드 래빗 포획 작전: 감염자 이브를 생포하기 위한 러시아군의 긴급 프로젝트. 레드 래빗의 레드Red는 붉은 눈을 가진 이브의 특징을 따서 붙인 듯하다.

32) 불가시 모드: 에어쉽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다. 보통 군용 에어쉽에만 탑재되어 있는 기술로 일반 자가용 에어쉽에 등록하는 건 불법이다. 불가시 모드를 활성화시킬 경우, 에너지 소모가 약 5배가량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태양광에 의한 굴곡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물과의 접촉에 의해 윤곽이 드러난다는 점은 여전히 불가시 모드의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

33) 생크추어리Sanctuary: 성역

34) 드리밍 플라워The Dreaming Flowers: 사람의 무의식 세계를 가상 형상화시키는 기술. 뇌 프린팅 기술에서 한발 진보한 테크놀로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2081년 익명의 과학자 ‘K’가 완성했다. 이후 왓슨 그룹은 익명의 과학자 K로부터 드리밍 플라워 테크놀로지를 구입하여 로스트 헤븐 내 환락가에 적극 활용한다. 이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가상현실 속에 구현시키는 데 드리밍 플라워를 접목시켜, 가상현실 속의 섹스를 실제 서비스로 공급하기 시작한다.

35) 잠수함 헤벨의 최초 모델 크기는 길이 약 175m, 폭은 약 40m에 달하며, 배수량은 3만 톤을 웃돌 정도로 거대했다. 현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헤벨은 중대 한 부대 정도는 거뜬히 태울 수 있으며, 격납고에는 아크레인 4기를 비롯해 공격과 수송용 에어쉽 6기를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남태평양전대의 핵심 전력인 헤벨은 각종 어뢰와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으며 도시 하나는 깨부술 정도의 괴력을 자랑한다.

36) 아크레인: 연맹군에서 잠수함 헤벨용으로 개발한 스텔스 정찰기. 뉴 에너지를 소비하며 체공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반중력 기술을 사용하여 기체의 무게를 99% 감소시켜 비행한다. 또한 에어쉽에 비해 불가시 모드를 활성화시켰을 때 굴곡이 거의 없는 편이다. 아크레인의 강점은 잠항 모드가 가능하다는 것과 광범위 통신 마비, 그리고 정밀 격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37) 타키온: 타키온은 1967년 미국의 물리학자 제럴드 파인버그가 붙인 이름으로, ‘빠르다’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다. 이후 2054년 하이젠베르크와 슈테른이 가상입자였던 타키온을 발견해 과학 잡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38) 아벨: 잠수함 헤벨Abel의 인공지능 이름이다. 아벨은 헤벨 그 자체로 볼 수 있으며, 헤벨에 소속된 기체들의 시스템도 아벨의 지휘권에 속해 있다. 아벨의 통제권은 기본적으로 헤벨의 함장에게 있으며, 함장의 부재 시에는 참모들의 동의하에 부함장에게로 통제권이 넘어갈 수 있다.

39) 엘로힘: 아벨이 붙인 로스트 헤븐의 동쪽 해안가에서 발생한 섬광의 명명.

40)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 맨해튼의 동쪽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랫동네인데 1980년대에는 이민자들과 노동자 계급이 주로 모여 살던 곳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실시된 고급주택화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 계급은 사라지고 젊은 중산층과 부유층들이 들어오게 된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현재 이민자들이 형성해 놓은 다문화에 미국 역사 보존 정책으로 인한 고전적인 미가 합쳐져 굉장히 매력적인 지역 분위기를 갖추었다. 때문에 뉴욕의 젊은 힙스터들이 이곳을 찾아오게 되면서, 이스트 빌리지는 현재 맨해튼에서 가장 핫한 장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41) 리비도Libido: 사람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성욕, 또는 성적 충동. 프로이트 정신 분석학의 기초 개념으로, 이드id에서 나오는 정신적 에너지, 특히 성적 에너지를 지칭한다. 융은 이를 생명의 에너지로 해석하였다.

42) 올리버 색스Oliver Wolf Sacks: 미국의 저명한 신경 뇌 의학자로 콜럼비아 대학교 의학교수를 역임했다. ‘의학계의 시인’이라 불린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안면인식장애와 약물 중독으로 고통받았다. 2015년 2월, 그는 희귀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두 달 뒤 출간한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 그는 스스로가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올리버 색스는 2015년 8월 30일에 별세했다.

43) 크랙Crack: 코카인에 베이킹파우더와 물을 섞은 뒤 건조시켜 만든다. 효과는 분말 코카인보다 빠르고 강하게 오지만 지속성이 약하다. 정제시킬 때 결정체가 부서지면서 작게 쪼개지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크랙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보통 특수 담배파이프에 담아서 피우는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 흑인들이 애용한다.

44) 레이치Rach: 레이첼의 애칭.

45) 하이 라인High Line: 뉴욕 시에 있는 길이 1마일1.6㎞의 공중 공원이다. 1993년 개장한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영감을 얻어, 웨스트 사이드 노선으로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운행되었던 고가 화물 노선을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서 공원으로 재이용했다.

46)엠: 에밀리의 애칭

47) 알파Alpha: 2073년 12월 31일, 스타시티 달 연구소가 발견한 외계 생명체의 명칭.

48) 스테이시스 캡슐Stasis capsule: 생명체를 유지 및 보호하기 위한 배양관으로 인큐베이터와 흡사한 기능을 한다.

49) 지휘관 노아 호크별명 블랙 호크의 심볼: 얼핏 보면 검은 매, 혹은 검은 독수리를 형상화한 것 같지만 잘 보면 몸통은 가로로 누인 십자형 검의 형태다. 대검의 양옆에는 발처럼 드리워진 검은 날개가 수평으로 펼쳐져 있다.

50) 대니얼Daniel: 대니얼이란 이름의 뜻은 “God is my judge.” ‘신께서 나를 심판하시리’라는 뜻이다.

51) 섀도우: 왓슨의 눈이 관찰한 주민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상의 겉모양을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 외양뿐만 아니라 대상의 언어 정보, 신체 리듬, 감정 대응, 성격 등까지 입체 홀로그램으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 기억의 도시에서는 드리밍 플라워와 섀도우를 이용하여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가상 인터코스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현재 로스티아벤에서도 섀도우를 이용한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52) 프로 아티피셜Pro-Artificial: 줄여서 PA라고 부른다. 의지인공사지, Artificial limb는 상반신인 의수Artificial arms와 의족Aritificial legs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EMGElectromyogram 전극을 이용한 로봇 의수가 대중적이었다면, 프로 아티피셜PA은 세포융합 반응을 활용하여 의수를 골격과 신경계에 직접 연결한다. PA의 경우 신경말단과 연결된 의수, 의족은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재현이 가능하며 한 번 착용한 의수는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53) 게이트: 낙원의 동남쪽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명 낙원의 입구라 불린다. 게이트의 실질적인 업무는 출입국 심사다. 낙원으로 이주하는 주민들과 투어 관광객들은 예외 없이 모두 게이트를 거쳐야 한다. 게이트는 세로 97m, 가로 54m에 달하는 거대 건축물인데 입구는 포도 덩굴로 얽힌 창살대문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로스트 헤븐에 입도하고자 하는 이들은 왓슨의 눈이 닿기 시작하는 게이트 중앙을 통과해 걷는다. 그 뒤로 가면 묘한 신비로움을 지닌 아름드리나무가 입국자들을 맞이하는데, 붉은 과실이 주렁주렁 맺혀 있는 성목은 어느 종교 단체가 기부한 천년 고목으로 ‘아스포델로스’라 불리고 있다. 아스포델로스는 과거 신들이 먹은 ‘암브로시아’를 맺은 성목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는데, 진실 여부는 솔직히 낙원 주민들을 포함해 누구도 관심 없다.

54) 블랙 스완: 사샤의 전용기다. 에어쉽의 일종이긴 하지만 낙원에서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타고 다니는 자가용 에어쉽과는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군용 에어쉽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예쁘장한 전용기지만 탑재된 성능과 기능은 웬만한 군용기보다 월등하다.

55) 빔건: 입자식 빔포 레이저건의 한 종류로 고에너지 ‘입자’를 전자기력으로 이용해 고속으로 가속화시켜 발포한다. 인명 살상용으로는 실용화 중이나 대함용으로는 아직까지 부적격하다는 판단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물에 약해서 수중에는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빔건은 레이저포 훈련을 받은 병사만 사용할 수 있다.

56) 동족 살해는 금지다. 하지만 케이는 이마저도 노아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법칙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57) 에센시스Essencis: 마약의 일종으로 성적 쾌감을 증진시키고 남성의 경우에는 이성에 대한 즉각적인 육체적 반응을 일으킨다. 다량을 투여하면 불안 증세와 경련을 일으키고 중추가 마비된 뒤 호흡 장애로 사망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다. 2090년대 상류 사교 모임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퍼져 나갔으나 약물 투여자들 중 몇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아직까지도 최초 제조자와 출처가 불분명하며 정확한 성분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당시 에센시스를 투여하던 여자들 중 상당수가 실종되었는데, 그들 중 몇 명이 로스트 헤븐 내 태양의 도시에서 지낸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58) 코어Core: 다시 짧게 설명하자면 현대 컴퓨터의 CPU와 같다고 보면 된다.

59)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60) 슈거 대디Sugar Daddy: 보통은 젊은 여자에게 많은 선물과 돈을 안겨 주는 중년 남자를 뜻하지만 본문에서는 제인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 호구란 의미로 쓰였다.

61) 파티마의 성모 마리아상: 포르투갈의 산타렝 현 빌라노바데오렘에 있는 마을 파티마에서 세 명의 어린 목동에게 나타났다는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칭호다. 파티마의 성모는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매월 13일 여섯 번 나타났으며, 그녀가 처음 나타난 5월 13일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62) 아크로포비아Acrophobia: 공포증의 한 형태로,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를 느낀다. 때로는 어지러움이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유림의 경우에는 높은 곳에 홀로 있을 때 더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63) 고대의 노르만 일족: 유럽 북쪽에 거주하던 그들은 바이킹이라고 불리던 일족으로 오딘을 비롯한 북유럽 신들을 숭배했으며 발할라로 가기 위해 전사의 긍지를 중시 여겼다.

64) 220lb파운드=100kg킬로그램

65) 해표지증: 테트라 아멜리아 증후군의 다른 이름. 물범의 손발 같다고 해서 붙인 병명.

66) 연맹군에서 유림의 계급을 지칭

67) 레드 클라크Red Clarke: 붉은 암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클라크 장관을 조롱하듯 부르는 호칭. 그녀의 본명은 멜리사 클라크다.

68) 리햅rehab: 약물 혹은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

69) 요한복음 12 : 48

70) 올라운드all-round: 운동 경기에서 어떤 기술에도 골고루 통달하는 일.

71) 영국의 작가 메리 셸리가 쓴 소설. 제네바의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자의 뼈로 신장 8피트의 인형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소설 속의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과 함께 살 여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죽인다. 흔히들 프랑켄슈타인을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한 박사의 이름이다.

72) ‘Destroy yourself스스로를 파괴하라’라는 뜻이다.

73) 에로스적 사랑은 육체적 사랑을 뜻한다. 반대말은 플라토닉 사랑이다.

74) 우라노스2: 연맹군의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하는 무기 체계 중 하나로, 적의 레이더에 발견될 확률이 극히 낮고, 오차 없이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시키며 파괴력 또한 무시무시하다. 목표물의 특성에 따라 수직, 수평 공격이 가능하며 또한 순항 중 지형과 고도를 파악해 최상의 타격 조건을 스스로 계산함으로써 폭발적인 피해를 입힌다.

75)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의 아들이고 제우스의 아버지이다. 시간을 지배하는 그는 흔히 주름진 노인의 얼굴을 한 거지 행색인데 한 손에는 낫을, 다른 한 손에는 모래시계를 든 채 걸어 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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