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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818화 (완결) (818/818)

818화. 끝, 또 다른 시작

화종 옛터.

지금의 화종은 연맹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화종의 일부 노인들은 여전히 이 조용한 곳에 남아있는 걸 좋아했다.

화종의 뒷산에는 뒷모습에서부터 온화함이 느껴지는 여인 하나가 외로이 서있었다.

“스승님.”

여자 뒤에는 옅은 청색의 옷을 입은 여자가 서있었다.

“설아야. 무슨 일이니?”

새하얀 치마를 두른 여자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진율희의 얼굴을 마주하자 나설아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특유의 싸늘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대신 따스한 미소가 자리를 잡으며 그녀의 외모는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이준이 짧은 기별을 보내왔습니다.”

나설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율희는 몸을 휙 돌려 자신의 제자를 바라봤다.

“뭐라고 왔니?”

진율희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원한다면 가한제국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나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에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함이 가득 묻어났다.

진율희의 눈가가 조금씩 촉촉해졌다. 그곳은 그녀가 가장 그리워하던 곳이었다.

* * *

가한제국, 청산마을.

지금의 청산마을은 예전보다 훨씬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최근 많은 용병들이 이곳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이는 청산마을이 천둥산으로 들어가기 쉬운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곳에 위치한 의원 때문이었다.

의원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산송장도 그 안에만 들어가면 두 발로 뛰어나온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대단한 명의가 머무는 곳이었다.

의원 앞은 일 년 내내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환자들은 보통 부상당한 용병이나 외부에서 온 부상자로, 이곳에서는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이든 상관없이 모두 줄을 서서 들어와야 했다.

물론 억지처럼 보이는 이 규칙은 초반에 많은 사람들의 무시와 비난을 받았었다. 하지만 규칙을 어긴 투황 강자가 사람들 앞에서 이유도 없이 녹아내린 이후로 누구도 감히 줄을 서는 것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의원 안에는 깔끔한 목재 탁상이 하나 놓여있었다.

탁상 앞에는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조용히 앉아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을 뚫고 그녀의 새하얀 얼굴을 비췄을 때, 환자들은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약재를 즙으로 만들어 상처에 덧대면 괜찮아질 겁니다.”

여자가 손에 들린 약포를 탁상 위에 올려 두며 말했다. 앞에 앉아있던 환자는 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약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의 얼굴로 가득했다.

환자가 의원 밖으로 빠져나오자 그 뒤에 줄을 서있던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황급히 발을 내디뎠다. 그때 어디선가 한 청년이 나타나 의자 위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두말 할 나위 없는 완벽한 새치기였다.

“죽고 싶어?”

사람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청년을 쳐다봤다.

“줄 서세요.”

하얀 옷의 여인이 몸을 옆으로 돌려 앉은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반응에 사람들은 곧 청년이 예전 그 투황 강자처럼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귀찮다는 듯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던 청년은 천연덕스럽게 웃음을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 뿐이었다.

“우리 사이에 줄 설 필요가 있나?”

‘저 미친 녀석, 감히 소의선님을 상대로 말장난을 해?!’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람들이 청년에게 비극적인 결말이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던 그때, 약재를 정리하고 있던 소의선이 고개를 돌려 앞에 앉은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사람들의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너!”

그녀는 마치 수십 년은 떨어져 있던 가족을 다시 만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며 청년을 와락 끌어안았다.

“같이 산책이라도 나갈까?”

이준이 울먹이는 아라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 * *

가한제국 제도(帝都), 황성(皇城)

오늘은 가한제국을 넘어 서북지역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불의 연맹에서 2년에 한 번 여는 경매가 황성에서 열리기 때문이었다.

이 경매에 나오는 물품들은 대부분 최고급으로 꼽히는 것들로, 매번 경매가 개최될 때마다 서북지역에 퍼져 있는 온갖 세력과 강자들, 심지어 다른 지역의 패자들까지도 이곳으로 찾아왔다.

경매는 황성 중앙에서 개최되는데, 이곳은 한 때 유씨 가문의 총부가 있던 곳이기도 했다.

경매장의 분위기는 비할 바 없이 뜨거웠지만, 이 뜨거운 분위기는 꼭 경매에 나온 물품들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을 그토록 흥분시키는 것은 바로 경매대 위에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 이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붉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은 모두가 손에 넣기를 원하는 꽃이었지만, 누구도 감히 추근거리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이 여자가 불의 연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의 연맹의 재정을 담당하며 연맹의 경제력을 서북 지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그녀는 천부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가지지 못해 연금비약의 힘을 빌어 겨우 투황 강자가 되었지만, 그녀의 밑에서 목숨을 바쳐 일하고 있는 투종 강자만 해도 셀 수 없었다. 이런 여자에게 누가 감히 손을 댈 수 있겠는가?

서북지역에서 ‘황금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소문이 자자한 그녀의 이름은 바로 ‘주희’였다.

경매대 위.

주희는 약간 지루한 표정으로 물품의 가치보다 몇 배나 더 비싼 가격을 주고 낙찰을 받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곧이어 그녀가 저장반지에서 오래된 냄새가 풍기는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1격 하급 무투기, 천둥의 결정, 30억 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경매장은 곧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30억……. 완전 바가지인데? 날강도나 다름이 없잖아. 조금 싸게는 안 되나?”

하지만 경매가 시작되려던 그때, 어처구니없는 한마디가 사람들의 귀를 잡아끌었다.

불의 연맹은 서북 지역의 패자였고, 투기대륙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천부연맹과도 끈이 있는 세력이었다. 그리고 주희는 그런 불의 연맹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주희에게 이런 터무니없는 비아냥이라니?

‘쯧쯧, 누군지는 몰라도 주제를 모르고 날뛰다가 시체가 되어 나가겠구만.’

사람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있는 젊은 사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경매대 위에 서있던 주희는 화를 내기는커녕 그 귀한 1격 하급 무투기가 담긴 두루마리를 내팽개치고 사내에게로 달려갔다.

* * *

염제와 혼제의 결투가 끝난 지 십년…….

그 동안 투기대륙에선 끊임없이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그 어떤 강자의 이름도 염제, 이준보다 빛날 수는 없었다.

* * *

가한제국, 은빛성.

가한제국 사람들에게 은빛성은 성지나 다름없었다. 이곳에 바로 이씨 가문의 총부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씨 가문은 투기대륙전체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강자들을 배출했다.

은빛성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는 작은 마당 하나가 놓여있었다.

정원에 놓인 석재의자 위에는 한 사내가 턱을 괸 채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의 곁에는 담청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과일을 자르고 있었다. 여인이 과일을 잘라 남자의 입에 넣어주자, 사내의 손이 갈고리처럼 여인의 허리를 낚아챘다.

“림이도 있는데…….”

여자가 볼을 붉히며 말했다.

“보면 어때? 부부사인데.”

이준은 입술을 삐죽이며 웃었다.

“아버지! 또 어머니 괴롭히고 있죠! 채린 어머니한테 다 이를 거예요!”

그때, 조그마한 사내 아이 하나가 씩씩한 발걸음으로 달려와 두 손을 허리에 올린 채 소리쳤다.

“이게 이제 아버지를 협박하네. 저리 가서 놀아.”

이준은 손을 휙 저으며 부드러운 힘으로 남자아이를 멀리 보냈다.

아이도 지지 않고 염력을 뿜어내며 맞서봤지만, 아버지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넓은 마당으로 밀려났다.

“오라버니도 정말…….”

이은이 이준을 툭 치며 말했다.

그러자 하늘을 바라보던 이준이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요즘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게 뭔데요?”

이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은아. 투기대륙에 있던 투제 강자들이 왜 전부 실종됐는지 알아?”

“왜요?”

“어쩌면……. 그들이 투기대륙을 떠난 걸 수도 있어.”

이준의 두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아니겠죠.”

“아니야. 그런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적어도 반년 안에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말에 이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허리를 감싼 이준의 팔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더 들어갔다.

* * *

눈 깜짝할 사이에 또다시 반년이 지나갔다.

천부연맹 총부에 위치한 석탑 주위에는 무수한 강자들이 모여 석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청년 하나가 조용히 앉아있었다.

“이준의 말이 진짜인 것 같나?”

촉곤이 고원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준이의 말대로라면 투기대륙의 투제 강자들이 왜 그리 말끔하게 사라졌는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촉곤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고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흐음…….”

촉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위기는 반나절 동안 지속되었다. 중천에 떠있던 태양이 서서히 서쪽으로 사라져 갈 때, 갑자기 기이한 파동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호흡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이 상황을 지켜봤다.

파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졌다. 그 순간, 이준이 두 눈을 번쩍떴고 천지를 뚫을 듯한 빛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구웅!

다음 순간, 빛기둥이 지나간 자리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옅은 빛이 새어나오는 공간 통로 하나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통로를 바라봤다.

통로 안에서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원기체였다. 투제가 되는 데에 관건이 되지만, 이미 투기대륙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바로 그 물질이었다.

천지에 무거운 적막이 깔렸다. 촉곤과 고원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조차 다물지 못했다. 원기체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수천 년 동안 멈춰있던 그들의 실력도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었다.

꿀꺽…….

두 사람의 동공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저 안에만 들어간다면 그들의 실력은 순식간에 폭등할 것이다.

“후…….”

수년 동안 늘 평온했던 이준의 두 눈동자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죠.”

이준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에필로그.

어느덧 투제의 결투가 끝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그 사이 투기대륙에서는 뛰어난 인재들이 끊임없이 배출됐지만, 그 누구도 이준의 전설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미 몇 년 째 대륙에서는 그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염제’라는 그의 이름은 입에서 입을 타고 투기대륙 전체에 퍼져 있었다.

* * *

중주 가장 높은 곳에는 투제의 결투가 일어나면서 부서진 산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그곳을 ‘투제의 산’이라고 불렀다.

이 산은 오를 수 없을 만큼 가파른데다 특별한 에너지장벽이 설치되어 있어 어느 누구도 올라가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곳이 염제 이준의 은거지가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산꼭대기에는 작은 마당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고, 마당의 중앙에는 한 사내가 뒷짐을 진 채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선 아무런 에너지파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뒷모습에서는 천지 전체를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버지와 촉곤 선배님이 도착하실 시간이 됐어요.”

그때, 뒤에서 한 여인이 걸어오며 말했다.

“응.”

검은 옷의 사내가 뒤로 돌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성공했어?”

“네. 오라버니가 통로를 열어주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도 투제가 될 수 없었을 거예요.”

이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정원에 잠들어있던 꽃들이 만개하며 생기를 뿜어냈다.

“채린이도 곧 끝날 것 같아.”

이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원 깊은 곳에서 이무기의 우렁찬 포효소리가 들려오더니 우아한 자태를 갖춘 여인이 이준의 눈앞에 나타났다.

“몇 년을 있었던 건지……. 드디어 성공했네.”

채린이 허리를 쭉 펴며 말했다.

“이게 바로 투제가 된 기분이구나. 투성 때랑 완전 다르네.”

“하하, 채린 양도 투제가 되었다니, 아주 기쁜 일이구만. 내가 다 만족스럽구려.”

그때, 하늘에서 고원과 촉곤이 나타났다.

두 사람의 겉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투제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것이었다. 그들도 투제가 된 것이다.

“원기체가 없어 투제가 되지 못한 것뿐이지 여러분 모두 투제가 될 수 있는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원기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통로 역할을 한 것뿐이죠.”

이준이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하하, 투제가 되었어도 자네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어보이는데?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간 것인가?”

촉곤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촉곤도 투제가 되었지만 여전이 이준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그 사이에 이준의 실력이 더욱 강해졌음을 의미했다.

“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투제 강자는 투기 대륙의 정점에 선 존재였고, 그 이상 무슨 경지가 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준이 막 투제가 되었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준의 실력이라면 그 옛날 공포스러웠던 혼천제도 가벼운 손짓 하나로 먼지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저기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준이 고개를 들어 아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궁금하다!”

촉곤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궁금해요?”

이준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자네는 아니란 말인가?”

촉곤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기 전에 처리할 일들은 다 해결하고 오셨죠? 저곳은 투기대륙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곳이에요. 저기에선 우리도 최강자가 아닐 수 있어요.”

“용족의 황위도 보람이에게 완전히 넘어갔으니 더 이상 걱정이 없네. 자네가 보람에게도 원기체를 남겨줬으니 그 아이도 곧 투제가 되겠지.”

“고족도 걱정이 없네. 고청양이라면 내가 없어도 고족을 잘 관리해주겠지.”

고원이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확답을 들은 이준은 곧장 채린과 이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희는?”

“림이도 솔이도 스승님과 천부연맹 사람들이 잘 돌봐줄 거예요. 나중에 투제가 되면 알아서 우릴 찾아올 방법을 생각해내겠죠.”

이은이 채린과 눈을 마주친 뒤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곤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움직입시다. 수십 년 동안 수련만 했더니 싸움이 그립네요.”

이준의 몸이 서서히 하늘 위로 떠오르자, 두터운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으며 태양마저 가려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수많은 강자들의 시선이 전부 투제산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제산 허공 위로 검은 통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다른 세상과 통하는 문이었다.

“각자 영혼옥패 위에 영혼인결을 남기세요. 그래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각자의 생사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이준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 신비한 세계에서 느껴지는 위험한 기운은 이준이라 해도 방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통로에 들어서면 내 뒤를 바짝 따라와.”

이준이 채린과 이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안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고, 그런 미지의 세계에 절대 채린과 이은을 홀로 남겨둘 수 없었다.

“응.”

“네.”

채린과 이은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이준은 양 손에 각각 채린과 이은의 손을 쥔 채 공간 통로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뒤를 고원과 촉곤이 바짝 따랐다.

수많은 사람들은 하늘을 가르는 유성을 보는 순간 이준 임을 알아차리고 무릎을 꿇었다.

“다녀오십시오, 염제님!”

“다녀오십시오, 맹주님!”

중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웅장한 목소리는 한동안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며 중주 전체를 뒤덮었다.

“녀석……. 그곳은 투기대륙보다 훨씬 더 좋은 곳일 게다. 허허, 나도 투제가 되는 날 네 뒤를 따라가마. 그곳에 먼저 가서 기다리거라.”

천부연맹 총부. 약로가 하늘을 가르는 유성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레벨업만이 살길』 완결

지금까지 <레벨업만이 살길>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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