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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98화 (798/818)

798화. 태령황제의 신전

이준은 구현금비뢰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흡수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생각이었다.

평범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흡수한다면 결코 단기간에 혼천제나 허무대인의 상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만들려는 것은 바로 비뢰를 재료로 하는 ‘낙뢰비약’이었다.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비뢰 중에서도 최상급의 비뢰라고 할 수 있는 구현금비뢰에 만여 가지의 약재와 마정석을 추가해 만든 낙뢰비약이라면 틀림없이 9레벨 흑주비약급의 에너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준의 연금술 실력으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아까운 구현금비뢰를 낭비하는 짓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영혼의 힘이 황제단계에 이른 지금이라면 최소한 7할, 아니 그 이상의 확률로 흑주비약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이준이 손을 휘젓자, 약솥 주위를 맴돌던 약재들이 하나둘씩 약솥 안으로 빨려 들어가 금색 액체와 융합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약재들이 금색 액체와 섞이며 액체의 색깔이 점점 휘황찬란하게 변해갔고, 액체의 표면에서는 끊임없이 금색 번개가 내리쳤다.

9레벨 흑주비약은 하루 이틀 안에 제련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은 천상무덤이었다.

외부세계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이곳에서 한두 달만 견딘다면 짧은 시간 안에 낙뢰비약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다.

* * *

천상무덤에서 한 달, 그러니까 바깥세상에서 6일이 지났을 무렵, 화염 약솥 안에 가득했던 금색 액체는 모두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주먹만 한 황금색 연금비약 두 알이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준은 기쁜 표정으로 화염 약솥을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 이번 제련 과정에서 황제단계의 영혼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제련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월했고, 결과는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훌륭했다.

쾅!

낙뢰비약이 완성되는 순간, 하늘 위가 격렬하게 뒤흔들리며 검은색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비뢰인가…….”

이준은 능숙한 동작으로 북왕을 꺼내 하늘 위로 올려 보냈다.

곧이어 천둥소리가 하늘을 집어삼킬 듯 울려 퍼지더니 수많은 번개들이 구름 속으로 뛰어든 북왕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천둥소리는 십여 분을 지속되고 나서야 서서히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완성된 연금비약에서 더욱 눈부신 광채가 폭발했다.

하지만 제련은 끝났어도, 아직 낙뢰비약을 손에 넣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9레벨 흑주비약은 영성을 가지고 있어 쉽사리 사람의 손에 들어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부신 빛을 뿜어내던 낙뢰비약이 약솥을 벗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열심히 제련해뒀더니 도망갈 생각이나 하고.”

물론 달아난다고 놓칠 이준이 아니었다.

이준이 가볍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거인으로 변한 그의 영혼의 힘이 번개처럼 손을 뻗어 두 개의 연금비약을 붙잡았다.

무사히 두 개의 낙뢰비약을 붙잡는데 성공한 이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영혼의 힘을 회수했다.

“후…….”

눈앞에 있는 연금비약을 보고 나서야 이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에 들린 낙뢰비약은 약족에서 제련했던 9레벨 흑주비약보다 훨씬 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황금색 연금비약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에너지를 느낀 이준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것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펑!

낙뢰비약이 이준의 몸속에 들어가는 순간, 화산같은 에너지가 터져 나오며 대지가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치익!

곧이어 화려한 금빛 번개가 끊임없이 이준의 몸에서 솟아나며 사방으로 난폭한 에너지를 뿜어댔다.

낙뢰비약에 담긴 에너지가 성난 야수처럼 이준의 몸속을 헤집으며 돌아다니자, 정화의 불꽃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난폭한 에너지를 연소시켜 순수한 염력으로 변환시켰다.

이준이 9레벨 흑주비약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의 천지 에너지가 밀물처럼 평원 위를 채워나갔다.

평원 주위에 있던 에너지체들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토록 거대한 천지의 에너지가 한사람에게 빨려드는 것은 생전에 투성 강자였던 그들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바다같이 끝을 모르는 천지의 에너지는 무려 열흘하고도 이틀이 더 지나고 나서야 완전히 사라졌다.

펑!

물밀 듯이 몰려들던 에너지가 우뚝 멈춰서는 순간, 이준의 몸 주위에서 눈부신 금빛 섬광이 솟아올라 하늘과 땅을 이었다.

그렇게 눈부신 빛이 천지를 밝히기를 수 분, 거대한 금빛 기둥이 이준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며 천지가 적막에 빠져들었다.

‘7성 투성이야…….’

낙뢰비약 속의 에너지를 모조리 흡수한 이준은 자신의 실력이 7성의 벽을 넘었음을 느꼈다.

하지만 또다시 승급에 성공했다는 기쁨을 느낄 틈은 없었다.

천상무덤 안의 시간이 아무리 느리게 흐른다고 한들 태령황제의 열쇠를 완성한 혼족이 언제 투제의 비밀을 풀지 모르는 시기에 1분이라도 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그의 눈앞에 기다란 균열이 생겨났다.

천상무덤안의 에너지체들은 이준이 균열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며 분분히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 * *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검은 안개가 하늘로 퍼지며 음산한 기운이 공간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다.

이 공간 깊숙한 곳에는 거무스레한 전당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당의 지붕 위에는 검은 화염에 휩싸인 사내 하나가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전당의 주위에는 검은 그림자들이 빼곡하게 둘러 앉아 제물을 바치듯 투명한 광단을 손에 든 채 지붕 위에 앉아있는 사내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바로 오랜 세월에 걸쳐 혼전이 수집했던 영혼의 근원이었다.

이준은 이 광단 하나를 흡수한 것만으로 하늘단계 최상급 단계까지 올라갔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백 개 이상의 광단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후!”

하늘 위에 앉아있던 검은 형체는 끊임없이 검은 화염을 토해내며 투명한 영혼의 근원을 탐욕스럽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영혼의 파동이 폭발하며 사방을 휩쓸었다.

“큭큭큭…….”

사내는 미친 사람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웃음을 터뜨렸다.

“허무대인, 황제단계에 도달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밑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절을 하며 소리쳤다.

다음 순간, 검은 형체가 산봉우리 위에 서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혼천제. 드디어 태령황제의 신전을 찾아 나설 때가 됐다!”

* * *

산봉우리 위에서 한 사람이 뒷짐을 진 채 허무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옷을 걸친 그는 컴컴한 이 공간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경외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는 바로 혼족의 족장, 혼천제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자네의 영혼을 황제단계로 만들었군.”

허무대인을 천천히 뜯어보던 혼천제가 입을 열었다.

“하하하하.”

허무대인이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동안 혼전이 제련해둔 영혼의 근원들을 전부 먹어치운 덕에 그의 영혼은 황제단계에 이를 수 있다.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일구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고원을 죽이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겠네.”

허무 대인의 말에 혼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령황제의 신전이 있는 곳을 찾을 때가 된 것 같군.”

“신전을 열어 황제비약만 얻으면 자네는 만 년 동안 어느 누구도 되지 못한 투제가 되겠지. 자네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야.”

허무대인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신전 안에는 내게 필요한 것도 있다는 걸 잊지 말게. 이건 우리의 약조니 말일세.”

“걱정 말게. 우리 사이에 내가 뭘 숨기겠나. 자네에게 필요하다던 그것이 정말 신전 안에 있다면 내가 가지고 나오겠네.”

허무 대인은 혼천제의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금까지 혼족을 도와준 데에는 당연히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혼족 입장에서도 허무의 불꽃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그를 겁박하기보다는 거래를 하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태령황제…….’

허무대인의 입꼬리가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올라갔다.

혼천제가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여덟 개의 옥패가 줄지어 허공에 나타났다.

여덟 개의 옥패는 서로의 빛을 반사하며 더욱 화려한 빛을 뿜어냈다.

혼천제가 혀를 꽉 깨물어 옥패를 향해 피를 뱉자, 기이한 소리와 함께 표면에 신비한 고대의 문양이 떠올랐다.

“태령황제의 옥, 내가 하나로 합쳐주마!”

혼천제가 광기 어린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옥패를 향해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여덟 개로 나뉘었던 태령 황제의 옥이 하나로 모여들며 손바닥보다 조금 커다란 크기의 완성된 옥패로 변했다.

우웅!

잠시 후, 낮은 울림과 함께 희미한 노인의 환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의 외모는 지극히 평범했지만 밤하늘처럼 깊은 두 눈동자에서는 혼천제마저 두려움에 떨게 할 만큼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투기대륙의 최강자인 혼천제마저 두렵게 만들 수 있는 마지막 투제. 그는 바로 태령황제였다.

극소수의 강자들은 태령황제의 환영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허, 그림자 따위가 속임수를 쓰다니.”

하지만 혼천제는 곧 분노한 듯 주먹을 휘둘렀고, 태령황제의 환영은 순식간에 수백 미터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이미 죽은 투제가 남긴 미약한 흔적 따위에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조심하게. 그림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태령황제가 남긴 것 아닌가.”

허무대인이 그 환영을 노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대체 어디에 태령황제의 신전으로 가는 정보가 담겨 있는 거지?”

혼천제가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마도 신전의 위치는 저 그림자의 눈동자 속에 있는 것 같군.”

“뭐?”

혼천제는 순간 놀란 눈으로 환영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듣고 보니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았지만, 너무나 작고 흐릿한 나머지 도통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옥패를 다 모아도 이 비밀을 모르면 신전의 위치를 찾을 수 없는 것이었군……. 나머지는 허무 자네에게 맡기지.”

혼천제의 말에 허무대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에서 검은 빛을 쏘아냈다. 그러자 빛이 반사되며 허공에 거대한 환상이 펼쳐졌다.

“이건…….”

화면 속에 나타난 곳은 아주 넓고 광활한 대지였다. 한 눈에 봐도 중주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곧이어 허공 위에 낯선 지역에 위치한 산의 환상이 떠오르며 화면이 빠르게 바뀌더니 그대로 땅속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혼천제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호수 뿐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혼천제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용암호수……. 이것만으로 어떻게 태령황제의 신전의 위치를 알 수 있단 말인가.

바로 그때, 용암호수 속을 오가는 도마뱀처럼 생긴 기이한 생물의 모습이 허공에 나타났다.

다시 그 괴물을 지나 용암세계 가장 깊은 곳에 이르자, 오래된 석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환상은 거기서 끝이 났다.

“어떻게 생각 하나? 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인 것 같은데.”

허무대인이 혼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네.”

혼천제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끝도 없이 넓은 투기대륙에서 고작 이정도 단서만을 가지고 신전을 찾으라니,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이 없었다.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던 혼천제는 곧장 사마성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조금 전 봤던 지형의 특징을 전부 기록하라. 그리고 혼족의 모든 힘을 총동원해 이곳을 찾도록 해라.”

“예.”

사마성은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황급히 물러났다.

“고원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한 번에 움직이면 고원도 눈치 챌 것이야.”

허무 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 해도 할 수 없지. 우선 이곳을 찾는게 최우선이야.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번에야말로 고족을 멸망시켜주마.”

혼천제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짙은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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