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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96화 (796/818)

796화. 혼천제

쉭쉭쉭!

연합군들이 죽음의 세계 한쪽으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혼족의 강자들은 번개처럼 죽음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수천 미터의 거대한 손으로 달아나는 연합군을 공격했다.

그 순간, 하늘 위에 소애와 이준이 나타났다. 이준의 영혼이 황제단계를 넘어서면서 소애의 기운 역시 몰라볼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심지어 지금의 소애는 정화의 불꽃으로 있을 때보다 수십 배는 더 강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후!”

소애가 정화의 불꽃을 뱉어내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손을 그대로 막아내자, ‘치익’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역겨운 냄새가 사방으로 확산됐다.

구우웅!

소애가 거대한 손을 막아내고 있는 사이 이준의 뒤로 커다란 환영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격렬한 영혼의 파동이 폭풍처럼 천지를 휩쓸었다.

영혼 파동이 죽음의 기운을 산산이 흩어버리자, 연합군과 가까운 곳에 무형의 공간이 생겨났다. 그 무형의 공간 앞에는 혼원천이 버티고 서있었다.

“뇌영, 염신 족장님. 저 공간을 폭파시키세요!”

혼원천을 발견한 이준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을 듣자마자 뇌영과 염신은 그대로 튀어 올라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고, 혼원천의 염력 장벽은 눈 깜짝할 새에 무너지고 말았다.

쾅!

무형 장벽이 갈라지는 순간, 천지를 에워싸고 있던 죽음의 기운이 빠르게 사라지며 따스한 햇볕이 쏟아졌다.

“푸흡!”

그와 동시에 세 노인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피를 쏟아냈다. 수천 년을 준비해 온 혼족의 장대한 계획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하늘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던 죽음의 기운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뇌영 등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합군과 멀지 않은 곳에서는 혼족의 강자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연합군을 노려보고 있었다.

수천 년간 준비한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죽음의 대진이 이렇게 쉽게 파괴되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허무 대인이 혼원천을 비롯한 네 사람을 노려보며 버럭 고함을 쳤다.

이에 회색빛 얼굴을 한 노인이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혼원천이 죽음의 문을 이준에게 빼앗기면서 대진을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이준이 죽음의 문을 이용해 연합군을 보호한 뒤 혼원천이 수호하던 구역을 강제로 파괴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빼앗기다니! 쓸모없는 놈!”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무대인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허공을 내리치자, 검은 화염이 번개처럼 혼원천의 몸을 덮쳤다.

하지만 혼원천 역시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감히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허무대인은 혼천제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최강자로, 그가 없었다면 혼족이 지금처럼 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허무대인. 이미 지나간 일이니 화내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연합군은 손실이 그리 크지 않으나 저희는 이미 생기를 모두 소모해 대진을 재소환 할 수도 없습니다.”

회색빛 얼굴의 노인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혼원천이 아주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혼족의 실력자 중 하나인 혼원천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오늘은 우선 후퇴한다. 허무, 움직여라.”

바로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혼족의 족장인 혼천제의 목소리였다.

“하!”

족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허무대인은 혼원천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허무대인의 몸이 미친 듯이 팽창하기 시작하며 검은 화염이 온 천지를 휘젓기 시작했다.

덕분에 겨우 남아있던 장천산맥의 푸른 나무들도 삽시간에 먼지처럼 사라졌고, 바위마저 잘게 부서지고 말았다.

검은 화염이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이준은 곧바로 정화의 불꽃을 이용해 거대한 화염장막을 펼쳐 연합군을 보호했다.

이에 허무대인은 싸늘한 시선으로 이준을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돌연 마수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뱉더니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펑!

거대하게 팽창한 그의 몸이 폭발을 일으키자, 대지가 진동하며 또 한 차례 검은 화염이 천지를 휩쓸더니 빠르게 허무대인에게로 돌아갔다.

잠시 후, 허무대인에게로 돌아간 검은 화염이 빠르게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공간 통로를 만들어 냈고, 혼족의 강자들이 하나둘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혼족 놈들이 달아난다! 공격하라!”

혼족이 퇴각을 시작하자, 수많은 연합군의 강자들이 미친 듯이 염력을 폭발시키며 공간 통로를 공격해댔다.

“하!”

하지만 허무대인이 콧방귀를 뀌며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만식의 힘이 폭발하듯 솟아나 공간 통로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들을 모조리 집어 삼켰다.

“도망가는 게 그리 쉽진 않을 거야.”

이준이 씨익 웃으며 손을 휘두르자, 또다시 거대한 환영이 나타나 입을 벌렸다.

어떤 면에서 황제단계의 영혼의 힘으로 시전한 황천의 분노는 정화의 불꽃보다 더욱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영혼의 힘이 약한 강자들에게는 1격 무투기보다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효율적인 공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우웅!

거대한 환영이 음파를 내뿜자, 백 명도 넘는 강자들의 몸이 연달아 폭발하며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 색 공간 통로 주위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함께 움직입시다!”

황천의 분노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지만, 공간 통로를 파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이준은 곧바로 연합군의 강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많은 강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하늘 위로 날아오르면서 온 하늘이 형형색색의 염력으로 물들고, 대지 전체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공세에 천하의 허무대인마저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웅!

그 순간, 공간 통로 안에서 묵직한 파공음이 울려 퍼지며 검은 빛이 터져 나와 비처럼 쏟아지는 연합군의 무투기를 막아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염력이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 거대한 에너지 물결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거대한 산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저들이 태령황제의 옥을 가져가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이준이 하늘 위를 가득 메운 채 터지는 화려한 불꽃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진 낙뢰권!”

“육화의 불꽃!”

“황천의 분노!”

연합군 강자들이 자신이 가진 최강의 무투기들을 잇달아 펼쳐내자, 천지의 색깔마저 뒤바뀌며 또 한 번 거대한 산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치익!

하지만 연합군의 공격이 막 공간 통로를 덮치려는 찰나, 한 사람이 공간 통로앞에 나타나 거대한 균열 속으로 연합군의 공격을 모조리 흡수시켜 버렸다.

“혼천제!”

혼천제가 공간 통로 옆에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고원이 이준의 곁에 나타났다.

“아주 멋진 녀석이군, 이준.”

늘 여유가 넘치던 혼천제의 얼굴에는 악마처럼 살기가 만연해 있었다. 이준이 죽음의 문을 빼앗으면서 혼족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준 역시 혼천제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이준의 눈에도 혼천제 못지않은 살기가 가득했다.

“고원. 이번엔 운이 좋았구나. 하지만 모든 옥패는 이미 내 손에 있다. 투제가 되는 순간, 너희 모두를 투기대륙에서 없애주마.”

말을 마친 혼천제는 망설임 없이 공간 통로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모든 혼족 강자들이 공간 통로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하늘을 뒤덮고 있던 검은 화염과 먹구름이 빠르게 흩어졌다.

“역겨운 놈들. 결국 도망가고 말았군.”

뇌영이 분한 듯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남아있는 고대 세력과 천부연맹이 힘을 합쳐도 혼족을 당해낼 수는 없다니, 너무나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몇 년 동안 혼족이 잠잠했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려.”

머리카락이 잔뜩 헝클어진 고원이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고족의 실력으로 혼족을 쓰러뜨리지는 못해도 혼족 역시 고족을 어찌할 수 없으리라 믿었건만, 오늘 보니 고족의 힘은 혼족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혼천제의 말이 맞다. 이현이 살아있을 때 모두가 힘을 합쳐 혼족에 대항했어야 해.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다니…….”

고원의 말투와 표정에는 후회가 가득 묻어있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물음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고원에게 향했다.

“이제 혼족은 본격적으로 태령황제의 신전을 찾겠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놈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다. 움직임이 포착되는 순간, 우리도 암암리에 태령황제의 신전으로 향한다.”

“그러다 혼족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신전에 도착하면 어떻게하나?”

뇌영이 말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일을 꾸미는 것이야말로 혼족이 가장 잘하는 일이 아니던가.

“이번엔 내가 직접 감시하겠네.”

고원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이대로 혼족이 태령황제의 신전으로 들어가 투제의 비밀을 풀어버린다면 그 때는 무슨 수를 써도 멸망을 피할 수 없게 될 터이니 너무 늦기 전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투기대륙의 최강자 두 사람을 뽑으라 한다면 당연히 고원과 혼천제일 것이다. 그런 고원이 직접 나선다면 혼천제와 허무 대인이라 해도 아무도 모르게 일을 끝마치지는 못하리라.

“당분간 삼대 세력의 강자들도 천부연맹에 머무르면서 혼족의 행동을 엄격히 감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혼족의 거점인 혼전의 모든 분전을 없애버리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생각이야. 동의하네.”

이준의 제안에 뇌영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럼 연합군들은 당분간 모두 천부연맹에서 머무르도록 하지. 천부연맹은 중주에 있으니 혼족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분전을 치기에도 아주 좋겠지.”

고원 역시 반대하지 않았다. 중주에 있어야 혼족을 감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고원과 뇌영의 동의를 얻어내자, 이준은 빙긋 웃으며 곧바로 약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스승님.”

“허허, 걱정 말아라. 천부 연맹의 땅은 아주 넓으니,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들어가도 충분할 것이다.”

약로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에 천부연맹의 맹주 자리는 이미 네 것이 되었다.”

이준은 놀란 눈으로 약로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맹의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강대한 실력을 가진 맹주가 필요했던 건 사실이었다.

약로의 명성과 실력 역시 대단했으나, 이제는 천부연맹의 누구도 이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혼족과의 마지막 결전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강한 사람이 맹주를 맡는 편이 좋았다.

약로와 대화를 마친 이준이 고개를 돌려 채린과 이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날 따라 와.”

이준은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먼 산으로 날아갔다. 그 순간, 채린과 이은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얼굴을 붉히며 이준의 뒤를 따라 먼 산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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