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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93화 (793/818)

793화. 대전투

이준 손에 쥐어진 옥패를 보자 혼천제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저 마지막 조각만 있다면 태령 황제의 신전을 찾아 황제 비약을 손에 넣고 세상을 자신의 발아래 둘 수 있으리라.

“동시에 바꾸도록 하지. 나에게 있어 네 아버지를 죽이는 게 얼마나 간단한 일인지 너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허튼 생각하지 말거라.”

혼천제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준의 손에 있던 옥패가 서서히 하늘 위로 떠올랐다. 혼천제 역시 검은 안개로 만들어진 감옥을 없애고 이한의 몸에 칭칭 감겨있던 쇠사슬을 모두 풀어준 뒤 그의 몸을 앞으로 날려 보냈다.

“받아라!”

혼천제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이한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이준을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옥패 역시 혼천제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이준은 황급히 뛰어올라 이한을 끌어안은 뒤 그를 옥죄고 있던 검은 안개를 모조리 떼어냈다.

이준이 이한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마지막 옥패가 혼천제의 손에 들어갔다. 옥패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에 혼천제는 주체하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드디어 내가 투제가 되는구나!”

“아버지!”

이준은 떨리는 몸으로 연맹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조심스레 자신의 아버지를 내려놓았다.

“준아……. 정말 너구나!”

이한이 이준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그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 왔지만, 이것이 정말 현실인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버지. 고생시켜 죄송합니다.”

이준이 무릎을 꿇은 채 울먹이며 말했다.

“정말 너구나…….”

이한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하염없이 이준의 얼굴을 매만졌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에 그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준아. 어서 일어나거라. 이 모든 게 아비가 무능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이한은 눈물을 훔치며 급히 이준을 일으켰다.

“아버지. 첫째 형님과 둘째 형님이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선 이곳의 일을 처리하고 함께 형님들께 가요.”

이준이 말했다.

“아버지를 잘 모시거라.”

“걱정 마십시오, 맹주님. 목숨을 다 바쳐 지키겠습니다!”

이준이 천부 연맹의 강자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리자, 눈 깜짝할 새에 수십명의 투존 강자들이 나와 이한을 둘러쌌다.

“준아, 이게…….”

이한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어느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수십 명의 강자들이 아들의 명령 한 마디에 득달같이 달려와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키려 하다니, 대체 자신이 갇혀있던 몇 십 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란 말인가?

“아버지, 이제 제가 아버지를 지켜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이준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곧이어 태령황제의 옥을 손에 쥔 채 미친 듯이 웃고 있는 혼천제를 바라보던 이준의 입에서 짤막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이제 약속대로 혼족의 씨를 말려주마.”

“전원 전투 준비!”

“진영을 갖춰라!”

“혼족 놈들의 씨를 말려라!”

이준의 살기 가득한 한마디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함성이 울려퍼지며 고족, 염족, 뇌족과 하늘에 있던 혼족의 강자들이 빠르게 흩어져 진영을 만들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퍼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산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감히 산속으로 발을 들이지 않은 사실에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갈 데까지 가보자 이거구나.”

혼천제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혼천제, 당장 옥패를 내놓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뇌영이 소리쳤다. 하지만 혼천제는 아랑곳 않고 옥패를 저장반지 속에 집어넣으며 씨익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흠, 네놈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면 오늘 같은 일이 벌어졌겠느냐?”

“혼천제. 태령황제의 신전은 그렇게 쉽게 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고원이 천천히 하늘 위로 솟구치며 말했다. 그의 등 뒤에서는 이미 천지의 에너지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천둥번개를 일으키고 있었다.

곧이어 이준, 뇌영, 염신, 그리고 각 세력에서 5성 투성 이상 되는 강자들이 고원의 뒤를 따라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고원, 네 실력으로도 우리 혼족을 막을 수는 없다.”

혼천제의 한마디에 참다못한 뇌영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라. 뇌족, 구천대룡진!”

“예!”

뇌영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뇌족 강자들이 동시에 인결을 맺으며 거대한 뇌운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하더니 이내 굉음과 함께 거대한 뇌룡 아홉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라!”

“염족, 염천대진법!”

뇌족이 공격을 시작하자, 염족 역시 빠르게 진형을 갖추며 거대한 화염대진을 만들어냈다.

“황제의 거울!”

뒤이어 고족 역시 황제의 거울을 소환하면서 공격을 개시했다.

쉭쉭!

고족과 염족, 뇌족이 각자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무투기를 사용하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휘몰아치며 거대한 산봉우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던 혼천제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묵직한 쇠사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촤르륵!

곧이어 검은 구름 속에서 쇠사슬이 솟아나 그물을 형성하면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쾅쾅쾅!

투기 대륙의 최강자들이 본격적으로 격돌을 일으키자, 천지가 격렬하게 뒤흔들리며 거대한 균열이 곳곳에 생겨났다.

하지만 고대 세력 중 세 세력이 힘을 합쳤음에도 혼족의 무투기와 비등하게 겨루는 것이 고작이었다.

뇌룡과 거대한 화염, 눈부신 빛줄기가 새까만 안개로 이루어진 그물과 함께 사라지는 순간, 고원이 버럭 소지를 내지르며 혼천제를 향해 날아갔다.

“혼천제. 이번에는 반드시 승부를 내겠다!”

“죽여라!”

그와 동시에 뇌영과 염신이 뇌족과 염족의 강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천부 연맹의 강자들 역시 검은 구름 속으로 몸을 날려 혼족의 강자들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뇌영과 염신의 목표는 바로 허무대인이었다. 혼천제를 제외하면 허무의 불꽃이 혼족 전체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자였기 때문이다.

천부연맹에 고대 세력 중 세 곳이 힘을 합쳤음에도 허무대인에 맞설 수 있는 실력자는 뇌영과 염신, 두 사람이 유일했다.

“큭큭, 지난번에 혼이 덜 난 모양이구나!”

허무대인은 가소롭다는 듯 검은색 화염을 폭발시켜 뇌영과 염신에 맞섰다.

순식간에 산맥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규모의 전투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결전을 지켜보던 강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펑!

그 사이, 이준은 한 손으로 투존 최고급 실력의 혼족 강자를 영혼까지 전부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준의 앞을 막아선 모든 혼족의 강자들은 모두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영원히 소멸되어 버리고 말았다.

단 몇 분 만에 이준의 손에 죽어나간 투존만 수십 명이 넘었다.

펑!

3성 투성 혼족 강자 하나가 또다시 이준의 손에 죽어나갔다.

공포에 질린 혼족의 투성은 육체를 버리고 영혼만이라도 달아나려 했지만, 이미 황제 단계에 이른 이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치익!

그때, 새카만 창 하나가 이준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창끝이 이준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순간, 무형의 힘이 창끝을 튕겨냈다.

“혼멸생, 아직 살아있었군.”

이준은 고개를 돌려 온몸에 검은 화염을 뒤집어쓴 사내를 바라보았다.

상대방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영혼의 힘을 통해 그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낼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영혼이 되어 이준의 손에서 달아났던 혼전의 전주, 혼멸생이었다.

“이준.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허무대인이 화염으로 나에게 새 몸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 힘으로 너에게 진 빚을 갚아주도록 하지!”

검은 불꽃을 뒤집어쓴 혼멸생이 이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네 목숨은 내가 가져가겠다!”

곧이어 검은 화염이 순식간에 백 미터가 넘는 쇠사슬로 변해 이준의 몸을 독사처럼 휘감았다.

“꺼져!”

우직!

그러나 이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영혼의 힘이 폭발하며 혼멸생의 쇠사슬이 모래가 되어 사라졌다.

황제 단계 영혼의 공격력은 7성 투성인 혼멸생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의 쇠사슬을 파괴하는 이준의 실력에 혼멸생의 낯빛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이준의 영혼이 황제단계에 들어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해졌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퇴!”

당장이라도 이준을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혼멸생은 즉시 후퇴를 선택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하지만 이준이 이리 쉽게 그를 놓아줄 리가 없었다.

이준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그의 몸이 귀신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혼멸생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쾅!

묵직한 굉음과 함께 혼멸생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곧이어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검은 화염이 그대로 사라지면서 혼멸생의 메마른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의 육체뿐 아니라 영혼마저 소멸당한 상태였다.

“이게 바로 황제단계 영혼의 위력인가…….”

혼멸생을 해치운 이준이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 정화의 불꽃은커녕 염력조차 쓰지 않고 영혼의 힘 하나로 혼멸생을 영원히 무로 돌려보낸 것이었다.

혼멸생은 이준의 속도를 거뜬히 따라잡았지만, 이준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영혼의 힘이 황제단계에 등극한 이준의 손바닥 안을 벗어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 이준은 감정 없이 텅 빈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달려드는 강자의 영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 영혼 없는 몸은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부서졌다.

또 한명의 적을 처리한 이준은 고개를 들어 혼란에 빠진 전장을 바라보았다.

혼족의 무서운 실력을 다시 한번 실감한 이준의 표정이 점차 어둡게 내려앉았다.

고족, 뇌족, 염족과 천부연맹까지 모든 세력이 하나로 뭉쳤지만, 혼족 하나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 퍼져 있는 검은 기운 사이로는 혼족 강자들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안개 속에서는 7성 투성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이준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혼족의 힘이 정말 대단하긴 하군…….”

이준이 전장의 북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늘 위에는 여전히 검은 안개가 자욱했고, 세 세력과 천부연맹에서는 끊임없이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혼풍…….’

이때, 그 사이로 한 젊은 청년의 모습이 이준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바로 혼족의 젊은 강자 중 가장 뛰어난 인재라는 혼풍으로, 그를 사로잡는다면 혼족에게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쉬익!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이준은 엄청난 속도로 검은 안개가 자욱한 곳을 향해 돌진했다.

펑!

그 순간, 혼풍은 염족 강자의 머리채를 잡은 뒤 가차 없이 그의 머리를 터뜨려 버렸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군.”

혼풍이 가볍게 손을 털며 말했다. 그의 곁에는 혼족의 4성 투성 장로 4명이 그를 둘러싼 채 보호하고 있었다.

“혼풍 도련님, 우선 물러납시다. 주변에 3족의 강자들이 너무 많군요.”

회색 머리카락의 장로가 사방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세 세력의 강자들을 웬만큼 다 처리하긴 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이에 혼풍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혼풍. 이렇게 가버리면 서운하지.”

하지만 혼풍이 막 몸을 돌리려던 그때, 옅은 웃음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고개를 들자, 검은색 옷을 입은 청년이 어느새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나 있었다.

“이준? 혼멸생의 손에서 어떻게 빠져나오긴 했나봐?”

혼풍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손에서 빠져나와?”

이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손짓 한 번이면 혼멸생을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누가 누구 손에서 빠져나간단 말인가.

“혼풍 도련님, 갑시다. 이준의 영혼은 이미 황제단계에 도달했습니다. 혼멸생도 아마 이미 저 자의 손에 당했을 겁니다.”

혼풍을 보호하고 있던 네 장로 중 백발의 노인이 조용히 말했다.

그의 말에 이준을 노려보는 혼풍의 눈빛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몇 년 전, 정화세계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이준은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존재가 아니던가.

“가죠.”

하지만 아무리 분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이준과 싸울 수는 없었다.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 이준에게 맞서봤자 죽음뿐이라는 것을 혼풍 역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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