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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90화 (790/818)

790화. 영혼의 근원

“저게 바로 천상무덤의 영혼……?”

거대한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이현, 서로 간섭하지 말자고 했을 텐데. 오늘 그 약속을 깨겠다는 것인가?”

거대한 얼굴이 아무 감정 없는 눈빛으로 이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넌 처음부터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 천상무덤을 만든 투제 강자도 이곳에 너 같이 이상한 생물이 생겨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헛소리 집어치워라. 난 주인의 뜻에 따라 탄생한 이 공간의 수호자다. 너희는 나로 인해 살아가고 있으니 내 규칙을 따라야 마땅하다!”

“저들은 천상무덤으로 인해 살아가고 있다. 네가 아니라.”

이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천상무덤이고 천상무덤이 바로 나다!”

천상무덤의 영혼이 분노한 듯 외쳤다.

“넌 천상무덤이 아니다. 넌 천상무덤의 영혼이 아니라 그 안의 영혼들이 모여 생겨난 존재에 불과해. 어떻게 보면 저들이 널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

평온한 이현의 목소리에 거대한 얼굴의 표정이 점점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래, 네 놈이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럼 죽여주지!”

그 순간, 거대한 입에서 영혼 폭풍이 쏟아져 나와 이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매섭게 몰아치던 영혼폭풍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현을 스쳐 지날 뿐, 그에게 털끝만큼도 상처를 주지 못했다.

곧이어 이현의 몸에서 기이한 불꽃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네 영혼의 본체를 넘겨라.”

이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천상무덤의 영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혼을 태우다니! 이현, 미쳤구나!”

거대한 얼굴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려는 것이냐?”

천상무덤의 영혼의 말에 이준의 낯빛이 크게 바뀌었다. 영혼을 태우는 것은 염력을 폭발시켜 자폭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폭을 한 강자가 육체를 잃듯, 영혼을 태운 강자의 영혼은 영원히 영혼을 잃어버리게 된다. 즉, 완벽하게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조상님…….”

이준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이미 사명을 다했으니 더 이상 세상에 미련이 없다.”

겁에 질린 듯한 천상무덤의 영혼 앞에서 이현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현이 화염에 휩싸인 손으로 천상무덤의 영혼을 휘어잡자, 천상무덤의 영혼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이놈! 죽으려거든 혼자 죽어라!”

천상무덤의 영혼이 발악하듯 소리치는 순간, 그의 거대한 입에서 수백 미터가 넘는 창이 튀어 나와 이현에게 날아갔다.

“넌 날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이현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을 뻗자, 그를 향해 날아오던 영혼의 창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방향을 돌려 다시 천상무덤의 영혼을 향해 날아갔다.

쉭!

천상무덤의 영혼에게 돌아가는 영혼의 창에는 영혼을 태워버릴 수 있는 화염이 덧씌워져 있었다.

“아……안 돼!”

영혼의 창이 거대한 얼굴을 단숨에 뚫고 지나가는 순간, 바싹 마른 나무에 불이 옮겨 붙은 것처럼 뜨거운 화염이 거대한 얼굴 전체로 퍼져 나갔다.

“으아아!”

귀를 찌르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것이 평범한 전투였다면 천상무덤의 영혼도 이렇게까지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대한 얼굴이 빠른 속도로 작아지면서 사방으로 영혼의 힘을 뿜어내자, 대지에 있던 모든 에너지체는 혼비백산해 사방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정화의 불꽃이 몸을 보호하고 있는 덕에 이준은 굳이 피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이현의 영혼은 이미 그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위에 떠있던 거대한 얼굴이 모두 사라지고, 사람의 모습을 한 형체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이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천상 무덤의 영혼이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이현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인결을 맺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손끝에서 피어오른 화염이 하늘 높이 솟구치며 천상무덤의 영혼을 둘러싸며 기이한 진법을 만들어냈다.

치이익!

천상무덤의 영혼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작은 불씨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그의 영혼을 수없이 관통했다.

쾅쾅!

실처럼 가느다란 불씨가 자신을 강하게 옥죄기 시작하자, 천상무덤의 영혼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쳐댔다. 하지만 아무리 거센 영혼의 파동이라도 이현이 펼친 대진에 닿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어디 한 번 열심히 발버둥 쳐 보거라.”

이현은 천상무덤의 영혼을 바라보며 빙긋 웃음을 지었다.

“이현! 진정하게! 원하는 게 있으면 말로 하라고!”

천상무덤의 영혼이 애걸하듯 외쳤다.

“네 영혼의 근원을 넘기거라.”

하지만 이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다시 인결을 맺을 뿐이었다.

인결이 완성되자, 무수히 많은 불씨가 천상무덤의 영혼을 파고들더니 이내 커다란 광단 하나를 그 안에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광단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이준은 무언가 따스한 느낌이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드는 것을 느꼈다.

“이게 천상무덤 영혼의 근원인가…….”

혼전의 분전을 쳤을 때, 그들이 모아뒀던 영혼의 근원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혼의 근원과 비교하면 그때 그것들은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크르릉!

두려움을 느낀 천상무덤의 영혼이 야수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현. 천상무덤을 전부 너에게 줄 테니 제발 날 놓아주게!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해주겠네!”

천상무덤의 영혼이 황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이현은 담담한 얼굴로 계속해서 인결을 바꾸었고, 영혼의 근원은 이미 천상 무덤의 영혼에게서 반 이상 빠져나와 있었다.

“이현, 가만두지 않겠다!”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천상무덤의 영혼은 더욱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쳐댔다.

퍽!

그 순간, 하늘 위에서 커다란 손바닥이 날아와 천상무덤의 영혼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영롱하게 빛나던 광단이 찌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상무덤의 영혼에게서 완전히 분리되었다.

“안 돼! 돌려줘!”

온몸에 힘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것을 느낀 영혼은 고함을 지르며 영혼의 근원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현은 그런 천상무덤의 영혼을 손가락으로 튕겨내듯 가볍게 날려버렸다. 천상무덤의 영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에너지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마구 달려들기 시작했다.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으아악!”

이미 힘을 빼앗긴 천상무덤의 영혼에게 이렇게 많은 에너지체를 떼어낼만한 힘이 남아있을리 없었다.

잠시 후,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천상무덤의 영혼이 먼지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천상무덤의 영혼이 사라지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에너지체들의 눈빛이 빠르게 바뀌었다. 공격성이 사라진 에너지체들은 하늘 위에 떠있는 이현을 바라보며 분분히 무릎을 꿇었다.

“이족의 후손이여.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네가 황제단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이제 모두 너에게 달렸다.”

“조상님…….”

환하게 웃고 있는 이현을 쳐다보고 있자니 이준은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걸 흡수하거라.”

이현이 영롱한 빛이 반짝이는 광단을 이준에게 넘기며 말했다.

영혼의 근원에서는 끝을 알 수 없는 영혼의 힘이 끊임없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무시무시한 영혼의 힘 앞에서는 하늘단계 최상급인 영혼도 모래알처럼 작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조상님. 제가 반드시 이족을 부흥시키겠습니다!”

이준이 몸을 크게 숙이며 말했다.

다시 몸을 세운 그는 빛나는 광단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하늘 위에 떠있는 이현의 몸은 이전보다 흐릿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광단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도 완성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준이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이현이 작게 중얼거리며 허공 위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이현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에너지체들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멀리 물러났다. 그들 역시 천상무덤의 영혼에서 추출한 영혼의 근원이 탐났지만, 이현이 지키고 있는 영혼의 근원에 손을 대려 할 만큼 간이 부은 영혼은 없었다.

* * *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득히 먼 바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울음 소리가 퍼져 나간다.

이준은 발밑으로 펼쳐진 넓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 작은 광단 속에 이토록 거대한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이 바다가 전부 영혼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준은 그제야 이현이 왜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토록 거대한 영혼의 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투제를 목전에 두고 있었던 이현이라 해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이다.

‘천상무덤의 영혼도 이제 사라졌겠다, 이곳에 있는 영혼의 힘은 이제 주인이 없는건가.’

이준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영혼의 힘을 모두 흡수할 수만 있다면 전설로만 듣던 황제단계에 정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곳에서의 시간 흐름은 천상무덤과 조금 달라.’

이준은 한참이나 멍하게 먼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았다. 영혼의 근원 속 세상은 영혼의 힘으로 인해 천상 무덤보다도 더욱 시간의 흐름이 느렸다.

“후…….”

이준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천상무덤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면 그에게는 더 좋은 일이었다. 만일 천상무덤과 시간의 흐름이 같다면 두 달 안에 이 많은 영혼을 모두 연소시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마친 이준은 천천히 수면 위로 내려갔다. 곧이어 미간에서 영혼의 힘이 빠르게 솟아나더니 백 미터가 넘는 거대한 환영으로 변해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거대한 환영의 몸에서 정화의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촤아!

이준의 영혼 환영이 정화의 불꽃으로 뒤덮이는 순간, 영혼의 바다에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끊임없이 환영을 향해 빨려들었다.

치익!

솟아오른 영혼의 힘이 정화의 불꽃에 닿는 순간, 새하얀 연기가 마구 피어오르면서 거대한 영혼 환영을 뒤덮었다.

어느 덧 하늘은 온통 새하얀 연기로 빼곡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반짝이는 거대한 영혼 환영은 마치 천지를 아우르는 신처럼 보였다.

* * *

어느 덧 이준이 광단 속으로 들어간 지 자그마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이준은 광단 속에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현은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앉아 이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몸은 한 달 전보다 훨씬 흐릿해져있었고, 얼굴 역시 몰라보게 나이가 들어있어 누가 봐도 끝에 다다른 듯 보였지만 그는 끝까지 버티며 이준을 기다렸다.

“녀석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노인의 힘없는 목소리가 하늘에 천천히 울려 퍼졌다.

천상무덤에서의 한 달은 영혼바다 속에 있는 이준에게는 일 년과 같았다.

한편, 짙은 구름이 천지를 뒤덮은 영혼바다 속, 영혼환영은 점점 더 단단해지면서 이미 수백 미터가 넘는 거인으로 변해 있었다.

* * *

이준이 영혼의 근원 안으로 들어간지 꼬박 두 달이 되던 날, 수많은 에너지체들이 고개를 떨구며 탄식했다.

하늘에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은 이미 너무나 흐릿해져 거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이준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릴 수……. 없을 것 같구나.”

이현이 슬픈 눈으로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네가 있어 마음이 놓이는구나. 잘 있거라.”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이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쾅!

하지만 이현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지려는 그 순간, 천상무덤 전체가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엄청난 위압감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하면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에너지체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기 시작했다.

광단에서 느껴지는 파동에 이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조상님. 편히 쉬십시오!”

곧이어 하늘 위로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만큼 커다란 형체가 나타나 이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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