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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88화 (788/818)

788화. 다시 천상무덤으로

허무대인이 태령황제의 옥을 손에 넣는데 성공하자, 혼족의 4마성이 빠르게 날아와 뇌영과 염신을 막아섰다.

“끌끌. 오늘 있었던 일은 반드시 몇 배로 갚아주겠다!”

허무대인이 뇌영과 염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가자!”

허무 대인은 분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빠르게 균열 속으로 몸을 날렸다.

“멈춰라!”

다급해진 고원은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허무 대인의 쫓으려 했지만, 혼천제에 의해 다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고원, 이현이 살아있을 때가 혼족에게 저항할 유일한 기회였다.”

혼천제가 웃음을 머금은 채 고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령황제의 옥은 곧 우리 혼족의 손으로 돌아올 것이다.”

“네가 고족이 가진 옥을 손에 넣었다 해도 태령 황제의 열쇠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3개나 모자랄텐데!”

뇌영이 소리쳤다.

“그래?”

혼천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으며 되물었다.

“뇌영 족장, 자네가 뇌족을 떠난 지금의 기회를 내가 놓칠 것이라 생각하느냐?”

“뭐?!”

뇌영과 염신의 몸이 강하게 떨렸다. 설마 고족을 공격함과 동시에 염족과 뇌족을 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혼천제는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두 사람을 향해 씨익 웃음을 지은 뒤 허무대인과 4마성과 함께 공간 균열 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 참.”

그때, 혼천제가 갑자기 자리에 멈춰선 채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이준이지? 이족이 가진 태령 황제의 옥은 너에게 있겠구나……. 보름 후, 장천산맥. 네 아버지를 구하고 싶다면 옥패를 들고 그곳으로 오너라.”

말을 마친 혼천제가 균열 속으로 사라지자, 하늘을 가득 메웠던 검은 안개가 빠르게 걷히며 다시 밝은 햇살이 고계를 비췄다.

* * *

혼족의 대군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고계 전체에 무거운 적막이 찾아왔다.

고족은 영족이나 약족처럼 완전히 멸망하진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태령황제의 옥을 잃고 말았으니 그것만으로 혼족과의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할 수 있었다.

“보름 뒤라…….”

혼천제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고원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의 뒤에 서있는 삼대 신선의 얼굴 역시 말이 아니었다. 허무대인이 9성 투성이 되었으니, 이제 고족의 힘으로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 뇌영과 염신이 없었다면 고족 역시 이미 멸망한 다른 고대 세력과 같은 길을 걷고 말았을 것이다.

그때, 뇌영과 염신의 저장반지가 반짝거리며 정보가 담긴 영혼파동이 두 사람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뇌족의 옥패가 사라졌다…….”

“염족도 마찬가지일세…….”

두 사람이 주먹을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혼천제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혼족은 고족을 치는 동시에 뇌족과 염족을 함께 공격한 것이다.

“두 세력 모두 경비가 가장 삼엄한 곳에 태령 황제의 옥을 보관해뒀을 텐데, 어떻게 고족을 치면서 나머지 옥조각을 전부 빼앗을 수 있던 것입니까?”

고도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한 장로가 갑자기 옥패를 갖고 달아났다고 하더군.”

뇌영의 얼굴에는 허탈함과 분노가 가득했다.

“우리가 혼족을 너무 얕보았어. 아주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일이 틀림없네.”

염신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놈들의 손에 모든 옥조각이 들어간다면 8대 세력은 모두 끝일세.”

평정심을 되찾은 고원은 손을 내저으며 고도영에게 상황을 수습하라고 명령을 내린 뒤 대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준. 자네도 오게.”

이준은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고 이은과 함께 고원의 뒤를 따랐다.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은 침묵에 빠졌다. 지난 평화로운 나날들이 점점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 * *

대전에 들어온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로 인해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혼족이 얼마나 위험한 놈들인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난 한 번도 혼족을 얕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혼족이 무서운 진짜 이유다.”

무거운 적막이 맴도는 가운데, 고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혼천제의 말대로, 이족과 혼족의 대전 당시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그리고 고족이 나서서 이족을 도왔더라면 상황은 크게 바뀌었겠지.”

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때의 일을 알지 못하니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8대 세력은 본래 하나가 아니었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족이 멸망할 때 힘을 보태지 않았다고 고족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우리 고족도 혼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족을 건드린 이상 놈들도 무사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어지는 고원의 말에 고족 강자들은 말없이 투지로 눈을 빛냈다. 오늘 있었던 전투는 양측의 전초전 같은 것이었다.

진정으로 두 세력의 명운을 건 싸움을 벌인다면 그 결과는 눈뜨고 볼 수 없을만큼 처참할 것이다.

특히 혼족이 허무대인과 혼천제, 두 명의 9성 투성 강자를 보유한 이상 제 아무리 고족이라 해도 결코 혼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이제 혼족에 대항할 방법은 단 하나, 연맹을 맺는 수밖에 없었다.

“허무의 불꽃은 식영왕을 잡아먹고 식영족의 능력을 얻었다. 이제 혼족 놈들은 우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피의 힘을 이어나가려 하겠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혼족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뇌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고족 혼자서는 놈들에게 저항할 수 없을터,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놈들에게 저항할 수 있네.”

“내 생각도 마찬가지이네. 게다가 혼족은 틀림없이 아직도 힘을 숨기고 있을거야. 남은 고대 세력이 모두 힙을 합쳐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네.”

고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은 제안일세. 이미 혼족의 손에 태령황제의 옥이 일곱 개나 들어갔어. 마지막 옥조각까지 갖게 되면 태령황제의 신전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투제의 비밀을 손에 넣게 되겠지. 그럼 투기대륙의 모든 세력이 놈들의 발 아래 무릎을 꿇게 될걸세.”

염신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천제가 투제가 된다면 고대 세력은 물론이고 투기 대륙의 모든 크고 작은 세력들이 힘을 합쳐도 혼족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그저 혼족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되리라.

“마지막 옥패는 자네에게 있지?”

고원의 한마디에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이준에게 쏠렸다.

“전 반드시 아버지를 구해야 합니다.”

이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결연한 의지는 단단한 바위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혼천제가 태령황제의 신전의 열쇠를 얻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자네도 잘 알 것이네.”

염신의 새빨간 눈썹이 사선으로 휘었다.

하지만 이준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버지가 혼족의 손에 잡힌지 이미 수십 년이 지났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늘 심장을 칼로 도려내듯 아파왔다.

“지금은 신속하게 사람들을 모으는 게 관건이다. 보름 뒤, 반드시 혼족의 손에서 나머지 옥 조각들을 되찾아야 한다.”

고원의 말에 뇌영과 염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원과 이준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두 사람의 언행은 보름 뒤에 혼족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준이 돌연 무언가 떠오른 듯 고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버님. 혹시 이현 조상님을 천상무덤에서 부활시킬 방법은 없습니까?”

이현의 이름이 언급되자, 고원과 뇌영, 염신, 세 족장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미 수천 년이 지났지만 그 이름은 여전히 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는 바로 유일하게 혼천제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천상무덤 속의 이현은 사실 영혼의 파편에 불과하다. 천상무덤의 특별한 능력 덕에 그때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부활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야.”

고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만일 이현을 정말 부활시킬 수만 있다면 혼족을 상대할 비장의 패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게 문제였다.

고원의 대답을 들은 이준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천상무덤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무언가 방법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준의 모습에 고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천상무덤으로 데려다주마.”

* * *

고계에 위치한 깊은 산 속. 여러 명의 사람들이 허공 위에서 산 위쪽에 위치한 공간을 바라보았다.

“천상무덤은 20년에 한 번 열린다. 지난 번 자네가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천상무덤이 열릴 일은 없다고 보아야지.”

고원이 뒷짐을 진 채 말했다.

“하지만 내가 천상무덤을 강제로 열어 자네를 들여보내주지. 하지만 반드시 1년 안에 돌아와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천상무덤에서 다시는 나올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상무덤에서의 5일은 외부 세계에서의 하루다. 즉, 그 속에서의 1년은 이곳에서의 2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보름이니, 어차피 천상무덤에서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없었다.

“정말 혼자 가도 되겠느냐?”

고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물었다.

하지만 이준은 변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실력이라면 천상무덤 안에서 이현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준의 단호한 태도에 고원이 말없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천지 에너지가 파도처럼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허공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공간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가급적 빨리 돌아오게!”

찢어진 공간을 바라보며 고원이 소리쳤다.

“예!”

이준은 이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곧바로 공간 통로 속으로 몸을 날렸다.

고원이 다시 손을 들어 허공을 문지르자, 공간 균열이 다시 모습을 감췄다. 고원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이은을 바라보며 위로하듯 말했다.

“걱정마라. 아무 일 없을 게다.”

이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뿌연 연기로 뒤덮인 천상무덤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쉭-

텅 빈 공간 위로 그림자 하나가 불쑥 날아들었다.

곧이어 영혼의 힘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청홍색의 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6성 투성이 된 지금의 이준에게 있어 더 이상 천상무덤의 에너지체들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천상무덤속의 에너지체들은 이준과 마주치기 무섭게 사자를 만난 토끼마냥 달아나기 바빴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이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천상무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 * *

커다란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천상무덤 깊은 곳.

새빨간 갑옷을 입은 한 사람이 높이 솟은 바위기둥 위에 앉아 있다.

그의 곁에는 짙은 피비린내가 풍기는 칼이 하나 꽂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수많은 에너지체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체들은 겁에 질린 듯 그 새빨간 형체를 감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치익!

그때, 무언가가 다급하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9전 투존전성기인 에너지체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새빨간 갑옷을 입은 사람 역시 두 눈을 치켜뜨고 소리의 근원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의 곁에 있던 혈도가 저절로 뽑아지더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쉭!

하지만 짙은 안개를 뚫고 날아갔던 혈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하, 혈도성자님! 오랜만입니다.”

잠시 후, 안개 사이로 옅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청년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의 얼굴을 보는 순간 혈도성자의 표정이 빠르게 바뀌었다.

“넌 그때 그 이족의……?”

혈도성자의 두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이현 대인을 찾아왔느냐? 저 뒤에 귀찮은 녀석들이 더 있으니 내가 직접 안내해주지.”

천상무덤이 열릴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도 이준이 나타나자, 혈도성자는 곧바로 그가 왜 이곳에 찾아왔는지를 알아차렸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준 역시 굳이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쓸데없는 곳에 소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하, 아닐세. 이현 대인의 후손이니 당연히 내가 직접 모셔야지.”

혈도성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신속히 이준을 천상무덤의 가장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덕분에 이준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비석이 세워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럼 먼저 물러나겠다.”

이현의 비석이 세워진 곳에서 천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자, 혈도성자는 이준을 남겨두고 다시 무덤 밖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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