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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87화 (787/818)

787화. 쟁탈

두 사람의 8성 투성 강자가 참전하자, 여태 꿈쩍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던 허무대인이 검은 화염을 뿜으며 둘의 앞을 막아섰다.

“하!”

하지만 허무 대인의 실력은 9성 투성 초급 정도로, 단신으로 염신과 뇌영을 막아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은아! 사람을 풀어 옥패를 찾아오너라!”

하늘에 있던 고도영이 이은을 향해 소리쳤다.

“나머지 장로들은 보호대진을 만들어 고계와 산맥을 봉쇄하라!”

“예!”

수많은 장로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청양 오라버니, 산을 수색해요!”

“알았어!”

고청양을 비롯한 흑연군의 수장과 총령들 역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산속으로 몸을 날렸다.

“은아. 고양의 실력은 어느 정도야?”

흑연군이 사방을 뒤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답답해진 이준이 굳은 표정으로 이은에게 질문을 던졌다.

“5성 투성 상급이에요.”

“영혼의 힘은?”

“아직 하늘 단계 최상급이 되지 못했어요.”

“좋아, 그럼 잠시만 날 보호해줘!”

이은의 대답에 이준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그의 영혼과 소애가 융합되면서 영혼의 힘이 폭등하더니 반투명한 그의 에너지가 미간을 빠져나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이준의 영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사방 수백 킬로미터에서 느껴지는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못 찾겠어…….”

그때, 고청양이 돌아왔다. 사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고양의 행적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은은 말없이 손을 내젓고는 이준을 응시했다. 아버지와 태상 장로들은 모두 혼족에게 잡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서 고양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이준 하나 뿐이었다.

하지만 이준은 십 분이 넘도록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결국 기다림을 참지 못한 고청양 등이 다시 산을 수색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대략 십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폭음이 울려 퍼지며 뜨거운 용암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용암 기둥의 끄트머리에 새카만 그림자 하나가 붙어있었다.

“고양!”

“흑연군, 저 자를 잡아라!”

용암 기둥에 붙어있는 그림자가 고양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이은은 다급하게 흑연군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

흑연군의 전사들이 일제히 인을 맺자, 방대한 염력이 거대한 그물로 변해 용암 기둥과 함께 솟아오른 검은 그림자를 번개처럼 에워쌌다.

쾅!

하지만 고양은 빠르게 염력을 폭발시켜 흑연군 전사들이 만들어낸 그물을 찢으며 그 사이로 달아났다.

“고양, 이 배신자!”

그물을 찢고 달아나는 고양을 발견한 고족의 3대 신선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4마성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리 없었다.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삼대 신선이 4마성에게 가로막힌 것을 확인한 이은이 다시 한 번 흑연군의 전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고족의 최강자들은 혼천제와 허무대인, 4마성을 상대하느라 고양을 쫓을 수 없는 상황에서 태령 황제의 옥을 되찾아오는 것은 결국 젊은 강자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우리도 움직이자고!”

고청양과 흑연군이 고양의 뒤를 쫓는 것을 바라보던 화현이 커다란 화염 날개를 활짝 펼치며 외쳤다.

“동혁 형님, 저희는 어떡합니까?”

뇌운식이 뇌동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뇌족의 청년들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너희는 여기 있어라. 내가 가겠다!”

뇌동혁이 지체없이 하늘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남아있던 뇌족 청년들은 그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실력으론 고양의 주먹 한 번도 버텨낼 수 없었으니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 사이 고양은 혼탁이 고족의 공간 봉쇄를 깨고 열어준 작은 공간 통로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공간 통로에 막 도달하려는 찰나, 무시무시한 폭풍이 그의 등 뒤를 덮쳤다.

당황한 고양은 몸을 돌리며 힘차게 팔을 휘둘러 자신에게 쏟아지는 강풍을 뿌리쳤다.

자신을 향해 날아온 공격을 막아낸 고양이 다시 공간 통로로 들어가려는 찰나, 검은 생머리를 흩날리는 여인 하나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은이었다.

“고양 장로. 도대체 왜 우리를 배신했는가!”

이은은 산발이 된 노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끌끌. 아직도 내가 고양인 줄 아는 것인가?”

그 순간,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고양의 눈에서 음산한 기운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이은이 알던 ‘고양’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

“백 년 전, 허무대인께서 나와 고양의 영혼을 융합하셨다. 그래서 혹시나 날 알아볼까 고원 앞에 나타날 수 없었지. 나는 이 날만을 위해 그 깊은 산골 속에 숨어 살며 버텨온 것이다. 하하하!”

고양이 다시 한 번 광소를 터뜨리며 이은을 향해 힘껏 주먹을 쥐자, 주위의 공간이 단단하게 굳어버리며 마치 사슬처럼 그녀의 몸을 옭아맸다.

“끌끌, 가소로운 것! 나는 먼저 가도록 하마!”

하지만 고양이 막 몸을 돌리려는 찰나, 분홍색 화염에 휩싸인 주먹이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그의 몸을 지키고 있던 염력은 화염이 내뿜는 열기에 의해 그대로 타버렸고, 가슴팍 위에는 새빨간 주먹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도망가려고? 누구 마음대로?”

이준이 허공을 딛고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이준에게서 흘러나오는 6성 투성의 기운을 느낀 고양이 황급히 혼탁을 바라보며 외쳤다.

“혼탁 장로, 살려주시오!”

“감히 혼족의 일을 방해하다니, 죽고 싶구나!”

혼탁 역시 고양이 이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이준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날아왔다.

“죽음의 손가락!”

그와 동시에 분홍색 화염이 이준의 몸을 완전히 에워싸며 거대한 손가락이 허공에 솟아났다.

“황천의 손가락!”

쾅쾅!

거대한 에너지가 이준의 손끝을 떠나 혼탁의 공격과 강하게 부딪혔다.

이준이 자신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자 혼탁의 낯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고계까지 쫓아와 또다시 혼족의 계획을 방해하다니, 약계에서 이준을 잡지 못한 것이 뼈저리게 후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버텨내는지 한 번 보자구나.”

혼탁의 손끝에서 다시 한 번 검은 빛이 다시 솟아났다.

그가 열 손가락을 펼치자, 열 줄기의 검은 빛줄기가 섬뜩한 빛을 번뜩이며 이준을 향해 날아왔다.

바로 그때, 산처럼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이준의 앞으로 번개처럼 날아와 검은 빛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혼탁.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린 후배에게 직접 손을 쓰는구나!”

“흥, 고열도! 흑연왕이라는 게 몇 년 째 발전이 없구나!”

‘흑연군의 수장인 흑연왕이라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흑연왕의 등장에 이준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준, 고양은 너에게 맡길 테니 옥패를 찾아오너라!”

말을 마친 흑연왕은 이준이 무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곧바로 혼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고양이 혼탁이 만든 공간 균열을 향해 황급히 날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고양과 공간 통로의 거리가 채 백 미터가 남지 않았을 때, 그의 몸 전체가 돌연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자폭한다!”

이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쾅!

이준이 속도를 줄이는 순간, 고양의 몸이 순식간에 폭발을 일으키며 혼탁이 만들어 둔 작은 공간 통로가 엄청난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옥패가 저기 있습니다. 잡아야 해요!”

그리고 커다랗게 벌어진 공간 통로 앞에는 새빨간 물체 하나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바로 태령황제의 옥이었다.

쉭!

붉은 빛이 유성처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옥패가 공간 통로 안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이준이 번개처럼 날아가 그것을 끌어당기려 했다.

바로 그때, 돌연 주위가 밤처럼 어두워지더니 이준의 머리 위에서 새하얀 손 하나가 공간을 뚫고 튀어나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손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힘에 이준은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혼천제!’

이준의 머릿속을 스치고 간 이름은 단 하나였다. 이 정도의 압도적인 힘을 가진 것은 오직 혼천제와 고원뿐이었다.

쉭-

이준은 망설임없이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 혼천제를 상대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6성 투성인 그의 힘으로는 혼천제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새하얀 손이 이준의 목덜미를 붙잡으려는 찰나, 공간이 격렬하게 뒤흔들리며 거대한 손 하나가 불쑥 솟아나 혼천제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펑!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은 엄청난 굉음이 하늘에 울려 퍼지며 무시무시한 폭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혼천제, 정말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우리도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

고원이 소리쳤다.

“큭큭, 이미 늦었다! 그 말은 이족이 없어질 때 했어야지!”

혼천제의 음산한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누군가 하늘을 칼로 길게 그은 것처럼 기다란 공간균열이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검은 안개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젠장, 고양이 자폭을 한게 혼족의 대군이 넘어올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였나!”

이준이 이를 악문채 거대한 공간 균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곧이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검은색 안개가 태양을 가리며 고계 전체가 시커멓게 물들었다.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검은 형체가 속속 균열 속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발견한 이준의 낯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대진을 펼쳐라!”

하지만 고원은 혼족의 엄청난 대군 앞에서도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고족의 강자들을 향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구아앙!

고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방에서 눈부신 빛이 속속 날아들어 거대한 거울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파멸의 인결!”

그와 동시에 온 하늘을 뒤덮은 안개 속에서 거대한 검은 색 빛기둥이 뿜어져 나오며 주위의 모든 것을 먼지로 만들었다.

“황제의 거울!”

대진을 지탱하고 있던 고족 강자들이 일제히 인을 맺자, 거대한 거울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쏟아져 나오며 검은 색 빛기둥에 맞부딪혔다.

꽈르릉!

고족과 혼족의 모든 투사들의 염력이 집결된 두 개의 무투기가 맞부딪히자, 금강석처럼 단단했던 고계의 공간에도 마침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푸흡!”

곧이어 황제의 거울에도 거미줄 같은 금이 생겨나며 고족 강자들의 입에서 붉은 피가 새어나왔다.

검은 안개 속에서도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양쪽 모두 큰 타격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한쪽에서 대치를 벌이던 고족 3대 신선과 혼족 4마성 역시 겁에 질린 얼굴로 폭풍과 멀리 떨어진 곳을 향해 도망쳤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풍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곳에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혼천제와 고원, 그리고 허무 대인 뿐이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친 듯이 하늘을 헤집고 있는 폭풍을 바라보던 이준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령황제의 옥은?”

사방을 휩쓸고 있는 폭풍의 위쪽에는 붉은 빛을 발하는 자그마한 물체 하나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준이 옥패의 위치를 발견했을 때, 염족과 뇌족에게 묶여있던 허무 대인 역시 태령황제의 옥을 발견하고는 잽싸게 몸을 날렸다.

“옥패를 노리고 있어요!”

이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뇌영과 염신이 빠르게 허무 대인의 뒤를 쫓았다.

“낙뢰권!”

“용암불꽃!”

다음 순간, 화려한 번개와 불꽃이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허무 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

허무 대인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검은 구체가 그의 몸 주위에서 솟아나며 빠르게 두 족장의 공격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곧 두 족장의 무투기가 검은 구체를 부수고 나와 다시 허무대인의 등을 강타했다.

“윽……!”

8성 투성의 무투기에 당한 허무대인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를 악물고 날아가 태령황제의 옥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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