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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85화 (785/818)

785화. 가르침

한편, 훈련장 동쪽에 위치한 석대 위에서 이마에 화염 문양이 새겨진 몇몇 청년들이 뇌족 청년들과 흑연군의 신경전을 구경하고 있었다.

“뇌동혁, 그 사이에 꽤 많이 컸네. 차기 족장으로 내정되었다는 게 헛소문은 아니었나봐.”

화유진이 훈련장을 훑으며 말했다.

“하하. 그럼 또 어때서? 이은이 누굴 좋아하는지 너도 알잖아. 그리고 그 녀석도 지금 고계에 있다고.”

화현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나오면 뇌족도 골치 좀 썩겠지.”

“혼전 전주 혼멸생이 이준에게 패배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 말이 사실이야?”

“거짓은 아닌 것 같아. 오는 길에 족장님이 나에게 이준과 가급적 친하게 지내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적어도 척은 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어.”

화현이 말했다.

“응?”

그때, 화유진의 눈빛이 빠르게 굳어졌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뇌운식의 말에 격분한 흑연군 총령들이 앞으로 튀어 나가려 했기 때문이다.

대총령 고진이 손을 들어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흑연군의 총령과 뇌족의 강자들 사이에 정말로 큰 싸움이 일어나고 말았을 것이다.

“뇌운식. 방금 말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

고진이 이를 갈며 말했다.

“오, 그래? 설마 너도 이은인가 뭔가 하는 그 계집애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던 놈들 중 하나였나?”

하지만 뇌운식은 계속해서 무례한 언사를 내뱉었다.

“왜 그렇게 은이한테 관심이 많지? 내가 보기에는 그쪽도 은이 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때, 한 청년의 목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석대 위에는 어느새 세 개의 그림자가 우뚝 서 있었다.

“이은, 이준!”

고청양을 비롯한 고족의 청년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저 친구가 이족의 이준인가?”

뇌동혁이 이준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준? 혼멸생을 쓰러뜨렸다는?”

그의 말에 이준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족과 뇌족의 젊은 강자들이 교분을 쌓고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과연 뇌족에도 대단한 인재들이 많군요.”

“그럼 내려와서 같이 어울려 보는 건 어떻습니까? 물론 그럴만한 실력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뇌동혁이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벌써 상대와 싸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고, 몸에서는 검은 번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은 번개가 모습을 드러내자, 고청양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조금 전 그를 쓰러뜨린 것이 바로 저 검은 번개였기 때문이다.

‘흑마비뢰인가.’

검은 번개를 발견한 이준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좋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 한 번에 모두 상대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준의 한마디에 뇌족 청년들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준의 말에 훈련장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흑연군 전사들은 하나같이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뇌족 강자들의 눈에는 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신감이 과한 것 아닌가?”

뇌운식이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으로 이준을 훑어보며 말했다.

“한번에 덤비든, 하나씩 덤비든, 결과는 달라질게 없습니다. 괜히 시간만 길어질 뿐이니 가급적 빨리 처리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하지만 열 명에 달하는 뇌족 강자들의 살기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준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내려앉아 있었다.

뇌족의 청년 중 단 한명, 뇌동혁만이 이준의 실력을 알아보고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혼멸생이 이준의 손에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소문이 사실일지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이준을 보고나니 눈앞의 사내가 정말로 혼멸생을 쓰러뜨린 강자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족장님이 현재 투기 대륙의 젊은 강자들 중 최고는 이준이라고 했던 말이 허언이 아니었구나.’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몰락한 이족의 후예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정 그렇다면 뇌운식, 요구대로 해드려라.”

뇌동혁이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

뇌동혁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홉 명의 뇌족 강자들이 살기로 눈을 빛내며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들 중 가장 강한 자는 뇌동식으로, 그의 실력은 대략 고급 반투성 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두 9성 투존 수준에 불과했다.

“이준,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다.”

뇌운식을 필두로 아홉 명의 강자가 빠르게 이준을 둘러싸며 진영을 만들었다.

“번개의 분노!”

진영이 완성되자, 곧바로 아홉 개의 번개줄기가 폭발하더니 이내 아홉 마리의 뇌룡으로 변해 이준을 덮쳤다.

쾅!

쉬이이-

이준이 서있던 곳에 순식간에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맞춘 거야?”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모두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조금 전 이준이 상대의 공격을 전혀 피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자욱한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자, 털끝 하나 상하지 않고 멀쩡한 이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럴 수가…….”

옷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이준의 모습에 뇌운식을 비롯한 뇌족 강자들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뇌족의 젊은 강자들 중 최고인 뇌동혁이라 해도 이 공격을 이렇게 가만히 서서 몸으로 받아낼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 과연 뇌족 답습니다.”

이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뇌운식이 아닌 뇌동혁을 향해 있었다.

“하하! 좋다! 해보자 이거지!?”

이준의 시선을 느낀 뇌동혁이 곧바로 검은 번개로 만들어진 창을 꺼내들며 말했다.

치익!

다음 순간, 뇌동혁이 이준의 눈앞에 불쑥 나타나 시커먼 창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그러나 이준은 제자리에서 발조차 떼지 않고 살짝 몸을 틀어 뇌동혁의 공격을 피해냈다.

“창이 이준의 몸에 닿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고형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변이된 번개 염력을 가진 3성 상급 투성 강자의 공격이 이준의 몸을 스치지도 못하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뇌룡의 창!”

뇌동혁이 혀를 깨물어 자신의 피를 창날 위에 흩뿌리며 외쳤다.

“너무 빨라!”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검은 빛 하나가 반짝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뇌동혁의 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이동했다.

치익!

다음 순간, 뇌동혁의 창끝이 이준의 오른팔에 적중했다. 그러나 그의 창은 이준에게 부상을 입히기는커녕 그의 살갗조차 꿰뚫지 못했다.

펑!

당황한 뇌동혁은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검은 번개를 폭발시켰다. 그러자 이준의 팔뚝 위에 새겨진 황금색 문양이 번쩍 빛을 발하며 검은 번개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익숙한 맛이네.”

가볍게 웃으며 뇌동혁의 창을 부러뜨린 이준이 가볍게 손을 뻗자, 뇌동혁의 몸이 저만치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뇌동혁을 단숨에 날려버린 이준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뇌족 강자들과 이준의 싸움은 허탈할 정도로 싱겁게 끝이 났다. 아니, 싱겁다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흑연군 전사들의 함성소리가 훈련장 가득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 저런 어린 것들과 겨루기에는 자네 실력이 너무 뛰어난 것 같은데? 어떤가, 나와도 한번 겨뤄보는 게!”

바닥에 쓰러졌던 뇌동혁이 다시 일어서려는 순간, 호탕한 웃음소리가 장내에 들려왔다.

“뇌영?”

‘어린 후배를 상대로 뭐 하자는 거야……?’

뇌족 족장의 등장에 이번에는 고청양과 이은의 얼굴에서 완전히 핏기가 사라졌다.

8대 세력의 족장씩이나 되는 자가 젊은 강자들의 싸움에 끼어들다니, 싸움을 좋아한다고는 들었지만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이었다.

“하하! 걱정 마라. 나는 내 힘의 딱 반만 쓰겠다.”

뇌영이 굳어 버린 이준의 표정을 보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뇌영의 모습에 이준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족의 이준입니다.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하하, 좋다. 이현의 패기를 빼다 박은 것 같구나!”

뇌영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훈련장 상공에 고원과 고족의 3대 신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 정말이지 뇌족의 족장씩이나 돼서 여전히 철이 없군. 그나저나 우리 사위도 대단하군. 뇌영과 대결을 치르겠다니.”

고원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놀란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 모두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복잡한 표정으로 이준을 바라보던 뇌동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뒤쪽으로 물러났다. 백번을 달려들어도 이준의 몸에 상처하나 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뇌운식 등 역시 잔뜩 풀이 죽은 채 뇌동혁의 뒤를 따라갔다. 열 사람이 함께 달렸음에도 이준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준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들은 눈 깜짝할 새에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흥, 건방진 놈…….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감히 족장님과 대결을 하려들어?”

뒤로 물러나던 뇌운식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닥쳐라.”

뇌운식의 말을 들은 뇌동혁이 험악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가 이곳에 오겠다 고집하지만 않았어도 오늘 같은 일은 생기지도 않았다! 이준이 족장님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문제겠는가? 네놈들은 이준과의 실력 차를 느끼자마자 겁을 집어먹었지만, 저 자는 족장님의 실력이 자신보다 몇 수는 위라는 것을 알고도 대결을 받아들였다. 저런 패기를 본받을 생각은 못할지언정……. 한심한 것들!”

뇌동혁의 험악한 눈빛에 뇌운식은 잔뜩 목을 웅크린 채 급히 입을 막았다.

“허허. 자네가 이족의 그 청년인가? 이현 못지않게 패기가 넘치는군.”

하늘 위에 있던 염족의 족장 염신이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뇌영. 아무리 그래도 자네가 나서는 건 조금 경우가 아닌 것 같은데…….”

고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하. 결투에선 나이가 중요치 않네. 난 오직 실력만 본다는 것 자네들도 알고 있지 않나?”

뇌영의 천둥 같은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흐음……. 다시 한 번 묻겠네. 자네가 싫다면 대결은 없던 것으로 하지.”

고족과 염족의 두 족장의 말이 영 마음에 걸렸는지 뇌영의 얼굴에도 조금 민망한 표정이 떠올랐다.

“뇌영 족장님의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 부디 한수 가르쳐 주시지요.”

하지만 정작 이준이 대결을 하겠다고 하니 고원과 염신도 할 말을 잃은 듯 더 이상 뇌영을 나무라지 못했다.

물론 이준 역시 아무런 소득도, 계산도 없이 대결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뇌족을 연맹에 끌어들이려면 우선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게다가 자신의 실력도 이제 6성 중급에 달했으니, 절반의 힘만을 쓰는 뇌영을 상대로 전혀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준의 패기 넘치는 태도에 뇌영의 입에서 또 한 번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하하! 좋다.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뇌영의 몸에서 검은색 번개가 튀자, 훈련장에 서있던 젊은 강자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서서히 물러났다.

이준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곧바로 ‘인화일체’를 사용했다.

뇌영같은 강자를 상대로는 한순간만 방심해도 곧바로 패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으니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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