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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69화 (769/818)

769화. 구현금비뢰

이준은 긴장된 눈빛으로 흑색 번개에 휩싸인 북왕을 바라봤다. 잠시 후, 흑마 번개의 힘이 북왕의 몸을 미친 듯이 헤집고 나서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준은 표정을 풀고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흑마 에너지가 북왕의 근육, 뼈, 세포 깊숙이 새겨졌다.

그 동안 거무스레하던 북왕의 몸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점점 단단하게 변했다.

“효과가 괜찮은 걸.”

순식간에 흑마비뢰 하나에 있던 에너지가 전부 북왕의 몸속에 녹아들었다. 그 효과에 이준은 환하게 웃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북왕을 휘감은 거대한 번개에서 광폭적인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이준이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하자, 흑마비뢰에 포위되어 있던 북왕이 허공을 강하게 밟으며 포탄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쾅!

북왕의 행동에 수많은 흑마비뢰가 순식간에 모여들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쾅!

북왕의 몸에 부딪힌 흑마비뢰는 곧바로 반짝하고 그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번개와 충돌하며 생긴 강한 힘에 북왕의 몸이 수십 미터 정도 날아가 버렸다. 평범한 투성 강자가 저 충격을 받았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북왕은 수십 미터를 날아갔지만 머리도 털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미친 듯이 쏟아지는 흑마비뢰의 공격을 한 몸에 받았다.

쾅쾅쾅!

번개의 못에는 우렁찬 굉음이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흑마비뢰들은 거대한 용처럼 앞다투어 북왕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하지만 북왕과 부딪힌 검은 번개는 그대로 북왕의 몸속으로 들어가 빠르게 축적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준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용족은 본래 강인한 육체로 유명했지만, 북 용왕의 육체는 그 중에서도 탁월한 강도를 자랑했다. 서 용왕과 남 용왕을 잡아먹으면서 더 강해진 북 용왕의 체력은 보람도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었다.

물론 용황의 피가 완전히 각성되는 순간, 이 세상에서 보람의 힘을 따라갈 사람이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북왕은 엄청난 양의 흑마비뢰를 흡수하고도 여전히 한계에 도달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제련에 성공한 요괴는 염력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오직 육체만으로 싸우게 된다. 하지만 북 용왕 같이 강한 몸을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심지어 투성 유적지의 주인도 북 용왕만큼 좋은 재료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이 속도라면 보름 안에 6성 투성이 될 수 있겠어.’

이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바로 그때, 팔뚝 크기의 작은 흑마비뢰가 날아와 이준의 몸과 강하게 부딪혔다.

그러나 그렇게 작은 흑마비뢰가 이준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순 없었다. 이준의 몸에 닿는 순간, 이준의 피부에 있던 분홍색 불씨가 흑마비뢰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어……?”

놀란 눈으로 흑마비뢰가 있는 곳을 바라보던 이준은 갑자기 생겨난 순수 에너지가 사지 전체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그 순수에너지가 혈관과 근육에 흐르는 순간 찌릿한 느낌과 함께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허무의 불꽃에 있던 만식의 힘이잖아!’

갑작스럽게 전해진 에너지에 이준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응애……. 맛있어.”

그때, 이준의 어깨에서 손바닥만 한 아기가 나타났다. 똘망똘망한 눈을 반짝이며 흑마비뢰를 바라보던 소애의 입꼬리가 낚시 바늘처럼 올라갔다.

소애는 급히 침을 닦으며 작은 입에서 만식의 힘을 뿜어냈다. 그러자 열 개 정도 되는 흑마비뢰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이준에게 빠르게 날아와 소애의 입으로 전부 빨려 들어갔다.

구룽-!

소애의 몸속에서 검은 불꽃이 반짝였다. 그와 동시에 순수한 힘이 다시 이준의 몸 구석구석 물밀듯이 퍼져 나갔다.

에너지의 근원지를 알아챈 이준은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흑마비뢰 속에 있는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에너지를 흡수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에너지를 소애가 먹을 수 있다니,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꿀꺽-.”

이준의 목젖이 천천히 상하로 움직였다. 찌릿한 느낌이 전해지는 에너지가 몸속에 스며드는 순간, 정화세계에서 나온 이후 요지부동이던 그의 실력이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준은 곧바로 고개를 들어 공간을 빼곡하게 뒤덮은 흑마비뢰를 바라보았다. 소애가 있다면 이 흑마비뢰들도 완벽한 보양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내 것이다!”

이준은 입맛을 다시며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들뜬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며 어깨 위에 있는 소애를 바라보았다. 흑마비뢰와 같은 광폭 에너지의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건 이 불의 정령 밖에 없을지도 몰랐다.

이준의 눈빛에 소애의 입에 더욱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곧이어 소애가 통통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더니 흑마비뢰 속으로 뛰어들어 만식의 힘이 담긴 분홍색 화염을 퍼뜨렸다. 정화의 불꽃에 닿자, 흑마비뢰는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모조리 소애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쏴아아!

수많은 흑마비뢰가 소애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렇게 소애의 뱃속으로 들어간 흑마비뢰는 정화의 불꽃에 의해 빠르게 연소되어 순수한 에너지로 변했다.

소애가 흑마비뢰를 흡수하면서 이준의 몸속에도 순수 에너지가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몸속으로 흡수될 때, 이준은 수많은 세포들이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흑마비뢰 하나를 완벽하게 흡수하는데만 해도 장장 하루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곳에 있는 흑마비뢰를 모두 흡수하면 5성 상급 투성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겠어.’

이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는 눈을 감고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솟아나는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나갔다.

한 달 동안 북왕과 소애는 얼마나 많은 흑마비뢰를 해치웠는지 셀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흑마비뢰로 가득 찼던 검은 공간은 어느새 옅게 변해있었다.

북왕의 피부는 한 달 사이에 더 짙게 변해있었다. 알 수 없는 마력을 지닌 검은 빛은 끊임없이 회전하는 블랙홀처럼 어떤 공격도 모두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기이한 검은색 빛이 북왕의 몸을 맴돌면서 북왕은 마치 얇은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북왕은 이미 6성 투성과 맞먹는 실력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흑마비뢰를 아무리 흡수해도 큰 변화가 없자, 이준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얼마나 완벽하든지 요괴는 요괴였다. 지금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여기서 더 높은 실력을 원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북왕이 강해진 한 달 간 이준과 소애 역시 크게 성장해 있었다. 이준은 어느 새 5성 상급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소애의 몸을 둘러싼 화염에는 검은 번개가 섞여 있었다. 수많은 흑마비뢰를 집어삼키며 정화의 불꽃의 공격력이 훨씬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가면서 북왕에게서 나타났던 문제가 이준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력이 5성 투성 중급이 되었을 무렵, 이준의 몸에서 흑마비뢰에 대한 내성이 생겨난 것이다. 이로 인해 수련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수련을 마쳐야만 했다.

* * *

한 달 동안 감겨있던 이준의 두 눈에서 검은 빛이 반짝였다.

“후…….”

그의 한숨은 흡사 천둥소리와 비슷했고, 검은색 기류가 섞인 기운이 입을 통해 빠져나왔다. 이준이 몸을 일으키자 뚜둑, 하는 맑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조금만 더 가면 상급인데……. 아쉽다.”

이준은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저은 뒤 소애와 북왕을 불러들였다.

그의 시선이 먼저 향한 곳은 북왕의 몸이었다. 현재 북왕의 몸은 흑요석처럼 신비로운 광택을 반짝이며 이준조차 긴장할 정도로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완벽해.”

이준은 손가락으로 북왕의 팔을 가볍게 만졌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저도 모르게 ‘완벽하다’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북왕을 훑어보던 이준은 소애에게 시선을 돌렸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분홍색 화염의 표면에서 일렁이는 검은색 번개가 그 동안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북왕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어. 흑마비뢰로는 더 이상 단련할 수 없어. 내 몸도 흑마비뢰 에너지에 내성이 생기기 시작해서 효율이 떨어져.’

한참동안 고민하던 이준은 결국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달 동안 5성 투성 상급에 근접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성과였다.

“가야겠지…….”

바로 그때, 번개의 못에서 갑자기 격렬한 진동이 일어나더니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번개가 전부 중앙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준은 번개의 못 깊은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흑마비뢰와 비슷했지만 훨씬 더 강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기이한 힘을 느낀 이준은 천천히 위로 올라가 소애를 몸속에 거두고 북왕을 앞에 세운 뒤 중앙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그 안에서 느껴지는 위압감도 더욱 강해졌다.

발걸음을 멈춘 이준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거대한 용이 둥지를 튼 채 잠들어있었다. 용의 주변으로는 금색 번개가 피어났다.

“이건……. 9레벨 황금비약만 소환할 수 있는 비뢰, 구현금비뢰잖아…….”

천지의 불꽃처럼 순위를 매긴다면 구현금비뢰는 비뢰 중에서 정화의 불꽃과 허무의 불꽃에 해당하는 엄청난 번개였다.

이 구현금비뢰는 9레벨 황금비약을 제련해냈을 때만 세상에 나왔다. 이 구현금비뢰가 등장하는 순간 천지가 뒤흔들리게 되는데, 투성 강자도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현재 대륙에는 무려 수천 년 동안 구현금비뢰가 출현하지 않고 있었다. 즉, 수천 년 동안 대륙에서 9레벨 황금비약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현재 대륙에서 신물에 가까운 이 연금비약을 만들 수 있는 자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준 역시 연금술로는 대륙 전체에서 세 손안에 꼽을 정도였지만, 9레벨 황금비약은커녕 흑주비약조차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즉, 지금 이곳은 투기대륙 어디를 가도 볼 수 없는 구현금비뢰가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구현금비뢰가 탄생하다니…….”

이준의 호흡이 빠르게 가빠졌다.

금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용은 번개바다 가장 깊은 곳에서 무시무시한 파멸의 힘을 퍼뜨리고 있었다.

흑마비뢰조차 구현금비뢰 앞에서는 그 빛이 바랠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구현금비뢰의 힘은 인간으로 치자면 7성 투성, 혹은 그 이상이었다. 지금 이준의 실력으로 맞부딪히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이에 이준은 용의 기운을 느낀 순간 일말의 고민도 없이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쿵쿵!

이준의 인기척에 점점 더 많은 흑마비뢰가 따라붙기 시작하면서 번개의 못 안이 크게 소란스러워졌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흑마비뢰의 공격에 이준은 황급히 북왕과 소애를 각각 위 아래로 배치해 몸을 보호했다.

이준이 소애를 소환하는 순간 흑마비뢰들 역시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이미 이준의 몸에서 십 미터 범위 안에 들어왔던 흑마비뢰는 그대로 북왕과 소애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가자.”

흑마비뢰의 공격을 가볍게 저지한 이준은 빠르게 청홍빛의 날개를 펼쳤다.

하지만 고개를 돌렸을 때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서서히 눈을 뜨는 금빛 용이었다.

‘큰일이야. 저 녀석을 깨워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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