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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68화 (768/818)

768화. 요괴 제련

삼대 용왕의 몰락으로 오랜 시간 분열되어있던 용족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북 용왕의 악랄한 행동에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강자들은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서 용왕과 남 용왕 모두 북 용왕의 손에 죽으면서 북 용왕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져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대 고룡도의 통합은 생각 이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네 개의 섬으로 나뉘어 허무 공간 속을 떠다니던 고룡도는 수많은 강자들의 협력 하에 다시 하나가 되었다. 앞으로 용족에게는 사대 고룡도가 아닌 단 하나의 ‘고룡도’만 존재할 것이다.

전설의 용족이 통합되는 동안 이준과 채린은 잠시 고룡도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준은 수일 동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수련에 돌입했다. 이번 수련의 목적은 바로 북 용왕의 몸을 요괴로 제련하는 것이었다.

6성 투성보다 더 강했던 북 용왕의 시체는 요괴를 제련하는데 있어 최고의 재료라고 할 수 있었다.

* * *

밀실 안에 앉아 있는 이준의 앞에는 기이한 광택을 뿜어내는 수백 종의 약재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준은 앞에 떠있는 재료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재료들을 모으기 위해 이준은 고룡도에 있는 창고를 한바탕 뒤집어야 했었다. 창고를 수호하던 장로들의 속상한 눈빛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준이 손을 휘두르자 건장한 형체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바로 요괴를 제련할 주재료, 북 용왕의 시체였다.

두 눈을 감은 북 용왕의 몸은 생기 없는 회백색으로 변해있었다.

북 용왕의 머리를 천천히 훑어보던 이준은 여전히 흉악한 기운이 가득한 세 얼굴을 보고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의 육체가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서 용왕과 남 용왕을 산 채로 잡아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선을 거둔 이준이 분홍색 화염을 피워 올리자, 곧바로 화염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약솥이 생겨났다.

치이익!

북 용왕의 몸이 약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피부에서 흘러나온 피가 뜨거운 열기에 의해 증발하기 시작했다.

이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솥 안을 바라보았다. 이미 요괴를 제련해본 적이 있는 이준은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북 용왕의 몸이 단련되어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제련 과정은 간단해 보였지만, 장장 십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동안 이준은 정화의 불꽃을 사용해 끊임없이 북 용왕의 몸을 제련하는 동시에 몸 안에 있는 수분을 모두 제거했다.

열흘 사이 북 용왕의 몸은 삼분의 일로 줄어들었지만 평범한 사람에 비하면 여전히 거대했다.

“이제 몸 안에 있던 피가 전부 근육과 뼈 속으로 스며들었어.”

이준이 씩 웃으며 손을 휘두르자, 북 용왕의 몸을 태우던 정화의 불꽃이 서서히 옅어졌다.

쿵!

정화의 불꽃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북 용왕의 두 눈이 번쩍 떠지며 익숙한 선홍빛이 솟아나더니 음산하면서도 기괴한 웃음소리가 솥 안에서 들려왔다.

“이준, 본왕을 이렇게까지 단련시켜주다니 고맙구나. 이에 보답하기 위해 이 몸의 위험성을 직접 알려주겠다. 끌끌. 흩어져있던 본왕의 영혼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네 스스로를 원망하거라! 전설의 용족은 육체가 영혼이자, 영혼이 육체다!”

다음 순간, 검은 광택으로 번쩍이는 북 용왕이 미친 듯이 웃으며 주먹으로 약솥을 박살내고 이준을 향해 커다란 손을 뻗었다.

무시무시한 강풍이 밀실 안에 매섭게 몰아치고, 철처럼 단단한 북 용왕의 커다란 주먹이 사신의 낫처럼 이준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가격했다.

하지만 화염솥 앞에 서있던 이준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솥을 부수고 나온 북 용왕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뻗을 뿐이었다.

쾅!

이준이 가볍게 손가락을 내밀자, 북 용왕의 몸속에서 분홍색 화염이 샘솟듯이 터져 나오더니 빠르게 머릿속을 뚫고 들어가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던 영혼을 둘러쌌다.

“본왕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깜짝 놀란 북 용왕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멍청하긴. 내가 네 몸에 영혼이 남아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 같아?”

분에 못 이겨 소리치는 북 용왕을 바라보던 이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북 용왕보다 훨씬 강한 영혼의 힘을 가진 이준이 아직 그의 몸속에 영혼이 남아있다는 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이준이 만들어 낸 요괴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육체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투 경험이 없어서는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진짜 투성급 요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철처럼 단단한 몸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그리고 생전의 전투 경험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진정한’ 투성급 요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영혼을 죽은 육체와 완벽하게 결합시켜야 했다.

이준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는 투성급 요괴였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북 용왕의 영혼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그의 영혼이 튀어나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찾았다.”

이준은 분홍색 화염에 휩싸인 북 용왕의 영혼을 바라보며 드디어 자신이 원하던 완벽한 투성급 요괴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안 돼…….”

북 용왕은 그제야 이 모든 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렸다.

분홍색 화염이 북 용왕의 마지막 영혼까지 완벽하게 연소시키자, 정화의 불꽃 안에 신비한 기운이 생겨나 빠르게 요괴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텅 비어있던 북 용왕의 눈에서 금속 같은 차가운 광택이 반짝이기 시작하면서 새까맣던 몸이 강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이에 더해 빳빳하게 굳어있던 몸도 순식간에 강한 힘을 뿜어낼 수 있도록 부드러워졌다.

이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피를 요괴가 된 북 용왕 미간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피의 각인이 되면서 서로 연결된 듯한 기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널……. 북왕(北王)이라 부르겠다.”

이준의 말에 새까만 얼굴에 옅은 파동이 일면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주인님.”

이 요괴는 이전의 하늘 요괴들과 달랐다. 지능이 없는 하늘요괴는 모든 것을 몸이 가는대로 실행했다면, 북왕은 이준이 생각만 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다. 게다가 요괴로서의 단점이 거의 없어 흡사 제 2의 북 용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북왕은 5성 투성 강자와 실력이 비슷할 거야.’

이준은 턱을 문지르며 북왕을 계속 살펴보았다. 5성 투성과 맞먹는 요괴가 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면 얼마나 큰 파장이 일어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준은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북 용왕의 실력은 6성 투성과 필적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이 요괴의 한계를 여기서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요괴는 모든 싸움을 육체에 맡겨 싸워야 해. 북왕의 육체를 정화의 불꽃으로 단련시켰지만 확실한 효과를 얻지 못했어…….’

대지요괴는 번개의 힘을 흡수해 실력을 올렸었다. 이준은 이번에도 그때의 방식으로 특수 재료들을 북왕의 몸속에 주입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즉, 지금의 북왕 역시 번개의 힘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번 요괴가 흡수할 수 있는 번개의 힘은 하늘요괴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클 것이 분명했다.

“그곳을 가야할 것 같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이준은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곧바로 밀실을 빠져나갔다.

방을 빠져나오자 정원에 서있는 채린의 모습이 보였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채린은 이준 뒤에 서있는 북왕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십일 가까이 정화의 불꽃에 단련된 북 용왕의 몸은 크게 변형이 되어있었지만, 거무스레한 저 몸은 누가 봐도 전설의 용족에서 악명이 자자하던 북 용왕이었기 때문이었다.

“성공한 거야?”

이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채린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북왕을 데리고 고룡도 밖 허무공간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 * *

꽈르릉!

새까만 허무공간 속에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이준은 눈앞에 펼쳐진 번개의 못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바로 천지요괴를 단련했던 곳이자 아카데미의 원장, 뇌족의 장천수를 만난 곳이었다.

그 당시 이준은 검은 번개를 만나자마자 혼비백산해 달아났었다. 하지만 오늘 그의 목표는 바로 그 검은색 번개를 찾는 일이었다.

“가자.”

번개가 용솟음치는 번개의 못을 바라보던 이준은 씩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 번개의 못에 처음 왔을 때, 이준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번개에 맞을까 최대한 조심하고 신중했다. 하지만 오늘 그의 몸짓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그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번개의 못을 가로질렀다.

신기하게도 주변에서 마구 뻗어나던 번개들은 이준과 가까워지는 순간 급히 멈추고 당황한 듯 황급히 그를 피해지나갔다.

이준은 멈추지 않고 번개의 못 가장 깊은 곳까지 나아갔다. 정화의 불꽃이 몸을 보호하고 있어 번개의 힘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다. 이준은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검은 번개가 출몰했던 곳까지 도달해 있었다.

“어쩐지 장천수 원장님도 뒤돌아 빠져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번개의 못 끝에 도달하자 주변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이준은 고개를 들어 흑룡(黑龍)처럼 공간을 휘젓는 검은 번개들을 바라보았다. 한데 뒤섞여있는 검은 번개의 위력은 다시 봐도 공포스러웠다.

한참을 굳은 얼굴로 서있던 이준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빙긋 웃었다. 이 번개의 힘을 흡수한다면 북왕은 6성 투성 강자와 정면승부에도 지지 않을 정로도 강한 실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흑마비뢰야…….”

이준은 새까만 번개가 가득한 구역 밖에 멈춰선 채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9레벨 연금비약을 제련해야만 소환할 수 있는 흑마비뢰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준은 흑마비뢰가 낯설지 않았다. 소연금탑에서 제련을 했을 때, 그 역시 흑마비뢰를 소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그 흑마비뢰는 번개의 못에 있는 흑마비뢰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천지의 힘은 역시 신기해.”

이준은 북왕에게 곧바로 번개의 힘을 흡수시키지는 않았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흑마비뢰를 마구 흡수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준은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번개의 못 상황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한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이준은 그제야 안심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후, 북왕이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쿵!

북왕이 번개의 못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예외 없이 흑마비뢰의 주의를 끌었고, 십미터 두께의 커다란 번개가 이무기처럼 북왕의 머리를 휘감으면서 끊임없이 불꽃이 튀었다.

북왕은 자리에 멈춰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번개를 바라보다 손을 서서히 뻗었다. 그의 행동에 흑마비뢰는 도발하듯 북왕의 팔을 강하게 쳐냈다.

흑마비뢰가 북왕의 팔에 닿는 순간, 북왕의 강철 같은 몸이 흑마비뢰를 빠르게 빨아들였다.

치익-!

북왕의 머리털이 송곳처럼 곧게 서기 시작했다. 새까만 번개가 북왕의 몸을 감싼 채 미친 듯이 번쩍이며 고막을 찌르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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