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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66화 (766/818)

766화. 파멸의 기운

화륵-!

분홍색 화염으로 만들어진 장벽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북 용왕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누구냐! 감히 누가 용족의 왕인 나를 방해한단 말이냐!”

그 순간, 두 개의 그림자가 번개처럼 허공을 가르고 날아들어 보람의 곁에 착지했다.

“북 용왕, 역시 네 놈이 벌인 짓이었군.”

“이준이다!”

이준과 채린의 갑작스런 등장에 대진 밖에 있던 동룡도 사람들이 미친 듯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일부 장로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준이 투성 강자라고는 하나, 보람조차 상대하지 못하는 북 용왕을 어떻게 이준이 상대한 단 말인가?

“끌끌. 황천봉, 이 쓸모없는 놈. 시간벌이조차 제대로 못하는구나.”

이준을 발견한 북 용왕이 입 주변에 있는 피를 핥으며 씩 웃었다.

“하긴……. 상관없지. 좋은 제물이 되겠구나.”

영혼 탐지능력으로 북 용왕의 실력이 얼마나 폭등했는지 알아차린 이준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콜록.”

그때, 보람의 어깨에서 핏빛 기운이 빠르게 퍼져나가며 그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끌끌. 화룡의 기운은 용황이라 해도 쉽게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보람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본 북 용왕이 통쾌하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떻게 온 거야…….”

보람은 입에 묻은 피를 닦으며 이준과 채린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새하얗게 변해 있었고, 금방이라도 자리에 쓰러져 죽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그렇게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저 자식이 서 용왕, 남 용왕을 포함한 수많은 부족 사람들을 잡아먹고 6성 투성이 되었어.”

보람의 실력 역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5성 투성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6성 투성이라니……. 용황의 힘을 가진 그녀라 하더라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준은 아무 대답 없이 씩 웃으며 보람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분홍색 불씨가 피어났다.

“허, 화룡의 기운을 없애보겠다는 것이냐?”

이를 바라보던 북 용왕은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람의 몸속을 파고든 핏빛 기운이 그녀의 어깨를 빠져나와 먼지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천지의 불꽃?”

북 용왕이 놀린 듯 눈을 치켜뜨며 중얼거렸다.

그 사이 정화의 불꽃은 보람의 몸속을 한 바퀴 돌며 화룡의 기운을 모조리 증발시키고 있었다. 이에 보람의 얼굴에도 서서히 혈색이 돌아왔지만, 6성 투성이 된 북 용왕을 상대하기에는 도저히 무리였다.

그때, 갑자기 보람의 몸이 빠른 속도로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힘 소모가 가장 적은 모습으로 변해야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준의 모습에 보람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하. 이게 더 귀여워.”

이준은 웃으며 보람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채린이랑 함께 저쪽으로 가있어.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안돼 저 놈은…….”

“걱정 마. 내가 되지도 않을 일에 나서는 거 봤어?”

순간 보람은 이준의 실력이 자신보다 앞섰다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조금씩 웃음기가 돌았다.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어?”

채린이 말했다. 변이된 북 용왕이 6성 투성 실력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이준 혼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니야 놈의 실력은 진짜 6성 투성이라고 할 수 없어. 그리고 대진 안에는 아직 용족 사람들이 남아있어. 내가 저 녀석을 잡고 있을 때 그들을 밖으로 빼내 줘. 그래야 저 녀석의 전투력을 낮출 수 있어.”

이준이 고개를 저으며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응.”

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람의 손을 잡고 번개처럼 날아가 동룡도의 장로들 앞에 나타났다.

장로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벌떼처럼 황급히 다가와 보람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용족은 영원히 통일할 기회를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북 용왕은 채린과 보람의 앞길을 가로막지 않았다. 어차피 이준을 처리하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한 번에 잡아먹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네 몸에서는 독특한 냄새가 나는구나. 용황과 비슷하지만 뭔가 더 맛있을 것 같군…….”

북 용왕이 혀를 이용해 얼굴에 흘러내리는 피를 핥으며 말했다.

이준은 상대가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세 가지 피의 존재를 알아차렸음을 직감했다.

이준의 몸에서 분홍색 화염이 서서히 확산되며 뜨거운 열기가 몸속을 파고드는 화룡의 기운을 몰아냈다.

아무렇지도 않게 화룡의 기운을 몰아내는 이준의 모습에 북 용왕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화룡의 마법진을 이용해 수많은 동족을 잡아먹으며 광포해진 상태였지만, 아직 완전히 이성을 잃지는 않은 상태였다.

“네 몸에 용황의 피가 흐르고 있구나. 그렇다면 너에게도 도용검의 맛을 보게 해줄 수 있겠군!”

북 용왕이 눈을 반짝이며 번개처럼 이준을 향해 날아오며 힘차게 손에 들린 새빨간 검을 휘둘렀다.

“황천의 주먹!”

이에 이준은 살짝 뒤로 물러나며 잽싸게 황천의 주먹을 시전했다.

“허,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하지만 북 용왕은 피식 웃으며 거대한 주먹을 그대로 반 토막 낸 후 검을 가로로 틀어 다시 한번 이준을 베었다.

이준의 청홍빛 뼈날개가 강하게 진동하면서 그의 몸이 빠르게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가 자리에 멈춰서기도 전에 북 용왕이 다시 날아와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동룡도 장로들은 뒤로 밀리는 이준을 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서 이준이 패배한다면 동룡도는 물론이고 용족 전체가 사라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쾅!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이준과 북 용왕이 정면으로 강하게 부딪혔다.

북 용왕과 부딪히는 순간, 이준은 목구멍에서 울컥하고 피비린내가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역시 강해…….’

정면 승부는 어렵다고 느낀 이준은 잽싸게 모든 기운을 거두어들이며 낯선 인결 하나를 그렸다.

그 순간, 몸속에 있던 소애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미간으로 올라와 작은 손을 내밀어 이준과 똑같은 인결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준. 너 따위가 나와 겨뤄보겠다니. 기가 막히는구나!”

이준의 행동을 본 북 용왕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한 번 칼을 들어올렸다.

“인화일체!”

바로 그때, 이준과 소애의 손이 동시에 멈춰서며 이준의 동공에 있던 화련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화륵!

파멸의 기운이 솟구치는 순간, 갑자기 이준의 몸이 타기 시작하며 분홍색 화염이 피부, 근육, 뼈, 세포까지 그의 전신을 가득 채워나갔다.

화악!

분홍색 화염이 미친 듯이 타오르며 이준의 몸이 점점 더 투명해지더니 급기야 화염 사이로 그의 오장육부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내장은 분홍색의 수정으로 뒤덮여있었다. 곧이어 이준의 뼈날개가 녹아내리며 거대한 화염날개로 변했다.

‘인화일체’는 천지의 불꽃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이준의 몸과 융합시키는 무투기로, 화염을 자신의 몸보다 더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본래 이 정도 수준으로 화염을 다루는 것은 이준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고, 자칫하면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사르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소애가 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천지의 불꽃 중 세 번째 불꽃으로 만들어진 불꽃의 정령의 화염 통제 능력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고, 소애와 연결되는 것을 통해 이준은 ‘인화일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준 역시 이 무투기를 사용해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위력에 대해서는 털끝만큼의 의심도 하지 없었다.

이 무투기는 이준의 몸을 화련으로 만들어주는 무투기나 다름이 없었고, 상상을 초월하는 염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상 최강의 무투기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만 소모되는 염력의 양이 너무나도 방대해 이준의 실력으로도 1분 이상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에게 1분은 이 결투의 승패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 * *

핏빛 대진 속에서 갑자기 파멸의 기운이 느껴지자 밖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이준이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이 기운은 대체 무엇인가……. 3년도 안 됐는데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니.”

촉이 장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처음 이준을 만났을 때는 자신이 더 강했는데, 지금 그와 겨룬다면 1분도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말 것이 분명했다.

일부 장로들 역시 얼굴이 환해졌다. 이준이 나타나도 저 미치광이 북 용왕을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지금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어쩌면 북 용왕을 막고 용족을 구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줄곧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보람 역시 갑자기 폭발적으로 상승한 이준의 기운을 느끼고는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흥, 무슨 수를 쓰든 너의 목숨을 오늘로 끝이다!”

북 용왕이 싸늘하게 웃으며 외쳤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과 다르게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빠르게 피범벅이 된 손으로 인결을 그리며 소리쳤다.

“혈용의 승천!”

크르릉!

그 순간, 거대한 핏빛 대진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며 북용왕의 머리 위로 엄청난 핏빛 기운이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여든 핏빛 기운은 동룡도 전체를 가득 메울 만큼 커다란 용이 되어 살기 가득한 포효를 내질렀다.

쾅쾅!

핏빛 기운이 한 곳으로 모이면서 고룡도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연달아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혈용은 그렇게 생겨난 핏빛 안개를 흡수하면서 점점 더 빨갛게 변해갔다.

한편, 다급해진 채린은 곧바로 팔에 깃들어있는 수십 마리의 칠색 이무기를 풀어 사람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재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시체로 변하고 있었다.

“끌끌. 그런 쓰레기로 화룡의 마법진을 없애겠다고? 멍청한 것.”

하늘을 가득 메운 혈용을 바라보며 북 용왕의 입가에 승리를 확신한 듯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싸늘한 눈빛으로 이준을 노려보던 북 용왕이 번개처럼 뛰어올라 혈용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북 용왕이 혈용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새빨간 빛이 더욱 짙어졌다. 암홍색으로 변한 용의 비늘은 보는 것만으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한 빛을 발했다.

크르릉!

핏빛 기운이 가득한 혈용은 이준을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갑자기 입을 벌려 수백 미터에 달하는 핏빛 기둥을 뿜어냈다.

“조심해!”

핏빛 기둥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힘을 느낀 보람이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5성 투성이라 하더라도 절대 견디지 못할 위력이었다.

“하하. 이준, 본왕이 네 목숨을 거두어주마!”

북 용왕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텅 빈 공간 속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분홍색 화염 연꽃을 머금은 이준의 눈이 번쩍 뜨이며 빛을 내뿜었다.

“이 힘은…….”

눈을 뜨는 순간 이준은 자신의 몸에서 익숙하고도 공포스러운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전신을 타고 흐르는 뜨겁고도 강렬한 그 기운은 바로 정화의 불꽃의 에너지였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와 힘에 이준은 자신이 정화의 불꽃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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