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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64화 (764/818)

764화. 구색 빛기둥

“어림없다!”

환영들이 빠르게 사라지며 황천봉의 진짜 몸이 왼쪽에서 나타났고, 이준은 기다렸다는 듯 이족의 족문을 사용했다.

그 순간, 분홍색 화염이 이준의 손가락을 감싸며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준이 그대로 손을 뻗자, 금빛 잔상이 흩어지며 황천봉의 몸이 그대로 우뚝 멈춰 섰다. 봉황축지법이 깨진 것이다.

분홍색 화염에 둘러싸인 손가락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황천봉의 주먹에서 퍼져 나오던 금빛 염력을 빠른 속도로 녹여버렸다.

“제길!”

주먹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황천봉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당황한 황천봉은 더욱 빠르게 날개를 펄럭이며 위치를 바꾼 뒤 다시 한 번 이준의 정수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쾅!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황천봉이 주먹을 내미는 순간, 그의 염력에 묻어있던 분홍색 불씨가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분홍색 화염은 하늘로 빠르게 퍼지면서 공기 중에 있던 모든 수분을 증발시켰고, 황천봉의 입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불파도가 빠르게 옅어지며 황천봉의 모습이 눈앞에 드러났다.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천봉의 옷은 절반 이상이 사라졌고, 팔 전체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큰 부상을 입었지만 엄청난 열기에 혈관이 타버리면서 피조차도 흐르지 않았다. 황천봉이 빠르게 반응하지 않았다면 팔 전체를 못 쓰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아쉽군.”

뒤로 물러난 이준이 아쉬운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봉황족의 족장이 될 만한 실력은 있군.“

정화의 불꽃이 아니었다면 이준의 공격도 이렇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준은 황천봉이 혼전의 전주보다 한수 위의 강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본 황천봉이 분노로 이를 악문 채 중얼거렸다.

“역시 혼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놈답구나! 내가 널 만만하게 봤어!”

황천봉의 표정을 본 이준은 온 신경을 바짝 세운 채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황천봉의 염력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꽈르릉!

이때, 갑자기 천둥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먹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새파란 전광이 대지를 강하게 뒤흔들었다.

“요괴봉황의 성상!”

황천봉이 인결을 맺으며 고함을 내지르자, 그의 몸이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하더니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요괴봉황으로 변했다.

“황천봉을 이렇게까지 압박할 수 있다니…….”

이를 바라보던 요명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이준의 낯빛도 점점 어두워졌다. 하늘 봉황은 3, 4성 투성 강자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아도 멀쩡할 정도로 강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황천봉의 속도까지 더해진다면 무투기 하나 없이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이번엔 정말 어렵겠는걸.’

이준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거대한 요괴봉황으로 변신한 황천봉이 두 날개를 휘둘러 폭풍을 일으켰다. 이준을 노려보는 황천봉의 날카로운 눈동자에는 먹이를 노리는 매와도 같은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쿵!

황천봉의 거대한 날개가 강하게 흔들리는 순간, 하늘 전체가 삽시간에 어두워지며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공간을 가르고 날아갔다. 곧이어 천둥 같은 음파가 폭발하며 주변에 있던 강자들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높다란 산봉우리가 와르르 무너졌다.

“스읍.”

사람들은 두려움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황천봉에게는 어떠한 무투기도 필요 없었다. 그의 몸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무투기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투성 강자도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형체가 번개처럼 하늘을 가르고, 난류가 이준의 몸을 베어버릴 듯 달려들었다.

우웅!

그 순간, 거대한 영혼 환영이 이준의 몸을 감싸더니 강한 영혼음파를 쏟아내황천봉의 공세를 막아냈다.

황천봉의 육체는 강철처럼 단단했지만, 영혼에 타격을 입히는 황천의 분노 앞에서는 그 강인한 육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쾅!

영혼음파와 정면으로 부딪히자, 황천봉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와 동시에 강철처럼 솟아있던 깃털의 일부가 그대로 찢어져 버렸고, 영혼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비열한 놈!”

분노한 황천봉은 독기 어린 눈으로 이준을 노려보며 영혼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더욱 힘차게 앞으로 몸을 날렸다. 육체의 힘은 자신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으니, 부딪히기만 하면 이준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쉬이익-

거대한 포탄처럼 날아드는 황천봉의 모습에 이준의 낯빛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자신의 속도로는 황천봉을 따돌릴 수 없었고,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준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번개 같은 속도로 인을 맺어 황천의 분노를 연달아 시전했다.

세 번의 영혼음파가 잇따라 폭발하자, 멀리 떨어져있던 강자들도 선혈을 뿜어내며 저만치 뒤로 밀려났다.

쾅쾅쾅!

거대한 영혼음파가 연속으로 황천봉의 몸에 부딪히며 금빛 깃털이 그대로 찢어지고, 화려하게 반짝이던 금빛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곧이어 황천봉의 영혼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심장을 깎아내리는 듯한 통증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황천봉은 날개를 움직일 힘조차 잃고 말았다.

“영혼음파로 저런 위력을 만들 수 있다니…….”

멀리 있던 요명이 두려운 표정으로 이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의 영혼충격이라면 두 번만 맞아도 영혼이 완전히 박살나버릴 것 같았다.

“이, 이 놈…….”

정신이 흐릿해진 황천봉은 마찬가지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준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날개를 움직였다.

쿠웅!

황천봉이 다시 날개를 펄럭이자, 산봉우리도 무너뜨릴 것 같은 난류가 이준의 몸을 강타하며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염력 보호막이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그때, 요명을 비롯한 사람들의 낯빛이 빠르게 변했다.

이준은 순식간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황천봉을 바라보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여섯 개의 색깔이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불연꽃이 파멸의 기운을 내뿜으며 피어올랐다.

하지만 화련을 날리려던 찰나, 지옥호수의 수면아래에서 굉음과 함께 빛기둥이 터져 나와 이준과 황천봉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휘황찬란한 빛기둥에는 무려 아홉 가지의 색이 섞여있었다.

아홉 가지 색의 빛기둥이 하늘을 가르며 천지가 환하게 밝아졌다.

“이건…….”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기이한 빛기둥이 대체 어디서 온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 기운은…….”

지옥 이무기족의 장로들은 멍한 표정으로 빛기둥을 바라보았다. 그 빛이 솟아오르는 순간, 피와 영혼에서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쾅!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황천봉의 거대한 몸이 그대로 빛기둥과 강하게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굉음이 폭발했다.

곧이어 아홉 가지 색으로 빛나는 빛기둥에 커다란 균열이 생겨나며 수백 미터에 달하는 구색 이무기의 꼬리가 튀어나와 황천봉의 몸을 칭칭 옭아맸다.

“구색 이무기!”

지옥이무기족의 장로들이 놀란 얼굴로 눈부신 빛을 발하는 이무기를 바라보며 외쳤다. 사람 몸만 한 비늘이 전신을 빼곡하게 뒤덮은 구색 이무기가 몸을 틀자, 엄청난 기운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구색 이무기는 전설로 전해지는 신급 마수로, 모든 뱀 마수들의 선조인 고대 하늘 뱀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 세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현재 지옥이무기족은 뱀족 중 고대 하늘 뱀의 피를 가장 강하게 물려받은 마수라 할 수 있었지만, 구색 이무기 앞에서는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 과연 이준이 그녀를 지옥 호수로 보내 수련시킨 이유가 있었군.’

요명은 그제야 왜 이준이 채린을 자신도 오래 머무를 수 없는 황천 속으로 수련을 보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구색 이무기?! 이럴 수가……. 어떻게 구색 이무기가 아직도 남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혀를 날름거리며 기이한 빛을 발하는 커다란 동공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구색이무기를 바라보던 황천봉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실성한 듯 소리쳤다.

구색 이무기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황천봉을 노려보며 황천봉의 몸을 옥죈 꼬리에 점차 힘을 가했다.

무시무시한 압력에 황천봉의 강철 같은 깃털은 그대로 끊어지며 우드득 하는 소리가 황천봉의 몸에서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젠장!”

황천봉의 거대한 눈이 공포와 분노로 물들었다. 그가 하늘을 향해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자, 온 몸에서 더욱 환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금빛이 온몸으로 번지며 황천봉의 깃털이 곧게 서더니, 날카로운 칼처럼 미친 듯이 구색 이무기의 몸을 베기 시작했다.

곧이어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사방으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우직!

점점 더 강하게 자신의 몸을 조여 오는 구색 이무기의 힘을 느낀 황천봉은 온 힘을 다해 몸을 흔들어 약간의 틈을 만든 뒤 사람의 모습으로 다시 변해 황급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쾅!

그러나 그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기이한 빛을 띤 꼬리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날아와 그의 몸을 강타했다.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온 황천봉은 곧바로 피를 토하며 산봉우리 깊숙한 곳에 그대로 처박히고 말았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산봉우리 깊숙한 곳에 처박힌 황천봉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집어삼켰다. 평범한 투성 강자였다면 방금 전의 일격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봉황족의 투성 강자들마저 겁을 집어먹고 자신들의 족장을 구하러 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거대한 구색 이무기가 서서히 몸을 꼬더니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했다.

하늘 위에 떠있던 그녀는 놀란 사람들을 뒤로한 채 천천히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지옥 이무기족의 강자들은 마치 여왕을 맞이하는 사람마냥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채린의 시선이 이준에게 닿는 순간, 그녀의 입가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가 피어났다.

“수련이 끝난 거야?”

“응.”

이준을 천천히 훑던 채린은 초승달처럼 얇은 눈썹을 움찔거리며 물었다.

“또 승급한 거야?”

“너랑 비교할 순 없지.”

이준이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그래?”

말을 마친 채린이 향기를 풍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준에게 다가갔다. 곧이어 그녀의 손끝에서 아홉 가지 색의 빛과 함께 기이한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행동이 무엇인지 눈치 챈 이준은 곧바로 분홍색 화염을 눈앞에 펼쳤다. 그러자 이준을 향하던 채린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채린이 아쉬운 표정으로 이준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이긴 줄 알았는데.”

지옥 호수에서 돌아온 채린은 과거의 그 메두사여왕으로 돌아간 것처럼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차가웠다.

“그보다, 지금 네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 거야?”

이준이 씁쓸한 웃음을 삼키며 물었다. 그의 영혼탐지능력으로도 채린의 정확한 실력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4성 투성 정도?”

채린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강하고 차가운 그녀였지만, 이준 앞에서 만큼은 부드럽고 온화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 전 공격의 위력은 4성 투성 수준이 아니었는데…….”

이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거야 다른 힘을 빌렸으니까.”

채린은 이준에게 다가가 소매를 걷어 손목을 보여주었다. 소매 밖으로 드러난 채린의 손목에는 일곱 빛깔이 반짝이는 뱀 무늬가 팔까지 길게 그려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뱀 무늬일 뿐이었지만, 그 안에서 헤아릴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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