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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47화 (747/818)

747화. 천라의 봉인

“후퇴!”

화노들이 달려들기 무섭게 이준이 굳은 얼굴로 소리치며 빠르게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쪽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투성 강자였지만, 고통을 모르는 저 화노들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벌였다가는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 전주, 우리는 덤비는 녀석들만 처리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요.”

혼풍이 말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소족장님.”

부전주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황급히 한 자리로 모인 강자들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눈앞에 나타난 화노들을 노려보았다.

쉭쉭쉭!

곧이어 몇 몇 화노들이 그들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일제히 한점을 향해 돌진했다.

화노들이 향한 곳은 바로 이준 일행이 서있는 곳이었다.

“2성 고급 투성들은 나에게 맡겨.”

이준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2성 초급 투성 화노들은 제가 상대할게요.”

이은이 빙긋 웃으며 이준의 말에 답했다.

“마지막 하나는 내가 맡는 수밖에 없겠군.”

소연금탑의 대장로가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마지막 하나 남은 화노는 1성 고급 투성 정도의 실력으로, 대장로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모두 최대한 조심하시고, 다른 사람들 움직임도 주의하세요.”

말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2성 투성급 화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은 송곳이 들려 있었다.

챙!

화노가 팔을 들어 이준의 검은 송곳을 막아내는 순간, 검은 송곳과 새하얀 팔 사이에서 눈부신 불꽃이 터져 나왔다.

크르릉!

다음 순간, 새하얀 화염이 마치 살아있는 듯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이준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그가 집어삼킨 것은 이준이 아니라 이준의 잔상이었다.

잔상이 사라지는 순간, 화노의 등 뒤에 검은 광단을 손에 쥔 이준의 모습이 나타났다.

“죽음의 광단!”

펑펑!

죽음의 광단이 투성 화노와 충돌하는 순간, 화노를 감싸고 있던 새하얀 화염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죽음의 광단의 무시무시한 위력으로도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화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놈은 물러서기는커녕 더욱 거칠게 새하얀 화염을 토해내며 이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이준의 손에 들린 검은 광단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불어나며 새하얀 화염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화염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 화노는 완전히 쓰러지게 될 것이다.

한편, 이은과 대장로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화노를 상대해 나가고 있었다. 화노의 몸을 감싼 화염 때문에 잠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민첩한 동작과 강한 무투기를 기반으로 훌륭하게 놈들에게 맞서고 있었다.

“황천의 손가락!”

거대한 주먹이 화노의 몸을 강타하자, 검은 광단에 집어삼켜지던 화노가 산산조각이 나서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고통도 공포도 모르는 화노였지만, 몸을 뒤덮고 있는 화염이 사라질수록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저 화염이 에너지의 원천이구나.’

그 순간, 이준의 머릿속에 번뜩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이신 선조님의 불꽃을 봉인할 때 사용한 광단의 힘을 사용하면 저 놈들을 조종할 수 있을까?’

그의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 화노들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생각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화염을 거의 잃어버린 화노 앞으로 날아간 뒤 빠르게 놈의 이마에 문양을 그려 넣었다.

쿵!

기이한 문양이 화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준의 눈앞에 또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화노의 머릿속 세계였다. 화노의 머릿속 깊은 곳에는 새하얀 화염 구슬이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채 숨어있었다. 이준이 영혼의 힘을 활용해 문양을 밀어넣자, 기이한 에너지가 화염 주위를 맴돌다 천천히 구슬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문양이 새겨진 화노가 들고 있던 팔을 천천히 내리더니 이준의 곁으로 다가와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

‘됐어!’

이준은 자신 앞에 가만히 서있는 투성 화노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 봉인으로 화노를 오랫동안 통제하지는 못할거야. 정화의 불꽃이 머리속에 화염 구슬을 집어넣으면 다시 통제권을 뺏기겠지…….’

화노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준이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화노를 완전히 장악하려면 반드시 머릿속에 있는 화염구슬을 없애야만 했다.

‘지금은 정화의 불꽃도 여기에 신경 쓸 새가 없을 거야.’

그러나 화염구슬을 완전히 없애는 건 잠깐 사이에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반드시 정화의 구슬이 이쪽에 신경을 쓰지 못할 때를 노려야 할 것 같았다.

첫 번째 화노를 잠시나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이준은 이은과 대장로가 상대하고 있는 화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화노 역시 몸을 감싸고 있던 화염이 많이 어두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얼마 지나지 않아 승부가 날 것 같았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흉포한 에너지가 폭발하며 거센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파동이 전해진 곳에는 화현이 하늘을 밟고 서있었다. 그의 뒤에는 백 미터가 족히 되는 화염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는데, 그의 불날개가 움직일 때마다 화염이 폭풍처럼 세상을 뒤덮었다.

“저게 팔황의 불꽃인가?”

화현의 뒤편에 보이는 검은빛 화염을 발견한 이준은 부러운 시선으로 화현의 몸을 훑었다.

팔황의 불꽃. 파괴의 불꽃으로도 불리는 이 불꽃은 무시무시한 파괴력 하나로 천지의 불꽃 중 여섯 번째에 이름을 올린 화염이었다.

팔황의 불꽃을 시전한 화현은 1성 투성 상급 화노들을 순식간에 꼼짝도 못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만일 정화의 불꽃이 몸을 보호해주고 있지 않았다면 진즉에 화노들을 재로 만들었을 것이다.

구궁!

이준이 화현에게 시선을 빼앗겨 있을 때, 반대편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풍?’

그 곳에서는 혼풍과 2성 고급 투성 화노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혼풍의 주먹이 화노를 강타하는 순간, 화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모조리 혼풍의 주먹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불꽃을 삼킬 수 있다고?”

이준의 낯빛이 빠르게 변했다. 화노의 불꽃은 정화의 불꽃의 본체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파멸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준도 흡수할 수 없는 화염을 혼풍이 집어삼킬 수 있단 말인가?

새하얀 불씨를 한껏 집어삼킨 혼풍은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 붉은 혓바닥으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이준과 눈이 마주치자, 그의 검은 눈동자가 기이한 빛을 발했다.

‘진짜 이상한 녀석이야…….’

혼풍의 눈동자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분 나쁜 광채에 이준은 왠지 모르게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으아아!”

곧이어 거대한 전장 속에서 엄청난 에너지 파동이 폭발하더니 귀를 찌르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정화의 불꽃이었다.

쾅!

이준이 시선을 돌리기도 전에 그와 가까운 곳에 있던 화노의 두 눈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엄청난 에너지가 번개처럼 확산됐다.

“자폭이야. 빨리 피해!”

화노가 폭발하려는 것을 발견한 이준이 다급히 소리쳤다. 투성 강자의 자폭은 천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니, 저 폭발에 휘말려 들었다가는 누구도 무사할 수 없었다.

쾅!

이준 일행이 몸을 날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화노의 몸이 빠르게 팽창하더니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거대한 산조차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힘을 품은 에너지폭풍이 무서운 속도로 하늘을 헤집고, 수심이 수천 미터나 되는 용암 호수가 거칠게 출렁이며 해일과도 같은 파도가 일었다.

“푸흡!”

미처 피하지 못한 강자들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이준이 통제하고 있던 화노를 제외한 나머지 화노들이 눈을 번뜩이며 빠르게 이준의 뒤를 쫓아갔다.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화노들의 모습에 영혼의 궁전의 부전주 역시 낯빛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그 역시 투성의 자폭을 막아낼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쾅쾅쾅!

이준 일행은 자폭이 시작되기 전에 달아나기 시작해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지만, 모두가 이렇게 운이 좋을 순 없었다. 화노들의 자폭이 만들어 낸 에너지 폭풍에 휘말린 강자들은 모두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아홉 명의 화노 중 여섯은 자폭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셋은 다른 화노들의 에너지 폭풍에 휩쓸려 자폭조차 하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버렸다.

폭발을 피해 최대한 멀리 달아난 이준은 천지를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에너지 폭풍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런 폭발에 휘말렸다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이준이 긴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옆에 있던 이은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 지금이 정화의 불꽃을 봉인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입니다!”

이준 일행이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전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발이 된 전주가 하늘 높이 뛰어 올라 손바닥으로 허공을 강하게 내리치자, 천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봉인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거대한 진의 중심에는 정화의 불꽃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라의 봉인이라니……!”

이은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소!”

고남해 역시 천라의 봉인을 아는 듯 빠르게 반응을 보였다.

일곱 명의 4성 투성이 일제히 염력을 폭발시키는 순간, 전주가 펼친 봉인진 위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검은색 빛기둥이 솟아났다.

쉭!

전주가 창백한 얼굴로 인을 맺기 시작하자, 기이한 문양이 가득한 검은색 빛기둥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정화의 불꽃과 맞부딪혔다.

“천라의 불!”

전주가 사냥감을 바라보는 늑대처럼 정화의 불꽃을 바라보며 외쳤다.

쉭-

전주의 검은 색 빛기둥이 정화의 불꽃과 맞부딪히는 순간, 천지가 뒤흔들리며 용암 호수 위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용암 구덩이가 생겨났다.

“으아악!”

검은 빛이 새하얀 불꽃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하자, 정화의 불꽃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쾅쾅쾅!

위기를 느낀 정화의 불꽃은 황급히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염 거인으로 변신했다. 거대한 화염 거인의 등장에 용암 호수가 더욱 뜨겁게 끓어오르며 무시무시한 열기가 살갗을 타고 전해졌다.

정화의 불꽃이 힘을 폭발시키자 검은 색 빛기둥이 거세게 뒤흔들리며 표면위에 가느다란 균열이 생겨났다.

“모두 천라의 봉인에 염력을 불어 넣으시오! 놈이 이 봉인을 깨는 순간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요!”

전주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거대한 봉인 위에 다시 한번 염력을 쏟아 부으며 외쳤다.

나머지 여섯 명의 4성 투성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이를 악물고 염력을 쥐어 짜냈다. 그러자 균열이 사라지며 다시 검은 빛기둥에서 무시무시한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를 봉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 순간,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새하얀 화염이 또 한 번 검은 색 빛기둥을 강타했다.

“푸흡!”

정화의 불꽃의 반격에 일곱 명의 4성 투성이 일제히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여러분.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야 합니다!”

전주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입가에 흘러내린 자신의 피를 빛기둥을 향해 날려 보냈다. 염력으로도 모자라 피의 힘까지 보태는 전주의 모습에 다른 강자들 역시 하나 둘 검은 빛기둥을 향해 자신의 피를 날렸다.

치이이익!

일곱이나 되는 4성 투성의 염력과 피의 힘이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하자, 정화의 불꽃의 몸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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