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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36화 (736/818)

736화. 대천존

장시산(葬尸山)은 중주 서남 지역 접경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사방이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해 ‘유령산’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쉭!

조용한 장시산 하늘에 갑자기 빛이 번쩍이며 산봉우리 위로 한 무리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빠르게 회색빛 나무 뒤에 몸을 숨긴 뒤 음산한 기운을 가득 뿜어내는 산의 중심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인전은 이 장시산 깊은 곳에 있다.”

약로는 깊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음을 지은 뒤 팔을 휘둘러 공간의 힘을 퍼뜨렸다.

* * *

일그러진 공간 속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한 검은 색 토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먹처럼 검은 대지의 곳곳에는 새하얀 점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 새하얀 점들의 정체는 바로 버려진 뼛조각이었다.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대지의 중심에는 거대한 대전 하나가 우뚝 서있었는데, 대전에서 뿜어져 나온 음산한 기운이 봉인된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새까만 대전 안에는 거대한 쇠사슬이 바닥 깊이 박혀 있었으며, 사슬 주위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안개가 떠돌고 있었다.

화악!

잠시 후, 쇠사슬에서 열 개 남짓 되는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가자. 임무를 수행하러 갈 때가 됐어. 이번엔 영혼들을 충분히 모아야 할 텐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그림자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끌끌. 류 영감이 천부 연맹의 도시를 습격하면서 수많은 영혼들을 데려와 천존 대인에게 포상을 받았다지. 우리도 대인에게 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우리는 아예 도시에 있는 모든 인간들의 영혼을 바쳐보는 것은 어떻겠나?”

그때, 단단한 공간 장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더니 몇 개의 그림자가 새까만 토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 장벽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준은 검은 안개 속에서 싸늘한 눈빛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감히 영혼의 궁전의 땅에 들어오다니, 죽고 싶으냐!”

노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가 일제히 이준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화륵-

그러나 이준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자갈색의 뜨거운 화염이 쏟아져 나오며 그림자를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

“감히 영혼의 궁전의 땅을 침범한 것으로도 모자라 영호들을 죽이다니! 네 놈들의 영혼을 끄집어내 영원히 고통을 느끼게 해주마!”

잠시 후,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빠르게 날아와 이준을 노려보았다.

“흥, 투존 따위가 내 앞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준이 앞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백 미터도 넘는 거대한 화염 장벽이 하늘 위에 펼쳐졌다.

이어서 이준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뒤 주먹을 움켜쥐자, 주위의 공간이 빠르게 굳어버리며 그를 향해 날아오던 천존들이 그대로 고깃덩어리가 되어 으깨지고 말았다. 2성 투성의 경지에 오른 지금의 이준에게 투존 따위가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그 순간, 허공 위에 새파란 화염이 솟아나며 사방으로 열기가 퍼져나갔다.

“바다의 불꽃? 모골인가?”

하지만 이준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손을 휘둘러 파란색 화염을 없애버렸다.

가벼운 손짓 한번으로 바다의 불꽃이 사라지자, 모골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이준?!”

인전에 쳐들어온 침입자가 이준임을 확인한 모골은 귀신에 홀린 듯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사지를 덜덜 떨었다.

“네, 네가 투성이 됐다고?”

“하하, 오랜만입니다. 그간 당신 따위가 바다의 불꽃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당신을 죽이는 김에 천지의 불꽃도 회수해 가야겠군요.”

말을 마친 이준이 가볍게 손을 들어 주먹을 쥐자, 알 수 없는 힘이 뿜어져 나와 모골의 몸속에 있는 바다의 불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준.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이준이 모골의 몸에서 바다의 불꽃을 빼내려던 찰나, 대전 안에서 또 다시 분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검은 그림자 하나가 번개처럼 날아와 백 미터에 달하는 굵은 쇠사슬을 내던졌다.

“백골 장로……. 이거 반가운 얼굴이 여럿 있군요.”

쇠사슬을 날린 것은 바로 영혼의 궁전의 백골 장로였다. 하지만 이준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쇠사슬이 단박에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나오시오!”

백골 장로의 공격을 가볍게 튕겨낸 이준은 다시 한 번 주먹에 힘을 주자, 파란색 화염이 빠르게 빠져나오며 모골의 몸이 시체처럼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준. 내가 이대로 무너질 것 같으냐!”

모골의 눈에 핏줄이 가득 서더니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폭을 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당신 따위는 내 앞에서 자폭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준은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손을 휘둘러 모골을 향해 강풍을 날려 보냈다.

이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날카로운 바람에 맞는 순간, 모골의 몸이 사방으로 피를 흩뿌리며 터져버렸다.

벌레를 죽이듯 간단하게 모골을 처치해버린 이준은 곧바로 그의 몸에서 뽑아낸 바다의 불꽃을 집어삼켰다. 지금 이준의 실력으로는 바다의 불꽃을 흡수한다고 승급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련의 위력을 높이는 데는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준. 오늘 여기가 네 무덤이 될 것이다!”

모골이 죽어 없어지자, 드디어 백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에게 그럴만한 실력이 있겠습니까?”

이준이 고개를 들어 백골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히 네 놈 따위가!”

분노한 백골은 버럭 소리를 내질렀지만, 이준은 그에게 관심조차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대천존. 더 이상 숨어있지 말고 나오시지! 아니면 소중한 분전을 잿더미로 만들어 주겠어!”

“허……. 새파란 애송이가 투성이 되었다고 오만하기가 이를데 없구나.”

그때, 검은색의 짙은 안개가 솟아나더니 메마른 노인 한 명이 그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 안개 속에서 나타난 것은 해골처럼 빼빼마른 노인이었다. 검은 의복 위로 드러난 깊은 주름살이 그가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노인의 깊은 두 눈동자에선 도깨비 불같은 기이한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준. 이렇게 겁 없이 제 발로 기어올 줄 몰랐구나. 고맙다. 네 놈을 찾아갈 수고를 덜어주어서.”

대천존이 싸늘한 표정으로 이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대천존이군.”

대천존을 바라보는 이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얼마 전 백골을 죽이려 했을 때, 중간에 나타나 그를 구해주었던 것도 바로 대천존이었다.

그때는 대천존의 실력조차 느낄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의 실력을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었다. 2성 중급 투성. 지금의 이준에게는 조금도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대천존님! 아주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굴러들어 왔습니다! 투성 강자의 영혼이라면 분전에서 백 년 동안 모은 영혼과 맞먹을 겁니다!”

백골이 흉악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하. 백골, 내 제자에게 패배해놓고 대천존에게 복수를 부탁하다니, 창피하지도 않은가.”

그때,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약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약선!”

약로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을 느낀 백골의 표정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네 놈도 투성이 된 것이냐!”

“운이 좋았지. 지난 번 성운각을 공격했던 것에 대한 대가를 받으러 왔다.”

“허, 네 놈이 투성이 됐다고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더냐!”

하지만 백골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들의 영토인 이곳에서는 영혼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본래 실력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흥, 잘됐구나. 네 놈의 영혼을 다시 한 번 봉인해주마!”

백골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팔을 휘두르자, 수백 개의 검은 쇠사슬이 끔찍한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약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약로가 백골과 접전을 벌이는 사이, 이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영혼의 궁전의 강자들을 훑어보았다.

“저들은 너희에게 맡길게.”

이준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라와 예린을 향해 말했다. 지금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반투성 강자라도 거뜬히 상대할 수 있었으니, 떨거지들은 두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천존과의 대결에 집중해야겠다는 것이 이준의 생각이었다.

“허!”

자신과 1대1로 맞붙으려는 이준의 모습에 대천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인결을 맺기 시작했다.

쉭쉭!

인결이 완성 되는 순간, 텅 빈 공간에서 날카로운 뼈들이 솟아나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런 것쯤이야.”

이준은 곧바로 자갈색 화염을 폭발시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백 개의 뼈들을 불태워 버렸다.

“제법이구나!”

송곳처럼 날카로운 뼈들을 없애버리기 무섭게 이준의 위쪽에서 거대한 뼈로 이루어진 칼날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쉭!

칼날에 담긴 영혼의 힘을 느낀 이준은 조금 놀란 듯 미간을 찌푸렸다.

‘영혼 공격이라니…….’

하지만 영혼의 힘이라면 그 역시 자신이 있었다.

다음 순간, 이준의 미간에서 솟아나온 영혼의 힘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날아가 거대한 뼈 칼날들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뼈칼날이 부서지자, 이번에는 새까만 안개로 뒤덮인 장검이 대천존의 손 위에 나타났다.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장검에서는 뼈로 만들어진 칼날과 마찬가지로 영혼의 힘이 느껴졌다.

‘영혼까지 자를 수 있는 칼이라…….’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이준은 곧바로 발을 굴러 용암기둥을 폭발시켰다.

“허!”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대천존은 다시 한 번 칼을 휘둘러 용암기둥을 그대로 조각내 버렸다.

“이준. 이 칼은 만 명의 뼈로 만들어졌다. 수많은 영혼이 이 속에 들어있는 셈이지. 이 칼날에 닿는 순간 온 몸이 갉아 먹히는 듯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대천존이 섬뜩한 기운을 내뿜는 장검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오늘, 네 목숨은 내가 가져가마!”

“웃기는 소리!”

대천존의 말에 이준은 코웃음을 치며 다섯 개의 천지의 불꽃을 소환했다.

이준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면서 다섯 개의 천지의 불꽃이 각각 늑대와 표범 등으로 변화해 다섯 방향으로 흩어졌다.

오륜이화법. 5개의 정령 중 네 개가 천지의 불꽃으로 만들어졌을 때도 그 위력은 천상계 무투기에 필적했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다섯 개의 천지의 불꽃을 사용한 완벽한 오륜이화법이 펼쳐진 것이다.

우웅!

다섯 마리의 화염 정령이 빠른 속도로 융합되면서 수백 미터가 넘는 불고리가 형성되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공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 건방진 놈!”

대천존 역시 이에 맞서 빠르게 검은 안개를 퍼뜨렸다. 그러자 검은 안개가 끔찍한 비명을 내뱉으며 빠른 속도로 그의 칼날을 휘감았다.

“죽어라!”

대천존이 칼을 들어 올려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그 순간, 거대한 칼이 이준의 불고리를 반으로 갈랐다.

그의 장검이 스쳐지나간 공간은 모두 새까맣게 무너져 내렸고, 천 미터 아래 있는 땅 마저 반으로 갈라지면서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회전!”

이준 역시 빠르게 손을 휘두르자, 불고리가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웅,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챙!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칼날과 이준의 화염이 강하게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 무시무시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주위의 공간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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