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만이살길-730화 (730/818)

730화. 활약

봉황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요명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요명? 네가 아직 살아있었단 말이냐?”

“그 요괴 말입니까? 수련 중에 죽은 것 아니었습니까?”

곤황이 놀란 표정으로 봉황과 요명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네놈들도 살아있는데 내가 먼저 갈수야 없지 않겠느냐.”

요명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네 놈이 정신을 놓은 모양이구나. 감히 하늘 봉황족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봉황이 요명을 노려보며 외쳤다.

“하하. 하늘 봉황족은 역시 위풍당당하네요.”

그때, 요명의 등 뒤에서 옅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놈은 누구냐!”

한 눈에 이준의 실력을 알아본 봉황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이준?!”

이준의 얼굴을 발견하는 순간, 봉황의 뒤에 있던 봉연과 구봉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준? 용황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망쳐버렸다던 그 이준?!”

봉황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제가 하늘 봉황족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군요.”

이준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는 순간, 구봉과 봉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불과 2년 사이에 1성 상급 투성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반면 봉연은 억지로 실력을 끌어올린 부작용으로 인해 실력이 늘기는 커녕 줄어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상태였다. 구봉은 9전 투존 전성기 수준까지 실력이 올라 있었지만, 이준과 맞붙는다면 눈 깜짝할 새에 목숨을 잃고 말 것이 뻔했다.

“후읍…….”

봉황이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이준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좋은 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요명. 지금 우리와 전쟁이라도 할 생각인가?”

봉황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용족과 동맹을 맺게 되어서 말이오. 그 상대가 동룡도이기는 하지만.”

요명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악명 높은 봉황일지라도 지금의 그에게는 조금도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간다면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준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 놈이 뭔데 봉황족의 문제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냐! 게다가, 우리가 돌아간다고 동룡도가 무사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삼대 고룡도는 이미 동룡도를 포위했다.”

봉황의 말을 듣는 순간, 이준의 눈에 대번에 살기가 돌았다. 삼대 고룡도가 이렇게 빨리 행동을 개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이 곳에서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단 한 명도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준이 고개를 들고 소리치자, 봉황 역시 살기로 눈을 번뜩이며 염력을 폭발시켰다.

“죽여라!”

“하하! 좋다. 어디 얼마나 컸는지 보자꾸나!”

요명 역시 웃음을 터뜨리며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한 사람 당 한 명 씩 맡는다. 곤황은 저 어린 녀석을 맡고 응황은 다른 놈들과 나머지 녀석들을 맡아라. 전부 죽여 버려라!”

말을 마친 봉황은 곧바로 요명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고, 그와 동시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사방으로 폭발했다.

이준의 몸에서도 눈부신 금빛이 터져 나오며 파멸의 힘이 가득한 거대한 주먹이 곤황을 향해 날아갔다.

이에 맞선 곤황은 온 몸에서 새까만 염력을 뿜어내 이준의 주먹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준의 손이 강하게 떨리며 또 한차례 눈부신 빛을 뿜어내자, 곤황의 검은 안개가 산산이 흩어지며 홍수와도 같은 힘이 그의 몸을 덮쳤다.

“크윽…….”

당황한 곤황은 황급히 가슴을 움켜쥐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둘째 형님!”

곤황이 밀리는 듯하자, 응황이 곧바로 이준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둘이 합치면 금방 녀석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오!”

응황의 외침에 자존심이 상한 곤황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의 충돌로 이준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잠시 시선을 주고받던 두 사람의 몸이 빠르게 팽창하며 거대한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새파랗게 어린 놈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구나!”

응황이 새빨간 눈으로 이준을 노려보며 외쳤다.

두 사람은 이준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투기대륙을 호령하던 강자였으니, 이런 새파란 애송이를 상대로 둘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당연했다.

“둘째 형님. 저 녀석을 죽여 버립시다!”

응황이 두 팔을 소매 밖으로 꺼내며 외쳤다. 그의 팔은 이미 마수의 형상으로 변해 있었고, 손끝에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독수리의 발톱이 달려 있었다.

한편, 곤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새까만 안개는 어느새 소용돌이가 되어 그의 몸 주위를 빠른 속도로 맴돌고 있었다.

“봉황의 분노!”

다음 순간, 응황의 등 뒤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를 드러낸 응황은 번개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거대한 발톱으로 쉴 새 없이 이준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봉황의 부리!”

반인반수로 변한 응황이 이준을 교란시키는 사이, 곤황은 빠른 속도로 인결을 완성했다.

그가 인결을 완성하는 순간, 칠흑 같은 안개가 거대한 새의 형상으로 변화해 날카로운 부리를 벌리며 이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투성 강자의 공격이 앞뒤에서 자신을 덮쳐왔지만, 이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앞쪽을 향해 왼손을 내밀 뿐이었다.

“황천의 손가락.”

나지막한 한마디와 함께 천지의 에너지가 폭발을 일으키며 거대한 손가락이 불쑥 나타나 응황의 공격을 튕겨냈다.

“죽음의 광단!”

이준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가볍게 오른손을 내밀자, 불길한 빛을 내뿜는 검은 구체가 빠르게 팽창하며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쿵-!

이준이 사용한 두 개의 무투기가 모두 1격 무투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두 투성 강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어, 어떻게 저런 어린 놈이……!”

“명 장로님.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남아있는 봉황족의 강자들을 처리하세요.”

이준의 낮은 목소리가 지옥 이무기족 장로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예!”

이준의 위세에 놀란 명 장로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 뒤 즉시 지옥 이무기족의 다른 장로들과 함께 봉황족의 강자들을 덮쳤다.

자신들이 이준 한사람에게 발이 묶여있는 사이에 봉황족의 다른 강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자, 곤황과 응황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실력으로는 그들을 돕기는커녕 이준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황천의 주먹!”

거대한 주먹이 두 사람의 몸을 강타하며 하늘 위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쿵!

그 순간, 두 봉황족 강자의 몸이 한번 더 빠르게 팽창하며 거대한 봉황의 형상으로 변했다. 두 마리의 봉황이 날개를 펄럭이자, 눈부신 빛기둥이 뻗어나와 이준의 무투기와 충돌을 일으켰다.

쾅!

또 한 번 천지를 뒤덮는 굉음이 울려 퍼지며 해일과도 같은 염력이 사방을 휩쓸었다.

봉황으로 변한 두 사람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이준은 곧바로 족문의 힘을 사용해 자신의 실력을 2성 투성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준의 변화를 느낀 곤황과 응황이 황급히 소리쳤다.

그들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는 찰나, 화염으로 뒤덮인 거대한 두 개의 주먹이 하늘 위에서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죽어라!”

“으아아아악!”

봉황으로 변한 두 사람의 몸에서 새빨간 피가 분수처렴 터져 나오고, 순식간에 피부가 녹아내리며 새하얀 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곤황 장로님과 응황 장로님이 이준에게 당했다!”

믿고 있던 두 투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에 지옥 이무기족 강자들과 아라 등을 힘겹게 막고 있던 봉황족의 강자들의 얼굴에서 완전히 핏기가 사라졌다.

다음 순간, 이준의 몸이 번개처럼 두 투성 강자의 몸 위에 나타났다.

“봉인!”

곧이어 짤막한 외침과 함께 그의 손에서 기이한 염력이 뻗어 나오더니 봉황으로 변했던 두 사람이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성공적으로 두 사람의 힘을 봉인시킨 이준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는 순간, 봉황족의 강자들은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이준이 가볍게 주먹을 쥐자, 공간이 동결되며 지옥 이무기족 강자들과 대치하고 있던 봉황족 강자들은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

단숨에 열 명에 달하는 투존 최고급 강자들을 제압하는 이준의 모습에 지옥 이무기족 장로들 역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단숨에 엄청난 양의 염력을 소모한 이준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숨을 고른 뒤, 저 멀리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요명과 봉황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봉황. 곤황과 응황은 이미 패배했다. 이제 네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봉황족의 강자들을 하나씩 죽여주마!”

“뭐?!”

봉황과 요명의 시선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이준에게 향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린 채 이준의 발아래 깔려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봉황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가셨다.

“하하. 이준 군, 정말 대단하구려! 봉황족의 삼황 중 둘을 혼자서 제압하다니!”

요명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직 1성 투성에 불과한 이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그를 도와 동룡도의 편에 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준. 저들의 손끝만 건드려도 봉황족의 모든 강자들이 너를 쫓게 될 것이다!”

분노한 봉황이 온 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외쳤다.

“투종 때부터 너희들과 싸워왔는데, 투성이 된 지금 그런 말을 두려워할 것 같나?”

그러나 이준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응황과 곤황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발에 더욱 힘을 줄 뿐이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야?”

금방이라도 두 사람의 머리를 밟아 터뜨릴 것 같은 이준의 기세에 결국 봉황이 먼저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용족의 일에 개입하지 말아라. 그 뿐이야.”

이준의 짤막한 한마디에 봉황은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흥, 우리가 끼어들지 않는다고 동룡도가 무사할 것 같아?”

“당신이 그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고…….”

이준이 봉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여기 남아서 죽던지, 이번 일에서 발을 빼든지.”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준의 말투에 봉황은 그가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 좋다! 봉황족은 이 일에서 손을 떼도록 하지!”

봉황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하하. 좋아. 하지만 다른 이들은 풀어줄 수 있어도 구봉과 투성 둘은 풀어줄 수 없어.”

이준이 싸늘하게 웃으며 주먹에서 힘을 풀자, 봉황족의 투존들을 묶고 있던 힘이 사라졌다.

“뭐라고!? 그딴 게 어딨어! 분명 물러나겠다고…….”

“흥,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지? 투성 둘에 봉황족의 차기 족장 후보 정도는 잡아둬야 안심이 되지. 이 조건이 싫다면 지금 당장 여기서 끝장을 보든지.”

이어지는 이준의 말에 봉황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돌아가서 전해. 미래의 족장과 투성 둘을 잃고 싶지 않으면 이 일에서 손을 떼라고.”

“좋다 이준. 오늘 일은 똑똑히 기억해두지. 우리 봉황족은 오늘부로 더 이상 용족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너도 약속을 지켜라. 저 셋 중 하나라도 무사히 돌아오지 못 한다면 봉황족의 모든 강자들이 목숨을 걸고 너를 쫓을 것이다.”

봉황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이준을 노려보며 외쳤다.

“하하. 걱정 마. 난 너희들과 달리 약속을 아주 잘 지키니까. 하지만 꼭 기억해. 조금이라도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이 셋 중 누구도 봉황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내 목숨을 걸고 약속하지.”

봉황은 더 이상 이준의 목소리를 듣기조차 싫다는 듯 곧바로 공간을 가르고 사라졌다. 그녀와 함께 왔던 투존 강자들은 혹여 이준에게 붙잡힐까 겁이 나는 듯 앞다투어 공간 균열 속으로 뛰어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