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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26화 (726/818)

726화. 황천요성(黃泉妖聖)

“역시 요명 족장님이야!”

명 장로를 비롯한 요명측의 장로들이 기쁨에 가득 찬 눈빛으로 소리쳤다.

“이준 군.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저 놈을 처리한 후, 반드시 이 은혜를 갚도록 하지요.”

요명은 이준을 향해 천천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자신을 지옥 이무기의 호수에서 꺼내준 것도, 염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힘을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 것도, 모두 이준이라는 사내였다.

“실력은 얼마나 회복되었습니까?”

이준이 웃으며 물었다.

“6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요소천을 처리하기엔 충분하오.”

요명이 살기로 눈을 번뜩이며 답했다.

“그럼 저 대장로는 제가 맡지요.”

“고맙소.”

요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몸을 돌려 독기 어린 눈빛으로 요소천을 노려보았다.

“나의 동생아. 네가 나에게 주었던 고통을 오늘 모두 돌려주마!”

쾅!

대장로의 시커먼 염력이 이준의 주먹과 부딪히자, 뜨거운 불씨가 독(毒)기체를 전부 증발시키면서 대장로를 강하게 밀어냈다.

순간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 대장로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당신은 날 이길 수 없어. 요소천도 요명 족장의 공격을 열 번도 받아내지 못할 걸? 당신들은 끝났어.”

황금빛 거인으로 변신한 이준이 대장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요소천이 요명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길, 그 동안의 노력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다니!’

분한 마음에 대장로의 손이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 지옥 이무기족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했건만, 모든 것이 착각에 불과했다.

* * *

“동생아. 그 동안 이 정도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니 참으로 실망스럽구나!”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굉음과 함께 요소천의 목구멍에서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벌써 끝났다고?”

대장로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급히 돌렸다. 요소천은 이미 시체처럼 협곡 정상에 쓰러져 있었다. 구름을 뚫을 것 같은 기세로 우뚝 서있던 협곡은 투성 강자의 힘에 의해 이미 산산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우직!

요명이 발을 들어 요소천의 몸을 짓밟자, 무시무시한 힘이 바닥으로 전해지며 거대한 바위들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버렸다.

요소천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요명 역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머리끝부터 흘러내리고 있는 새빨간 선혈은 두 사람의 전투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형님, 형님! 용서해 주십시오! 대장로가 날 꼬드겨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요명의 발이 자신의 가슴팍을 짓누르자, 요소천이 겁에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흥, 급할 때만 나를 형으로 부르는구나.”

요명이 몸을 굽혀 공포에 질린 요소천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널 친동생으로 생각했다. 날 배신하지만 않았다면 족장의 자리도 너에게 넘겨줬을 것이다.”

다음 순간, 요명의 손이 요소천의 머리를 꿰뚫으며 사방으로 새빨간 피가 튀었다.

쿵!

요명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손을 거두었다. 그의 손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검은색 구슬이 들려있었다. 곧이어 구슬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얼굴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요소천의 얼굴이었다.

검은색 구슬을 쥔 요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드디어 복수를 했지만 마음은 후련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자신을 배신했다 해도 친동생을 죽인 형의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꿀꺽-.

그 장면을 바라보던 대장로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집어 삼켰다. 요명이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요소천의 숨통을 끊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요소천의 마정석까지 뽑아냈다는 것은 그에게 부활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준은 말없이 요소천의 시체 옆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요명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그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좋아보였다. 친형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상상만 해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장로. 다음 차례는 자네일세.”

요명이 긴 한숨을 뱉은 뒤 고개를 돌려 대장로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명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대장로의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요명의 손에 잡히는 순간 요소천보다 수십 배는 더 참혹한 최후를 맞을 것이 분명했다.

대장로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번개 같은 속도로 인결을 맺었고, 이내 그의 몸이 빠르게 팽창하며 무언가 터져 나올 것처럼 피부 전체가 크게 부풀어 오르며 요동쳤다.

상대가 자폭하려는 것을 눈치 챈 이준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감히 자폭하려 하다니!”

요명 역시 대장로의 몸이 폭발을 일으키기 전에 황급히 그와 거리를 두었다.

쾅!!

다음 순간, 대장로의 몸이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폭발하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해일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쉬이익!

하지만 그의 몸이 폭발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수천 마리의 뱀이 하늘을 뒤덮으며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검은 뱀들은 바닥에 닿기 무섭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폭이 아니었군. 비열한 놈 같으니……. 육체를 버리고 마정석을 분체(分體)에 옮겼어.”

이준이 놀란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본체를 버리게 된다면 투성 강자의 실력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다시는 투성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이준과 요명 모두 대장로가 목숨을 건지기 위해 이런 극단적인 수를 선택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허……. 참으로 구차하기 짝이 없군.”

분노한 요명이 곧바로 지옥이무기족의 강자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주위를 이 잡듯이 뒤져 반드시 저 영감을 내 앞에 데려오너라!”

“예!”

지옥 이무기족의 장로들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요명은 수백 년 동안 실종된 상태였지만, 요소천을 단숨에 꺾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데다가 지옥 이무기족의 신물까지 가지고 있으니 누구도 감히 그의 명을 거역하지 못 했다.

“족장님, 돌아오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목숨을 걸고 대장로를 잡아오겠습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한 장로가 빠르게 앞으로 나와 요명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수고해주시오. 내부 정리는 여러분에게 맡기겠소. 필요 없는 것들은 남김없이 전부 없애버리시오.”

요명이 말했다. 족장의 자리를 확실히 되찾기 위해선 요소천의 측근을 전부 없애버려 화근을 뿌리 뽑아야 했다.

“예!”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요명을 바라보던 이준은 조용히 금강유리체를 해제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쉭!

이준이 본래의 몸으로 되돌아오자 채린, 아라, 예린 역시 산골짜기에서 빠져 나와 이준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실력으로는 투성 강자들간의 대결에 끼어들 수 없었기 때문에 줄곧 주위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준 선생. 도와주어서 정말 고맙소.”

잠시 후, 요명이 이준에게 다가와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은혜는 꼭 갚겠소.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소.”

“선물이라니 어떤……?”

이준의 질문에 요명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혹시 황천요성(黃泉妖聖)에 대해 들어보았소?”

“황천요성?”

요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준의 얼굴에도 감격한 표정이 떠올랐다.

“예전에 투제 강자가 될 뻔했던 그 황천대성(黃泉大聖) 말씀이십니까?”

“설마 전설 속의 황천요성이 지옥 이무기족이었단 말입니까?”

“하하. 황천요성은 우리 지옥 이무기족 사람은 아니오. 하지만 우리와 깊은 인연이 있었지.”

요명은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옥 이무기족에게는 그가 남긴 석비가 남아있는데, 석비에는 황천요성이 생전에 배웠던 것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소. 심지어 석비 속에는 황천요성의 피도 남아있다고 하더구려.”

“황천요성의 피요?”

이준의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투성 최고급을 넘어 투제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강자의 피에는 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투제의 경지에 이르면 그의 후손들에게도 투제의 피가 흐르게 된다. 중주의 8대 세력은 모두 이런 투제의 피를 물려받은 자들이었다.

황천요성은 결국 투제의 벽을 넘지는 못했기에 그 힘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못 했지만, 그의 피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안에 담긴 엄청난 힘을 통해 또 한번 실력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황천석비 속에 이렇게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어째서 지옥 이무기족은 지금까지 한 번도 피를 빼내지 않은 겁니까?”

이준이 조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허허, 황천석비는 우리 지옥 이무기족의 보물로, 석비에는 총 세 개의 무투기가 숨겨져 있소. 바로 1격 하급 무투기인 황천의 손가락과 1격 중급 무투기인 황천의 주먹이지. 이 두 가지 무투기는 오로지 족장과 소수 장로들만 수련할 수 있소.”

“황천의 손가락과 황천의 주먹……. 마지막 하나는요?”

요명의 말에 이준은 조금 실망감을 느꼈다. 그 정도 무투기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1격 무투기보다 딱히 나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황천의 분노일세.”

하지만 ‘황천의 분노’라는 말에 이준의 가슴이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황천의 분노라면……. 영혼을 파괴한다는 황천요성의 무투기를 말씀하시는 것 입니까?”

황천의 분노는 1격 음파 무투기로, 전설에 따르면 황천요성의 손에 죽은 투성 최고급 강자 중 대부분이 황천의 분노에 의해 영혼이 파괴되었다고 했다.

물론 파괴력을 논한다면 사실 황천의 분노는 화련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하지만 육체가 아닌 영혼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는 황천의 분노만큼 뛰어난 무투기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영혼에 타격을 입으면 육체에 상처를 입은 것보다 훨씬 큰 후유증이 남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화련이나 죽음의 광단보다 훨씬 유용한 무투기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이준이 황천의 분노를 익힌다면 3성 투성에게도 이길 수 있을지 몰랐다.

“요소천이나 대장로는 황천의 분노를 익히지 못 했습니까?”

잠자코 요명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준이 의문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 정도 무투기를 익히고 있었다면 어째서 자신과 요명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단 말인가.

“사실 지옥 이무기족에는 지금까지 황천의 분노를 수련해낸 사람이 없소. 그 무투기는 석비 깊숙이 숨겨져 있는데, 수련 방법을 도저히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오. 게다가 그 안에 있는 황천요성의 피에 문제가 생길까 어느 누구도 강제로 열지 못하고 있소.”

“그럼 요명 형님의 말은 무슨 뜻입니까? 지옥 이무기족의 강자들도 얻을 수 없었던 황천의 분노 수련법을 제가 어떻게…….”

이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하. 다른 사람들은 안 되겠지만 이준 군이라면 별 문제 없겠소.”

“설마……. 천지의 불꽃이 필요한 것 입니까?”

“허허, 아니오. 천지의 불꽃은 황천석비와 별 관련이 없소. 내가 말하는 것은 이준군의 영혼의 힘이오. 석비 속에는 황천요성의 영혼이 남아있는데, 바로 그 영혼 속에 황천의 분노의 수련법이 숨겨져 있소.”

요명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은 마수들은 영혼의 힘을 기르지도 않고, 제대로 다루지도 못 하오. 나 역시 영혼의 힘은 7품 연금술사와 크게 다를 게 없지만 그 영혼을 이길 방법이 없소. 그 동안 석비를 탐색하면서 알아낸 것은 최소 하늘단계의 영혼이어야 석비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오. 이것 때문에 과거 연금대종사를 초대하려고도 했었지만, 믿을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일을 맡기지 못 했소. 황천의 분노라면 투성 최고급 강자들도 군침을 흘릴만한 보물이니 말이오.”

이준 역시 웃으며 요명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중요한 비밀을 저에게 알려주시다니. 그렇게 절 믿으십니까?”

“허허, 이 비밀을 알려주는 건 나를 도와준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오. 사실 나도 그 석비를 열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오. 그래야 나도 더욱 강해져 지옥 이무기족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지 않겠소?”

말없이 요명을 바라보던 이준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한 번 시험해보죠. 제가 그 석비 속에 있는 황천요성의 영혼을 상대할 수 있는지…….”

“허허, 미리 감사인사를 올려야겠구려.”

요명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우선 오늘 하루는 고생했으니 푹 쉬시오. 내일 아침 일찍 황천석비로 데려가주겠소!”

“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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