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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25화 (725/818)

725화. 지옥의 지팡이

요소천의 몸을 밟고 서있는 이준의 시야에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가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하늘 위에는 어느새 수 십 명의 지옥이무기족 강자들이 나타나 살기 등등한 눈빛으로 이준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이냐!”

새빨간 독사를 어깨에 두른 노인이 이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준의 발아래 깔려있는 요소천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노인의 얼굴이 더욱 험악하게 구겨졌다.

“저 녀석이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오늘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 노인의 곁에 서있던 회색 머리칼의 노인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호위대. 저 녀석을 잡아라!”

“예!”

천둥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무섭게 뱀모양 갑옷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강한 기운을 쏟아내며 이준을 압박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군. 게다가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고 있어.’

눈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호위대를 바라보는 이준의 등에서 한줄기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쾅!

갑자기 나타난 강자들에게 잠시 신경이 팔린 사이, 발밑에 깔린 요소천이 염력을 폭발시켜 이준의 발을 벗어난 뒤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금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살기가 가득했다.

“족장의 명령이다. 지옥이무기의 진을 펼쳐서 지금 당장 저 녀석을 죽여버려라!”

“예!”

하늘 위에 있던 강자들은 잠시 멈칫거리다 일제히 흩어져 기이한 진영을 만들어 이준을 포위했다.

지옥 이무기족의 강자들에게 완벽하게 포위당한 이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둡게 내려앉았다.

“각 부락의 수장들은 먼저 돌아가시오. 오늘 이 일은 내가 직접 해결하겠소!”

요소천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각 부락 수장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흐흐. 요소천. 부락 수장들을 모두 보내놓고 몰래 나를 죽이려는 속셈이구나!”

하지만 요소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더니 새카만 그림자 하나가 귀신처럼 하늘 위에 나타났다.

그는 바로 이준이 지옥 이무기의 호수에서 구해낸 요명이었다. 뼈 밖에 남아있지 않던 그의 몸은 어느새 건장하게 변해 있었고, 두 눈에서는 형형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요명이 등장하는 순간, 모든 지옥이무기족 강자들이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몇몇 장로들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요명 족장님? 이게 어떻게……! 수련을 하다 돌아가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요명 족장?”

“소천 족장님의 친형이시다. 차기 족장으로 발탁되었으나 수련을 하다 돌아 가신 것으로 알려진지가 벌써 수백 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살아계신 거지?”

하늘에서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요소천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후, 대장로의 눈을 바라보다던 요소천이 이를 악물며 외쳤다.

“모두 정신 차려라! 저 녀석이 어디선가 형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놈을 데리고 와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요소천의 말에 장로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와 요명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하하. 요소천! 서두르는 것을 보니 뭔가 찔리는게 있는 모양이구나!”

요명이 장로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함 장로, 명 장로, 류 장로. 나와 가장 가깝던 사람들이 설마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오?”

세 노인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요명을 천천히 훑어보더니 이내 감격한 듯 덜덜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익숙한 기운은…… 정말 요명인가?”

“명상. 지금 족장을 지키는 호위대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속셈이오? 지금 지옥이무기족의 족장은 바로 요소천이오!”

대장로가 싸늘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노려보며 외쳤다.

“아닙니다 대장로님. 저분은 요명 족장님입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해가 아니오. 내 동생과 저 대장로가 손을 잡고 나를 호수 바닥에 봉인시켰소. 저 젊은이가 없었다면 난 죽을 때까지 호수 바닥에 봉인되어 있었을 것이오! 오늘도 다른 이들이 날 알아보기 전에 나를 죽이려 들었소!”

“예?”

요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요소천과 대장로에게로 향했다.

“대장로님. 요명 족장님의 말이 정녕 사실입니까?”

한 장로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저 가짜의 말을 믿는 것이오?”

대장로가 단호한 말투로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저 놈을 붙잡아 사실을 불도록 만들어주지!”

순간 대장로의 몸이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요명의 눈앞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가 고목처럼 말라비틀어진 손을 앞으로 내밀자, 매캐한 독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독사의 주먹!”

“대장로. 입막음에 꽤 재주가 있으시군요.”

바로 그때, 황금색 거인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챙!

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히자, 거대한 에너지 폭풍이 생겨나 사방을 휩쓸었다.

요명의 숨통을 끊는데 실패한 대장로는 눈앞의 거인을 노려보며 분노한 듯 고함을 내질렀다.

“네 놈이 정말로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허, 대 장로. 자네가 더 다급해 보이는데.”

요명이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와 대장로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때, 돌연 검은색 독사 두 마리가 감겨있는 새카만 지팡이 하나가 그의 손 위에 나타났다.

“장로들. 모두 이걸 기억하시는가?”

“지옥의 지팡이? 수백 년 전 사라진 그 지옥의 지팡이 아니오!”

“저건 족장의 신물일세!”

지옥의 지팡이를 보는 순간, 자리에 있던 장로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지옥의 지팡이에 달린 뱀의 구슬 속에는 가장 순수한 지옥이무기족의 피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지금 지옥이무기족이 가장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 순수한 지옥이무기의 피였다.

‘어쩐지 구석구석 다 찾아다녀도 지옥의 지팡이를 못 찾았는데, 저 놈이 가지고 있었구나.’

요소천이 요명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장로님들. 어떤 일이 있어도 저 녀석들의 말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의 족장은 요소천 님이오! 요명! 당장 지옥의 지팡이를 요소천 족장님에게 넘기십시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느낀 대장로가 다급히 외쳤다.

“옳소! 당신이 족장이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모두 과거의 일! 지금 지옥이무기족의 족장은 어디까지나 요소천 족장이오!”

대장로가 입을 열자, 이미 요소천의 수족이 된 몇몇 장로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말을 옹호했다.

“지옥의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자가 지옥이무기족의 족장이 되는 것이 지옥 이무기족의 규칙 아니었소? 요소천이 족장이 된 것은 어디까지나 신물이 사라졌기 때문일 뿐, 신물이 나타났으니 족장의 자리 역시 요명 족장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오!”

그때, 요명을 알아봤던 세 장로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들은 이미 일의 진상을 모두 알아차린 것 같은 눈치였다.

“옳소!”

요명을 지지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외침에 요소천과 대장로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두 사람은 말없이 눈을 맞추다가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지금 이 상황을 무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요명과 이준을 시체로 만드는 것뿐이었다.

요소천과 대장로가 동시에 달려들자 이준은 즉시 모든 힘을 폭발시켰다. 1성 중급과 상급 투성을 상대로는 잠시만 틈을 보여도 그 즉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흥, 나를 죽여 입을 막으려고?”

이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금강유리체를 사용하여 거대한 황금색 거인으로 변화하는 동시에 인결을 맺어 족문의 힘을 폭발시켰다.

족문의 힘이 발휘되자 이준의 기운이 빠르게 치솟아 눈 깜짝할 사이에 1성 상급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심지어 지옥 이무기의 대장로보다도 더 강한 실력이었다.

갑작스럽게 상승한 이준의 힘을 느낀 요소천과 대장로의 등줄기에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1성 초급 투성에서 단숨에 1성 상급 투성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비술은 중주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비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눈앞의 상대가 중주에서도 손에 꼽는 세력의 강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준의 실력이 폭등하는 순간 비교적 약한 실력을 가진 지옥 이무기족의 강자들은 곧장 무언가 묵직한 것이 어깨를 내리누르는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흥! 그래봤자 우리 둘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선수를 빼앗겨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대장로는 즉시 이준을 향해 코를 찌르는 독향을 풍기는 주먹을 내질렀다.

콰르릉!

하지만 이준은 물러나지 않고 폭풍처럼 몰아지는 힘으로 그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이준의 두 주먹이 두 사람의 주먹과 충돌할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백 미터 밖에 있는 산봉우리를 모두 박살냈다.

세 사람이 충돌을 일으킬 때마다 폭발하는 엄청난 에너지 폭풍에 지옥이무기족의 강자들은 황급히 먼 곳으로 달아났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오? 저 금빛 거인의 힘은 대장로와 요소천 족장의 힘으로도 받아낼 수 없소.”

“침착하시오. 저 자는 아마 요명 족장의 조력자인 것 같소. 요명 족장이 다시 족장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우리에겐 더욱 좋은 일일 것이오.”

“하지만 요소천에게도 수많은 측근이 있지 않소. 이미 그들은 요명 족장을 노리기 시작했소.”

요명의 편에 선 세 장로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고 있을 때, 돌연 지옥 이무기족의 젊은 강자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 녀석들을 잡아라!”

* * *

“황천의 손!”

“독사의 발톱!”

거대한 주먹이 공간을 붕괴시키며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대 장로 역시 빠른 속도로 이준을 압박하며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독이 가득 묻은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러댔다.

“죽음의 광단!”

이에 맞서 이준의 손에서도 거대한 검은 광단이 터져 나왔다.

“제왕의 권!”

검은 광단이 두 투성 강자의 공격과 맞부딪히기 무섭게 이준이 다시 한 번 인을 맺으며 다섯 개의 빛 덩어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상급 투성이 된 지금의 이준은 드디어 고족 최강의 무투기 중 하나인 제왕의 권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쿠궁!

그 순간, 천 미터 내 모든 공간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주위의 지형이 가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촤아악!

금강유리체로 변신한 이준의 몸이 뒤쪽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와 동시에 요소천과 대장로의 몸 역시 저만치 뒤쪽으로 날아갔다.

지옥 이무기족 최강의 투 강자를 상대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이준의 모습에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눈을 치켜뜨며 이를 갈았다.

“요명 저 자식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녀석을 데려온 거야!”

분노한 요소천은 곧바로 눈알을 번뜩이며 자신의 호위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호위대는 지금 명 장로를 비롯한 세 장로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

“소천 족장님.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요명 족장을 붙잡게 놔둘 수는 없소!”

명 장로가 외쳤다.

“이, 이 빌어먹을 반역자들이!”

“대장로, 어떻게 하면 좋겠나!”

당황한 요소천이 대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게 저 녀석들을 전부 처리해야 한다고 진작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대장로가 잔뜩 분노한 얼굴로 외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져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제가 저 녀석을 맡을 테니 기회를 노려 요명을 공격해 주십시오! 요명만 죽으면 저 영감들도 어쩌지 못할 것 입니다!”

“네놈들에게 기회 따위는 없다.”

그 순간, 요명이 의복을 펄럭이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요명이 한 발짝씩 발걸음을 뗄 때마다 거대한 에너지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2성 투성?”

요소천과 대장로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수백 년 동안 지하 속에 갇혀있던 요명이 2성 투성이 되어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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