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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24화 (724/818)

724화. 요소천

손을 뻗어 빨간 결정체를 손에 쥐는 순간, 서늘한 냉기가 손을 타고 전해지며 빠르게 이준의 팔을 얼리기 시작했다.

“역시 강하군.”

이준은 기분 좋은 듯 씨익 웃음을 지으며 팔에 생겨난 얼음을 모두 깨버린 뒤 새빨간 결정을 저장반지 안에 집어넣었다.

“그럼 어떻게 구해드려야 하는 겁니까? 이 쇠사슬들을 모두 부수면 되는 것 입니까?”

“그럴 필요 없소. 날 묶은 건 쇠사슬이 아니라 저 쇠사슬 끝에 있는 황천음석이오. 저 안에서 퍼져 나오는 음산한 힘이 내 염력을 빨아먹고 있으니 쇠사슬과 황천음석이 연결된 지점을 끊어주시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쇠사슬 끝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새까만 바위가 있었는데, 그 안으로 쇠사슬이 깊게 박혀있었다. 바위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천지의 불꽃으로 몸을 지키고 있는 이준마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강한 한기가 느껴졌다.

“이게 황천음석인가?”

이준이 주먹을 쥐어 바위를 강하게 내리쳤다.

쾅!

거대한 물살이 이준의 주먹에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새까만 바위는 아주 살짝 흔들릴 뿐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준의 공격은 반투성 강자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황천음석을 파괴하지는 못 했다.

“황천음석은 무수한 세월을 거쳐 응집된 한기의 결정체요. 때문에 내 실력이 완전히 회복된다 해도 부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단단하지.”

요명의 설명을 들은 이준은 곧바로 쇠사슬을 손에 움켜쥐어 보았다.

그러자 손 위에서 엄청난 양의 연기가 피어오르며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한 이준은 황급히 손을 떼었지만, 그의 손에는 이미 새하얀 서리가 두껍게 끼어 있었다. 그제야 이준은 요명 정도의 강자가 왜 수백 년간 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는지를 실감했다.

이준을 바라보던 요명의 얼굴에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호수에 있는 것들은 모두 엄청난 한기를 가지고 있네.”

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괜한 힘을 쓰지 않고 곧바로 손가락에서 불을 키워 아주 얇은 바늘처럼 만든 뒤 바위에 꽂힌 쇠사슬의 시작점에 찔러 넣었다. 한참이 지나자, 바늘 끝이 단단하고 둥근 무언가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손가락에 힘을 주어 바늘을 더욱 깊숙한 곳으로 찔러 넣었다.

우직!

다음 순간, 바위에서 기이한 파동이 퍼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쇠사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성공한 것이오?”

실의에 빠져있던 요명이 고개를 들어 이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 * *

한편, 지옥지맥에 위치한 궁전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 곳에서는 뱀 인간족의 수장들이 한 곳에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왕좌에는 흑색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앉아 있었다. 사내는 아주 훤칠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미간에서는 음산한 한기가 새어나오고 있었고, 두 눈은 맹독을 가진 독사의 그것처럼 날카로웠다.

“응?”

흑색 옷을 입은 남자가 돌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봉인이 풀렸어?”

“족장님, 왜 그러십니까?”

어깨에 새빨간 독사가 감겨있는 노인이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요명의 봉인이 풀렸네…….”

흑색 옷의 남자가 벌떡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노인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치켜뜨며 자리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났다.

“난 지금 당장 지옥 이무기의 호수로 가보겠네. 그 놈이 정말 봉인에서 풀려난다면 우린 끝장이야. 자네는 이 자리가 끝나면 그곳으로 오게.”

말을 마친 사내는 곧바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챙-!

마지막 쇠사슬을 끊어낸 이준은 곧바로 몸을 움직여 쓰러져 있는 요명을 부축했다.

“염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네요. 이 상태에서는 투종 강자도 조심해야겠는데요.”

“허허. 내가 이곳을 벗어나는 날이 오다니. 존함이 어떻게 되시오?”

요명이 잔뜩 흥분한 말투로 물었다. 그의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쇠약했지만, 두 눈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이준입니다.”

“이준 군.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소. 복수에 성공한다면 지옥이무기족은 당신의 명령이라면 그 어떠한 명령이라도 따를 것이오.”

요명이 이준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생명의 은인을 바라보는 듯한 요명의 눈빛에 이준은 그를 구해주길 잘했다고 느꼈다. 지금 그의 표정으로 봐서는 자신의 말이라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내어줄 것만 같았다.

상대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준은 피식 웃으며 품안에서 연금비약 하나를 꺼내 요명에게 건넸다.

“염력이 조금은 회복될 겁니다. 우선 호수를 빠져 나간 뒤에 실력이 회복되고 나서 요소천을 찾으러 가죠.”

“하하. 이준 군 말이 백 번 옳소!”

요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금비약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지금 상태로는 절대 요소천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쯤은 그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가요!”

대화를 마친 이준과 요명은 번개처럼 위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옥 이무기의 호수에서 꽤 긴 시간 동안 머문 탓에 이준 역시 이미 상당히 많은 염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고급 연금비약으로 어느 정도 염력을 보충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이곳에 머무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돌아가는 동안 이준은 내려올 때 마주쳤던 검은 뱀들을 적지 않게 마주쳤지만, 요명이 이상한 신호를 보내자 검은 뱀들은 곧바로 길을 터주었다. 그 덕에 이준과 요명은 귀찮은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계속해서 위쪽으로 나아가자, 불과 십 분도 되지 않아 옅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 수면이 가까워질수록 이준의 표정도 점점 밝아졌다.

펑!

이준이 수면 밖으로 나오는 순간, 허공에서 낮은 폭발음이 들려오더니 한 여인이 강한 힘에 부딪힌 것처럼 멀리 튕겨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채린아!”

깜짝 놀란 이준은 부드러운 힘으로 채린의 팔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드디어 왔구나.”

채린은 이준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안도한 듯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녀의 얼굴에 묻은 새빨간 피를 보는 순간, 이준의 눈이 살기로 물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우릴 공격했어. 예린과 아라도 모두 부상을…….”

채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예린과 아라가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이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때, 하늘 위에 있던 사내가 차가운 얼굴로 이준을 노려보며 입을 뗐다.

“건방진 놈……. 네가 무슨 짓을 한 줄 아느냐? 어디서 온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네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요소천, 이 개 같은 놈! 오늘 널 갈기갈기 찢어 뱀 먹이로 던져주겠다!”

하늘 위에 나타난 남자를 발견하기 무섭게 요명의 목구멍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끌끌, 형님 참 질기구려. 아직도 살아있다니. 하지만 지금 체력으로 내 주먹을 받아낼 수 있겠소?”

요소천이 악마처럼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편, 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요소천의 실력을 가늠해 보고 있었다. 그의 실력은 1성 투성 중급 정도로, 얼마 전 1성 투성이 된 자신보다 확실히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옥 이무기족에게 내려오는 강력한 무투기들을 익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화련이나 죽음의 광단을 쓴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네가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하세계는 지옥이무기족의 성지다. 감히 몰래 이곳에 숨어들어온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이준을 바라보는 요소천의 눈에는 살기와 분노가 가득했다. 만일 봉인 속에 영혼각인을 새겨두지 않았다면 요명이 풀려난 것도 모른 채 족장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을 것이다.

“요명 선배님은 최대한 빨리 염력을 회복하십시오. 그 동안 저 녀석은 제가 맡겠습니다.”

이준이 부드러운 힘으로 요명의 몸을 들어 바위 곁으로 옮기며 말했다.

“조심하시오. 저 녀석은 지옥 이무기족의 고급 무투기를 모두 익히고 있소.”

요명이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염력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었다.

“예.”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옥병 두 개를 꺼내 요명과 채린에게 던진 뒤 공간을 가르고 이동해 요소천의 앞을 막아섰다.

“그 나이에 투성이라니, 대단하구나. 하지만 지옥이무기의 성지에서 족장인 나에게 덤벼들다니, 그 대가는 목숨으로 치러야 할 것이다.”

요소천이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곧이어 그의 몸에서 음산한 기운이 솟구치더니 천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천 미터가 넘는 거대한 주먹이 생겨났다.

“죽어라!”

거대한 주먹이 이준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주위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곳곳에 새까만 균열이 생겨났다.

“아주 자신만만하네.”

이에 맞선 이준이 주먹을 움켜쥐자, 자갈색의 화염이 거대한 손을 뒤덮으며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천지의 불꽃?”

자갈색 화염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열기를 느낀 요소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 역시 1성 중급 투성이니 천지의 불꽃이라고 해서 호락호락 무너질 리가 없었다.

“황천의 지령!”

요소천이 인을 맺자, 돌연 허공 위에 백 미터도 넘는 거대한 손바닥이 생겨났다.

“1격 무투기군…….”

거대한 손에서 느껴지는 해일과도 같은 힘을 느낀 이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투성 강자의 손에서 펼쳐지는 1격 무투기는 거대한 성 하나를 거뜬히 날려버릴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준 역시 요소천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 1격 무투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준의 몸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오르는 순간, 그의 오른손에서 빛마저 집어 삼킬 것 같은 검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구우웅!

이준의 손을 떠난 검은 구체는 곧바로 무시무시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발아들이기 시작했다.

“죽음의 광단!”

콰르릉!

투성 강자가 사용한 두 개의 1격 무투기가 맞부딪히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거대한 손바닥이 이준이 내던진 검은 광단에 완전히 집어 삼켜지고 말았다.

“내가 널 우습게 본 모양이구나.”

요소천이 굳은 얼굴로 이준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요소천의 몸에서 더욱 싸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몸이 백 미터도 넘는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황천 이무기의 봉인!”

요소천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인을 맺자, 거대한 호수에서 엄청난 한기가 휘몰아치며 뱀으로 변한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심하시오! 저건 지옥이무기족의 1격 중급 무투기요. 저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면 나처럼 저 호수 안에 봉인되고 말 것이오!”

이준의 귓가에 요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네 놈 따위가 조심한다고 이 공격을 막을 수 있겠느냐?”

다음 순간, 온 몸이 기이한 문양으로 뒤덮인 거대한 뱀이 이준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며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주위의 공간을 모두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봉인!”

쿵쿵!

그와 동시에 지옥 이무기 호수의 수면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올라 이준의 주위를 에워쌌다.

“하하하!”

거대한 뱀으로 변신한 요소천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 지옥 이무기 호수의 힘을 빌려 자신의 본래 실력보다 몇 배는 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끝났어……!’

염력을 회복하고 있던 요명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질끈 눈을 감았다.

쾅!

하지만 이준을 짓누르던 거대한 인결이 갑자기 강하게 흔들리더니 굉음과 함께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뭐야?!”

요소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쾅!

그때, 굉음과 함께 요란한 폭발이 일어나며 눈부신 황금빛 주먹이 요소천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거대한 황금빛 주먹의 주위에는 네 개의 불꽃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쿵!

금색 주먹과 맞부딪히는 순간, 요소천의 거대한 몸뚱어리 곳곳에서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쉭!

기회를 잡은 이준은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한 마리 매처럼 빠르게 몸을 날려 다시 한번 상대의 정수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감히 지옥이무기족의 족장인 나에게……. 호위대! 이놈을 죽여라!”

요소천의 분노에 찬 외침이 울려 퍼지는 순간, 산 곳곳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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