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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21화 (721/818)

721화. 구음황천단(九陰黃泉丹)

이후 며칠간 엄격한 심사를 걸쳐 몇 몇 세력들이 천부 연맹에 합류했다. 새로이 연맹에 가입한 세력들은 실력으로 보나 혼전과의 관계로 보나 연맹에 가입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또, 그 사이 사대세력을 잇는 공간 통로가 완성되며 빠른 속도로 지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

이후 이준을 비롯한 연맹의 주요 인사들은 영혼의 궁전과의 싸움에 대비해 정보 조직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영혼의 궁전은 중주 곳곳에 분전을 두고 있었으니, 그 분전을 찾아내는 것이 정보 조직에 소속된 밀정의 주요한 임무였다. 이 정보 조직에 소속된 밀정들은 각 세력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로, 설립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두 개의 분전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준은 곧바로 분전을 찾아가 피바다로 만들어버리고 싶었지만, 애써 냉정을 유지했다. 아직 전쟁 준비가 끝나지 않았으니 섣불리 전쟁을 시작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 *

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성운각 안에 위치한 정원에는 이준, 약로, 채린, 아라 등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혼전은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분명 9개월 후에 나타날 정화의 불꽃을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약로가 찻잔을 입에서 떼며 말했다.

“정화의 불꽃이 나온다는 걸 그들이 어떻게 알고 있죠?”

이준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놈들의 정보망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약로가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정화의 불꽃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혼전은 오랜 역사를 가진 세력이니, 당연히 이런 문제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겠지.”

스승의 말에 이준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말거라. 정화의 불꽃이 출현하려면 아직 9개월이 남았다. 이번에는 혼전뿐만 아니라 혼족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3개월의 시간을 주시면 1성 투성 중급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속도로만 간다면 9개월 안에 1성 투성 상급 단계까지 실력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준의 답변에 약로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아니라 채린이를 말하는 것이다. 칠색 이무기의 힘을 잘 사용할 수만 있다면 제일 빠른 속도로 반투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투성 등급의 칠색 이무기라면 투성 강자도 상대할 수 있지. 고족의 그 아이도 보리나무의 땅을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수련에 들어갔다고 하더구나. 그 아이는 신급 혈통을 가지고 있으니 정화의 불꽃이 출현할 때 즈음이면 투성 강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채린이가 반투성이 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텐데, 어디서 그 에너지를 구하죠?”

이준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채린의 몸을 단련하기 좋은 곳을 알고 있다. 게다가 채린에게는 그 귀하다는 구색원석이 있으니 운만 좋다면 고대 하늘 뱀과도 필적할 수 있는 구색 이무기가 될지도 모르지.”

“거기가 어딥니까?”

이준과 채린의 시선이 동시에 약로에게로 쏠렸다.

“지옥 이무기의 호수다.”

약로는 웃으며 이준을 쳐다봤다.

“또한 정화의 불꽃을 획득하기 위해서도 그 곳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왜요?”

“설마 투성이 되고 나면 단번에 정화의 불꽃을 획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냐?”

약로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투성으로도 안 된단 말입니까?”

이준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실력으로도 정화의 불꽃을 획득하기에 부족하다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단 말인가?

“녀석, 천지의 불꽃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보물을 그리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약로가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이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수련하는 동안 고적들을 찾아보면서 정화의 불꽃에 대한 정보를 모아 보았다. 정화의 불꽃은 이미 몇 번이나 세상에 나타났었지만, 아직 단 한명의 강자도 그것을 완벽히 제 것으로 한 적이 없었다.”

이준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의 불꽃이 나올 때마다 분명 수많은 강자들이 몰려갔을 것인데, 그 중에서 정화의 불꽃을 손에 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니…….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이제 정화의 불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좀 알겠느냐?”

약로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투성이 된 이준에게 있어 더 이상 평범한 천지의 불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화의 불꽃을 손에 넣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지옥 이무기의 호수라는 곳에 저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는 겁니까?”

“그래.”

약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래된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들었다. 두루마리가 그의 손에 나타나는 순간 차가운 에너지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이건 큰 대가를 지불하고 가져온 9레벨 조합표, 구음황천단(九陰黃泉丹)이라는 연금비약이다. 정화의 불꽃을 흡수할 때 이 연금비약이 정화의 불꽃이 가진 능력을 억제시켜 흡수 성공률을 높여줄 것이다.”

약로가 손에 들린 두루마리를 만지며 말했다.

“허나 이 구음황천단을 제련하기 위해서는 황천의 결정이라는 재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황천의 결정은 지옥 이무기의 호수 지하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9개월 안에 반드시 황천의 결정을 구해와야 한다.”

암홍빛 두루마리를 바라보던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의 불꽃은 천 년에 한번 세상에 나타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 정화의 불꽃을 손에 넣어야 했다.

“천지의 불꽃 때문에 무언가를 준비해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오래된 두루마리를 건네받은 이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지의 불꽃과 구름 불꽃을 얻을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떠올려보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정화의 불꽃은 별의 불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물건이니 준비가 필요한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고적을 살펴보니 정화성자가 죽게 된 원인도 정화의 불꽃이라고 하더구나.”

“예?”

약로의 말에 이준의 눈동자가 두 배는 커졌다. 최소 9성 투성으로 추정되는 정화성자마저 정화의 불꽃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니……. 1성 투성인 이준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반드시 구음황천단을 구해야겠네요……. 지옥 이무기의 호수에 들어가려면 지옥 이무기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곳은 지옥이무기의 성지로도 불리는 곳이다. 바깥쪽은 그나마 수월하지만 지옥 이무기의 호수의 물은 아주 음산하고 차가워 나도 깊은 곳까지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지. 하지만 뱀 마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수련처라고 할 수 있다.”

약로가 말했다.

“그래도 너의 몸은 네 개나 되는 천지의 불꽃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호수 깊은 곳에 있는 황천의 결정을 가지고 오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게다. 그리고 채린이 지옥 이무기의 호수에서 구색이무기로 진화하게 된다면……. 단숨에 투성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정말로 그 호수가 지옥이무기의 성지라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수월하진 않겠네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실력이라면 널 상대할 수 있는 지옥이무기는 얼마 없을 것이다. 정체를 꽁꽁 숨기고 있는 은거 강자들은 보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혹시나 그들을 마주치게 된다면 공간의 돌을 깨거라. 나와 화운 선조가 함께 갈 것이니. 우리 천부연맹의 실력으로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느냐.”

이어지는 약로의 말에 이준은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내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정화의 불꽃이 세상에 출현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안에 구음황천단을 제련하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 마음 놓고 다녀오너라. 연맹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겠다.”

* * *

다음 날 아침. 하늘이 밝아지기 무섭게 이준은 채린, 아라, 예린 세 사람을 데리고 성운각을 떠나 마수들의 땅으로 향했다.

마수 구역을 가는 것이 처음도 아니니 가는 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덕분에 이준은 불과 반나절 만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옥 이무기족의 본거지는 마수구역의 아주 깊은 곳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상에도 마찬가지로 지옥 이무기족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규모는 3대 종족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수가 많은 만큼 혈통의 순수성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심지어 지옥 이무기족의 장로들은 이렇게 간다면 백 년 후에 지옥 이무기족이 가진 고대의 피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은 아닌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지옥 이무기족은 일반 종족들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마수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지옥 이무기족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논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고대의 피를 보충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코 나올 수 없었다.

* * *

지옥 못. 이곳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주요한 통로이자 지옥 이무기족의 거점이었다. 그에 걸맞게 이곳의 경비 역시 아주 삼엄했지만, 이는 평범한 강자들에게나 적용되는 말일뿐, 이준 일행의 실력으로는 그림자도 들키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다.

이준 일행은 지옥이무기들의 눈을 피해 못과 가까운 산봉우리 위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시 공간의 힘을 이용해 못을 통과하려던 그때,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

“용족?”

깊은 골짜기에 나타난 사람들을 본 이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용황의 피가 흐르고 있는 이준은 용족의 기운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용족이 나타나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용족이 나타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보람이 보낸 건가? 하지만 분명 수련을 끝내고 삼대용왕을 처리하고 있을 텐데……. 어째서 지옥 이무기족을 찾아온 거지?”

그 때, 작은 목소리가 공간을 뚫고 이준의 귀에 들려왔다.

“용왕……. 파견…….”

“용왕?”

이준의 낯빛이 빠르게 변했다.

“삼대 고룡도에서 온 사람들이야. 어느 용왕이 보낸 사람들이지? 고룡도를 떠나 지옥 이무기족에게 온 건 분명 무슨 의도가 있을 거야.”

이준이 고룡도를 떠나 온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수련을 마치고 나온 보람이 전설의 용족 내부에 있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전설의 용족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선 반드시 투성급 강자인 삼대용왕을 처리해야 했고, 이는 보람의 실력으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시간이 나면 고룡도에 찾아가 봐야겠어. 용황의 피 덕분에 보람이도 엄청나게 강해졌겠지만, 삼대용왕을 처리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거야.’

용족이 통일된다면 보람에게 부탁해 용족을 천부연맹에 합류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만 된다면 영혼의 궁전도, 혼족도 결코 천부연맹을 얕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준은 말없이 멀리 보이는 용족의 강자들을 바라봤다. 깊은 못을 지키고 있던 수령들은 그들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더니 얌전히 길을 터주었다.

‘대체 어느 용왕이 저들을 보낸 걸까.’

생각을 마친 이준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짙은 공간의 힘이 채린을 비롯한 세 여인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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