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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18화 (718/818)

718화. 흑마비뢰

쿠르릉, 콰쾅!

갑자기 나타난 먹구름이 하늘 위를 가득 뒤덮으며 번개를 쏟아냈다. 곧이어 구름층이 일곱 개의 빛깔로 나뉘었다.

칠색 비뢰였다.

중주였다면 모두가 입도 다물지 못하고 놀라 쳐다보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3일 동안만 해도 칠색 비뢰가 다섯 번이나 출현했으니 말이다.

“또 칠색 비뢰구려.”

현공자가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임씨 얼굴이 울상이 됐군.”

약로는 웃으며 칠색 비뢰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여기서 저 녀석이 가장 느긋하네요.”

현이의 말에 약로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빠른 사람들은 비뢰까지 소환했고 느려도 비약의 원형이 갖춰졌는데, 이준의 약솥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준의 표정은 이미 승부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드렁했다.

“호 노인은 3일 안에 성공적으로 비약을 만들어 낼 걸세. 내 예측이 맞다면 분명 비룡의 피를 만들었겠지. 그렇다면 틀림없이 9색 비뢰가 나올 것이야.”

“그동안 연금술이 많이 늘었구려.”

현공자의 말에 약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준이 저 영감을 이기기 위해선 무조건 9레벨 연금비약을 만들어야 해요. 하지만 보리단은 어떻게 해도 9레벨을 넘길 수 없어요.”

현이가 말했다. 이준은 과거 연금대회에서 강제로 연금비약의 품질을 높이는 신기를 보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방법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9레벨과 8레벨의 차이는 그런 방식으로 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 생각이 있겠지.”

약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준이 꺼내든 약재들은 약로가 넘겨준 9레벨 연금비약의 조합표에 적혀있던 약재가 아니었다.

이는 다른 9레벨 조합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이준이 지금 만들고 있는 연금비약이 그냥 제멋대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 * *

또다시 3일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이제 광장에는 몇몇 사람만이 남아있었고, 대부분은 모두 비뢰 소환에 성공해 제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오로지 호 노인과 이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호 노인이 만드는 연금비약이 무엇인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만일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면 그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준이 만들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약솥 안에서는 여전히 화룡이 빙글빙글 맴돌고 있을 뿐,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쿠웅-!

그 순간,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곧이어 강한 에너지 파동이 확산되면서 두터운 구름층이 형성됐다.

“호 영감의 연금비약이 완성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환호하며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호 노인은 위풍당당하게 일어나 조롱 섞인 표정으로 이준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후, 그가 만들어 낸 구름에서 아홉까지 색의 번개가 내리쳤다.

“역시 9색 비뢰야!”

이를 본 사람들은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하하, 약선. 이번엔 내가 이긴 것 같구나!”

호 노인은 수많은 인파 사이에 섞인 약로를 바라보며 승리를 확신한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서 웃음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준이 그를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모르지요.”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준이 호치영을 상대로 감히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애송이, 여기서 그래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

호 노인은 이준의 약솥으로 시선을 옮기며 비웃었다. 이준의 약솥에선 여전히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이준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웅!

그와 동시에 약솥에서 우웅, 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그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놀라 바라보았다.

“약솥에서 연금비약의 파동이 느껴지고 있다.”

베옷을 입은 대장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장로 여섯 역시 놀란 눈으로 이준을 쳐다봤다.

“어디서 날 속이려고!”

호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준은 손을 들어 약솥을 가리킨 뒤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크르릉!

그러자 약솥 안을 헤집고 다니던 화룡이 낮게 포효하며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쾅!

화룡이 거대해지면서 약솥이 그의 몸집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리자, 뜨거운 불의 파도가 천지를 뒤덮으면서 삽시간에 공기가 달아올랐다.

이준과 가까운 곳에 있던 연금술사들은 얼굴빛이 하얗게 변한 채 황급히 화염을 피해 달아났다.

크르릉!

백 미터 가까이 커진 화룡이 무시무시한 위세를 뽐내며 하늘을 돌아다니자, 호 노인의 9색 비뢰가 점점 힘을 잃고 흐릿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 도대체 무슨 짓이냐!”

호 영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시끄러워.”

하지만 이준이 가볍게 한마디를 내뱉은 것만으로 노인의 몸은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크게 휘청거렸다.

“너……!”

호 노인은 그제야 이준의 실력이 자신을 완전히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준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소연금탑에서 호 영감을 공격해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이준이 인결을 만들자 자갈색 화룡이 다시 한 번 위엄이 가득한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에너지 파동이 터져 나왔다.

“이건 연금비약의 파동……?”

수많은 연금술사들은 놀란 눈으로 이준의 화룡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파동이었다.

“불 속에 연금비약을 숨기다니, 약 영감, 자네에게도 없는 능력 아닌가? 어떻게 당신의 제자가…….”

현공자가 화룡에게서 퍼져 나오는 연금비약 파동을 멍하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건…….”

약로 역시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화염 속에 연금비약을 숨기는 기술은 화염을 다루는 실력은 물론이고 영혼의 힘이 상당한 수준에 달해야 쓸 수 있는데, 자신도 쓰지 못하는 이 술법을 이준이 스스로 배워 쓴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른 쪽에 있던 연금종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소연금탑에서도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채 다섯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 약선의 제자, 꽤 대단한 녀석이군.”

석대 위에 있던 몇몇 장로들이 말했다.

콰아앙!

잠시 후, 화룡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파동이 점점 격렬해지더니 우렁찬 굉음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하늘이 순식간에 검게 변하더니 사방에서 빠르게 구름이 모여들었다.

이번에 나타난 구름은 호 노인의 검은색 구름보다 훨씬 더 새까만 색을 띠고 있었다.

이준이 소환한 구름에선 천둥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영혼마저 떨리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기운이 가득했다. 하늘을 장악하고 있던 9색 비뢰운은 빠르게 수그러들더니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9색 비뢰운마저 이렇게 겁을 먹고 사라지다니……. 대체 저 연금비약의 정체가 뭐야?”

사람들은 더욱 수군대기 시작했다. 9색 비뢰를 소환한 8레벨 연금비약보다 더 강한 연금비약이라면 단 하나, 전설 속의 ‘9레벨 연금비약’ 밖에 없었다.

“이준이 9레벨 연금비약을 제련하고 있었다고?!”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며 산전수전 다 겪은 연금종사들도 화들짝 놀라 빠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흑마비뢰, 아주 오랜만에 보는구나.”

베옷을 입은 대장로가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이준 역시 굳은 얼굴로 검은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선 9색 비뢰의 몇 배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높푸른 하늘 위, 검은 구름이 쉴 새 없이 꿈틀거리는 내내 천지에는 무거운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분위기는 사람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잠시 뒤, 구름 가운데에 갑자기 동그란 구멍이 생겨났다.

바로 그때, 이준의 몸속에서 거대한 화산과도 같은 기운이 남김없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쉭!

이준의 기운이 빠르게 치솟자 구멍 안에서 팔뚝만한 검은 번개가 튀어나와 화룡에게 달려들었다.

이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저장반지 안에서 다섯 개의 금빛이 튀어나와 화룡의 곁에 나란히 섰다.

콰앙!

검은 번개가 첫 번째 요괴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하지만 한 번도 비뢰를 받아내는데 실패한 적이 없던 하늘 요괴는 검은 번개를 흡수하는 순간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쾅쾅쾅쾅!

첫 번째 요괴가 사라지기 무섭게 나머지 네 개의 요괴가 ‘쾅’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더 이상 번개를 받아낼 천지요괴가 없자 이준의 얼굴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늘 요괴가 저 비뢰의 힘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자신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후…….”

이준은 숨을 고르고 높이 뛰어올라 화룡의 머리 위에 선 뒤 허공을 찢고 내려오는 검은 번개를 바라보았다.

그가 주먹을 꾹 쥐자, 천지의 모든 힘이 자석처럼 빠르게 그의 손 안으로 빨려들었다.

“터져라!”

다음 순간, 이준의 주먹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검은 번개와 세차게 부딪혔다.

쿵-!

무시무시한 두 힘이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 거대한 산봉우리마저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공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호 노인의 머리 위에 있던 9색비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광장 위에 선 채 이 광경을 바라보던 호 노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콰르릉!

거대한 에너지 폭풍이 하늘을 휩쓸며 주위의 공간이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저 흑마비뢰를 몸으로 받아낼 생각을 하다니.”

석대 위에 있던 장로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1성 투성의 실력이면 흑마비뢰를 받아내는 것도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

베옷을 입은 장로가 하늘을 흘기며 말했다.

“지금……이준이 1성 투성이라 하셨소?”

대장로의 말에 나머지 장로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대장로의 입에서 그 말을 들으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려 간신히 반투성이 되었는데, 그들의 반도 살지 않은 이준이 투성이라니…….

“이번 대결전의 승리자는 이준인 것 같구려. 이렇게 된다면 연맹도 실현될 확률이 높겠소.”

한 장로가 말했다.

“연맹은 규칙을 어기는 일이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때가 있소. 혼족 놈들에게 대항해 연금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맹을 맺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연금탑이 있어야 규칙도 있는 거지, 연금탑이 사라지면 규칙이 무슨 소용이겠소?”

대장로의 말에 나머지 장로들도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 위를 헤집던 에너지 폭풍은 십 분이 지나서야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자 붕괴된 공간도 점점 제자리를 찾으며 따뜻한 햇살이 다시 산 전체를 밝게 비추었다.

폭풍이 사라지자마자 모든 시선이 하늘로 쏠렸다.

이준은 그제야 조금 안도한 듯 얼얼한 느낌이 남아있는 주먹을 매만지며 고개를 내저었다.

흑마비뢰의 위력은 이준의 상상을 초월했다. 검은 번개가 자신의 주먹과 부딪치는 순간, 투성이 되지 못했다면 자신도 요괴들처럼 그대로 터져 죽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게 9레벨 보물비약이 소환한 비뢰라니……. 대단해.’

크르릉!

그때, 아래에 있던 화룡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면서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펑!

자갈색 화룡에게서 퍼져 나온 에너지 파동이 점점 격렬해지더니 거대한 몸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다음 순간,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그 안에서 튀어나와 사방으로 퍼진 화염을 뚫고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딜 가려고?”

이준은 번개처럼 빠르게 몸을 날려 한 손으로 그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크아앙!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거대한 마수였다. 마수는 흉악한 울음을 내뱉으며 이준을 향해 커다란 발을 연신 휘둘러댔다.

쾅!

하지만 이준의 주먹에 맞자, 거대한 마수가 ‘깽’ 하는 비명 소리를 내며 뒤로 고꾸라졌다.

이준은 피식 웃으며 곧바로 다시 그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거대한 마수에게서 또 한 차례 강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이준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는 순간 넋을 놓고 말았다.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또 다른 ‘이준’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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